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을 수 있을까?_Part 2. 결정적 모멘텀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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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12월, 사회서비스 투자 펀드의 1호 투자 기업으로 ‘큐라코’가 선정되었다. 큐라코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사용하는 배설케어로봇 개발 기업으로서, 환자들의 배변 시 위생  개선 뿐만 아니라 보호자, 돌봄 종사자의 업무 부담을 줄일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을 생산 및 판매한다. 큐라코는 사회서비스 투자 펀드로부터 받은 10억원을 제품 생산 기반 확충과 국내 보급 및 확산, 관련 홍보·마케팅에 활용할 예정이다.”

- 연합뉴스 中 -

약 145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여 대표적인 취약계층으로 구분되는 노인과 장애인을 위해 투자를 집행한 기관, 바로 보건복지부다. 보건복지부는 디지털·첨단기술을 활용한 사회서비스 혁신 기업에 투자하고자 ‘사회서비스 투자 펀드’를 조성하였으며, 투자로부터 회수되는 재원을 다시 사회서비스 관련 분야에 재투자해 투자-성장-재투자의 선순환 고리를 구축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위 글을 읽고 나서 다음 질문 중 한가지라도 궁금해 본 적 있는 독자라면 이번 호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 정부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해왔던 사회서비스, 정말 민간이 관여할만큼 시장 가능성이 있나?

  • 취약계층을 상대로 하는 사회서비스 분야, 진짜 수익성이 있나?

  •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한 동기로 창업한 나, 진짜 투자 받을 수 있나?

정답부터 이야기하자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은 모두 Yes다. 아래에는 사회서비스 펀드 조성에 얽힌 정부, 투자자의 기대와 실제 액션 및 관점을 다루고 있다. 아직 풀리지 않은 그 질문을 가지고 아래의 내용을 읽어주시기를 바란다. 

1. 정부는 사회서비스 분야의 스타트업을 기대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아직까지도 ‘사회서비스 기업의 가치수요자는 취약계층에 한정되기 때문에 정부와 같은 대체지불자가 필요하거나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당신이 알고 있던 개념은 전통적인 ‘사회복지서비스’에 머물러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은 수급자 등 빈곤층에 한정되어 국가가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사회복지서비스’가 아니라, 서민과 중산층까지 확대되어 지자체와 다양한 기관이 수혜자 부담과 더불어 제공하는 ‘사회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수혜 대상이 확대됨에 따라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 규모는 급격히 증가했고, 그 해결방식 또한 수요자 중심의 지원 방식에 맞게 여러 갈래로 세분화되었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예산을 증액했고,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사회서비스 분야의 혁신기업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벤처투자자들은 대부분 IT 분야에서 성공해왔기 때문에 사회서비스 분야의 투자 전문성을 쌓아가기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반면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사회서비스 기업의 성장성이 검증된 투자 사례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사회서비스 분야의 스타트업을 기대하며 펀드를 조성한 이유인 것이다.

2. 투자자는 숲을 보고 나무를 키울 준비를 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불가능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면 실제 투자 사례를 보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임팩트 투자사들은, 사회서비스 분야라는 숲을 좀 더 세밀하게 분석 및 예측하고 숲에서 성장하며 그를 확장시킬 수 있는 나무, 즉 사회서비스를 혁신할 수 있는 기업을 진정성있게 발굴하고 있다. 이때, 투자자들이 집중하는 숲과 나무는 각각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 사회서비스 시장은 ‘항상 존재’한다(취약계층 자체 확장)

    여기 취약계층의 문화접근성을 위해 문화콘텐츠를 제작 및 교육하는 기업, ‘어나더데이’가 있다. 아동,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사회복지 구축망이 확대되면서 프로그램 기획 및 제공에 대한 수요는 항시 존재해왔다. 어나더데이는 후각을 활용하여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용 물감 키트 ‘아로마 아트’와 같은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경력단절여성 등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분야의 강사양성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주로 B2C나 B2B를 대상으로 하는 유사업체와 달리 사회복지시설 및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B2G 시장을 선점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지게 되었으며, 2021년 한국벤처투자의 매칭 펀드를 통해 첫 투자 유치를 실행한 후 동년도 하반기 임팩트투자부문에서 추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현재는 Pre-A 투자를 준비중에 있으며 B2C까지도 판로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 사회서비스 시장은 ‘확장 가능성’이 높다(중산층으로 대상 확장)

    식사 소외를 디지털 전환하여 소외계층의 영양 개선을 추구하는 '나눔비타민', 액티비 시니어를 대상으로 프리미엄 나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페런츠'는 사회서비스가 어떤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각각은 기존 정부 시스템 안에서는 더이상 접근성을 강화할 수 없었던 페인 포인트를 확인, 실제 서비스 수요자의 핵심 니즈를 각각 디저털로, 프리미엄 콘텐츠로 확장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낸 사례로 꼽힌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사회서비스 혁신 사례? 이 네 가지 유형 먼저 확인하라!’편에 케이스 스터디 사례로 넣어두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일독을 권한다.


3. 임팩트 투자자가 숲에 접어든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어나더데이, 나눔비타민 그리고 포페런츠는 임팩트스퀘어의 투자 포트폴리오이다. IBR 3월호의 주제로 ‘사회서비스’를 선택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며, 임팩트스퀘어가 사회서비스 분야의 밀접한 당사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 심의를 진행하는 심사역들은 과연 어떤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하게 된 것일까? 만약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더욱 기대되는, 혹은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요소가 있다면 무엇이었을까? 임팩트스퀘어 투자 총괄 전승범 이사의 짧은 인터뷰를 통해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자. 

Q1. 그동안 명칭은 달랐지만 사회복지 영역에 늘 비즈니스 시도가 있어 왔는데요. 특히 이번 사회서비스 투자펀드 조성을 기점으로 해당 영역의 투자를 더욱 가능성 있게 보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시장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자본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만큼의 시장 성숙도가 크지 않았을 수 있지만, 이제는 인구구조변화기술의 성숙도 등으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죠.

예를 들어, 과거 로봇 기술은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이 높았었습니다. 최근 로봇 기술은 기술의 고도화 혹은 다변화 그리고 새로운 소재의 도입 및 대량생산 등을 통해 도입비용이 점차 낮아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로인해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죠. 특히 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서비스 분야에 대한 기술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그 특정 기술이 취약계층에게도 적용가능한 시점이 온 것입니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기업가와 그들의 도전을 킥오프할 수 있는 투자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임팩트스퀘어는 사회서비스 혁신이 차상위계층과 같이 공공영역으로부터 소외된 영역에도 사회서비스 효용이 닿을 수 있도록 접근장벽을 낮출 것이라는 가설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이전부터 동행하고 있는 *오파테크, *어나더데이를 포함하여 최근 투자한 *포페런츠. *나눔비타민 등 ‘인간 중심의 기술’을 다루고 있는 기업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 기업들을 육성 및 지원함으로써 해당 영역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자본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Q2. 신규 창업, 투자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무언가 시도해보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대표적으로 참고할 만한 성공 사례가 없어보여 살짝 망설여 질 것같은데요. 그럼에도 해당 분야에 진입하고 싶다면 어떤 점을 고려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직 사회 서비스에 대해 전체적 담론, 컨센서스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오히려 이것을 기회로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시기에 먼저 움직인다면 기업, 공급자 입장에서 모두 선제적 우위를 가질 수 있거든요. 우선 시장을 특정지어 범주화하기 보다는 그 안에 있는 ‘고객’을 보고 시장에 들어오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시장 형성이 충분히 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시장을 범주화 하는 것은 추후 시장 변화에 대응할 때 불편한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로, 사회서비스 산업의 독특성과 고유성을 인정하고 학습해야 합니다. 그동안은 경제활동인구 등 노멀한 집단의 불만족 욕구만을 해결해왔다면, 이제는 새롭게 등장하는 집단의 특성에 대해 더 미세하게 이해하고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노인층의 경우 정보탐색에 있어 소극적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어떤 브랜드에 고착화되거나 충성고객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고령화 시대에 이것은 기회일 수 있죠. 이러한 학습과 가설을 통해 노인층이 비즈니스 영역에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각 공급자들이 사회서비스에 대한 정의와 가치 관점을 만들어 증명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65세 이상을 위한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사회서비스야’라고 정의내리면 너무 포괄적이라는 것이죠. 노년층이 되었기 때문에 겪을 수 있는 특정 어려움과 불편함 등을 해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범위를 좁혀야 합니다. 적어도 운용사 내부에 ‘이런 것들이 사회서비스야’ 라고 정의내릴 수 있을 만큼의 가치기준과 투자관점을 첨예하게 만들어 나가며 사회서비스 영역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과정들이 필요합니다. 

Q3. 마지막으로 사회서비스에 도전하는 생태계 구성원들에게 한마디 하자면요?

해당 영역에 경험이 적은 공급자일지라도 각자의 사회서비스 정의와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사회서비스 영역의 시장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생태계가 커지는 과정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이 정도면 사회서비스로 인정해줄 만 하지’라는 모두의 동의, 컨센서스가 이루어지는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각 개별의 주장들이 다양하게 던져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생각들이 충분히 토론과 시장검증을 거치다 보면 사회적 합의가 되는 것이고, 이렇게 생태계가 건강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퍼스트 무버로서의 시장 진입에 기업가들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 이게 필요하다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작은 공급자들도 아직 이 시장에 많이 없으니 퍼스트 무버로 들어와야 된다는 주장도 솔직히 하고 싶네요. 많은 이들이 사회 서비스 가설을 가지고 용기내어 시도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사회서비스 솔루션이 필요하다.

최근, EU에서 ‘소셜 택소노미(social taxonomy)’를 발표하며 사회적 관점에서의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에 주목할 것을 강조하는 등  ‘S’부문의 중요성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 ESG 채권시장의 흐름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2016년 전체 ESG 채권 중 녹색 채권(green bond)이 84.0%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2020년에는 50.3%로 줄어들고, 사회적 채권(social bond)은 전년도에 비해 4배 증가하며 가파른 증가 폭을 보였다(Climate Bonds Initiative, 2021). 전세계 사회적 채권의 85.1%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시장의 자금 흐름이 ‘S(Social)’로 모이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다.

여기에 임팩트 투자자들의 기민한 레이더가 그 가능성을 향하고 있으니 사회서비스 영역의 임팩트 투자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모두가 직면한 오늘, 그리고 내일의 솔루션을 담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더욱 혁신적인 솔루션이 나와주기를, 또한 그들의 도전을 적극적으로 응원하며 함께 나아가는 임팩트 투자자가 더욱 늘어나기를 바라본다. 


작성자 : 임팩트스퀘어 조예신, 이채린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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