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페이지는 왜 빌 게이츠를 두고 엘런 머스크를 선택했나: 자선에 대한 발칙한 도발
2014. 6. 30. 17:43
구글의 최고경영자 래리페이지는 자선단체보다는 혁신기업에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발언으로, 빌 게이츠를 비롯한 거물들이 줄줄이 거액을 자선섹터에 쏟아붓는 것이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는 요즈음의 기업계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기업과 자선섹터, 인류를 위한 발전과 기여에 있어 각각은 서로에 대해 대립적인 입장으로만 바라봐야 할까요? 본 아티클에서는, 이들의 논쟁을 중심으로 기업과 자선섹터의 공존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당신이 만약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억만장자가 되어 있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지 상상해보자. 당장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될까? 아무리 호화스러운 별장을 짓고 외제차를 산다 하더라도 통장 잔고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이런 고민은 행복하기도 한 동시에 매우 쓸모없는 공상이지만 정말로 백만불을 가진 사람들은 실제로 진지하게 이런 고민을 할 것이다. ‘이 많은 돈을 어떻게 하지?’
어떤 이들은 자산을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쓰겠다는 결심을 하기도 한다. 페이스북의 COO 로 오늘날 커리어 우먼의 우상으로 자리잡은 Sheryl Sandberg 도 얼마 전 동참하겠다고 얼마 전 밝혀 화제가 된 Giving Pledge는 자신의 재산 중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부호들의 약속으로, 가진 자로서의 사회적 책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기부 클럽이다. 빌&멜린다 게이츠와 워렌 버핏, 마이클 블룸버그, 마크 주커버그, 엘론 머스크, 제프 스콜 등이 동참하고 있다.
Pledge 가입자들의 프로필에서 한국인의 이름을 아직 발견할 수 없으며, 서양인들이 명단을 가득 메우고 있기에 아쉬움과 부러운 감정을 동시에 느끼면서 왜 한국에서는 이러한 자산가들의 기부보다 평생 절약하며 김밥을 팔아서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써 달라는 ‘김밥 할머니'들의 기부 이야기가 더 익숙한지 의문을 품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억만장자들의 기부 릴레이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신은 여기에 동참할 생각이 없다는 ‘발칙한' 선언을 한 이가 있으니, 2014년 기준, 개인 자산이 323억 달러 (한화로 약 32조 9298억 원)에 달하는 구글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가 그 주인공이다.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느니 엘런 머스크한테 주는 편을 택하겠어요"
TED에서 "Where's Google going next?"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 중인 Charlie Rose(좌)와 Larry Page(우) 이미지 출처
래리 페이지는 TED 에서 “Where’s Google going next?" 라는 주제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자선에 대한 견해를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많은 사람들이 기업은 기본적으로 사악(evil)하다고 생각하죠. 기업이 20년 전에 해오던 방식대로 점진적인(incremental) 변화를 계속 추구한다면 그런 생각은 타당해요. 하지만 오늘날 기업에게 필요한 건 혁신적인(revolutionary)변화에요. 엘런 머스크는 화성으로 가고 싶어해요. 그건 인류에게 가치가 있는 목표죠. 이것이 바로 기업이고 이런 목표가 바로 자선이에요.
구글 안에서 상당한 부를 축적한 직원들이 많아요. 그들은 회사에서 더 이상 돈을 위해 일하는게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고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일을 하고 있죠. 회사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곳이라면, 왜 돈은 못 주겠어요? 전 우리보다 더 야심찬 일을 하는 기업에 도움을 주고 싶은 거에요.”
TED 인터뷰 이전에도 래리 페이지는 자신이 죽으면 재산을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 대신에 엘런 머스크에게 주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엘런 머스크는 영화 아이언 맨의 실제 모델이 된 인물이기도 하며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Tesla Motors, 인류를 화성으로 쏘아 보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진 SpaceX의 설립자이자 CEO다. 그나저나 엘런 머스크 역시 기빙 플렛지에 서약을 했다는데… )
그의 이러한 발언은 비영리 단체보다 기업이 사회에 더 큰 기여를 한다는 신념을 보여준다. “전세계 정보를 체계화하여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미션을 내걸고 있는 구글은 최근 로봇 회사과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기업 Nest를 인수하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지역의 하늘에 풍선을 띄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실험을 진행(Loon Project)하는 등 그 비젼과 포부가 단순히 인터넷 검색 광고로 돈을 버는 기업의 수준을 이미 넘어선 듯 하다.
TED 인터뷰에서 래리 페이지는 지난 15년 동안 구글은 기계가 사용자들을 이해하고 정보를 이해하게 만들도록 하는데 기여해 왔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쌓여 있다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정보 접근성이 높아질 때 개인의 삶이 어떻게 풍요로워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비디오 영상을 하나 소개한다.
아프리카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농부는 밭에서 갑자기 감자가 하나 둘 씩 죽기 시작하는 걸 발견한다. 그는 책을 뒤져가며 원인을 찾아보려 했지만 뾰족한 수를 발견하지 못하였는데, 구글링을 통해 그러한 비슷한 상황에서 개미가 원인일 수 있다는 정보를 발견한다. 그 웹사이트에서 알려준대로 식물에 재거름을 섞어 주었더니 며칠 뒤에 개미가 사라졌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는 세상을 바꾸고 싶으며 테크놀로지, 그 중에서도 인터넷 접근성을 높이는 일이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전국 어디에서든 LTE 로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우리나라처럼 IT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곳은 세계에서 많지 않으며 3명 중 2명 꼴로 여전히 인터넷 접근성이 낮기 때문에 이들을 연결(connected)시키는 일은 여전히 구글에 중요한 도전 과제이다. 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솔루션으로 현재 구글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가 바로 ‘프로젝트 룬(Project Loon)'이다. 하늘 위로 열기구 풍선을 띄워서 인터넷 신호를 전달하겠다는 기발하고도 대담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풍선의 고도와 공기 주입이나 다른 방식의 조작을 통해서 진행 경로를 어느 정도 조정하여 전 세계에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인터넷 유저로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래리 페이지는 성대기능 부분마비라는 질환을 앓아 치료를 받았는데 그는 당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모든 사람의 의료진료 기록이 익명으로 의사들의 연구에 활용된다면 어떨까? 그리고 인터넷 유저가 이 기록 정보에 접근하려고 할 때, 의사가 무슨 목적으로 그 정보를 사용했는지 알 수 있다면, 그걸 보고 자신이 앓고 있는 증상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구글은 실제로 이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겼고 10만 명의 생명을 구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에게 구글이라는 기업의 존재 이유는 돈을 버는데 있지 않고 IT라는 수단을 통해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그리는데 있다.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 믿으며, 그러한 혁신의 나침반이 지구를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면 비영리단체, 재단, 정부보다 기업이야말로 방대한 자본과 최고의 두뇌들로 이 일을 가장 멋지게 만들어낼 수 있는 조직이기에 그가 자선 단체가 아닌 엘런 머스크같은 기업인에게 자신의 재산을 주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인터넷 접근성이 말라리아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죠?”
: Bill Gates 의 반격
래리 페이지의 이러한 발언에, Microsoft 의 성공 이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 명단에서 1위 자리를 좀처럼 내주고 있지 않으며, 이 부를 가지고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세워 자선사업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빌 게이츠를 머릿속에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가 바로 Giving Pledge를 기획하여, 억만장자들에게 기부 행렬에 동참하도록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전세계의 보건(Healthcare) 수준을 향상시키고 빈곤을 경감시키며,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기술 정보에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행’하며 자선 영역의 스타플레이어 명성을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이윤 추구와 사회를 위한 가치 창출이 결국 하나로 통합되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래리 페이지가 견지하고 있다면, 그는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기업 활동과는 별개의 자선 행보를 보이고 있는 빌 게이츠를 은근히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IBR Articles related to this article (제목을 누르시면 원문으로 이동합니다.
마침 빌 게이츠는 Bloomberg Businessweek 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구글이 취하고 있는 자선 활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일침을 가했다.
“말라리아로 죽어가고 있는데 하늘에 와이파이 신호를 보내는 벌룬이 떠 있다 해서 그게 어떤 도움이 되겠어요. 어린이가 설사병으로 죽어갈 때 그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웹사이트는 없어요.”
빌 게이츠는 기업이 핵심 역량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난을 퇴치하거나 말리리아와 같은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해서는 최첨단의 IT 기술 만으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제 3세계에서의 자선 섹터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자선가(Philanthropist) 빌 게이츠의 모습 이미지 출처
“저 자신도 디지털 혁명의 힘을 믿는 사람입니다. 헬스 케어 센터의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연결시키고 학교의 정보도 웹에서 접근 가능하게 만드는 일은 분명 좋은 일이에요. 하지만 저소득 국가에서는 ‘그래, 우리는 말라리아에 대해 이런 행동을 취할거야'라는 직접적인 접근을 취하지 않는 이상 연결성(connectivity)이라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죠.”
구글의 자선: Google.Org 의 등장과 실패 스토리
구글의 창업자가 그렇다고 기부에 등을 돌리고 서 있는 건 아니다. 2014년 2 자료에 따르면, 1억 7730만 달러로 추산되는 그의 stock 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그리고 2012년에는 직접 재단을 설립하여 1억 2380만 달러가 넘는 구글의 stock 을 기부하였다. 래리 페이지와 함께 구글을 공동 설립한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과 그의 부인 역시 2013년에 2억 1900만 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출처 : The Chronicle Of Philanthropy) (이런 개인적인 기부는 그들이 가진 어마어마한 재산에서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이루어진 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창업자 개인 말고, 구글 조직 차원에서는 나름대로 자선영역에 접근해 보았으나 그 성적표가 썩 만족스럽지 않아 보인다. 2005년 가을, 구글은 자선 재단의 역할과 사회적 투자 기능을 갖춘 네트워크 Google.org를 야심차게 기획한다. Google.org는 글로벌 빈곤, 에너지, 그리고 환경 분야에 주력하여 활동을 하는 조직으로 세상에 얼굴을 드러냈다. 2004년 구글이 기업공개를 하며, 이윤의 1%, 주식의 1%, 그리고 IT 분야 최고의 인재들 구글러의 시간을 자선 활동에 투자하겠다고 밝혔기에 Google.org 에 대한 관심은 뜨거울 수 밖에 없었다. 구글 내부에서는 DotOrg 라고 불린 이 네트워크는 일반 기업에서 비영리 법인으로 재단을 독립시켜 운영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구글 안의 비즈니스 유닛으로 부서를 조직하였다. 연구 개발, PR, 마케팅 등의 부서와 동등한 자격으로 자선 활동을 전문으로 하는 DotOrg 부서를 만들고 실리콘 밸리에서 기업가이자 공공 보건 전문가로 알려진 래리 브릴리언트(Larry Brilliant)를 수장으로 발탁하고, 관련 분야에서 유능한 인재들을 공격적으로 끌어들였다.
2005년에 출발한 DotOrg는 기대를 모았지만 그 기대에 비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다가, 2009년 초 래리 브릴리언트의 개인적인 사정과 그의 경영 스타일이 도마에 오르며 그는 물러난다. 구글은 여전히 1%의 약속을 지키고 있지만 더이상 DotOrg로 그랜트를 주거나 투자하지는 않으며, 구글 임원들이 공개석상에서 DotOrg를 언급하는 일 역시 보기 힘들다.
DotOrg 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야심차게 시작되었던 Google.org 프로젝트 이미지 출처
뉴욕타임즈 기사에서는 내부자의 입을 빌려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며, DotOrg 직원들이 부딪힌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는 힌트를 준다.
“비영리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는 한 직원이 2008년에 말라리아, 결핵과 같은 질병을 치료하는데 쓰이는 약을 공급 사슬을 통해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안했어요. World Health Organization 에서 추산하길, 아프리카, 일부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의 개발도상국에서 판매되는 약 중 30% 이상이 위조약이라 할 만큼 이 문제는 심각하죠. 그래서 FedEx 시스템처럼, 텍스트 메시지를 이용해 약이 제조업체의 손을 떠나서 환자에게 안전하게 도달할 때까지 추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였죠.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실제로 위조약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것 같았죠. 하지만 최고의 IT 기술을 다루는 구글 엔지니어들에게 텍스트 메시지라는 수단은 너무 시시해 보였던 것 같아요. 내부에서 이 솔루션을 바라보는 온도 차이가 있었죠.”
DotOrg에서는 분명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들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을 고수하는 분위기가 존재했다. 구글이 비즈니스를 하는 방식에 따르면, 명확하게 문제와 솔루션이 정의되어야 하고 빠르게 그리고 자주 솔루션을 시도해보아야 하는데 이러한 비즈니스 중심의 접근이 반드시 자선 영역에서 통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스탠포드에서 법, 정치학, 철학을 가르치며 DotOrg 에 초기부터 합류했던 조슈아 코헨(Joshua Cohen) 은 1) 오직 구글의 우수한 두뇌와 자원을 이용한 솔루션으로 DotOrg가 필란트로피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점, 2) 구글이 핵심적으로 우위를 가지고 있는 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으로 큰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거란 믿음을 꼬집었다. 구글이 독감 증상에 관련된 검색 결과 데이터를 수집해서 실제로 독감이 발생할 지역을 예상하는 프로젝트 Google Flu Trends 는 실제로 구글만이 할 수 있는 기여를 제대로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받는다. 공공 보건 전문가들도 이 툴을 매우 유용하다고 평가하지만, 동시에 이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개발한 전문가 애슐리 포크스(Ashley La Monte Fowlkes)는 “치명적인 전염병 발생 위험이 높은 곳에서는 컴퓨터 자체가 상용화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따라서 개인 차원에서 이 독감 트렌드 예측 서비스가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따져보면 데이터로만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죠.”라고 꼬집었다. 구글이 지향하는 철학과 문화가 엔지니어링 기반의 구글 핵심인사들에게 뿌리깊이 박혀 있었고, 이들은 사회 문제도 구글답게 해결하고 싶어 했다. 그들은 “게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전략, 새로운 알고리즘을 원했으나 사람, 동물의 발에 기생하며 종양을 일으키는 기니 벌레를 박멸할 수 있는 알고리즘은 존재하지 않았다.”
래리 페이지가 세르게이 브린이 바쁜 와중에 DotOrg 미팅에 참여하게 될 때면, 보고 내용에 흥미를 못 느끼고 그들은 블랙베리를 가지고 놀며 딴짓을 하거나 세르게이 브린은 심지어 갑자기 푸시업을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일어났다고 한다. 비영리 대상 그랜트를 리뷰하는 시간에는 더욱더 중요 인물들의 관심을 사는 게 어려웠다. DotOrg를 디자인하고 래리 브릴리언트를 발탁했던 셰릴 샌드버그가 2008년 초에 페이스북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녀처럼 에릭 슈미츠,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과 같은 구글 임원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브릴리언트는 힘을 더 잃게 된다. 결국 2009년 2월 개인적인 이유를 함께 들며 DotOrg를 떠났고 이미 2008년 말에 조직은 외부에서 온 전문가들이 다 떠나가 버려 공중분해되어 있었다. 그는 사임의 뜻을 밝히면서 그가 재직했던 지난 3년 간의 DotOrg 활동을 다음과 같이 평가하였다.
DotOrg의 수장이었던 래리 브릴리언트(Larry Brilliant) 이미지 출처
“우리가 한 프로젝트를 평가해 보니, 검색 데이터를 이용해서 독감 발생 지역을 추적하는 Flu Trends 나, 집주인들이 에너지 사용량을 체크할 수 있는 Power Meter 가 성공을 거둔 프로젝트로 꼽혔습니다. 훌륭한 비영리 단체를 3년 동안 지원하기도 했지만, 우리의 가장 큰 임팩트는 구글이 테크놀로지와 정보 분야에서 가지고 있는 강점을 가장 잘 활용할 때 나온다는 게 명확해졌어요.”
에릭 슈미츠는 구글 본사에서 떨어져 있던 DotOrg를 직접 관할하기 위해 마운틴 뷰 캠퍼스로 이전시키고 구글에서 신사업 개발 부문에서 부회장 직을 맡고 있던 메간 스미스(Megan Smith)가 기존 직책을 유지하면서 DotOrg 를 지휘하게 된다. Google Earth 와 같이 구글의 핵심 역량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남기고 단순히 그랜트를 제공하는 영역은 과감히 삭제된다.
다시, 구글 WAY 로 돌아가다
구글의 DotOrg는 그 후로 영향력 줄어 들었고 구글은 자선이라는 영역을 따로 추진하기 보다 구글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핵심역량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것이 곧 인류를 위한 것이며 이것이 곧 자선과 다르지 않다는 신념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자선 활동을 강조하기 보다 그들의 문화, 기술, 인재를 가지고 원래 하던 일을 열심히 해 나가는데 집중하고 있는 듯 하다.
이런 구글의 선택을 두고, ‘구글은 이제 자선은 잊어버리고 돈 되는 일만 하겠다는 거 아니냐'라고 바라보는 입장도 있다. 예시로, 뉴욕 매거진의 “Google CEO Larry Page Has a Weird, Troubling Definition of Charity” 아티클에서는 TED 에서 래리 페이지가 한 발언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인류의 안녕을 위한 변화에 비영리 보다 기업이 더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의 기원을 필란트로캐피탈리즘(philanthrocapitalism)에서 찾았는데, 여기에서 강조하는 건 비영리단체가 비즈니스처럼, 비즈니스는 비영리단체에서 서로의 강점을 상호 학습하여 적용하는 수렴(convergence)에 가까웠다. 즉 비영리에서는 전통적으로 비즈니스에서 강조된 성과 벤치마크를 도입, 매트릭스 기반 분석,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책무성 강조 등을 받아들여서 성과를 개선할 수 있으며 동시에 기업에서는 인류가 당면한 큰 문제를 푸는 비영리 섹터의 역할을 보완(supplement)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필란트로캐피탈리즘에서는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래리 페이지는 Tesla Motors 와 같은 혁신적인 기업과 자선단체 중에서 기업에 투자할 때 더 ‘자선적인' 임팩트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아티클에서는 두 가지로 래리 페이지의 시각을 비판하고 있다. 첫째, ‘기업의 첫 번째 목적은 이윤, 특히 주주 가치이기 때문에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는 항상 돈이라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비판은 돈을 버는 것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을 상충 관계(trade-off)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래리 페이지의 관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인다. 구글에서는 주주들을 위한 비즈니스 임팩트와 사회를 위한 소셜 임팩트가 하나의 활동에서 나올 수 있는 미션을 세우고 돈을 버는 일과 사회, 즉 인류의 진보에 기여하는 일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자선 활동을 따로 하는 부서를 만들어 보았으나 결국 우리의 ‘비즈니스'에 집중하는 편이 사회적으로도 더 낫다고 판단되어, Google.org 의 기능을 과감하게 축소한 것이다. 즉 이들의 관점에서는 돈을 버는 것과 사회에 기여하는 일이 우선 순위에서 어느 하나를 택해야 하는 성질이 아니다.
IBR Articles related to this article (제목을 누르시면 원문으로 이동합니다)
두번째 비판은 ‘래리 페이지 식의 자선은 가장 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수혜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다른 곳으로 격리시킨다'는 것이다. 기업가들은 구조적인 접근을 좋아하고 스케일업을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의 당장 오늘의 배고픔을 해결해줄 수 있는 음식을 기부금으로 전달해주는 것보다는,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업가정신을 가진 이들을 교육하는 엘리트 교육기관에 대신 돈을 기부하거나 부모가 없는 아이들에게 생활비를 지원하기 보다 이들을 입양하려고 하는 예비 부모들과 매칭시켜주는 온라인 플랫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접근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아티클에서는 우려한다. 래리 페이지의 선례를 쫓아 기업들이 자선을 이런 식으로 접근한다면 비영리조직에서는 기부자가 증발하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기업에서는 성공적이지 못한 제품을 개발하는데 그 돈이 쓰이거나 임원들에게 두둑한 보수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고 보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을 사는 행위와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를 하는 행위는 분명히 다르며 기업과 자선기관의 차이점을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비판은 래리 페이지가 언급한 ‘부가성(additionality)’의 원칙을 빌려 반박해 볼 수 있다고 생각된다. 래리 페이지는 결정을 할 때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부가성이라는 개념을 항상 염두에 둔다고 TED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즉 ‘내가 하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건데, 쉽게 설명하면 비영리단체에 기부금을 주는 건 굳이 구글이 하지 않더라도 다른 개인 기부자들이나 기업에서 할 수 있는 일으며 따라서 구글이 하든 다른 곳에서 하든 그 투자의 결과가 동일할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선호하는 선택의 보기는 아니라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기에 인터넷으로 세상을 연결하고 정보의 접근성을 높여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은 다른 기업은 할 수 없고 오직 구글만이 할 수 있으며 잘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그러한 일을 계속할수록 만들어낼 수 있는 임팩트는 더 커져요. 그리고 테크놀로지에 대해 더 알수록, 제가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죠. 그리고 이러한 기술 영역에서는 기술에 대해 더 배울수록, 그 다음에 무엇이 가능한지 새롭게 알 수 있죠.”
즉, 그는 자선 단체에 들어가는 돈이 쓸모없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의미의 자선 활동은 구글이 아니라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구글은 ‘구글' 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에 집중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타당하다.
그렇기에 빌 게이츠가 “누구나 자기의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는 거죠. 인류의 삶의 조건을 향상시키는 일과 와이파이 신호를 주는 열기구 사이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저는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뭐 재미는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제가 돈을 투자하고 싶은 영역은 아니에요" 라고 말하는 것과, 래리 페이지의 “인류가 모두 인터넷의 세계에서 연결될 때, 인류는 진보할 거에요"라는 발언은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공존 가능하다.
100주년을 맞은 IBM vs. 카네기 재단: 사회에 더 큰 기여를 한 곳은 어디일까?
참고로 2011 년 이코노미스트에서는 설립 100주년을 맞은 기업 IBM 과 카네기 재단 중 어느 곳이 사회를 더 이롭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는지 비교 분석하는 재미있는 기사 “IBM v Carnegie Corporation: The centenarians square up”를 내보냈다.
다국적 기업과 자선 재단의 영향력을 비교하는 건 오렌지와 사과를 비교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기사에서는 “선도적인 기업 혹은 가장 영향력 있는 자선 단체 중에 어느 곳이 인류를 위해 더 큰 기여를 했을까?” 란 질문에 분석을 시도한다. 테크놀로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IBM, 그리고 미국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가 사업을 통해 쌓은 부를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한 카네기 재단.
밀턴 프리드만은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은 이윤을 높이는 것이다’라고 주장했으며 마이클 포터는 공유가치(shared value)라는 개념으로, 사회와 기업에 동시에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길을 기업의 전략으로 제시하였다.
앤드류 카네기는 자선 활동은 기업이 돈을 많이 번 후에 할 수 있는 활동으로 생각하며, 일단 ‘돈을 버는데 충실하라'는 밀턴 프리드만의 목소리에 더 가까워 보이며 IBM 은 적어도 1914년 토마스 왓슨(Thomas Watson)이 경영권을 잡은 이후로는 공유가치를 기업의 전략에 녹인 기업으로 볼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에서는 보고 있다. 또한 위에서 래리 페이지와 비교한 빌 게이츠 역시,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기업으로 축적한 부를 재단 활동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현대판 앤드류 카네기라고 볼 수 있다.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Andrew Carnegie) 이미지 출처
앤드류 카네기와 IBM 은 초기에 엄청난 돈을 모으지만 그 과정에서 윤리적인 논란에 늘 휩싸였다. 대규모 산업화가 진행되던 역사적인 시기에 탄생하여, 이들이 쌓은 부에 대한 정당성(legitimacy)문제가 늘 제기되었다. 1911년 은퇴를 앞두고 있던 카네기는 2년 전에 펴낸 “부의 복음(The Gospel of Wealth)” 에세이에서 ‘부유한 채 세상을 뜨는 이는 불명예를 남기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재산을 다 쓸 수 없었기에 재단을 통해 자신이 죽은 후에도 사회를 위해 돈을 쓸 수 있도록 재단을 설립한다. 그가 사회에 재산을 환원하기로 결심을 한 데에는 자신의 재산이 무자비하게 노동자들을 착취한 대가라는 ‘죄책감(guilty)’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92년 Homestead 지역에서 일어난 파업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10명이 목숨을 잃었었다. IBM 의 수장 왓슨 역시 그가 이전에 있던 기업 NCR 에서 독점금지법을 위반한 데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 이 둘은 변화의 바람을 조직에 불러온다.
카네기는 오늘날 가치로 30억 달러에 이르는 돈을 초기 기부금으로 내놓았는데, 이 금액은 당시 미국에 존재하는 몯느 자선 재단의 가치를 합한 것보다 더 컸다. 이후 20년 동안 미국 자선의 황금기를 거치며 개인 기부자들은 250개의 새로운 재단을 설립하였으며 이는 총 오늘날 가치로 320억 달러에 이른다. 이들은 카네기 재단이 보여준 ‘과학적 자선(scientific philanthropy)’를 모방하고자 했다.
동시에 IBM 에서는 이후에 대형 기업에서 참조하게 된 고용 관례의 모범을 실천한다. 모든 직원은 같다는 “Man Proposition”을 1915년에 발표하고, 이는 1935년 부터는 동일 노동에 대해 동일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그 범위를 여성으로까지 확대시켰으며 1945년부터는 모든 IBM 직원들은 연금 혜택을 받았다.
IBM의 수장 토머스 왓슨(Thomas Watson) 이미지 출처
그래도 여전히 첫 50년 동안은 카네기의 영향력이 IBM 보다 컸다고 이코노미스트에서는 분석한다. 카네기 재단에서 내놓은 초기 기부금은 연방 정부의 연간 교육 예산의 27배에 달했으며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뉴욕시의 연간 교육 예산보다 두 배에 달하는 돈을 기부하고 있다. 카네기가 1919년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재단에서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카네기의 이름으로 자선 활동을 지속했다. 카네기 멜론 대학 설립, Brookings Institution, TIAA-Cref 라고 알려진 펜션 펀드 등을 설립했으며 미국의 정책적 변화에 핵심적 역할을 한 연구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1944, Gunnar Myrdal, "An American Dilemma: The Negro Problem and Modern Democracy ” & 1959, James Conant, “The American High School Today")
설립 50주년을 맞았을 때, IBM은 22억 달러의 매출, 2억 5400만 달러의 이익을 올리며 116,000 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미국의 선도 기업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기업은 시장에서 상품이 거래되는 가격과 소비자가 지불하고자 하는 용의를 가진 가격 사이의 차이를 의미하는 “소비자 잉여(consumer surplus)”를 창출한다는 데서 IBM 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IBM 은 상업 영역 뿐만 아니라 정부와 함께 공공 영역에서도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큰 기여를 하는데 1935년에 도입된 새로운 소셜 시큐리티 시스템에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대규모 연구 투자를 진행하였다. 1935년에 왓슨은, 당시 95%의 IBM 이윤이 1917년 이후에 단행한 혁신을 통해 창출되었다고 추산하였다. 미국의 우주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아폴로 13호를 구하는데 IBM 의 새로운 시스템이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고 과학자들이 개별 원자를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을 발명하여 순수 학문이 진보하는데에도 기여하였다.
초기 50년 동안 두 곳의 활동이 모두 칭찬받을 만한 것은 아니었다. IBM 은 1937년 히틀러가 본인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에 설득당해 거래를 하였으나 3년 후에 독일은 프랑스를 침공하였고 왓슨은 자신의 실수를 뉘우친 후 나치와 거래를 중단하려 하지만 독일에 위치한 IBM 자회사에서는 계속 기기를 공급했다. 카네기 재단 역시 20세기 초반에 우생학 연구를 지원하여 독일의 인종 말살 정책에 간접적으로 기여하였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카네기 재단에서 제작하여 대성공을 거둔 텔레비전 프로그램 '세사미 스트리트' 이미지 출처
전반 50년에 카네기 재단이 비교적 우세를 보인 반면, 후반의 50년에는 두 곳의 영향력은 역전된다. 카네기 재단에서는 세사미 스트리트와 같은 뛰어난 교육적 효과를 지닌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60년대에 제작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 이후에는 주목할 만한 성과가 없었다. 민간 자선 재단이 아닌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리포트를 통해 철학적인 자기 회의에 빠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더 큰 규모의 재단들이 많이 생겨나기도 했다. 반면 IBM은 2011년 시가총액이 2000억 달러에 이르고 427,000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제품군도 중앙컴퓨터, 개인용 컴퓨터, 컨설팅 서비스 그리고 클라우드 컴퓨팅까지 넓혔고 자선 활동으로 연간 기부하는 금액이 카네기 재단의 수치를 넘어설 만큼 기업 자선의 규모도 같이 커졌다. 1996년에는 미국 교육을 아젠다로,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서밋을 주최하여 학업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툴을 만드는데 기여하기도 하였다.
앞으로도, IBM은 안전한 국경, 깨끗한 식수, 에너지 같은 분야에서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기업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효익을 창출하는 순수 연구 분야에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열심히 하고 있다. 이러한 순수 연구를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목적 뿐만이 아니라 IBM 내의 상품 개발자들과 연구자들이 조인트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하여 연구가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카네기 재단이 쇠퇴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지난 50년 간 재단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사이 정부와 민간 기업의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는 점을 들 수 있으며, 비영리 재단에 100년이라는 시간은 항상 경쟁자의 위협과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기업과 달리 매너리즘을 느끼게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점을 기사에서는 지적한다. 실제로 1990년대 초기에 IBM 은 보유 현금이 거의 바닥나는 위기를 겪기도 했고 최근에는 인도 라이벌 기업이 IBM을 삼키려는 시도도 있었다. 이러한 긴박함의 부족이 재단을 정체기에 놓게 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IBM 과 카네기 재단의 성취를 계량화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100주년 이후 새로운 100 년의 역사를 여는 시점에서 누구의 전망이 더 밝은지는 명백해 보인다고 기사는 마무리를 짓는다.
변화하는 기업과 비영리, 그들이 공존하는 미래를 그리다
IBM과 카네기 재단, 그리고 래리 페이지와 빌 게이츠의 비교를 통해서 기업이 자체의 비즈니스를 통해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이런 선도적인 기업들은 무엇보다 자사의 핵심 역량을 잘 알고 있으며, 자신들의 상품/서비스가 소비자, 더 넓게는 사회에 효용을 제공할 때야 이윤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고 이를 미션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전에는 환경을 오염하여 비용을 절약하고, 노동 시간을 늘리고 낮은 임금을 주어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기업들이 돈을 벌 수 있었지만, 몇몇 기업들은 더 이상 그런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는 한계를 깨달았다. 기업이 사회의 병폐를 낳는 주범으로 공격받던 시절에, 기업은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 소극적인 접근을 취하다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이행할 때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신뢰를 형성할 수 있고 이것이 간접적으로 비즈니스 가치를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됨을 깨달으면서 전략적 사회공헌을 열심히 추진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이러한 느슨한 연결 고리보다는 본연의 비즈니스 자체가 곧 사회의 진보에 기여하는 시각을 가진 비즈니스 리더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들은 지금까지와의 기업 자선과는 전혀 다른 새로의 장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자선 섹터는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래리 페이지가 자신의 재산을 비영리단체 말고 인류를 화성에 쏘아 보내겠다는 기업에 주겠다고 공공연히 밝히는 상황에서, 자선 섹터는 긴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비영리 섹터에서 다룰 수 있는 ‘빅 아젠다'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어느 정도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즉 빈곤, 실업, 교육 같은 큰 사회 문제는 국가에서 손을 놓고 시장의 손에만 맡기고 있을 때 민간 자선 섹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았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국가가 직접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입하는게 당연시되고 있으며, 이제는 기업들마저 자사와 닿아 있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비영리 단체보다 자신들이 더 뛰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비영리 단체가 처한 환경이 변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업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이익을 창출하는데 밀접하게 관련성을 지니고 있는 사회 문제에만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비영리의 역할이 중요함은 절대 부인할 수 없다. 빌 게이츠의 말대로, 구글이 아무리 정보 접근성 분야에서 혁신을 추구하여 지구에 있는 모든 인구가 인터넷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어가는 이들을 위해서는 당장 그 모기를 퇴치할 수 있는 모기장이나 백신 개발이 필요하다. 구글은 백신 개발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IT 기업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HIV/AIDS 문제를 맡길 수는 없다. 여전히 자선 활동을 위한 보조금, 기부금이 필요하고 기업 방식이 아닌 비영리 영역에서 축적한 접근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시도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다. 구글의 접근을 자선에 대한 도전으로 보기 보다, 동시에 빌 게이츠의 접근을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치부할 필요 없이, 개인 혹은 기업의 가치와 우선순위에 기반한 다양한 활동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구글 WAY로만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비즈니스 만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사회 문제 해결에서는 여전히 자선 섹터가 중요한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서로 잠재적 협력의 파트너로 공존하는 길을 모색할 때 사회는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본 글은 다음 자료를 참고하여, 필자가 해석을 덧붙여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New York Times, "Google Finds It Hard to Reinvent Philanthropy", Storm,S. (2011, Jan. 29)
New York Times, "Google Chief for Charity Steps Down on Revamp", H. Miguel. (2009, Feb. 23)
New York Times, "Philanthropy Google’s Way: Not the Usual", Hafner, K. (2006. Sep.14)
New York Magazine, "Google CEO Larry Page Has a Weird, Troubling Definition of Charity", Roose, K. (2014. Mar. 21)
TED, "Where’s Google Going Next?", (Filmed 2014. Mar.)
The Economist, "The Centenarians Square Up", (2011. Jun. 9)
작성자 : ISQ 이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