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에 ‘현대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법, 에너지와 ODA
‘현대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뭔가요?
최근 대다수의 선진국은 뜨거워지는 지구의 온도의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혹은 ESG 차원에서 외부 규제 및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급망 ESG 차원에서 선진국의 생산 기반이 개발도상국에 위치해있는 경우, 개발도상국 내 에너지 생산 시 발생하는 탄소까지 신경써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에 더욱 숨가쁘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은 여전히 자국민의 빈곤 탈출, 빠른 경제 성장을 위해 화석연료를 쓰는 것이 최선인 경우가 허다하다. (필자는 이전에 선진국과 개도국의 화석연료를 두고 눈치싸움 하는 내용을 쓰기도 했다. ‘동남아시아, 화석연료 눈치싸움은 이제 그만!’) 하지만 이것을 개발도상국 개별의 문제로만 치부한다면 솔루션은 계속해서 묘연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 상황이다.
이때, 기후위기만으로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필수불가결하지만 개발도상국 자체의 성장을 고려했을 때에도 매우 직접적인 배경이 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많은 농촌 지역에서는 전력 부족으로 인해 현대적 농업 기술을 활용하기 어려운데 이것은 고스란히 농업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식량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가령 농부들이 전기 펌프를 이용한 관개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어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없어 여전히 비효율적인 수동 관개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작물 생산량이 제한되고 가뭄에 취약해진다. 산업 측면에서도 문제는 심각하다.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한 개발도상국의 중소기업들은 잦은 정전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데, 세계은행의 보고서 ‘Doing Business 2020: Comparing Business Regulation in 190 Economies’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기업들은 매년 평균 56일의 정전을 경험하며, 이로 인해 연간 매출의 약 10%를 손실하고 있다고 한다. 나아가 에너지 빈곤은 식품 가공 및 저장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냉장 시설을 운영할 에너지가 없는 경우 수확한 과일과 채소 상당부분이 유통 과정에서 부패하여 농가 소득을 크게 감소 시킬 수 있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빈곤 문제는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국가 전반의 산업 및 고용, 소득수준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SDGs에서는 7번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세부 목표로 ‘2030년까지 개발도상국에 ‘현대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을 발전시키고 사회기반 시설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개발도상국이 에너지 빈곤 문제를 쉽게 해결하지 못 하는 것은 결국 재생에너지 생산 및 공급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막대한 자본과 기술을 자체 수급하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시 돌아와서 자문해보자. ‘현대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여러가지 함의가 있겠으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문제를 다자간 협력으로 지속가능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방향성에서 해답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에너지와 ODA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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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의 에너지 빈곤 해결, 신기술 PoC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혁신가들
ODA는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공적개발원조)’의 줄임말로 1969년 OECD개발원조위원회(DAC)가 규정한 개념이다. 이는 공적 기구(중앙/지방 정부 또 그 실무기구)가 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과 복지 증진을 위해 DAC 수원국 명단에 있는 국가 또는 영토, 다자간 개발 기구에 제공한 자금 및 기술 협력원조를 공여하는 것을 일컫는다. 쉽게 말해 절대 빈곤 혹은 국가간 심각한 경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하여 고안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까지는 이 수원국과 공여국의 개념이 매우 확실했다. 도와주는 국가와 도움을 받는 국가의 경계가 명확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ODA를 통해 이뤄내고자 하는 변화와 시너지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의 경우만 보더라도 “한국산업기술진흥원 & P4G 업무 협약(2021)”, “에너지공단-국제협력단, 에너지 ODA 사업 뜻 모아(2024)” 등 매년 다양한 형태의 ODA가 이루어 지고 있는데, 최근 정부는 ODA 자금을 대폭 늘릴 것이라 발표하기도 했다.
그 배경에는 단순 자원 원조가 아닌 기술을 중심으로 한 기술협력원조의 경우, 수원국에는 지적자본 축적의 기회를, 공여국에게는 신기술의 PoC(Proof of Concept, 기술 검증)를 다자간 협력을 통해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맥락이 숨어있다. 특히 에너지 산업의 경우, 개발도상국이 처한 에너지 빈곤을 해결하면서도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솔루션이라는 점에서 계속해서 귀추가 주목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보다 직관적인 이해를 위해 대표적인 에너지 ODA 사례를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BBOXX(영국)
영국의 BBOXX는 2010년에 런던의 세 명의 엔지니어링 학생이 창립한 회사이다. 그들은 아프리와 같은 개발도상국에 전력 접근성 문제를 발견했다. 송배전망이 미흡한 지역의 경우,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더라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어렵다는 것에 집중한 것이다. 이에 외부의 에너지 공급 없이 필요한 전기를 직접 생산해 사용할 수 있는 Off-Grid 형태의 설비를 구축하게 되었고, 태양광 패널, 배터리, 스마트 제어 시스템을 통합한 솔루션을 토고 등 아프리카에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솔루션은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에서 2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전력이 제공되었으며 주민들이 기본적인 생활과 경제활동 수준향상에 큰 기여를 했다. BBOXX는 설립 초기부터 다양한 벤처캐피털과 임팩트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하였을 뿐만 아니라 영국 정부 및 유럽 연합 등에서 제공하는 ODA 자금을 활용하여 전력 접근성 확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특히 아프리카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의 사업 확장에 이 자금이 큰 역할을 해냈다. BBOXX는 시리즈D 5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규모 있는 회사가 되었다.
알테르노(베트남)
두 번째로 최근 임팩트스퀘어의 시드 투자를 집행한 알테르노(베트남)를 살펴볼 수 있다. 이들은 전통적 의미의 ODA 사업이라고 보기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향후 베트남을 넘어 동남아시아 전역에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정부 및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알테르노는 베트남의 농산물 건조 방식 문제를 파고들어,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탄소배출을 현저히 줄이는 모래배터리 솔루션을 만들어냈다. 이는 재생에너지(태양광 에너지)를 기반으로 고안해 낸 기술로, 농산물 건조뿐만 아니라 가정용 난방 시스템, 건축용 자재 건조 공정 등 열에너지가 필요한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이 가능하여, 온실가스 저감에 기대를 모아 P4G 파트너십, 테마섹 재단, 퀄컴, 일본 국제 협력기관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실제로 알테르노의 솔루션에서 성장가능성을 본 글로벌 스낵제조기업의 경우 자사 공장에 알테르노 솔루션을 적용하는 PoC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본 솔루션이 더욱 확장될 경우, 다자간 협력 모델로서 ODA 사업을 수주해 여러 기후 환경에 있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PoC를 진행해볼 수 있을 것이다.
위 사례는 공통적으로, 기술혁신과 효율적 자금조달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접근성을 높이고 이에 따라 파생되는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이루어내고 있다. 에너지 테마로 해외진출을 계획한다면,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ODA 자금을 적극 활용하여 진출해 보는 것이 꽤 합리적인 전략일 수 있다. 사업마다 상이하지만, 어떤 사업은 자부담으로 투자하는 규모만큼을 지원해 주기 때문에, 기업이 계획하고 있는 사업규모를 두 배로 꾀할 수 있다.
또한 임팩트스퀘어도 KOICA - IBS사업에 대해 직접 제안하여 임팩트기업을 발굴하는데 적극 ODA 자금을 활용하고 있다. ODA자금이 정부의 각 부처에 나눠짐에 따라, 지원사업이 열리는데 이를 잘 주시하여 활용하고 적극 제안하기를 권고한다. 아이디어는 있는데, 어렵게 느껴진다면 우리 임팩트스퀘어에게 문을 두드려 협력을 제안해도 좋다. 소셜 비즈니스가 초기확장을 이루는데 있어 임팩트스퀘어는 언제나 함께 고민할 준비가 되어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위한 에너지 공들이기, 결국 우리에게 돌아온다.
최근, 편의점에서 이온음료를 고르는 와중에 호흡곤란으로 쓰려져 병원에 이송되었지만 끝내 생을 마감한 어떤 이의 안타까운 뉴스를 보았다. 이유는 열사병이었다. 그는 에어컨을 틀 여력이 되지 않아 최악의 더위를 맨 몸으로 견뎌낸 기초생활수급자였다. 뜨거워지는 지구가 더욱 실감이 되는 한 편, 여전히 기술적, 물질적 기반이 부족해 더욱 빠르게 달아오르는 지구 어딘가에서 에너지 빈곤 문제로 구조적 어려움을 겪고 있을 많은 사람들이 생각났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를 생산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개발 전략은 앞으로도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위해 전 국가적으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필히 이루어져야 하며,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고민은 더욱 시급해 보인다. 선진국, 개도국 할 것 없이 그들의 환경에 최적으로 실험할 수 있는 것들을 함께 협력하여 모색하는 것이 중요한 순간이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뛰어난 기술이 많은 국가로서, 개도국 대상으로 어떤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을지 상상력을 더 펼쳐보며 도전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실험의 종합적 경험은 단순히 개도국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반드시 자산이 되고 필요할 때가 올 것이다.
작성자 : 임팩트스퀘어 조예신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