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에 대한 고민, CSV로 풀어보다: CSV는 제조업 혁신을 위한 전략 길잡이

2015. 2. 9. 16:05

CSV 전문가로부터 들어보는 한국 제조업과 CSV

CSV 의 핵심은 이것이 비즈니스 전략이라는 점을 이해하는데 있다고 꾸준히 강조해온 성균관대학교 SKK GSB 김태영 교수를 만났다.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경제/조직사회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홍콩과학기술대학을 거쳐 2004년부터 성균관대학교에서 경영전략, 조직이론, 네트워크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 Shared Value Initiative 에 가입되어 있는 유일한 교수로서, 사회학과 경영학이라는 두 가지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사회 문제와 비즈니스 전략을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가진 CSV 전문가로부터 한국 제조업과 CSV에 대한 의견을 듣고 왔다.

CSV, 제조업 혁신을 위한 전략 길잡이

*Interviewee: 김태영 성균관대학교 SKK GSB 교수 | Interviewer: 임팩트스퀘어 이선화 연구원


Q. 현재 한국 제조업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와 포착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진단하고 계신가요?

A. “한국은 대표적으로 제조업 비중이 높은 나라입니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한국의 제조업은 누군가가 이루어 놓은 혁신을 따라하는 전략으로 놀라운 업적을 이루었는데 앞으로도 그러한 전략이 통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듭니다. 이제는 스스로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거든요. 혁신 없이 단순히 제품을 조금 더 싸게, 조금 더 좋게 만들어내서는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수 없기 때문에 혁신은 그야말로 생존하기 위한 필수 전략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러한 혁신의 과제를 안고 있는 제조업에서 CSV 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A. “그런 점에서 혁신적인 전략을 고민하는 기업의 리더들에게 CSV 는 새로운 고민의 축을 제공해줄 수 있어요. 경영 전략에서는 기업의 전략을 수립할 때 고려해야 할 축을 크게 세 가지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새로운 지역으로 시장을 넓히는 거죠. 한국에서만 물건을 팔던 기업이 중국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을 세우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사업 다각화인데요. BIC 이라는 기업은 볼펜과 라이터를 같이 팔고 있는데, 이게 전혀 관련 없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판매 채널을 공유할 수 있는 상품군을 선택해서 사업의 범위를 확장하는 전략으로 가능한 거죠. 마지막으로는 수직적 통합인데요. R&D,  생산, 유통, 고객서비스와 같은 일련의 활동들을 수직적으로 통합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만을 가지고서는 오늘날 기업이 전략을 도출하는데 한계가 있는데 여기에 CSV 는 ‘사회 문제’를 들여다보라고 제시를 하는 겁니다. 사회 문제 안에서 기업이 혁신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보라는 새로운 축을 제시하는 거죠. 기업은 가치를 창출해야 살아남을 수 있고, 그 가치라는 것이 시장과 소비자가 존재하는 사회를 관찰할 때 얻어질 수 있는데 사회에서 어딘가가 작동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곳을 바라보면 기업의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혁신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게 CSV가 기업에 던지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입니다. 비용을 절감하고 유통채널을 공유하기 위한 방법만을 고민한다면 기회가 될 수 있는 시장을 도외시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사회 문제를 고려한다면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에 발상의 전환을 가져다 줄 수 있어요. 전통적인 경영 전략을 고민하는 것도 어려운데 사회 문제를 고려해서 전략을 만들어 내야 하니 CSV는 결코 쉬운게 아니지만 어려운 만큼 성공했을 때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것도 많겠죠.” 


Q. 그렇다면 제조업이 CSV 를 시도하는데 강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제조업체가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은 가치 사슬(Value Chain)을 개선하는데 있다고 봅니다. 제조업의 특성상, 공정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저는 CSV가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데 기여해야 한다는 다소 보수적인 입장에서 CSV를 정의하는데요. 핵심 역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을 가지기 어렵고, 또 전략으로 자리잡기 힘들기 때문에 CSV를 경영 전략의 하나로 이해하는 관점에서는 이 핵심 역량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죠. 그런 점에서 사무실이나 공장에서 불을 잘 끄고 다녀서 생산에 투입되는 전기를 아끼고 원가를 절감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경쟁 상대를 이길 수 있는 전략이 될 수는 없잖아요. 그런 점에서 제조업은 특히 가치 사슬에서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쉽게 말해서 CSV 를 ‘사회 문제 안에서 기업이 혁신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 돈을 번다’라고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사회 문제라는 요소를 고려할 때, 개발도상국이 선진국보다 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사회 문제를 비교적 많이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만큼 CSV 기회가 선진국보다는 개발도상국에 더 많이 존재한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사회 문제는 정의하기 나름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보는데요. 한국에서도 회사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지를 조금 더 면밀히 따져보면 CSV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접점이 보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 모든 기업이 CSV를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CSV를 도입했을 때 확실히 경쟁 우위가 나올 때에만 도입하면 됩니다. CSV도 경영 전략의 일부이니까요.” 


Q. CSV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 기업 중에서 그 다음 단계인 실행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행 단계에서 주요 걸림돌이 무엇이라고 판단하시나요?

A. “두 가지 경우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기존 경영 전략팀의 조직적 관성이 큰 경우죠. 신 시장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했을 때 더 기회가 많은데, 일부 전략팀은 경영 전략을 기존의 틀 내에서만 수립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사회 문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어요. 그리고 CSV 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기업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여전히 CSV를 전략이 아닌 CSR과 비슷한 사회 공헌 방식으로 치부하는 경우도 많죠. 

반면 기존 CSR 부서의 조직적 관성이 매우 큰 경우도 실행에 걸림돌이 됩니다. 특히 기업 규모가 클수록 CSR 부서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많아지고 그 나름대로 일을 하는 방식이 생기는데 일반적으로 CSR 부서에서는 기업의 핵심 사업과 직결된 업무보다는 독립적으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이곳에서는 사회 문제에 대한 이해가 높을 수는 있어도 기업의 핵심 역량과 경영 전략에 대한 고민의 깊이는 얕을 수 있죠.”  

CSV는 전사적 차원에서 기획 및 실행되어야 하는 경영 전략이다. (이미지 출처)

Q. 국내 제조업 기업들을 위한 CSV 전략 실행을 위해서 어떤 가이드라인을 제안하고 싶으신가요?

A. “현재 국내 제조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새로운 도전 과제를 찾아 혁신해야 합니다. CSV는 말 그대로 전사적 역량을 아울러 회사 전체가 움직여야 하는 전략입니다. 기존에 회사에서 진행해오던 전략과 비교하여 CSV를 바라봐야 합니다. 즉 전략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CSV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R&D나 마케팅 분야에서 예산 집행이 일어나는 것이 이상적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 예외적인 역할 분담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지만요.”

Q. CSV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기업들을 해외 컨퍼런스에서 만나보면 가장 뜨거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연구, 리서치 주제로 ‘공유가치 측정’이라는 주제를 꼽습니다. 공유가치 측정은 기업의 일반적인 성과 측정과 어떻게 다른가요? 그리고 어떠한 요소를 주요하게 고려하여 설계되어야 하나요?

A. “이미 사회적 영향력을 평가하는 틀은 많이 존재합니다. 다만 이 기준들은 질문셋을 리스트업해서 해당 기준을 기업이 만족시키고 있는지 체크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사회적인 성과가 경제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인과관계에 대한 고려가 빠져 있어요. 예를 들어,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이라면 그것이 ‘착한 행동'이라고만 평가하지, 왜 일반인을 고려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을 택하지 않고 장애인을 고용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기업의 선함' 이외에 ‘기업의 성과’ 부분을 대답하기 어렵다는 거죠. CSV라고 한다면 일반인을 고용했을 때보다 장애인을 고용했을 때 생산 과정이 장애인들의 강점을 활용하여 제품의 질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구매로 이어져 재무적 성과를 높이는 연결 고리가 있어야 해요.  즉 공유가치 측정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긴밀히 연결되어 인과관계를 밝혀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일반적인 기업 성과 측정 방식과는 차이점을 두는 부분이죠.” 

Q. CSV를 추진하고자 구상 중인 제조 기업이 있다고 한다면 이들에게 CSV 전문가로써 어떠한 제안을 하고 싶으신지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A. “앞서 나온 실행과 측정 등이 모두 중요하지만 우선 CSV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포럼이나 컨퍼런스를 통해 CSV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기업이 진행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확실하게 로드맵을 그리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개념 이해가 우선이고, 이후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시길 추천 드립니다. 또한, CSR팀에 한정지어 CSV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 팀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경영 전략이라는 것이 원래 수립부터 실행까지 다사다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그만큼 성공했을 경우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열매 또한 분명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도전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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