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가치창출로 풀어보는 한국 제조업의 현재와 미래 : 한국 제조업의 공유가치 창출 기회 (2)

2015. 1. 7. 15:13

이 글은 임팩트스퀘어가 지속가능경영포털에 기고한 [공유가치 케이스._한국 제조업의 공유가치 창출 기회(2)]을 옮긴 것입니다. 원문 PDF 파일은 지속가능경영포털 CSV 게시판에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지난 편에서는 전사 차원의 변화와 사업 실행을 위한 안정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CSV 전략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CJ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본 편에서는 LG그룹 CSR팀의 김수진 과장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역시 CSV 포터 상을 수상한 기업인 LG 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향후 한국 제조업의 CSV 전략 및 그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것이다.


LG, 계열사의 특징을 살린 CSV 사업을 통해 도약의 시점을 맞이하다

*Interviewee: LG그룹 김수진 과장 | Interviewer: 임팩트스퀘어 이선화 연구원


Q. 이번에 LG유플러스가 CSV 포터 상 시상식에서 ‘상생성 부문’상을 수상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LG유플러스 외에도 LG그룹의 여러 계열사에서 다양한 CSV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주요 CSV 사업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LG는 일찌감치 사회/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실행해왔었습니다. 2011년 마이클 포터 교수가 공유가치 창출과 관련된 아티클(article)을 발표하면서 CSV가 국내 업계에서 특히 더 화두가 된 것 같은데요, LG는 CSV 사업이라고 특별히 명명하지는 않았지만 사회/환경 문제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재인식하고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왔습니다. 

대표적으로 공중보건의 심각한 위협을 가했던 나이지리아의 말라리아를 타겟(target)으로 한 LG전자의 모기퇴치 에어컨,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한 LG유플러스의 스마트크린(RFID 기반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처리시스템), LG생활건강의 지속가능제품인 비욘드(Beyond) 등의 제품 및 서비스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Q. LG에서는 계열사별로 독립적으로 CSV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룹 전체 차원에서 지향하는 CSV 전략이 각 계열사의 CSV 사업 추진 방향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룹 차원에서 CSV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A. LG는 ‘창의와 자율을 바탕으로 한 인간존중의 경영’을 경영이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따라서 각 계열사의 업의 본질과 특성에 입각한 자율경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그룹의 큰 방향과 원칙을 정해 동일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는 LG의 CSR 3대 전략에 입각하고 있습니다. 1) 기업 윤리기준 강화, 2) LG다운 사회공헌, 3) 사회/환경 관련 비즈니스 창출이 그것인데요, 이 중 CSV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바로 세번째로 언급된 ‘사회/환경 관련 비즈니스 창출’ 전략입니다. 이는 우리가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생태계, 곧 우리 사회가 건강해야 우리의 사업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창업 당시 회장님의 가치관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창업 당시 회장님께서는 일찌감치 사회에 해가 되는 비즈니스(예를 들어 담배나 주류 등)를 지양하고, 국가의 발전과 기업의 발전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으셨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LG의 CSR 3대 전략이 만들어졌으며, 더 나아가 CSV적 관점에서 사회/환경 문제를 새로운 기회로 재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 안에서 기업의 성장이 이루어 질 수 있는 사업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LG가 제조업의 특성을 살린CSV 사업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 문제는 무엇이며 이러한 문제 혹은 이슈는 어떻게 선정되었습니까(앞서 간단히 언급해주셨는데 보다 자세한 설명 부탁 드리겠습니다)? 

A. LG는 각 계열사의 업의 특성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거나, 해당 특성을 바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환경 관련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그룹 내•외부적으로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LG전자의 아프리카 사업 기반 확대를 위해서는 아프리카 지역의 사회/환경적인 이슈가 무엇이고, LG전자가 해당 문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합니다. 만약 아프리카가 처한 여러 문제들 중 LG전자의 비즈니스 역량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면, 해당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를 함으로써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함과 동시에 경제적 성과를 이룰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는 것입니다. 모기가 싫어하는 30~100 KHz 주파수대의 초음파를 활용하여 말라리아의 매개체인 암컷 학질 모기를 쫓아내거나, 현저하게 활동을 저하시키는 말라리아 방지 에어컨이라든지, 태양광 에너지 공급 시스템을 활용하여 전기 없이 작동함으로써 아프리카/남미 지역의 어린이들을 위한 의약품 및 식품을 보관할 수 있는 태양광 냉장고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와 같은 사회/환경 이슈는 현지 조사 및 이해관계자 자문회의를 통해 결정됩니다. 반기 당 1회 정도 개최되는 이해관계자 자문회의를 통해 고객/전문가집단/전문기관/NGO 단체와 마케팅/상품기획/CSR 팀의 구성원들이 모두 함께 모여 ‘Open Innovation’ 형식의 회의를 통해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력함으로써 각 계열사에서 실행할만한 사업 및 그 방법들을 구상합니다.

그림 1. LG의 사회/환경 문제 해결 및 비즈니스 가치 창출을 위한 CSV 사업 소개(이미지 출처 : http://www.lg.co.kr/contribution/csr4.dev)

Q. CSV 사업을 통해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함과 동시에 경제적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그렇다면 CSV 사업으로 거둔 성과 및 기대 효과를 사회적•경제적 측면에서 설명 부탁 드리겠습니다.

A. 아직 CSV 사업이 커다란 성과를 거뒀다고 말하기에는 좀 더 많은 발전 및 확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우선은 단순히 ‘매출’이라는 차원의 경제적인 성과를 뛰어넘어 LG만의 기술과 노하우를 통해서 사회와 환경을 이롭게 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필요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전기 없이 백신을 안전하게 저장함으로써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등 분명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요. 

더 나아가, 네팔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업의 경우 확실히 사회적•경제적 성과가 동시에 기대되고 있는데요, 네팔의 농민들에게 자립의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해당 지역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함과 동시에 국내외 고객들에게 히말라야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고품질 화장품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의미 있는 도약의 시점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CSV, 단순한 ‘유행’이 아닌 계획적인 ‘전략’

Q.  CSV전략을 추진하시는 실무자의 입장에서, CSV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A. 기업이 가진 역량을 활용함으로써 각 기업의 업종 및 특성에 맞는 고유의 방식으로 사회/환경 문제의 해결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떤 활동보다 지속가능 할 수 있고 동시에 비즈니스적으로 전략적일 수 있다는 부분이 가장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무엇보다도 저를 비롯한 수많은 임직원들이 근무하는 LG라는 회사가 공정하고 건강한 바탕에서 사회/환경에 기여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뿌듯함을 느낍니다.

Q.  국내 인프라 차원에서부터 사업 실행 차원의 문제들까지, 만약 국내의 다른 제조업체들이 CSV 사업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 어렵게 느껴질 부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경험에 기반하여 어떤 점들에 특별히 주의해야 할 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국내에서 CSV가 엄청난 화두이고 이슈거리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실상을 보면 이는 단지 CSR 부서의 화두일 뿐 각 기업의 중추가 되는 사업들이 진행되는 현장에서는 CSV라는 개념 자체를 모르거나 아는 경우에도 기존 사회공헌활동의 재해석 정도로 간주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CSV 사업이라고 명명할 뿐 깊이 들여다보면 CSR에 그치는 사업도 상당히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CSV 사업을 추진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전사 차원에서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유가치창출의 확산을 위해서는 비즈니스의 핵심부서에서 CSV의 필요성을 인지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현업인 기획/마케팅/세일즈의 부서에서 실행할 수 있는 표준화된 툴(tool)이나 방법론의 확산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CSV 사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윈윈(Win-Win) 하는 사업전략이기 때문에 기업 운영에 있어 의사결정권을 가진 고위급 인사들의 관심 및 변화의 노력 역시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Q. CSV 전략이 적극적으로 활용된 사례가 많지 않은 한국에서, 귀사의 사례는 CSV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제조업 기업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향후 CSV의 실행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들을 위한 제언 부탁 드리겠습니다.

A. 현재 한국에서 CSV가 일종의 ‘유행’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유행을 쫓기 위해서 맹목적으로 기존의 사회공헌 활동을 CSV 활동으로 대체하거나 CSR부서의 이름을 CSV부서로 바꾸는 것 등과 같은 변화는 조금 더 신중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저희 LG 역시 CSR팀의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업이 사회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한 기업에게 주어진 책임, 즉 기존의 CSR 영역에서의 사업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사업의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돌파구로서, CSV를 전략적인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LG 생활건강은 협력사와 노동/인권/안전 등의 영역과 관련된 협의를 거쳐 사회적인 측면에 대한 기반을 확보하는 데 노력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제품 원료의 수급부터 생산 및 소비단계까지 제품 공급의 단계별로 경제적 측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 하였습니다.

CSV를 당장 실행하기 이전에 우리 회사가 사회적인 책임을 충분히 이행하고 있는지,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를 하고 있는지, 우리 회사의 협력사는 건강한지 등과 관련된 기반을 다지는 것이 전제 될 때, CSV 전략이 더욱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농사의 성과는 토양의 질에 따라 결정된다

LG그룹 CSR팀의 김수진 과장은 CSV 전략이 더욱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사회적 측면과 관련된 부분에서 ‘건강한 기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하였다. 이를 농사에 빗대어 보면 결국 ‘건강한 토양’에서 많은 수확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 해 농사의 성과를 결정하는 요소들은 다양할 것이다. 일장(하루 중 태양이 떠 있는 시간), 기온, 수분 등과 같은 날씨의 변화뿐만 아니라 종자의 상태나 농사를 짓는 농부의 기술 및 노하우 역시 농사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CSV 사업 역시 그 성패를 가르는 요인은 다양하겠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CSV를 도약을 위한 전략으로 활용, 그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CSV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 판단된다.

특히 CSV는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함께 추구하는 경영 전략이기에, 사업의 대상이 되는 지역에 대한 경제적 측면(시장)의 인프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프라 역시 깊이 있게 고려해야 하며, 만약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마련/보완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앞서 인터뷰에서 언급된 사회적인 책임,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 협력사와의 상생 관계 등이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LG유플러스가 ‘상생성’ 부문에서 CSV 포터 상을 수상한 것 역시 이러한 ‘사회적 기반’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사업의 기본 컨셉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통해 환경 보호를 돕는 동시에 LG유플러스의 기술 및 설비 장치를 판매함으로써 수익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때 주목해야 할 점은 관련 통신 기술 및 수거 시스템 관련 기술을 중소기업들에게 전수하고 기술개발비를 지원해 중소업체가 직접 수거 기기를 제작•납품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여 사업의 지속가능성 및 성과를 더욱 높일 수 있었다.

한국형 CSV, 한국을 넘어 글로벌로의 도약을 꿈꾸다

CJ와 LG, 한국적 토양에서 CSV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두 기업 모두 CSV의 성공적인 정착 및 발전을 위해서는 그룹 차원의 전사적인 변화와 인프라 마련이 반드시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사실 이는 CSV라는 특정 전략을 실행하는데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기업이라도 획기적인 도약을 꿈꾼다면 필연적으로 수반되어야 할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앞서 CJ의 전진철 상무가 언급하였듯이, 제조업의 성장이 한계에 직면한 현재 상황에서 제조업 기업들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혁신’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며, 그 혁신을 통해 현재의 경제적•사회적 상황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향후 미래의 상황 역시 예측하여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혁신의 한 방법으로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접점을 통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CSV 전략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며, 실제 그 전략을 통해 수익 향상이 기대되는 한국 제조업 기업들의 사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CJ와 LG의 인터뷰 내용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이, 한국 제조업 기업들은 CSV 사업의 범위를 세계 시장•사회로까지 넓혀나가고 있다. LG생활건강이 네팔에서 펼치고 있는 CSV 사업, 즉 질 좋은 화장품 원료 공급을 확보함과 동시에 지역 주민들의 경제적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업이 바로 한국 기업들이 추진하는 글로벌 차원의 CSV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올해 CSV 포터 상을 수상한 기업들뿐만 아니라 더욱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한국형 CSV’를 추진하며 그 기회를 해외로까지 확장해나가는 가운데,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CSV 활동을 배우기 위해서 한국을 찾게 될 것”이라던 마이클 포터 교수의 말이 실현될 날 또한 머지 않았음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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