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변화가 만드는 큰 차이 : 소비자가 주도하는 에너지 효율화
환경, 특히 에너지 절감 문제는 대규모 인프라와 거대 산업의 솔루션이 주효한 영역으로 평가받고 있어, 개인 또는 소비자 영역의 노력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악화되고 있는 기후 위기 속에서 개인은 끊임없이 불안함을 느끼고, 때론 에너지 절감의 주요 플레이어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번 아티클은 일상 생활에서 다양한 제품 및 서비스를 소비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지금껏 생각해보지 못 한 변화의 키가 있다면 무엇일까?’하는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편집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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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특히 에너지 절감 문제는 대규모 인프라와 거대 산업의 솔루션이 주효한 영역으로 평가받고 있어, 개인 또는 소비자 영역의 노력이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아왔다. 그러나 환경 문제 해결이 전세계적으로 큰 화두가 되고 있는 지금, 소비자의 작은 노력도 문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최근 소비자가 환경 문제 해결에 동참할 수 있는 새로운 솔루션이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는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탄소 배출이 적은 상품 및 서비스를 소비하여 환경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고, 기업이 에너지 절감 또는 재생 에너지 사용 등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감시하고 압박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기존에는 환경 문제 해결에 직접적인 솔루션을 제공하지 않았던 산업 영역에서도 점차 혁신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태동하며 소비자의 참여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 본 아티클에서는 소비자가 에너지 관점에서 환경 문제 해결에 동참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을 사례를 통해 확인해보고자 한다.
새로운 관점의 소비가 에너지 절감/효율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개인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소비재 분야에서도 혁신을 통해 에너지 효율화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기업이 상품을 만들고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기획-생산-유통)에서 환경 솔루션을 적용하여 에너지를 절감하고, 소비자가 이를 소비하게 함으로써 에너지 효율화에 동참하게 만드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소비자의 소비 및 방식이 탄소 배출 절감과 에너지 재생산으로 이어지게하는 혁신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사례 1] 재생에너지를 통한 소비재 생산 :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설화수 등 뷰티 소비재를 생산하고 판매하고 있는 기업 아모레퍼시픽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여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2022년 재생에너지 직접전력거래계약(PPA)을 체결하였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러한 노력으로 연간 2,700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뿐 아니라, 에너지 사용량 절감을 위해 송풍기 제어 시스템 수립, 생산 시설 보온 시스템 변경 등 생산 과정 전반에서 에너지 효율화를 이루어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기반으로 최근 SBTi에서 넷제로 목표 승인을 받아 소비재 분야에서 주목할만한 혁신 사례라고 볼 수 있다.
* 직접전력거래계약 (PPA) 란?
PPA는 Power Purchase Agreement의 약자로, 발전사와 사용자 간의 전력 수급 계약을 의미한다. PPA는 직접 PPA와 제 3자 PPA로 나눌 수 있으며, 국내에서는 풍력,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에 한하여 PPA를 허용하고 있다. 직접 PPA는 재생에너지 생산자와 사용자가 직접 전력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통해 전기 요금 상승과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직접 PPA는 재생에너지 사용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기업의 RE100을 이행할 수 있는 주요 솔루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례 2] 소비 방식의 전환으로 에너지 혁신 : 밴드 콜드플레이
Fix you, Yellow 등의 명곡을 통해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는 2022년 캘리포니아 콘서트 현장에 트램폴린과 자전거를 설치했다. 관중들이 이 트램폴린과 자전거를 이용하며 만들어 낸 전기는 배터리에 저장이 되고, 콜드플레이는 이 전기를 콘서트에 사용했다. 또한 공연장에 특수 바닥재를 설치하여 관객이 뛰어노는 움직임을 에너지로 전환하였다.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밴드 콜드플레이의 이러한 노력 뿐 아니라 최근 런던에서는 탄소 제거 기술을 도입한 공연장이 등장했고, 국내 아이돌 블랙핑크는 2023년 월드투어에서 탄소 발자국을 계산해 볼 수 있는 ‘YOUR GREEN STEP’ 캠페인을 운영하였다. 공연 및 콘서트는 다른 문화예술 활동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며 공연 업계에서는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소비 방식의 혁신으로 ‘지속 가능한’ 활동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 감시, 참여’를 통한 간접적인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소비재가 아닌 산업의 경우에 시민들은 지속적인 감시를 통해 실질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경영 활동이 가능하게 영향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CEO들은 대체로 ‘ESG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는데, ESG의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는 ‘기업의 이미지 개선’을 꼽았다. 환경 문제와 관련하여, 기업의 문제 해결에 대한 노력이 대외적인 평판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한편, 지속적이고 면밀한 소비자의 관심이 없다면 ‘그린워싱’과 같은 포장에 그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한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에 대한 목소리와 함께, 지역사회에서 관련한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 절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사례 3] 지속가능한 소비를 위한 새로운 소비자운동 : 에너지위너상
소비자 운동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1983년 결성된 단체 (사)소비자시민모임은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소비 활동을 실현하기 위하여 1997년부터 ‘올해의 에너지위너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소비자시민모임은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시장 전반에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이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기업의 활동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존의 소비자 운동과 달리, 소비자의 선택이 기업의 변화를 만들어 지속가능한 소비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에너지위너상 수상 기업은 시스템 대기 전력을 저감하거나, 주기적 교체가 필요 없는 재사용 가능 필터를 탑재해 일회용 폐기물을 저감하는 등 기술혁신을 주도한 제품에 수여되며, 에너지위너상 수상 기업을 확인함으로써 에너지 사용 제품이 에너지 효율 등급 외 혁신할 수 있는 에너지 효율화의 측면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례 4] 시민참여를 통한 에너지 정책 제안 : 안산시
안산시는 에너지절약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시민이 주도하여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자 2005년부터 주민과 행정 조직, 지원단체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노력해왔다. 각종 캠페인은 물론, 신재생에너지 확대 보급, 주민참여 거버넌스 구축, 에너지 관련 규제 개선 등 에너지 효율화와 탄소 저감을 위한 실질적인 활동을 이어온 안산시는 2020년 국가 에너지 전환 공모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소비자 참여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산업간 융합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지속가능한 사회 및 기후 변화와 같은 아젠다는 최근 몇년 간 문화예술계에서도 주요한 화두이다. 초기에는 환경을 주제 또는 소재로 한 예술 활동의 확대 정도였다면, 현장에서의 지속적인 논의는 창작의 방식과 시설 운영의 방향으로까지 빠르게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문화예술계 역시 경계를 넘나드는 산업의 영역으로,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한 새로운 움직임이 등장함에 따라 소비자가 에너지 효율화에 기여하는 참여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것이다.
[사례 5] 전통적인 순수예술의 혁신 : 현대무용 안무가 제롬 벨
앞서 사례로 소개했던 영국의 밴드 콜드플레이는 환경 보호를 이유로 공연 개최를 중단하였다가, 관객이 생산한 에너지를 활용하는 새로운 솔루션으로 투어를 재개하고 지속가능한 공연을 만들어가고자 하였다. ‘농당스(non-danse)’의 선구자로 유럽에서 크게 주목 받고 있는 현대무용 안무가 제롬 벨 역시 탄소 배출을 막기 위해 비행기를 탑승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전통적인 현대무용 작업 과정에 혁신을 만들어 냈다. 제롬 벨이 제시한 프로토콜과 안무 스코어를 바탕으로 다른 나라의 창작/제작팀이 협력하는 방식인 것이다. 2020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한국 안무가 김윤진 감독이 국내 무용수들과 함께 제롬 벨의 연출을 성공적으로 구현해내며 국내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에너지 효율화에 기여하며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다.
소비자와 같은 개인이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양이 절대적으로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누군가는 개인의 노력보다는 거대 산업이 나서서 혁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하고, 실제로 국내외의 협약 및 정책은 기업의 이행 책임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에너지 효율화, 탄소 절감에 동참하지 않는 이상 ‘넷제로’는 실현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에너지 과잉 소비국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에너지 소비량이 많고 이로 인한 탄소 배출 문제가 심각한 편이다. 소비자의 적극적인 변화가 있어야 탄소 배출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우리 생활 속에서 에너지 효율화와 밀접한 부분들이 많다. 소비자로서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안 또한 매우 다양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 중 48%가 녹색 에너지사용 또는 무탄소 배출 제품에 추가비용 지불 의사를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소비자의 이와 같은 변화가 만드는 녹색 사회를 기대해 본다.
작성자 : 임팩트스퀘어 우아영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