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화석연료 눈치싸움은 이제 그만!

개발도상국의 이상한 악순환

개발도상국의 부채가 심각하다는 기사를 보았다. 경제불황과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부채는 감당할 수 없이 늘어났으며 이를 빠르게 갚기 위해 값싼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것은 세계가 지향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개발과는 반대되는 길이다. 당장에 빚을 갚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환경문제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졌고, 이러다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다. 안타깝게도 빚에 허덕이는 개도국은 대부분 기후와 관련한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기후위기 취약국’이기도 하다. 지난 23년 베트남 북부 지방의 최고기온은 섭씨 44도를 넘어섰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이례적인 폭염 현상이 거듭하여 일어나고 있다.

개도국 입장에서 기후위기 대응은 매우 시급한 문제이지만, 빚을 갚기 위해 일단은 화석연료를 계속 태우고, 산업 개발에 매진해야 만 하는 아이러니한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부채와 개발에 맞서는 아시아인 행동’의 매 부에나벤투라(Mae Buenaventura) 활동가는 개도국의 부채문제와 관련하여 "부채 탕감은 부유국과 대출기관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부채 부담을 직접적으로 덜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눈치 주는 선진국, 하지만 일견 초조한 속사정

부채 탕감과 같은 금융적 조치도 물론 필요하지만, ‘기후 위기’와 관련한 상이한 입장도 문제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히는 기후위기해결을 논할 때, 항상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오가는 묘한 눈치싸움이 있다. 바로 화석연료 사용에 관해서다. 사실상 선진국은 이미 수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많은 자본을 축적하였으며, 경제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풍부한 자본과 기술로 선진국은 환경을 위한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연구가 한창이지만 개도국은 이제 기초산업개발이 한창이다. 

이 상황을 배경으로 이미 부유한 선진국이 아직 개발이 한창인 개도국에게 화석연료를 규제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아보인다. 개도국 내에서는 아직 기본적인 삶의 질 조차 갖춰지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현대화 발달로 선진문물을 다 즐겼으면서, 개도국에게 개발을 멈추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들도 언제든지 더 개발하고, 선진국 수준의 삶을 즐길 권리가 있다. 무엇보다 어느 누구라도 기후위기로 고통받을 의무는 없다. 개도국이 성장을 위한 기술 개발을 이루어내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나가야 하는 것은 모두가 협력해야할 부분이다.

더하여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직접 뛰어들 수 밖에 없는 환경도 조성되고 있다. 선진국 기업의 경우, 해외에 공장을 짓거나 원재료 소싱 채널을 만들 때에 반드시 ESG 관련 항목을 검토하게 되어 있다. 즉, 개발도상국 진출을 희망하는 선진국 대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에너지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수 많은 선진국도 해외 진출 및 확장에 제동이 걸린다. 이를 가치사슬 관리라고 하는데, 선진국의 대기업도 이 가치사슬을 지속가능하게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개발도상국의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마냥 손놓고 구경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Early Warning for All’ action plan unveiled at COP 27 ©Reuters

돈은 모이는 것 같은데⋯.

최근 COP28에서 새로 공식 출범된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이 두드러지는 성과로 관심을 받았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들에게 금전적 지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당 기금이 조성되었다. 기존에도 기후기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혹시 인천 송도에 위치한 ‘녹색기후기금(GCF)’을 들어보았는가? 녹색기후기금도 개도국의 기후위기 대응을 지원하는 기금이다. 이 외에도 지구환경기금(GEF), 적응기금(AF), 최빈개도국기금(LDCF), 특별기후변화기금(SCCF)등과 같은 기후재원들이 있다.

기후재원은 지속적으로 규모가 확대될 예정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재원을 어떻게 쓰느냐에 대한 문제이다. 기후변화 취약 주민 및 지역 생계에 대한 부문의 지원은 커지고 있는데, 여전히 환경문제는 크며 문제의 심각성을 해결하기에 속도가 더디어 보인다. COP28에서는 ‘에너지 확대’를 주요 안건으로 정하여 2030년까지 풍력 및 태양광 발전과 같은 재생 에너지의 용량을 3배로 늘리고 에너지 효율 개선 속도를 2배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이를 실현 위해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할 자본과 기술이 없는 개도국에게 풍부한 재원을 바탕으로 고도화된 지원이 더욱이 필요해보인다.

*COP: 1992년 유엔 환경개발회의에서 체결한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매년 개최하는 당사국들의 회의

코너에 몰린 동남아시아, 기후 테크로 숨통 트이나

개도국의 성장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필수이지만 그들의 부족한 자본과 기술로는 신재생 에너지 전환은 역부족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도국의 기후 테크 스타트업 기업의 참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제한된 짧은 기한 내에 선택과 집중해야 하는 스타트업의 경영 방식은 ODA 프로젝트의 성공 공식과 맞닿아 있어 수행에 많은 이점이 있다.

해외 스타트업의 녹색 ODA 수행동향을 보면,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발전하여 VC(Venture Capital)로부터 투자 유치까지 이어지는 선순환을 형성하고 있다.

해외 스타트업의 녹색 ODA 수행 동향 (출처: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위 표는 스타트업으로서 성공한 녹색 ODA 사업이 투자 유치로 이어진 사례를 정리한 것이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대한민국의 D3쥬빌리파트너스가 초기에 발굴, 투자한 해외 스타트업으로는 ‘Sunfunder’가 있다. 이 스타트업은 ODA를 통해 아프리카와 인도의  태양광 발전 사업 부채조달 중개 플랫폼을 만들었다. 저개발 국가들은 국가와 지역사회의 니즈를 모아 태양광 발전을 도입하려해도 초기 설비와 운영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반대로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은 성장성 있는 투자할 기회를 찾지만, 지역 정보와 접근성에 한계가 있어 아프리카 같은 마켓 자체를 잘 발굴하지 못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Sunfunder는 채권발행에 의한 아프리카 태양광 발전 사업 조달 플랫폼을 만든 뒤, 사하라 이남 23개 국가를 대상으로 2억 달러(약 2671억원) 이상의 자금을 중개했다. 이로 인해 800만 명의 새로운 인구가 나무를 태워 얻는 에너지원에서 벗어나서 태양광 발전 전력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연간 75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 효과를 갖는다. 더불어 전력 접근성이 낮은 아프리카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여 식량 자립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말 필요한 기후테크를 찾아 임팩트를 내게 된 사례이다.

동남아시아는 지금, 기후 테크 스타트업을 기다린다

대한민국 녹색 ODA 참여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코이카의 포용적 비즈니스 프로그램(IBS), 기술·재원을 활용한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TS)으로 개발협력이 기술혁신을 갖고올 수 있도록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동남아는 산업화에 일찌감치 성공한 선진국들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피해자다. 그리고 가까운 우리들의 이웃국가이기도 하다. 임팩트스퀘어는 동남아 중에서도 베트남을 대상으로 IBS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육성지원, 투자집행 등을 통해 그들의 성장을 돕고자 하고 있다. 

*베트남 임팩트 스타트업 공모전 ‘ICAS’는 2022년부터 시작하여 2023년 두 차례 열렸고, 올 해도 오픈예정이며 준비중에 있다. 공모전에 대한 정보는 해당링크를 통해 더욱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관련하여 지난 23년 ICAS(Impact Challenge at SEA) 공모전에서 환경 테마 우수기업으로는 Alterno가 선정되었다. Alterno는 친환경 에너지 저장 시스템, 모래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베트남은 현재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하여 정책적/민간 투자를 활발히 유치하고 있다. Alterno는 이것을 기회로 모래배터리를 만들어냈고 ICAS 공모 사업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서비스를 기획하며 마일스톤을 세워나가고 있다.

기술혁신은 현지 스타트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스타트업도 진출해볼 수 있다. 코이카 CTS프로그램 통해 ‘포이엔’ 이라는 국내 스타트업은 탄소감축을 위해 땅콩껍질을 활용하여 고형연료를 만들어 보급하는 사업을 진행하였으며, 향후에는 땅콩껍데기 뿐 아니라 커피박, 고춧대 등 농업 부산물을 바이오매스로 확대할 계획이라 밝혔다. 포이엔은 SK에너지와 협의하여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숯공장 건설을 통해 미얀마 주민고용창출(연간 15명)과 탄소배출권 확보(연간 6720t)라는 성과를 얻게 됐다. 

눈치싸움을 종료시킬 기술 혁신을 기대하며

지속성’, 이 단어는 기업 생존을 위해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기업이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성공적인 해외사례를 보면 미국, 유럽과 같은 국가들은 사업관리의 체계화를 통해 사업 연계 및 지속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업관리의 체계화란, 사업을 운영하는 주체(정부 혹은 운영사)가 사업의 마일스톤을 점검하고 보완하여 성과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의 성공과 스케일업을 판단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임팩트스퀘어 역시 국내 기업이든 해외 기업이든 동일하게 내부 진단표를 활용하여 각 사업의 적합한 마일스톤을 수립하게 도와주며 초기 고객군의 시장 수요를 확인하고 가설을 검증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기업관리를 하고 있다.

기후 ODA시장은 문제에 대한 수요가 워낙 선명하기 때문에 임팩트가 클 가능성이 분명하다. 그린 에너지, 친환경 모빌리티 등 개도국의 수요가 크고 우리에게 강점이 있는 분야에 대해 중점적으로 지원한다면 지속과 성장이 기대되는 스타트업들이 나타날 것이다.

임팩트스퀘어는 베트남을 시작으로 국내 뿐만 아니라 각 현지의 임팩트 솔루션을 가진 기업을 발굴하고 해당 사업이 지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발굴된 스타트업들이 보유한 아이디어가 ‘기술혁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자본과 영향력이 많은 민간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이다. 곧 국내 기후 ODA사업도 해외 사례처럼 대기업과의 협력이 더욱 활성화 되고, 추후 민간 VC에게도 투자가 활성화되어 순환되길 기대해본다. 필요한 지역에 더 많은 임팩트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멀지 않은 시일 내 화석연료에서 신재생 에너지 전환이 되어 더이상 화석연료 눈치싸움이 사라지기를 바라본다.

작성자 : 임팩트스퀘어 조예신 매니저


Previous
Previous

사회서비스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을 수 있을까?_Part 1.사회서비스에 대한 흔한 오해

Next
Next

미치광이 코뿔소, 베트남에 가다_bTaskee 케이스 스터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