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문제를 바라보는 기업의 새로운 시각 : FSG, The new role of business in global education
2014. 4. 14. 15:51
이 글은 임팩트스퀘어가 지속가능경영포털에 기고한 [공유가치 포커스.15&16]_교육 문제를 바라보는 기업의 새로운 시각 : FSG, the new role of business in global education를 옮긴 것입니다. 원문 PDF 파일은 지속가능경영포털 CSV 게시판에서 에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Prologue
GDP 대비 사교육비 비중 순위에서 OECD 국가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한국. 낮은 출산율의 원인에 지나치게 무거운 사교육비 부담이 한 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을 부인하기 어려울 만큼 한국에서의 교육에 대한 관심은 특별하다. 한국에서 뿐만이 아니라 보편적으로도 개인의 경제적 수입, 사회적 지위, 삶의 질을 결정짓는데 가장 강력한 요인이 교육으로 알려져 있기에, 교육은 더 나은 삶을 향유하기 위한 개인의 가장 합리적인 투자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교육이라는 영역을 어떠한 렌즈로 바라볼까? 생산 가치가 자본(K)과 노동(L)의 조합으로 결정된다는 기초적인 이론을 빌려본다면 결국 기업의 핵심 자원은 ‘돈’과 ‘사람’인데, 지금까지 기업은 교육은 정부 혹은 비영리단체의 역할로 가정하고, 기업 외부에서 우수한 교육을 받은 이들을 잘 선별하여 기업에 유치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대학교에 직접 찾아가 취업 설명회를 개최하고 기업에서 근무하는 졸업생들이 구직 중인 후배들과 직접 멘토링을 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리쿠르팅 시즌에 기업들은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분주해진다. 물론 대다수의 기업들이 신입 사원을 뽑은 후에 별도의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그 내용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기 위해 안내를 하는 오리엔테이션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에 사원들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접근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렇게 교육의 기능을 외부에 맡기고 우수하게 성장한 인재들을 데리고 오는 방식을 취하던 기업들이 교육 이슈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움직임들이 최근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바로 공유가치(shared value)를 통해 교육 이슈에 접근하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인데, 2014년 1월에 열린 다보스 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이러한 기업 및 비영리단체의 리더들이 교육을 통한 공유가치를 놓고 원탁 토론을 가졌다. 이 시간은 FSG에서 최근에 발간한 “글로벌 교육 분야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비즈니스의 역할(원제: The new role of business in global education)” 보고서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자리이기도 하였다. 참고로 얼마 전 스탠포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SSIR)에 이 다보스 포럼의 원탁 회의에서 오고 간 내용을 정리한 블로그 포스트가 올라오기도 하였는데, 이번 글에서는 보고서의 내용을 리뷰하며 독자들에게 교육을 통한 공유가치창출 사례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글로벌 교육 분야에서 부상하는 비즈니스의 새로운 역할 (원제: The new role of business in global education)보고서 요약
Creating Shared Value 논문을 2011년 1-2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이후 FSG에서는 헬스, 측정(measurement), 혁신 등 세부적인 이슈를 다루는 아티클을 발표하였는데, 지난 겨울에 나온 최신 보고서의 주제는 바로 교육이었다. 보고서는 현재 세계에서 2억 명의 인구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반면 CEO 의 60%가 숙련된 노동자들이 부족해서 기업의 성장이 지체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정부, 비영리, 학계 리더들이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놓지 못했지만 기업이 공유가치 접근을 취한다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산업 클러스터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시장을 확장하기 위한 과정으로서 현재의 글로벌 교육 위기에 개입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바라보고 있다. 보고서는 크게 1) 교육 성취도를 향상시키면서 스킬갭(skills gap)을 줄이고 있는 다양한 사업군의 기업 사례와, 2) 교육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이 고객들의 학업 성취를 바탕으로 경쟁하고 있는 방식을 소개하는 두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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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미래의 노동력을 건설한다(Building the Workforce of the Future)
1) 보다 넓은 시각에서 노동력을 바라보다
먼저 기업은 성장을 방해하는 인력과 기술의 부족이 기업의 가치 사슬 상에서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나타나고 있는지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의가 명확하게 내려진 후에야 어떤 교육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여 기업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지 그 청사진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Godrej Group 은 부동산, 소비재, 기기, 농업 기구 등 다양한 산업에 발을 걸치고 있는 인도의 대기업인데, 연간 15~20 % 성장을 목표로 했지만 기대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사업 실적이 인도 청년층의 스킬 부족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하였다. 인도에서는 15-24 세 연령층이 전체 인구의 30%를 차지하며 가장 빠르고 성장하고 있는 연령층 인데 반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비율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3배나 높았으며 시장에서 경쟁력으로 삼을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경제활동 인구의 경쟁력 부족은 Godrej Group 뿐만 아니라 공급자와 유통업자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Godrej Group 은 2020년 까지 직접 100 만 명의 인도 청년층을 교육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Godrej Group 에 속한 각 계열사는 고용되지 않은 청년들에게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특정 기술을 훈련 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 포트폴리오를 개발하였다. 예를 들어 소비재를 판매하는 기업은 채널 세일즈, 영어, 수학, 직업 윤리 등을 가르쳤는데 그 결과 졸업생 중 2/3가 소비재, 농업 관련 자회사 및 유통 회사에서 일자리를 갖게 되었다.
Cisco 역시 165개 국가에서 10,000 개가 넘는 네트워킹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475만명이 넘는 수강생들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참고 아티클: IBR, 미래 투자를 통한 성장 기반의 마련 – Cisco의 Cisco Networking Academy 사례 알아보기). Cisco는 이를 통해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만나기 부족했던 IT/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을 수급받고, 아카데미 수료생들은 습득한 기술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으며 Cisco의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층도 새롭게 형성되었다.
2) 의외의 곳에서 근로자들을 찾다
또한 기업은 관습을 깨는 새로운 곳에서 인력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도 있다. 기업은 창의력과 혁신을 통해 학교와 직장 밖에 있는 사람들, 취업 기회에 낮은 접근성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인력을 구하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다. 예로, SAP 는 자폐를 안고 있는 이들이 디테일을 보는데 일반인보다 뛰어난 집중력을 보인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이들에게 적합한 기술 기반의 업무를 맡기고 있다.
한편 CVS Caremark(참고로 이 회사는 얼마 전 연간 매출 2조원이나 되는 담배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혀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는 1996년 복지 급여를 받고 있는 이들이 수급자 지위에서 벗어나 일자리 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파일럿으로 실시하였는데 이후 20 년이 지난 지금 공공 부조를 받는 이들 중 80,000 명의 직원 채용 할 수 있었고 이들의 이직률은 다른 이들보다 두 배 더 낮게 보고되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특히 높은 실업률로 고전하고 있는 정부 기관과의 파트너십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CVS 가 주력으로 하는 지역에는 정부가 운영하는 6개의 지역 학습 센터(Regional Learning Centers)가 위치하고 있었는데, CVS 는 트레이닝 비용을 부담하며 연간 1,500 명의 참가자들이 업무와 연계된 커리큘럼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을 맡았다. 무엇보다 CVS는 학습 센터 사람들을 고용하면서 세제 혜택(Work Opportunity Tax Credits)을 받았는데 이러한 제도는 CVS가 프로그램 및 인력 채용에 들이는 비용에 대해 179% 의 수익(return)을 보장해주었다. 복지 수급자와 실업자들을 사회 문제의 틀에서만 보지 않고 기업에 필요한 사람을 유치하기 위한 기회로 인식함으로써, CVS는 재정적 인센티브는 물론, 높아진 직원 유지 비율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3) 교육과 고용을 연결하는 지역 협력 관계를 만들다
기업, 학교, 정부의 파트너십은 지역의 스킬갭을 해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사실 섹터를 넘나드는 협력 관계를 추구하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New Employment Opportunities(NEO) 이니셔티브는 이러한 파트너십의 성공적인 사례라 할 수 있는데, 이 이니셔티브에 참여한 라틴 아메리카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요 5개 기업 Walmart, Caterpillar, Microsoft, CEMEX, McDonalds 는 Inter-American Development Bank(IDB), International Youth Foundation(IYF) 와 함께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에서 2022년까지 100 만 명의 청년을 교육시킨다는 목표를 정하였다. 15-29 세 인구 중 5명 당 1명에 해당하는 3200 만 명의 젊은이들이 직장이 없거나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는 한편 고용주들 중 절반은 자격을 갖춘 직원을 찾기 어렵다는 고민을 호소하고 있었기에, NEO 이니셔티브는 대규모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을 가르치고 인턴십 및 일자리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였다. NEO 의 설립 파트너는 3700만 달러의 재정 지원을 하였으며, 개별 기업은 기술적 전문 지식,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며 50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하였다. IDB, IYF 는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필요로 하는 업무 역량의 범위를 정하고 교육을 수행할 수 있는 파트너들을 모으고 참여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와 같이 정부, 기업, 비영리 조직이 각자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섹터를 넘나드는 집합적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혼자서는 만들 수 없었던, 인력풀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4) 인력 니즈를 교육과정과 긴밀하게 연계시키다
교육 프로그램이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수료자들의 구직 과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노동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과 교육 과정의 내용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Intel 은 과학, 기술, 공학, 수학(STEM) 분야의 인력을 필요로 하는 회사인데 미국 전역에서 이 분야에 대해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을 찾기 어려워 조직이 만성적인 침체기에 빠져 있다고 진단하였다. 이러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Intel 은 전국의 STEM 교육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펼쳤는데, Intel Math, Intel Teach 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의 수 만 명의 교육자들에게 온라인 자원, 교육 자료, 전문성 개발 툴 등을 제공하였다.
PART 2. 성공의 기준을 학습자들의 성공에 두다
앞서 소개한 기업들이 스킬갭을 줄이며 미래의 인력풀을 마련함으로써 일자리 문제를 해소함과 동시에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관점으로 공유가치에 접근하였다면, 보고서에서 다음으로는 바로 교육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기업들의 공유가치 접근을 다루고 있다.
1) 학생들의 성공과 기업의 인센티브를 연계시킨다
기업의 교육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학업 성취를 높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교육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윤을 높일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Pearson 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교육 기업인데 이 곳에서는 고객들이 점차 학습 효과에 대해 측정가능한 결과를 보고 싶어하는 수요가 높아지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2011년 Pearson은 "효과성 프레임워크(efficacy framework)"를 내부적으로 런칭하여 회사 전체의 상품과 서비스로 구성되어 있는 포트폴리오를 진단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Pearson 은 100만 달러가 넘는 모든 투자에 대해서는 효과성 검증을 의무로 규정하여 제품을 비교하고 중복되는 상품은 없는지 검증하는데, 이로써 소비자들에게 더 정교하게 맞춤화 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데 도움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이 기업의 의사 결정 기준을 "교육 효과"로 조정한다는 것은, 단순히 매출이 아닌 학습 결과에 더 큰 책임을 지는 문화적 변화를 기업이 감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Pearson 의 이와 같은 움직임을 통해 소비자들은 더 우수한 제품을 사용하여 자신의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게 되었고, Pearson 역시 이러한 교육 가치를 제공함으로 생산성과 수익성 두 마리의 목적을 모두 달성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2) 충족되지 않은 교육 니즈에서 기회를 발견하다
고객들의 교육 니즈는 높은데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한 상황 또한 기업에게는 새로운 기업 혁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글로벌 교육기업 Houghton Miffin Harcourt (HMH)는 루이지애나 주로부터 기업이 가지고 있는 어른용 학습 자료를 사회 복귀를 준비하는 재소자들을 위한 교육 과정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문의 받았다. 미국에서는 매년 1900만 명이 출소를 하지만 이들은 사회에 복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재범 비율 역시 높았기에, HMH는 이 기회를 새로운 시장으로 인식하였다.
HMH는 1년의 기간 동안 루이지애나주의 Safety and Corrections 부서와 함께 출소자들의 생활 기능과 학습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커리큘럼을 개발하였다. 이렇게 탄생한 Reentry Prerelease Program 은 미국의 다른 주로도 확산되어 HMH는 매출을 높일 수 있었고, 국가에서 재범을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을 연간 500억 달러 절약하는데 기여함으로써 연방 정부, 주 정부 및 지방 정부로부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를 굳히게 되었다.
3) 교육 니즈를 전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다
교육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은 학습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교과서, 프로그램, 디바이스와 같은 상품을 제공하는 수준에서 기업의 활동이 끝난다고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교육 상품 '판매'가 아닌 ‘학습 효과'를 조직의 성공 기준으로 세우자 기업은 판매 이후에 사용자들의 학업 성과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무엇보다도 이를 위해서 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세우고 교육가들과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등 교육적 니즈에 대해 전체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앞서 언급한 기업 Pearson은 브라질에서 학교 학습 시스템인 Sistemas를 운영하고 있는데 경쟁 상대와의 차별화를 꾀하고 종합적인 학습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결합시켜서 제공하였다. 2,000개가 넘는 학교에 구독 기반 패키지로 교육 과정, 기술, 분석 플랫폼, 교사를 위한 개발 자료, 학교 매니지먼트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Sistemas를 사용하는 학교에서는 국가 평균 20%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였으며 Pearson 은 2012년 한 해 수천만 달러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교육 분야에서의 기업 자선 vs. 공유가치
그동안 기업들은 자선 활동을 통해서도 꾸준히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위에 소개한 공유가치가 기존의 활동과 구분되는 지점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질 수도 있을 것이다. 보고서의 저자들은 공유가치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경영 전략이기 때문에 기업의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자선과는 다르다고 강조를 하면서도 이 두 영역이 상호작용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가능성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공유 가치는 사회의 문제에 접근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비즈니스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하는데 현실에서 사회 문제의 해결이 기업의 가치 향상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를 밝혀내고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기업은 자선을 통해 공유 가치의 기회를 발견하고, 충족되지 않은 교육적 니즈에 대해 학습하고, 미래의 비즈니스를 위한 길을 마련하는 실험들을 감행할 수 있다. 또한 자선적 성격을 가진 펀드는 혁신적이고 아직 증명되지 않은 기회들을 탐색하는 데 수반되는 위험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Intel 의 공유가치 사례인 Intel Teach 프로그램은 실제로 Intel 재단에서 시작하였는데, 프로그램이 확장되면서 기업의 리더들이 고객 관계와 상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발견하여 재단에서 사업부로 관할 조직을 변경한 예시이다. 현재 Intel Teach 프로그램은 1000만 명 이상의 교사들을 상대로 교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수 기술들을 트레이닝한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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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이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일자리 문제가 노동자들의 스킬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입장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개인적인 능력이 아니라 일자리의 수요 자체가 부족한 구조적인 현상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공유가치 관점이 문제 해결에 전혀 기여를 하지 못한다고 비판할 수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즈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폴 크루그먼 교수는 높은 실업률의 원인을 스킬갭에서 찾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면서 잘못된 믿음을 양산하는 좀비 아이디어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만약에 기업의 임원들이 지적하듯 근로자들의 역량이 부족해서 실업 문제가 발생한다면, 스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높은 성과를 보이고 스킬이 부족한 이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업무 성과가 낮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금융 위기 이후로 고등 교육을 받은 이들 중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이들의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기업이 실제로 특정한 스킬을 가진 이들을 찾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면 임금을 높여서 구직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텐데, 기업들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대신 스킬갭 신화는 실업률은 높아지고 임금은 정체되는 상황과는 관계없이 기업 임원들이 매년 챙겨가는 두둑한 보상에서 눈을 돌리게 만드다고 그는 지적한다. 실제로 이렇게 비난의 화살을 자신으로부터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스킬갭 논리는 기업 임원들이 즐겨 사용하는 레토릭(rhetoric)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고도로 발전한 경제에서는 충분히 교육을 받고서도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만성적인 침체 현상을 일부분 설명할 수 있더라도, 아직 교육 인프라가 미흡한 경제에서는 기본적인 교육만으로 구직자들의 역량을 향상시키고 이러한 역량 개발로 생산성 향상, 판매 채널 확보, 소비자 유입과 같은 경제적인 혜택을 볼 수 있는 경우가 있음을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동력, 즉 총수요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이더라도 고도화된 경제에서 부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능력이 단순 제조업에서 필요로 했던 업무 스킬과는 다르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기업에서 이야기하는 스킬갭을 단순히 그들의 편리한 핑계라고 판단할 때 더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기술의 진보로 세상의 거의 모든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에서는,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올바로 인지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찾아서 소화하며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창의성과 주체적인 태도를 가진 인재들이 필요하며 기업에서 원하는 기술 및 지식을 현재 고등교육기관에서 전달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면서, 기업들이 공유가치 관점으로 교육 이슈에 접근하고 있는 움직임을 이해해 볼 수 있다.
공유가치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 나타나는지 증명할 수 있는 논리와 데이터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교육 분야에서 공유가치를 통한 전략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교육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계된 일자리 문제의 원인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이 존재하고, 어느 쪽이 더 현실을 잘 설명하는지 거시적엔 관점에서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는 일은 물론 중요하지만, 비즈니스 밸류를 만들어내야 하는 고민을 하는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각자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전략을 통해 교육 이슈에 접근하고 이를 실행하여 성과들을 보여주는 것이지 않을까. 물론 이러한 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기업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소비자 교육, 상품의 효과 개선, 채널 확보, 인재 채용 등의 이슈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양상을 띄고 있는 문제인지, 어떠한 솔루션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지 진단할 때에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보는 사고를 발휘해야 전략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갑론을박보다 개별 기업들이 공유가치 관점을 통해 시도한 전략의 성공 사례들이 사회와 기업의 긍정적 변화에 더 큰 기여를 하지 않을까.
작성자 : ISQ 이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