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항공유(SAF) : 스타트업이 알아야 할 글로벌 정책의 기회와 리스크

넷제로 달성을 위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20%를 차지하는 수송 부문의 저감 노력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항공과 해운이 전체 수송 부문 탄소 배출의 25%를 차지하며, 탈탄소화가 가장 더딘 영역으로 밝혀졌다. 이 중 항공 부문은 전기 및 수소 비행기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지속가능항공유(SAF)가 대형 항공기의 탈탄소화를 위한 유일한 실질적 옵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SAF는 항공 부문 탄소 배출의 최대 60%를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흐름에 맞물려 지속가능항공유 포함 항공 부문의 탄소 중립 달성 관련해 다양한 국제 규제와 정책들이 생겨나고 있다. 주요 규제와 정책을 국내에 미칠 영향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지금 가장 눈여겨 봐야 할 규제, 정책은?

위에 간략히 정리된 구조 규제 및 정책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아래에 같다. 이때 눈여겨 볼 점은 각 규제가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한 것이다.

[미국] SAF Grand Challenge Roadmap (링크) /*2022년 9월

  • 미국 에너지부(DOE), 미국 교통부(DOT), 미국 농무부(USDA) 및 기타 연방 정부 기관이 협력하여 발간한 보고서.

  • 2030년까지 자국 및 해외로 운항하는 항공기 연료의 10%, 2050년까지 100% SAF로 대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음.

  •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

    • 미국에서 제시하는 SAF 전환 목표가 조정 없이 추진된다면 국내 미국 노선을 운영하는 항공사들의 연료 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함. 특히 SAF가 기존 화석연료 대비 가격이 높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됨.

    • 국내 SAF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에 미국 시장 진출의 기회가 될 수 있음. SAF 사용 확대에 따라 미국 항공사 및 연료 공급업체와 협력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음. 그러나 미국 내 SAF 관련 스타트업과의 경쟁이 심화할 수 있어 기술 고도화, 비용 경쟁력 강화가 필요함.

[미국] SAF Tax Credit (링크) /*2022년 8월

  • 미국 국세청(IRS)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라 청정에너지 생산 장려 목적으로 도입함.

  • 전체수명주기(LC)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존 항공유 대비 50% 감축하면 갤런당 1.25달러의 세액공제가 적용되며 50% 초과 감축량에 대해서는 1%P 감축마다 1센트를 추가로 받을 수 있음.

  • 당초 옥수수, 대두 기반 바이오에탄올 SAF가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환경단체의 탄소 저감 효과에 대한 챌린지 이후 ‘옥수수, 대두를 사용할 경우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되어야 한다.’는 단서를 추가함.

  •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

    • 미국 내에서 생산된 SAF가 세액공제 혜택으로 인해 가격 측면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음. 이에 따라 한국산 항공유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위험이 있음. 실제로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의하면 2022년 항공유 수입량 절반가량이 한국산인 것으로 확인됨. 국내 정유업체들은 SAF 생산 능력을 확충하고 정부는 관련 세제 혜택 및 지원 정책을 마련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음.

    • 스타트업들은 미국 내 SAF 생산업체들과 협력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음. 미국 기업들과 기술 라이센싱, 합작법인 설립 등을 통해 협력 및 사업 확장이 가능함.

[유럽] ReFuelEU Aviation (링크) /*2023년 10월

  • 유럽연합(EU)에서 SAF 사용 장려를 위해 합의한 규제.

  • EU 공항에서 항공기 급유 시 2025년부터 최소 2%,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 이상 SAF를 섞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임.

  • 지속가능성의 이유로 식량 및 사료 작물, 중간 작물, 야자 지방산 증류물, 야자 및 대두 유래 물질 등으로 생산된 SAF는 비율에 인정하지 않음. 

  •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

    • 미국의 SAF 전환 목표의 영향과 마찬가지로 유럽의 규제 역시 국내 항공사의 연료 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음. 

    • 국내 정유업체는 SAF 수출의 기회를 가질 수 있지만 유럽에서는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 원료를 활용한 SAF는 규제안에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지속가능성을 충족시켜야 수출할 수 있음.

    • 미국 정책과 마찬가지로 유럽의 규제는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음. 

[글로벌] 국제 항공을 위한 탄소 상쇄 및 감축 계획(CORSIA, Carbon Offsetting and Reduction Scheme for International Aviation) (링크)

  •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The 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 채택.

  • 항공업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수준으로 동결, 기준을 초과해 배출한 항공사에 탄소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해 상쇄하도록 하는 제도로, 2024년 1월 기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26개국이 CORSIA에 참여하고 있음.

  • 2026년까지 자발적 참여 기간을 거쳐 2027년부터 의무화될 예정임.

  •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

    • 코로나 이후 항공 이용량이 급증하면서 그에 따른 탄소 배출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음. 2019년 수준으로 탄소 배출량을 유지해야하는 본 제도는 국내 항공사들에 강력한 압박이 될 것으로 예상됨. 특히 장거리 국제선을 운항하는 항공사들의 부담이 커지며 SAF 도입 가속화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게 될 것으로 보임.

    • 2024년 2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CORSIA 준수 차원에서 항공사 연간 탄소 배출량을 정부에 보고하는 내용의 ‘국제항공 탄소 배출량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국제항공 탄소법) 제정안이 통과됨. 국내 항공사 중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에어부산,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인천, 에어서울 등 8개 항공사가 ‘이행 의무자’에 포함. 항공연료 사용량 및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기 위한 모니터링 계획, 배출량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의무가 요구됨. 

©Shutterstock

글로벌 주요 항공 부문 탄소 중립 규제 및 정책, 쟁점은 무엇일까?

미국은 인센티브 중심으로 SAF 생산 확대를, 유럽은 규제 중심으로 SAF 수요 견인을 이끌어내고 있다. 

유럽의 규제는 항공사의 연료 비용을 증가시키고,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독일 루프트한자는 2025년 1월 1일부터 EU 회원국 및 영국, 노르웨이, 스위스발 항공편에 유류할증료를 최대 72유로 매기기로 했다. 항공사들은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SAF를 합리적인 가격에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밸류체인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SAF 생산 효율화 기술, 원료 조달 네트워크를 보유한 스타트업들에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의 지원 정책은 미국 내 SAF 생산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많아지게 하고 관련 투자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는 국내 스타트업이 활용할 수 있는 자금조달의 기회라고 볼 수 있다. ICAO는 전 세계 323개의 SAF 생산시설이 미국을 중심으로 편중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미국(100개)에 이어 캐나다(27개), 프랑스(19개), 영국(15개)을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다. 이는 미국에 항공유 수출하는 국내 업체들에 위협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아직 국내에는 SAF 전용 생산시설이 전무한 상황이다. 2022년 국내 바이오연료 업계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가 공동의장으로 참여하는 ‘친환경 바이오연료 활성화 얼라이언스’가 발족한 바 있으나 구체적인 지원 정책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 경쟁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국내에도 SAF 기술, 설비 투자 등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 

한편, 규제와 지원 정책을 바탕으로 글로벌에서 SAF 관련 이니셔티브 등 기업들의 움직임이 확인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항공연료 금융동맹(SAFFA, Sustainable Aviation Fuel Financing Alliance)

  • 에어버스는 에어프랑스-KLM 그룹, AEG FUELS, BNP파리바, 번햄 스털링, 미쓰비시 HC 캐피털 및 콴타스항공과 함께 SAF 생산을 늘리고 빠른 도입을 위해 ‘지속가능한 항공연료 금융동맹(SAFFA)’ 펀드를 설립하고 폐기물 기반 원료를 사용한 SAF 생산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음. 미국 화학 제조 인프라 재생기술기업 클리살리스 바이오사이언스에 첫 투자를 진행함.

지속가능한 비행 펀드(UAV Sustainable Flight Fund) (링크)

  • 유나이티드 항공은 지난해부터 SAF 개발을 위해 1억 달러 펀드 ‘지속가능한 비행 펀드’를 설립함. 에어캐나다, 보잉, GE에어로스페이스, JP모건체이스, 허니웰 등 20여 개 파트너가 참여하고 있음. 

이와 같이 글로벌 항공 업계에서는 공동 투자를 통해 기술 개발 및 생산 비용을 낮추고, SAF 도입을 앞당기며 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이를 통해 탄소배출을 효과적으로 저감하려는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에어버스, 유나이티드 항공 등 주요 항공사와 글로벌 기업들이 다양한 파트너십과 펀드를 통해 SAF 관련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움직임은 단순히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SAF의 생산 비용을 낮추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스타트업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국내 업계가 이러한 글로벌 선두 주자들을 따라잡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SAF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넘어, 이 영역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을 혁신적인 방식으로 해결해 SAF 도입을 가속화하고 동시에 글로벌에 높은 수준의 스탠다드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부분은 혁신의 숙명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기여할 수 있다. 국내 스타트업 사례를 통해 이 영역에서 스타트업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주식회사 리피드(ReFeed Inc.)

  • (설립 연도) 2022년 10월

  • (솔루션) SAF의 원료로 쓰이는 폐식용유의 수거 데이터 시스템을 개발 및 판매

  • (주요 특징) SAF의 탄소배출권 연계를 위해 폐식용유의 정확한 출처 및 정보 확인이 필요한데 기존 재래식 수거 방식으로는 데이터 확보 및 관리가 어렵다는 점을 포착, 수거 과정을 디지털 전환하여 폐식용유의 추적가능성을 확보, 폐식용유 발생량이 많은 베트남에서 폐식용유 직접 수거 및 트레이딩 활동도 진행 중  

  • (성과) 중기부 팁스 선정(24.07)

주식회사 던브(DENVE Co., Ltd.)

  • (설립 연도) 2020년 3월

  • (솔루션) 고기능/고품질의 오일 정제용 마그네슘 실리케이트 소재를 연구 및 제조

  • (주요 특징) 실리케이트의 흡착 특성을 활용해 폐유 정제에 적용, 폐식용유 정제를 통해 SAF 원료 품질 안정성 확보 목표로 수요기업과 PoC 추진 논의 중

  • (기술경쟁력) 경쟁 제품 대비 40% 높은 동시간 정제 처리량

규제와 정책을 기회 삼아 성장 궤도에 오르려면

앞서 살펴보았듯 전세계는 지속가능항공유와 관련해 앞다투어 규제 및 정책을 발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글로벌 산업 전반이 발빠르게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스타트업들이 이러한 변화를 발판삼아 성장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어떤 포인트들을 고려해야 할까?

✅ 기회 측면

  1. SAF 시장 성장 전망에 따라 글로벌에 활용할 수 있는 정책 및 투자 자금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에 어떤 자원들이 있는지 파악하고 필요한 자금들을 효율적으로 조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경쟁 심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을 통해 빠르게 기술 고도화를 이뤄내고 진입장벽을 형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2. 각종 규제가 글로벌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증가하는 수요를 기반으로 글로벌 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확장하기에 용이한 타이밍이다.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구조를 갖추었다면 장기 공급을 보장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 리스크 측면

  1. 정책을 바탕으로 성장한 산업은 정책의 변화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정책 변화에 대한 최신 정보를 확보하는 등 지속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또한 정책적 지원이 중단될 경우를 고려한 사업 계획과 대응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2. 사업적인 기회가 있으면 다양한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날카로운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현재 SAF 시장에서는 안정적인 원료 확보, 생산 효율화를 통한 비용 절감이 경쟁력 확보에 핵심으로 꼽히고 있다.

SAF 시장은 글로벌 규제와 정책의 변화에 따라 급격히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스타트업에 기회와 리스크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성공적인 시장 진입과 성장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규제 모니터링과 민첩한 대응이 필수적이다. 스타트업들은 자금 조달과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가 필요하다. 결국 변화하는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스타트업 생존과 성공을 결정짓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작성자 : ISQ 최나은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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