은행과 공유가치의 만남 : Banking on Shared Value (1)
2014.7. 23. 18:24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은행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많은 비판들이 쏟아져나오는 가운데, 공유가치(CSV)는 은행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생존전략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FSG에서는 이에 대해 <Banking on Shared Value : How Banks Profit by Rethinking Their Purpose>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는데요. 본 아티클에서는 보고서를 바탕으로 은행이 활용할 수 있는 공유가치 전략들을 사례들을 통해 자세하게 다루어 보고 있습니다.
이 글은 임팩트스퀘어가 지속가능경영포털에 기고한 [공유가치 케이스.16_Banking on Shared Value (1)]를 옮긴 것입니다. 원문 PDF 파일은 지속가능경영포털 CSV 게시판에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은 “군대보다도 우리의 자유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은행이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 굳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언급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은행이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그것이 가지는 거대한 비중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은행은 국가에 있어 산업의 근간이자, 기업에 있어 자본 조달의 핵심 원천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은행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이와 같이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선에서 그쳐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라 하겠다.
은행은 오늘날 기술 발전의 속도만큼이나 급격한 속도로 변화하고 그 형태를 달리 하는 자본의 흐름 속에서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핵심 플레이어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레바논 출신의 사상가로 월스트리트의 새로운 현자로 불리는 나심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는 은행이란 “거대한 태풍을 운반하는 고요한 물과도 같다”는 말을 한 바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은행은 사회라는 생태계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도처에 산재한 에너지들을 한데로 집결시켜 태풍에 상당하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은행의 힘을 일찍이 실감하고 이를 사회 문제의 해결에 적용하고자 노력하는 움직임은 이미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어디에서도 돈을 빌릴 수가 없었던 방글라데시의 빈곤층의 생활에 소액금융(Microfinance)을 도입하면서 그 시작을 끊은 무하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의 뒤를 이어 생겨난 수많은 소액금융 기관들이 그 증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유누스의 그라민 뱅크와 같은 변화의 물결이 일부 은행의 ‘특별한’ 움직임에 그치는 것이 아니며, 실제로 그와 같은 변화의 물결에 동참하기 시작하는 대형 글로벌 은행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라 하겠다. 또한 특히 이 지점에서 주목해야할 부분은, 이러한 은행의 변화의 발로가 은행의 자체적인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이다. 즉, 글로벌 금융위기와 더불어 갈수록 복잡하고 엄격해지는 규제들로 난관을 거듭하고 있는 은행들에게 있어 이와 같은 변화를 선택하는 것은 은행이 새롭게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생존 전략이라는 것이다.
공유가치 개념을 주창한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가 설립한 컨설팅 그룹 FSG에서는, 은행들이 보이고 있는 이와 같은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은행의 공유가치 창출 전략에 대한 가이드와 다양한 케이스들을 다룬 보고서 <Banking on Shared Value : How Banks Profit by Rethinking Their Purpose>를 최근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본 케이스 스터디에서는 2회에 걸쳐 FSG의 보고서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은행들의 공유가치 전략과 그 실행 사례 중 일부를 간략하게 논의해보고자 한다.
(이하의 내용은 FSG의 보고서 <Banking on Shared Value : How Banks Profit by Rethinking Their Purpose>를 번역 및 요약한 것입니다.)
은행이 공유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 3가지
각 케이스를 살펴보기에 앞서, FSG의 보고서 서두에서 논의되고 있는 은행의 공유가치 창출 전략의 기회에 대한 이해를 먼저 짚어보고자 한다. FSG는 은행이 공유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이루어진 프레임으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다.
그림 1. Three areas of shared value opportunity
위에서 살펴본 세 가지 기회의 영역은 개별 은행의 비즈니스 라인에 따른 특징과 위치한 지역의 특성 등에 따라 조금씩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FSG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각각의 항목에 대한 이해는 개별 케이스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확장시켜나가고자 한다. 본 케이스 스터디에서 살펴볼 은행들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Banco de Credito e Inversiones
Bank of America Merrill Lynch
Bendigo Bank
Dhaka Bank
Banco de Credito e Inversiones
그림 2. Banco de Credito e Inversiones
칠레의 대형 은행들 중 하나인 Banco de Credito e Inversiones(이하 BCI)는 기업가들을 위한 대출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강화함으로써 공유가치를 창출한 사례에 해당한다. 이는 개인 및 기업 고객의 재정건전성을 개선하여 고객 번영을 꾀하는 전략으로, 기존에 은행 서비스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던 개인 및 중소기업 고객들에게까지 은행 서비스를 확대하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자본으로부터 배제되었던 고객에게 접근하려는 전략은 은행에게는 신규 고객을 대폭 확보하게 하는 효과를, 고객들에게는 필요한 자본을 확보할 수 있는 효과를 낳는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BCI의 공유가치 창출 노력을 살펴본다면, 2007년 발족된 3,500만 달러 규모의 펀드 ‘Nace’를 들 수 있다. 이는 기업가들에게 자금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펀드로, 입증된 비즈니스 모델이나 신용 기록이 없는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BCI는 펀드를 조성하면서 은행의 이윤을 떨어트리지 않으면서도 신규 고객들에게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써 새로운 신용 평가 기준을 정립하였다. 이 기준은 비즈니스 플랜의 질과 기업가의 헌신도 및 인내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을 취하였는데, 이와 같은 기준을 통해 산출된 새로운 신용 등급은 Nace 펀드로 하여금 BCI의 여타 표준 상업은행 비즈니스와 같은 수준의 연체율을 유지하는 결과를 성취하도록 하였다.
결과적으로 BCI는 지난 6년간 Nace 펀드를 통해 7,500여 명의 기업가들에게 7,110만 달러를 대출하는 성과를 거두었는데, 이들 중 Nace가 아니었더라면 다른 방법으로는 신용 대출에 접근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2/3에 해당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BCI가 Nace를 통해 대출이 어려운 기업가들을 지원하였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이윤을 25배 불리는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이라 하겠다.
Bank of America Merrill Lynch
그림 3. Bank of America Merrill Lynch
미국의 Bank of America Merrill Lynch는 최근 많은 투자은행들이 경험하고 있는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 기회에 일찍부터 관심을 가지고 이를 실행하고 있는 은행이다. Bank of America Merrill Lynch는 주 정부 혹은 비영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임팩트 투자를 구조화하고 정립하는데 투자함으로써 임팩트 투자시장이 사회적 니즈에 대한 솔루션에 자금을 지원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공유 가치 창출을 꾀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Bank of America Merrill Lynch가 발행한 5억 달러 규모의 Green Bond와, 뉴욕의 청소년 상습범행 교정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집행한 1,350만 달러 규모의 SIB(Social Impact Bond, 혹은 pay-for-success) 투자를 들 수 있다. 두 가지 사례 모두 특징적인 점은 Bank of America Merrill Lynch의 핵심사업과 긴밀하게 통합되어 실행되었다는 점이다.
그림 4. Pay-For-Success 투자모델 (출처 : www.missioninvestors.org)
사실상 현재까지 성공 사례가 4번 정도에 불과한 SIB 투자와 같은 영역은 은행의 입장에서 개시하기에는 부담이 큰 부분이 없지않았으며, 더 나아가 이를 핵심사업과 연계하여 실행하기에는 만만찮은 리스크가 따른다. Bank of America Merrill Lynch 역시 이러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안팎으로 조직화된 노력을 기울여야만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Bank of America Merrill Lynch는 우선 내부적으로 핵심 직원들이 공유가치창출을 인식하고 실행하도록 훈련되어 있어야함을 인식하였고, 이에 따라 내부 인터넷 플랫폼, 은행 내 훈련 프로그램과 더불어 최고 참모들에게 자산매니저들이 사회적 금융의 기회를 이해하고 고객에게 제안할 수 있도록 설득시키는 행사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뿐만 아니라 Bank of America Merrill Lynch에서 공유 가치 혁신을 주도하는 이들은 실제 상품 개발 절차에 있어서도 기존의 승인 절차가 SIB 투자 제안에는 효과적이지 않을 것임을 파악하고, 내부 위원회와의 정기적인 미팅을 통해 SIB 투자에 대한 내부 이해를 구축하고 이에 대한 지지와 신뢰를 구축하여 최종 승인을 확보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또한 Bank of America Merrill Lynch는 은행 외부에 있어서도 SIB 투자와 관련한 거래를 조직하고 이를 위한 공급과 수요의 구축을 도우며, 이러한 거래들에 대한 이해를 촉진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Social Finance and the Harvard Kennedy School SIB Technical Assistance Lab 등과 같은 파트너들과 협업하여 자국 내에서 SIB 투자 시장을 구축하고자 하는 노력, 또는 SIB 거래 조직 방법에 대한 가이드의 공개 출판과 관련 정부 부서들을 위한 컨퍼런스 후원 등 거래흐름을 창출하기 위한 혁신적인 노력들이 모두 그에 해당하는 것이다.
다음 세대의 개인 및 기관 포트폴리오의 5~10%를 구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비즈니스 모델인 임팩트 투자의 영역을 선도하고 있는 Bank of America Merrill Lynch의 이와 같은 노력은 이들로 하여금 프론티어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선점하고 장기 수익성을 도모할 수 있게 하는 튼튼한 토대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실제로 앞서 언급되었던 Bank of America Merrill Lynch의 Green Bond의 경우는 유사한 투자 사례 중 최초로 은행이 자신의 기업 고객들의 재생가능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프로젝트에 펀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혁신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Bendigo Bank
그림 5. Bendigo Bank
오스트레일리아에 위치한 은행 Bendigo Bank는 지역경제 재활성화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개발한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Bendigo Bank는 1998년 오스트레일리아 전역에서 대형은행의 시골지사 수천 지점이 문을 닫는 사태가 일어났을 때, 지역사회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지역경제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고 경기를 재활성화시켜, 지역사회 생태계 전체에 변화를 일으키고자 하는 전략으로 상황을 돌파하고자 하였다.
Bendigo Bank는 이와 같은 전략을 추구하기 위해 새로운 모델인 Community Bank를 만들었는데, 이는 은행이 가지고 있는 인프라와 전문성을 활용하여 지역에 위치한 자발적인 커뮤니티들이 직접 지사를 운영하게끔 지원하는 파트너십의 형태를 띠었다. Bendigo의 Community Bank는 단순히 지역 거주민들에게 은행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수익 중 일부를 지역사회에 재투자하여 지역사회의 장기 성장을 도모하는 기능까지 수행하였다.
Bendigo Bank는 은행 운영을 지역사회에 맡길 지역을 선정함에 있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하여 새로운 투자 기준을 개설하였는데, 이는 커뮤니티 이니셔티브, 조직결성의 자율성(혹은 자발성), 지역사회 성장에 대한 구성원들의 관심, 운영을 위해 준비된 역량 등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성장잠재력을 평가하는 기준이었다.
이와 같은 Bendigo의 과감한 결단은 대성공으로 이어져, 현재 오스트레일리아 전역에서 Bendigo는 300여 개의 Community Bank 형태의 지사와 100만 명에 달하는 고객을 보유하기에 이르렀다. 이들 중 30%는 Community Bank가 아닌 다른 형태의 은행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외곽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자본과 은행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개선이라는 성과를 낳았을 뿐만 아니라, 10억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Bendigo의 판단이 옳았음을 입증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지난 5년간 지역사회에 약 1억 1,000만 달러를 재투자하여 평균 18%의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Dhaka Bank
그림 6. Dhaka Bank
방글라데시에 위치한 Dhaka Bank는 산업 클러스터, 혹은 공급사슬 자체에 대한 뱅킹을 통해 지역 경제와 생태계를 강화시키는 모델을 통해 공유가치를 창출한 모범사례이다. Dhaka Bank는 방글라데시의 중앙 은행으로써 낮은 이익률에도 불구하고 시골 지사들을 유지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시골 지사에서의 혁신으로 문제 상황을 해결할 대안을 모색하면서 공유가치 창출 전략을 택하게 된 사례라 할 수 있다.
Dhaka Bank가 시골 지사들의 혁신을 위해 지역사회를 면밀하게 관찰한 결과 깨달은 것은 그러한 개별 지역 커뮤니티들이 비즈니스 활동들로 가득 차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없다는 점이었다. 예컨대 방글라데시의 시골 마을 중 하나인 Belkuchi에서는 마을 인구의 대부분이 Lungis라는 전통의상을 만드는 가치 체계에 포함된 농부, 제조업자, 상인, 무역업자, 소규모 선박업자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들 중 Dhaka Bank의 고객은 거의 전무했다.
그림 7. 방글라데시 전통의상 Lungis
Dhaka Bank는 여기서 공유가치 기회를 포착하였고, 실행가능한 비즈니스 솔루션을 창출하기 위해 사회적 니즈와 비즈니스 가치의 연결고리를 찾고자 지역 기업가들을 방문하여 지역 경제에 대해 배우는 다과 자리를 수차례 가졌다. 이와 같은 자리를 통해 얻어진 지식들은 수익성을 낼 수 있는 클러스터 융자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심층적인 이해의 확보를 가능케 해주었고, 그 결과 Dhaka Bank는 Belkuchi 마을의 산업 클러스터가 포함한 재정 역학을 분석하여 이 산업에 맞춤화 된 재무상품을 개발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상품은 해당 지역의 농작물 재배시기에 맞춘 농민 대출, 방직공들을 위한 자본설비 대출, 무역업자들을 위한 영업자본 등으로 이루어져, Dhaka Bank는 공급사슬 선상에 걸친 구성원들과 함께 호흡하며 지역산업을 강화시키고자 노력하였다.
Dhaka Bank의 이와 같은 접근은 그들의 시골 지사가 신규 고객이 유입되는 지점으로 탈바꿈하는 결과를 낳아, 5년간 Belkuchi 마을에서만 고객 기반이 5명에서 1,800명으로 성장하고 이들 중 수십명이 보다 큰 규모의 상업은행 상품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Dhaka Bank가 동일한 방식의 접근을 다른 지역과 클러스터에도 확대함에 따라, 시골 지사들의 수익성이 점차 높아짐과 동시에 빈곤 지역의 경제성장이 촉진되고 Dhaka Bank 전체의 SME 융자 포트폴리오에서도 커다란 연 수익이 났다.
지금까지 살펴본 Banco de Credito e Inversiones, Bank of America Merrill Lynch, Bendigo Bank, Dhaka Bank는 각각 다양한 모델을 통해 공유가치 전략을 실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의 공유가치 전략 사례에서 도출할 수 있는 함의는 공유가치 전략은 은행이 처한 사회적, 환경적 배경과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여 적용될 수 있으며, 각 은행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강점을 고려하여 조직적으로 설계되었을 때 보다 그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점이라 하겠다. 그럼 다음 편에서는 Goldman Sachs, National Australia Bank, Rabobank, Standard Bank, Vancity 등에 대해 마저 살펴보면서, 은행의 공유가치 창출 전략과 그 함의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 짓고자 한다.
작성자 : ISQ 백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