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or Economics Series #4]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제공하는 효과적인 방법에 대하여 : 조건부 현금이전(CCT) 프로그램 살펴보기
2014. 6. 30. 15:25
Poor Economics는 빈곤 퇴치를 위한 여러가지 솔루션을 인간 본연의 경제적 합리성에 초점을 맞춘 실증적인 접근법으로 분석·평가한 연구서로, IBR에서는 현재 이와 관련한 논의를 주제별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제공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평가되는 조건부 현금이전(CCT) 프로그램에 대해서 알아보면서, 이와 관련된 여러가지 논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조건부 현금이전(CCT) 프로그램이란?
아마타야 센(1985)은 그의 저서 ‘‘자유로서의 개발”에서 빈곤은 단순히 숫자로 몇명이 가난한가? 최저소득이 얼마인가를 나타내는 지표가 아니라, ‘능력(capabilities)’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되고 자유가 억압되는 상황에서 발생될 수 있는 총체적인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센은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가는 모든 시민들이 교육 및 건강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기회의 박탈이 각 개인의 능력의 박탈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자녀들의 교육과 건강에 투자하는 것을 조건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조건부 현금지급 프로그램(Conditional Cash Transfer, 이하 CCT)은 현세대의 빈곤문제를 완화하고, 세대간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브라질의 Bolsa Familia와 멕시코의 Oportunidades(1997년에 시행된 PROGRESA가 2011년 바뀐 이름) 프로그램은 가난한 가구를 위한 건강 및 교육증진을 목적으로 시행되었으며, 이러한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조건부 현금지급 프로그램은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칠레와 터키의 조건부 현금지급 프로그램은 극도로 가난한 사람들(ultra poor)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반면, 방글라데시와 캄보디아에서는 여자 아이들의 교육기회 확대와 남녀평등을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말라위에서는 HIV/AIDS 전염병을 줄이는 목적으로 CCT의 파일럿 프로그램(pilot program)이 시행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림 1. 조건부 현금지급 프로그램(CCT) 현황
사회안전망으로서의 현금지급방식
사회보장체계는 보험가입자의 기여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보험(예를 들어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과 보험료를 부담할 능력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국가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부조(social assistance)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사회부조에는 일정한 소득수준 이하의 사람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현금이전방식(cash transfers)과 음식과 필요한 물품을 지급하는 현물지급방식(in-kind transfers)이 있습니다. 개발도상국가의 경우 사회보장제도의 역사가 짧고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회보험보다는 선별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사회부조 체계가 거의 유일한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직접 소득이나 소비를 이전하는 역할을 하는 현금지급 프로그램은 수혜가구의 경제적 취약성을 보호하고, 자기결정권을 존중함으로써 권리에 바탕을 둔 정책으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거나 면역접종을 받게하는 조건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조건부 현금지급 프로그램은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Millenium Development Goals)를 달성할 수 있는 동시에, 가난한 가구의 빈곤문제를 완화하고 교육과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조건부 현금이전방식은 현물지급시 발생할 수 있는 비리와 횡령의 문제로 인한 누수효과(leakage problem)를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으며, 조건달성에 따라 현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현금의 오용과 남용을 줄일 수 있고, 프로그램의 목표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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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개발도상국에서 조건부 현금지급(CCT)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일까?
조건부 현금급여(이하 CCT)는 일정소득 이하의 가난한 가구를 대상으로 하며, 자녀를 학교에 보내거나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과 같은 특정조건을 달성하는지 여부에 따라 현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브라질의 Bolsa Familia 프로그램의 경우 수혜가구의 자녀들이 85%이상 학교에 출석해야 현금을 받을 수 있으며, 임신한 여성과 모유수유를 하는 여성의 경우는 지역의료기관에서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거나, 위생과 영양관리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CCT는 다양한 방법으로 적용되고 실행되고 있지만, 공통의 특징은 프로그램 참여가구에게 자녀들을 위하여 ‘교육’과 ‘건강’에 투자할 것을 조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표 1. 2008년 기준, 조건부 현금지급 프로그램의 대상 및 시행범위를 나타낸 표(출처:World Bank, 2010)
(1) 수혜가구들의 경제 상황이 어느 정도로 좋아질까?
거시적인 관점에서 조건부 현금지급방식은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수준과 소비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방식은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성공을 거두었으며, 특히 빈곤감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표 2. CCT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
현금이전금액이 많은 니카라과의 ‘Red de Proteccion Social(RPS)’ 프로그램의 경우,가구의 소비수준 향상(20.6%)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멕시코의 경우 소득이전으로 인하여 급격하게 소비의 증가가 발생한 적이 있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현금이전 프로그램은 식량값의 상승과 같은 외부충격에도 가구들이 적절한 소비수준을 유지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제시되었습니다. 또한 소득이전 방식이 일반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적절히 선정(targeting)했다면, 소비에 대한 효과는 빈곤완화로 연결되는 경우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표 3. CCT의 빈곤완화 효과
빈곤율(head count ratio:가구 규모별로 일정한 빈곤선(최저생계비)을 정해 놓고 가구소득이 그것에 미달하는 가구를 빈곤가구로 정의하는 방식), 빈곤갭(poverty gap:빈곤가구의 소득이 빈곤선에 미달하는 정도를 측정하는 것으로서 그 가구의 소득과 빈곤선과의 차액으로 계산), 빈곤격차제곱(Squared Poverty Gap Index)으로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소득이전프로그램은 빈곤완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 수혜가구의 어른과 아이들은 ‘일’ 하는 것을 줄이거나 중단할까?
CCT가 도입되었던 초기에는, 가난한 가구들이 수혜자로 선정되기 위해서 추가적인 소득확보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수혜가구들은 지속적으로 현금을 받기 위해서 ‘가난한 상태(poor econough)’에 머물려고 하며, 따라서 노동시장에 참여해서 소득을 얻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을 경향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관대한 복지급여가 노동시장의 참여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실증연구에 따르면, 캄보디아, 에콰도르, 멕시코, 니카라과에서는 수혜가구의 성인들이 근로 노력을 줄이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니카라과의 농촌지역에서 수혜가구의 남자들은 집과 가까운 거리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비율이 증가하였고, 도시에 가서 일하는 비율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성의 경우에는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에 종사하는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동노동과 관련되어서는 브라질, 캄보다이, 에콰도르, 멕시코, 니카라과에서 아동노동비율이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니카라과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수혜가구의 7세에서 13세사이의 아이들의 노동비율이 5% 포인트(percentage point)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캄보디아에서는 현금을 받는 가구에서 평균적으로 아이들이 돈을 받고 노동시장에 일하는 비율이 10% 포인트(percentage point) 줄어들었습니다.
(3) 수혜가구의 아이들이 교육과 건강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게 되었을까?
CCT를 시행하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교육과 건강서비스 비율이 상당히 증가하였습니다. 멕시코의 경우 시골지역에서의 이용비율이 높았으며, 니카라과에서는 7-13세 아이들의 학교등록율이 12.8% 포인트(percentage point) 증가하였습니다(Maluccio & Flores, 2005). 또한 동료효과(peer effect)로 인하여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지 않는 아이들의 학교 등록비율도 증가하였습니다(Bobonis & Finan, 2008).
CCT는 라틴아메리카서 가장 인기가 있었지만 현재는 전 세계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조건부 현금지급이 장학금과 유사한 형태로 시행되고 있으며. 주로 여자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여자아이들이 학교에 등록하는 비율이 특히 낮았던 방글라데시의 경우, FSSAP프로그램(Khandker, Pitt, & Fuwa, 2003)을 통하여 여자아이들의 학교등록율을 12% 포인트(percentage point) 증가시켰다고 합니다.
표 4. CCT의 교육효과
정기적으로 예방적 건강관리를 받거나 자녀들의 영양상태를 관리하는 것은 CCT 수혜자들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조건입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프로그램 수혜자들이 건강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아이들의 성장과 영양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거나 예방접종에 등록하는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CT가 아이들의 예방검진에 미치는 영향을 결과를 정리한 그림 2에 따르면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아이들의 성장과 영양상태를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행동변화에는 매우 효과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니카라과의 RPS 프로그램(Maluccio and Flores, 2005)에서 0-3세 아이들이 건강센터를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지난 6개월동안 몸무게를 측정한 비율이13% 포인트(percentage points) 증가하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면역접종 효과는 국가별, 프로그램별로 다른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림 2. 니카라과의 RPS 프로그램 대상 아이들의 학교등록율과 건강상태(소득수준별 차이)
프로그램의 영향평가 측면에서 살펴보면, CCT는 일반적으로 교육과 건강서비스 접근성과 이용률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사실 ‘서비스를 몇 번 이용한다’는 수치는 단지 중간결과물(intermediate outcome)에 그친다는 비판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CCT의 최종결과물은 수혜아이들이 지속적으로 학업을 수행하며, 취업을 하며,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것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건강서비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이용 횟수나 면역접종 비율은 중간결과물이며 이를 통해서 아이들의 건강상태가 개선되고, 영아사망율이 감소되는 것이 최종 결과물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멕시코의 사례를 살펴보면, Oportunidades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고 자란 어른들이 그렇지 않은 어른들보다 학교를 수료하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임금수준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학교를 등록한 비율이 높은 것과 학업성적이 좋은 것과는 높은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Macours, Schady, and Vakis 2008; Paxson and Schady 2008).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볼때, CCT의 성공을 판단하는 것은 아직은 좀 더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즉 학교에 등록하고, 면역접종을 받는 비율이 증가하며, 부모들이 아이들의 건강에 관심을 가지는 정도가 증가하고 있으나 장기적인 영향을 측정하기에는 아직 더 많은 시간과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조건부 현금지원과 관련된 몇 가지 논쟁
CCT와 관련된 뜨거운 논쟁 중에 하나는 어떤 상황에서 ‘조건’이라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사실 선별적으로 누군가를 선택(targeting 문제)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을 때 야기되는 논쟁은 ‘선별기준과 대상’일 것입니다. 특히 재원이 한정되어 있는 경우 ‘조건’은 과연 누구를 대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수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CCT 프로그램이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있지만, 한정된 국가재원(또는 원조기금)을 통해서 프로그램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여타의 사업들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사업을 우선시(priority)해야하는가의 논쟁도 있습니다. 절대빈곤에 처해있는 국가에서 조건부 현금지급이 과연 다른 사업들 보다 더 우선시 될 수 있는가입니다. 구체적으로 다같이 먹고살기 어려운 상황에서 더 가난한(이 기준이 모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만) 가구를 선정하여 교육과 건강서비스를 위해서 돈을 사용한다는 것이 과연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의 합의를 얻을 수 있는가? 라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가난한 가구의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는데 중산층이상의 사람들의 세금을 사용하는 것을 다수가 지지하는지, 교육과 건강서비스 제공을 통한 결과물로써 ‘좋은 행동변화’와 ‘긍정적인 외부효과’에 대한 가치를 어느 정도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단순히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이 교과서나 학교 비품을 구입하여 아이들에게 나눠주거나 지역학교의 선생님들을 교육시켜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보다 더 나은 정책이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인가? 라는 질문이 야기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프로그램에 대한 영향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또 다른 질문은 좀 더 구체적인 것으로, 교육과 의료서비스 이용을 장려하는 정책에 조건을 부과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 입니다. 이는 시장실패와 연관되는 문제입니다. 만약 시장이 완벽하게 작동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자녀교육과 예방접종을 위해서 돈을 빌리는 데에 제약이 없다면, 또는 원하면 모두 질좋은 교육과 건강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가난한 사람들만을 위한 조건부 현금지급은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단순히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무조건적인 현금지급방식이 적합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가난해서 또는 학자금대출과 같은 서비스가 없어 돈을 빌릴 수 없는 경우, 또 빈부격차가 커서 부자들은 좋은 사립학교에 다니고 가난한 아이들은 학교조차 다닐 수 없는 상황에서 조건부 현금지급 프로그램이 가장 효과적일 것입니다. 조건부 현금지급 프로그램의 최우선의 목적은 더 많은 또는 질이 좋은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그들의 삶을 통해서 더 많은 소득을 벌 수 있고 이를 통해 다음세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대조적으로 무조건부 현금지급의 목적은 전체적으로 소비의 증가를 유도함으로써 현재의 빈곤을 줄이는 것입니다. 조건부와 무조건부 프로그램의 목적이 상이하기 때문에, 이 두 가지 형태의 프로그램을 항상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자만, 개략적으로 적어도 정부가 건강과 교육을 포함하여 빈곤문제를 정의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기를 원한다면 CCT가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가구들(가난한)이 그들의 소득수준에 비해서 자녀들의 인적 개발에 대한 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다’라고 가정해봅시다. 사실 이는 ‘가정’이라기 보다는 실제적으로 개발도상국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부모들이 자녀들의 교육이나 건강검진에 대한 가치를 낮게 부여한다면, 이들은 여분의 돈이 있어도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그냥 농사를 짓는 것이 좋다’ 또는 ‘여분의 돈이 있으면 땅이나 더 사야지’ 라는 생각을 한다면, 가구소비에서 자녀들의 교육비로 지출하는 비중은 매우 낮을 것입니다. 특히 교육의 경우 부모와 자녀들 사이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이를 incomplete altruism이라고 합니다) 부부사이에 자녀의 교육에 대한 의견이 다를 경우, 자녀들의 교육수준과 의료서비스 이용율은 더욱 낮아지게 됩니다. 전통적으로 남아선호 사상이 만연한 아시아 지역에서 특히 교육수준이 낮은 아버지는 여자아이들의 교육에 대해서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거나, 교육투자에 대한 수익율을 매우 낮게 책정하는 경우가 높습니다. 이런 경우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보다 교육을 받을 기회가 현저하게 낮아지게 되므로 이는 사회적으로 인적자원의 손실과 더불어 남녀 교육의 불평등 현상을 양산하게 됩니다. 방글라데와 멕시코에서 조건부 현금을 어머니에게 주었을 때 여자아이이들의 학교등록율이 놀라운 비율로 증가하였다는 실증사례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대다수의 CCT프로그램에서 어머니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조건부 현금지급 프로그램이 해결해야 하는 논쟁들
첫번째 논쟁은 빈곤문제 해결에 CCT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인가? 라는 질문입니다. 이 논의는 현금이전 프로그램이 절대적 빈곤에 놓여있는 국가들에게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는 정부의 재원 또는 원조금을 어디에 사용해야 하는 논쟁에서 시작된 것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빈곤퇴치를 핵심적인 정책 목적으로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정부가 제한된 자원으로 어떤 방식으로 사용해야 하느냐의 논쟁이 남습니다.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를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빈곤은 경제성장에 의해서 저절로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극도로(매우) 가난한 국가에서 이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정치적으로 부패하고, 전쟁이 발생한 나라인 경우에는 행정능력이 매우 낮고 대다수의 국민들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조건부 현금이전을 한다고 해도 타켓팅 및 모니터링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중요한 논쟁은 하루하루를 생활하기도 힘든 사람들에게 오랜시간이 걸려야지만 그 효과를 제대로 발견할 수 있는 건강과 교육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냐라는 질문과 연관이 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국가의 정부는 기본적인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이에 대한 CCT의 반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실증적인 연구에 따르면 가난한 나라에서 사회기반시설과 공공(사회)서비스를 포함한 공공지출은, 그것이 필요한 정말 가난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니카라과에서는 단지 소득 최하층 계층(소득 10분위 중 10분위)의 10%의 가구만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최상위 계층에서는 90%가 전기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사회기반시설을 확보한다 해도 그 혜택은 부자에게 더 집중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위의 그림 2를 살펴보면, 현금이전은 선정된 매우 가난한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아마도 공공투자가 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빈곤퇴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정책결정자들의 생각과 연관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므로 여전히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세대간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교육과 의료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왜 가난한 부모들이 그들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면역접종을 하는데 나의 돈을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조건부 현금지급에서 아이들의 학교출석율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거나, 학습능력향상에 대한 조건을 반영한다면, 먼저 수혜자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며, 납세자들이나 기부자들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재원이 일반 사람들로부터 지급된다면 이는 중요한 정치적인 이슈일 수 있습니다. 이는 CCT 프로그램을 더 정확하게 모니터링 해야하고 원조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비용을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이상으로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더욱 전문적인 능력도 필요로하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무조건적인 이전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CCT는 빈곤에 깊이 내재된 문제들을 해결할 때, 그리고 그것을 단지 제거하는 것 이상으로 가족들을 함께 그 빈곤의 늪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때 가장 선호되고 있는 방법이며, 따라서 이를 위한 관리 및 평가에 대한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림 4. 브라질의 Bolsa Familia 프로그램. 과연 빈곤문제 해결에 Bolsa Familia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을까? (출처 : helanisa)
두번째 논쟁으로, 현금이전은 수혜자들에 잘못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개인의 스스로를 위한 인적 개발과 고용을 위한 노력에서 노동공급 또는 투자에 대한 의욕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약간의 현금을 받기 위해서, 실제로 교육과 건강에 관심이 없는데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도, 정작 부모들 스스로는 자식들의 장기적인 교육투자에 대해서 그다지 노력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아직까지 CCT의 장기적인 결과물이 도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논쟁은 섣부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나라의 자본시장을 생각해본다면 CCT을 시행해야 하는 논리가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이 완벽하지 못한 국가에서 대부분의 가난한 사람들은 대출을 하는데 어려움에 직면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구에서 아이들의 교육이 비용 대비 이윤을 낼 수 있는 투자가 아닌 경우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현재의 소득을 사용하는 가구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교육과 건강을 위해 현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은 보다 공평하고, 주어진 경제상태에서 자본/자산의 관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일 것입니다. 또한 CCT는 소득이 안정적이지 않을 때, 추가소득으로 인하여 소득과 소비의 급격한 변동을 완화시킴으로써, 경제적 취약성을 보호할 수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들이 학교에 못가거나(예전 저희 부모님 세대에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파도 병원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지 않는 이러한 경우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 논쟁은 정부예산으로 가난한 가구에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데 굳이 돈을 주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 라는 논쟁이 제기되는 경우입니다. 이는 돈을 지급하는 인센티브 제도로 인하여 교육이나 의료서비스의 가치가 저하될 수 있으며, 진정성있게 자녀들의 교육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부모가 단순히 현금을 받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왜곡된 행동을 보인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효과적이지 않다는 논의를 바탕으로 합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면 현실적으로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는 것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때도 정책결정자들이 이를 강요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일 수 있냐는 논의로 전개될 수 있습니다. 방글라데시 시골마을에서 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난한 부모들이 자녀들을 학교에 보낸다고 생각해봅시다. 실제로 10km이상을 걸어서 등교하거나 지역의료센터를 방문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아이들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일까? 학교를 졸업해도 직업을 가질 확률이 현재 시점에서 높지 않게 느껴지는 경우에 부모의 농사일을 돕거나 가족생계에 도움이 되는 생산활동을 통해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좋은 방법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질문이 제기됩니다.
프로그램 참여자 입장에서 지역의료센터는 너무 멀거나 또는 방문했을 시 필요한 예방접종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을 수 있습니다. 농업을 주요한 생계수단으로 하는 가구의 자녀들은 농사일을 거들면서 기술을 배우는 것이 더 미래의 소득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들은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거나 예방접종이라는 조건들을 수행하고 돈을 받는 혜택을 거절하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프로그램이 필요한 사람들이 사실강 배제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 참여가구 중에서는 지역의 학교와 의료센터가 제공하는 서비스 질이 좋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이러한 서비스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을 그곳에 보내거나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낭비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질문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할 것입니다.
월드뱅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교육과 건강의 증진, 빈곤퇴치, 소득불평등의 완화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CCT가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고 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사례, 즉 사람들이 아이들의 교육과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돈을 빌릴 수 없거나, 가난한 사람들이 소득이 부족해서 아이들의 교육 또는 건강에서 돈을 충분히 사용하지 못할 때, CCT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부모님 세대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서 또는 여자아이라서, 주변에 학교가 없어서 공부를 배우지 못했거나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 프로그램이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국가와 사람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는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성자 : ISQ 윤남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