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사회문제 해결 주체가 될 수 없을까 : NYTimes 칼럼을 중심으로
2014. 8. 11. 12:11
끝나지 않는 논쟁
지난 7월 15일, 뉴욕타임즈의 경제 칼럼리스트 Eduardo Porter가 ‘Motivating Corporations to Do Good'이라는 칼럼을 기고하면서 다시 한번 사회에서 기업의 역할에 대한 논쟁에 불을 지폈습니다. 언뜻 제목만 봐서는 사회에서 기업의 역할을 더욱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모티베이션에 관한 내용인 것처럼 보이지만, Eduardo Porter는 칼럼 내내 기업이 ‘사회에 좋은 일(Do Good)’을 하도록 하는 강력한 동기는 없다는 주장을 고수합니다. 금융위기나 엔론사태와 같이 때때로 그런 모티베이션에 대한 긍정적인 사인을 주는 사건들이 있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이윤 추구’라는 동기가 사회에 좋은 일(Do Good)을 하게 하는 동기보다 항상 크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사회 영역에서 기업의 역할은 한정적이라는 것이지요.
사진 1. Eduardo Porter의 칼럼: Motivationg Corporations to Do Good
이에 공유가치창출 아젠다를 주도하고 있는 SVI(Shared Value Initiative)의 Mark Kramer 가 보름 뒤 ‘Profit: The New Corporate Motivation to Do Good’이라는 제목의 반박 기사를 게재하였습니다. 기사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Kramer는 Eduardo Porter가 말한 ‘이윤 창출’에 대한 욕구야 말로 기업이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도록 하는 가장 큰 동기라고 주장합니다.
공유가치창출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GE, 네슬레 같은 기업들이 단순히 좋은 일을 하겠다는 동기만으로 에너지 효율적 제품을 개발하고 저지방 제품을 판매한 것이 아니라, 엄밀히 그에 따라 기대되는 경제적 이윤을 고려한 경영 전략이었으며 동시에 각각의 사회 문제 해결에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사진 2. Mark Kramer의 반박기사: Profit: The New Corporate Motivation to Do Good
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더 커질 수 있을까?
흥미로운 점은 두 사람 모두 기업의 가장 강력한 동기는 ‘이윤 추구’라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이러한 기업의 특성과 관련하여 “그래서 기업은 앞으로 사회 문제에 더 큰 역할을 하게 될까?”라는 질문에는 상반된 결론을 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Eduardo Porter는 이윤 추구가 가장 강력한 동기이기 때문에 기업이 사회에서 역할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라는 입장이고, Kramer는 그렇기 때문에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의견의 차이는 결국 “사회문제를 비용 즉 상충관계로 볼 것이냐, 아니면 또 하나의 비즈니스 기회로써 양립 가능한 관계로 볼 것이냐”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문제 해결에 기업이 개입하는 것이 이윤 창출과 반비례 관계에 있다면 이윤 창출이라는 강력한 동기를 가진 기업의 입장에서 사회적 역할은 한정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둘의 관계가 양립할 수 있다고 인식한다면 사회적 역할이 더 확장되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사진 3. 정녕 사회문제와 이윤 창출은 평행하는 기찻길처럼 서로 만나지 못할까?
그렇다면 이제 문제는 다시 “’기업의 이윤창출과 사회적 가치 창출이 양립'이 실제로 가능한가” 로 넘어가게 됩니다. Kramer를 필두로 한 CSV 진영은 물론 이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합니다. 반면에 Eduardo Porter는 그 가능성 자체에 대해서 부정하고 있는지는 이 칼럼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이윤창출과 사회적 가치 창출이 상충관계에 있다는 기존의 인식에 머물렀다는 점, 또 그 결과 섣불리 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확대될 수 없다는 결론을 맺고 있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CSV: ‘사회문제 해결 주체’ 로서 기업의 가능성
Eduardo Porter의 칼럼의 가장 아쉬운 부분은 이처럼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로서 기업의 가능성을 놓쳤다는 점입니다. 그는 심지어 칼럼 말미에 사회문제 해결은 결국 정부가 더 잘할 것이라는 다소 허무한 결론에 도달하고 있는데요.
물론 Eduardo Porter가 제기한 CSR을 둘러싼 낙관론에 대한 비판, 특히 윤리적 소비의 등장, 정보기술 발달로 인한 투명성 요구 증대와 같은 사회적 요구로 인하여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고 합리적입니다. CSR을 둘러싼 낙관론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사회적 압력이 실질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행동을 더욱 확대시킬 만큼 강력하지 않다는 점은 이미 여러 연구와 책을 통해서 지적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그래서 기업은 사회 문제에 더 큰 역할을 할 수 없다.”라는 결론으로 이르게 되는 것은 다소 비논리적입니다. 이는 법을 어겼거나, 비윤리적인 관행을 갖고 있는 기업이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여 수익 창출에 성공했을 경우에 전자와 후자의 평가가 구분되어야 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전자에 대한 비판을 가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여 환경 영향을 최소화 시킨 성과에 대해 평가 절하시키는 것 또한 비약이라는 것이죠. 물론 반대로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라고 해서 비윤리적 관행이 정당화될 수도 없습니다. 이 두 사안은 엄밀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보다 확장하여 인식함으로써, 사회와 기업이 윈-윈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냈다는 평가는 가능합니다.
CSV는 바로 이 부분, 기업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서 역할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사회문제에 대하여 비즈니스적 접근이 정부나 NPO는 하지 못하는 새로운 해법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사회문제에 대해서 Eduardo Porter의 관점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에 관한 법 규제를 준수하는 것’ 수준에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기대할 것입니다. 하지만 Kramer는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비즈니스적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을 기업에 새롭게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자는 동일한 사회문제에 대해 기업이 문제 해결 주체라기 보다는 문제 발생자가 되지 않는 것 정도를 기업이 사회적 역할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다른 문제 해결주체가 제시한 방식을 따르는 정도의 사회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의사결정은 “어느 것이 비용을 덜 지불할 수 있느냐?” 차원에서 진행됩니다. 이 때 법을 준수하는데 드는 비용이 더 크다면 기업은 사회적 역할을 져버리는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후자는 해당 사회문제에 대해 전혀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한다는 보다 능동적이 역할을 수행하려고 할 것입니다. 동시에 거기에서 경제가치 창출의 기회를 모색하면서 말입니다. 이때 기업의 의사결정은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선택할 것인가? 말 것인가?” 차원에서 진행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혁신적인 솔루션 개발에 성공하게 된다면, 기업은 전자의 관점을 갖고 발견하지 못했을 또 다른 이윤 창출 기회를 잡게 되겠지요.
물론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은 기업이 모든 사회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선다는 것은 아니라는 부분입니다. 어디까지나 경제적 가치가 함께 창출될 수 있는, 즉 공유가치가 창출되는 명확한 목표 범위 안에서 사회문제 해결에 일정 역할을 가져갈 것입니다.
사진 4. 우리는 기찻길도 어느 지점에서는 교차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가끔씩 잊곤 한다.
Eduardo Porter는 사실 칼럼에서 CSR 낙관론에 관한 논의를 비판할 뿐 CSV에 대한 언급이나 직접적인 비판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앞 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윤추구 동기가 기업이 사회영역에 관심을 돌리게 되는 가장 큰 동기가 될 수 있다는 Kramer의 생각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그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욱 Eduardo Porter가 CSV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나타낼지 무척 궁금합니다. 기업의 이윤추구 동기에 대해 공통적으로 긍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CSV에 대해 의외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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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ISQ 이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