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를 얻는다: 세상을 바꾸는 게임

2015. 1. 13. 18:09

이 글은 홍수 피해 시 대처 요령을 담은 콘텐츠로  UNESCO Bangkok이 개발한 교육용 게임인 Sai Fah를 소개하고, 온라인 게임이 교육으로써 가지는 효과성 및 Gamification 개념을 다룹니다.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는 지난 여름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기억나지도 않을 만큼 마냥 여름이 그립기만 합니다. 다가오는 방학이나 연휴에 훌쩍 동남아시아로 떠나는 상상에 잠시 행복해 지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하지만 막상 동남아시아는 우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제 막 한숨을 돌리고 있는 시기라고 합니다. 

특히 태국은 폭우가 심할 경우 전 국토의 3/4정도의 면적이 물에 잠길 위험을 안고 있고, 홍수가 심할 경우 12월까지도 물이 제대로 배수되지 않는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해왔습니다. 지난 2011년, 근 50년만의 폭우로 수도인 방콕까지 물에 잠기면서 유례없는 피해를 겪기도 했었는데요. 방콕은 유엔 산하기구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가 모여있는 곳이고, 불교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사원과 건축물을 갖고 있어 관광산업도 발달한 곳이라 피해가 더 심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세계은행에 의하면 1차 산업에 의존하는 국가일수록 기후변화에 취약하며, 동남아시아 지역은 특히 가뭄이나 홍수, 태풍과 같은 자연 재해에 취약하여 추가적으로 사회・경제적인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합니다.이번 아티클에서는 이런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재난위기관리(Disaster Risk Management) 교육 방식’에 주목해보았습니다. 


놀이처럼 학습하는 교육 도구, 게임

그림 1. 홍수 상황에서 적절한 대처법을 배울 수 있는 게임, Sai Fah

많은 전문가들이 개발도상국의 교육 부재 혹은 부족이 각종 문제들의 근원이라고 지적합니다.  또 복합적인 문제의 해결책이 교육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요. 그 교육의 대상인 아이들은 공부를 어떻게 느낄까요? 필요하지만 따분한 것? 혹, 재미를 느끼기도 하지만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는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 우리 어른들이 교육의 필요성을 외치는 것 만큼 교육을 아이들이 ‘재미있게’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주는 책임감도 느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시 기후 이야기로 돌아와 태국에서 큰 홍수 피해가 났던 2011년으로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홍수로 800명 가까이가 목숨을 잃었는데, 제 때 물을 피하기만 했어도 그 숫자는 훨씬 줄어들었을 테지요. 그래서 UN산하기구인 UNESCO Bangkok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 힘을 합쳐 Sai Fah:The Flood Fighter라는 게임을 만들게 됩니다. 주인공인 Sai Fah는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에 여러 상황들에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 상황들은 모두 홍수 발생 시 일어날 수 있는 가상 시나리오입니다. 

총 22개의 레벨로 구성된 게임을 하면서 아이들은 주변 물건이나 지형을 활용하여 홍수 시 해야 할 일과, 하면 안되는 일을 배우게 됩니다. 단순히 수용하는 학습이 아니라, 스스로 창의적인 해결책을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게임을 해 본 어린이는 창의적인 해결책을 생각할 수 있게 도와주는 훌륭한 게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음에 정말 홍수가 터졌을 때, 엄마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아이도 있었습니다. 물론 게임이 홍수 피해 예방에 얼마 만큼의 영향을 미쳤을 지는 집계할 수 없습니다만 나이가 어려서 아직 홍수를 겪어보지 못했을 아이들에게 최대한 생생하게 가상 체험을 하도록 도와주고, 실용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해 준 게임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단순한 놀이로써의 게임을 넘어서, Gamification

게임을 개발한 UNESCO Bangkok은 Gamifiacation(이전 IBR 아티클 보기:http://blog.naver.com/impactsquare/158738857) 개념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홍수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게임을 하는 사람에게만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게임 개발 과정에서 나온 ‘홍수 대응 요령’을 2만부 이상 제작하여 배포하기도 한 점에서 그러한데요.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나온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대상을 넓힌 점이 꽤 고무적입니다.  

(자세한 성과 보기: http://www.floodfighterthegame.com/en/about) 

한국어로 게임화(化)라고도 부르는 이 개념은 게임이 가지고 있는 흥미 유발 요소나 디자인 요소를 차용하여 교육 및 금융, 서비스 등의 다른 메커니즘에 적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했을 때 사람들의 참여가 이전에 비해 올라갈 뿐더러 긍정적인 반응이 많아 기업에서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지요. 특히 어린 아이들은 알록달록하고 예쁜 디자인, 효과음과 같은 감각적 요소에 반응을 더 잘하기 때문에 게임은 좋은 교육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위스콘신 대학교 매디슨 캠퍼스의 콘스탄스 스텐퀼러(Constance Steinkuehler) 교수는 게임이 사람의 마음을 자유롭게 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누구와도 교류할 수 있는 장(場)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무엇보다도 점수 제도나 뱃지, 보상과 같이 다중 온라인 게임(Massively Multiplayer Online)에서 나타나는 요소들은 교육 요소와도 완전히 결합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스텐퀼러 교수는 이를 실험으로도 입증했는데요. 동일한 아이들이 어떤 글을 읽을 때 그 글이 게임의 일부일 때 더 잘 읽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스스로 더 열심히 노력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는 게임이 참여라는 요소를 강하게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 ‘효과적인’ 교육 수단이 되기를 꿈꾸다

이미 우리가 쓰고 있는 도구는 변화에 변화를 거듭해왔습니다. 키보드보다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터치 스크린이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이 의사소통하고, 무언가를 하는 방식 마저 변화하고 있습니다. 교육 역시 이 흐름을 비켜갈 수 없겠지요. 컴퓨터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종이 책, 공책, 연필이 공부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였고 책을 따라 읽고 손으로 공책에 쓰는 것이 공부하는 일반적인 방식이었습니다. 이 방식이 다소 일방향적이었다면, 이제는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을 교육에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를 비즈니스로 시도하는 회사도 생겨났습니다.  

 Gamedesk는 교육의 다음 모델을 개발하고, 가르치고 학습하는 방식을 혁신하겠다는 미션을 가진 회사로, 교육 분야 10대 혁신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믿음은 단순합니다. 학습과 재미가 동떨어진 것이 아니며 아이들은 놀고 상호 작용하면서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역할 놀이나 게임 등을 통해 학습자는 명확한 문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고 합니다. 특히 과학 지식을 게임과 접목시킨 점이 인상깊네요. 열에너지나 지구과학을 비롯해서 수학을 게임으로 배울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실제로 게임을 할 수도 있습니다. (프로젝트 자세히 보러 가기: http://gamedesk.org/projects/)

 교수자와 학습자를 모두 만족 시킬 수 있는 교육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게임. 교육 설계 과정에서 학습 목표와 교훈점을 게임과 연결해 아이들의 집중력도 높이고, 흥미 유발에 어려움을 겪던 교육자나 부모님의 수고도 덜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체험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번 습득한 지식이 오래 머릿속에 남아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게임의 최대 장점은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선택을 하고, 대화를 하면서 과연 어떤 것이 최선의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선택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중독성과 가상현실은 게임이 가진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중독성은 다른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정도로 심각하게 나타나기도 하고, 가상 현실과 진짜 현실 세계를 구별하지 못하게 되면 판단력이 흐려진다거나, 실제 생활에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전쟁을 소재로 한 게임에 중독된 사람이 실생활에서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때문에 게임에 무조건 부정적 시각을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앞서 소개한 게임은 물론 ‘교육용’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들이 발생하지 않을테지만, 이런 문제가 없음을 분명하게 해야 조금의 부정적인 시각도 없앨 수 있을 겁니다.


게임을 활용하는 국제기구들

게임이 가진 효과성을 알아본 국제기구들이 하나 둘씩 게임을 사업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련된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하고 글을 마칠까 합니다. 첫 번째 사례는 Unicef에서 만든 ‘Toilet Trek’이라는 게임입니다. 이들은 캠페인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단 중의 하나로 게임을 선택했고, 게임 안에 그들의 메시지를 적절하게 녹여냈습니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게임 도중에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읽을 수 있고, 이 메시지에 더 관심이 가는 경우 읽어볼 자료나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게임 아래에 배치하여 게임 이후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즉, Unicef는 게임을 완벽하게 캠페인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림 2. 게임 화면 중간에 캠페인 메시지를 넣어 전달력을 높인 Toilet Trek 게임

그런가하면, 타겟 그룹에 적절한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게임을 활용한 국제기구도 있습니다. 세계은행(World Bank)에서는 전 세계 청년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기 위한 Evoke을 개발했습니다. 청년이 게임을 하면서 협력하고, 그들이 사는 지역보다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게임은 청년 사회적 기업가를 키워내는 첫 단계로써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게임을 통해 특정 미션을 수행해보고, 여기서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는 청년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현실 세계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게임은 게임만의 장점을 살려 여러 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을 게임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제인 맥고니걸 교수의 TED 영상을 끝으로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맥고니걸 교수는 게임을 할 때 발휘되는 집중력과 협업, 문제해결능력이 실제 업무에서 발휘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영상 2. TED, Gaming can make a bett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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