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의 해결과 함께 도약에 성공한 기업들 (1)
2014. 11. 26. 10:27
이 글은 임팩트스퀘어가 지속가능경영포털에 기고한 [공유가치 케이스.22_사회문제의 해결과 함께 도약에 성공한 기업들 (1)을 옮긴 것입니다. 원문 PDF 파일은 지속가능경영포털 CSV 게시판에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지난 네 편의 글에서, 제조업의 현황·의의·분류 및 특성과 같이 제조업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전반적인 정보들을 살펴보았다. 더 나아가, 제조업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파악하고 제조업이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왔는지 되짚어보면서 보다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방안으로 CSV 전략을 제시하였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앞으로 이어질 두 편의 글에서는 실제 CSV 전략을 통해 도약에 성공한 제조업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사례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제조업 기업들이 향후 혁신 전략을 수립하는데 참고로 할만한 점들을 도출해내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각종 제조업 기업들을 산업재 기업과 소비재 기업으로 분류하고, 앞 편에서 논의된 ‘제조업이 야기하는 사회문제’들을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와 함께 비즈니스적 가치를 향상시키는데 선진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기업들을 선정하였다. 본 편에서는 ‘산업재’ 기업을 중심으로, 특히 ‘환경오염 및 에너지 문제’와 관련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는 CSV 전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결자해지의 자세로 임하다
결자해지(結者解之), 매듭을 묶은 자가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일을 해결해야 함을 비유한 한자성어이다. 최근 4~5년간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통해 도약에 성공한 기업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자세가 바로 이 결자해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즉 기업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기업 스스로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이와 같은 의지를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 또는 제고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결자해지의 자세를 가진 기업들은 사회 문제의 해결하는 과정이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오히려 이윤을 창출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또 다른 사업의 기회’가 된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언급되었던 CSV(Created Shared Value), 기업의 공유가치창출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그림 1.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단순한 ‘비용’일까?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일까?(출처: sunlineenergy)
환경 오염 및 에너지 문제에 대처하는 CSV 전략
환경 이슈는 산업재뿐만 아니라 소비재 제조업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문제이다. 생산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부터 생산 공정 과정을 진행, 생산된 제품을 판매하고 관련 폐기물을 처리하는 것까지, 모든 기업 활동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과 함께 에너지 소비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에서는 강력한 법적 규제를 통해 환경 오염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묻기도 하고, 오염배출권 거래제도 등을 통해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오염 물질 배출량을 감소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방안이라 생각된다. 법적인 규제나 단순한 인센티브만으로는, 기업 입장에서 환경 문제가 여전히 ‘비용’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경 오염 및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방안은, 문제를 ‘비용’이라 인식하고 회피하거나 적당한 수준에서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비즈니스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환경 오염 방지 및 에너지 절약이 기업 활동 및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업의 가치사슬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아래의 사례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볼 수 있다.
브라질 제 1의 철강사이자 라틴아메리카 제 1의 재활용 기업, Gerdau
Gerdau는 브라질 제 1의 철강사이자 세계적으로는(철강사들 중) 14위의 규모를 자랑하는 산업재 기업이다. 건설, 자동차, 농업 등에 사용되는 철강을 생산하며 현재 미국, 유럽, 아시아 대륙 14개 국가에서 4만 5천여 명의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다. 사실 철강 산업으로는 세계에서 상당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Gerdau의 규모나 사업적 특성에 대한 논의는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Gerdau에 주목할만한 이유는, Gerdau가 브라질 최대의 철강사이자 라틴아메리카 제 1의 재활용 기업이라는 점에 있다.
특히 Gerdau는 수백만톤의 고철(scrap)을 재활용하여 강철(steel)로 재생산하고 있다. 이는 쓰레기 매립지 또는 부적절한 장소에 매립되는 폐기물의 양을 줄임과 동시에 새롭게 강철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총 에너지 소비량을 감소시킴으로써 환경 오염 및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이 때 재활용을 위한 Gerdau의 노력이 사회문제 해결 방안으로서 의미가 있는 이유는, Gerdau가 기반을 두고 있는 라틴아메리카가 처해있는 심각한 환경 문제 때문이다. 라틴아메리카는 급속한 경제발전과 함께 도시화 및 인프라 확장이라는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사람들의 삶의 질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반대급부로 각종 산업·가정 폐기물 및 온실가스로 인한 자연 파괴와 도시 거주민들의 건강 악화 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브라질의 경우 Gerdau와 같은 산업재 기업들을 비롯한 각종 기업, 각 가정에서 배출한 고형 폐기물(Solid Waste)의 양이 1년 사이(2010년에서 2011년)에 1.8% 이상 증가하였는데, 이는 같은 해 인구 증가율이 0.9%라는 점에서 매우 높은 수치라 할 수 있다.
Gerdau는 위와 같은 브라질을 포함한 라틴아메리카의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비즈니스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방안으로 ‘재활용’을 선택한 것이다. 사실, Gerdau의 주력 분야인 고철 재활용의 경우, 고철을 배합하여 강철을 생산하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기에 재활용 정책을 선택하는데 상당한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고철을 많이 배합할 수록 강철의 가격이 떨어지므로 이용량에 한도가 있기 때문이며, 고철의 질에 따라 강철의 질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단순히 고철을 수집하는 것 이상으로 관리, 재가공할 수 있는 고급 기술이 필요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Gerdau는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이 환경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기업의 향방을 정하는 경영 기획 단계에서부터 일상적인 업무에 이르기까지 환경적인 측면을 철저하게 고려할 것을 결정하였다. 홈페이지나 Annual Report를 통해 살펴볼 수 있듯이, 각종 생산 설비를 보다 친환경적으로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투자 및 환경에 대한 기업 구성원들의 인식을 증진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전사적인 차원에서 환경 관리 체계(Environmental Management System)을 도입하여 기업 활동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문제들을 관리하고 있다. 이는 Gerdau의 가치사슬에 환경 이슈가 밀접하게 반영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그림 2. 재활용을 위한 고철을 수집하는 Gerdau 직원들(출처: knoxnews)
Gerdau는 2012년 Annual Report에서 이와 같은 환경 문제에 대한 Gerdau의 관심이 단순한 ‘사회공헌’이 아닌 ‘비즈니스 전략’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특히 Gerdau는 매년 1500만 미터 톤에 이르는 고철을 재활용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2013년 기준 Gerdau 철강 전 제품의 75%를 생산해냈다. 곧 원자재를 구입하는데 사용되는 비용을 혁신적으로 감축하고 철강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에너지 사용량 역시 획기적으로 감소시킨 것이다. Gerdau의 ‘재활용’ 전략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부산물(byproducts)’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강철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부산물이 발생하는데, 2013년 기준 Gerdau의 철강 생산에서 발생한 부산물의 82.5%가 내부적으로 또는 외부적으로 서로 다른 경제 영역에서 사용되었으며, 이는 2012년과 비교하면 10%나 성장한 수치이다. 기존의 자재들에 비하면 30~50%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거래되는 데다가 새롭게 자재를 생산함에 따라 발생하는 에너지 사용량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부산물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는 전망이다. 2013년 한 해 Gerdau가 부산물 판매를 통해 얻은 매출은 브라질 달러로 2억 5천 5백만 레알(한화 약 1000억원)에 이르며, 여기서 발생한 매출의 60% 이상을 환경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에 재투자함으로써 더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사업을 통하여 Gerdau는 2014년까지 브라질 철강 산업에 사용되는 에너지 사용량을 2.5% 감축하겠다는 사회적인 목표의 달성에도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산업재 기업들의 CSV 전략 활용,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
산업재 기업들 중 CSV 전략을 활용하고 있는 사례는 비단 Gerdau 뿐만이 아니다. 세계 3위의 알루미늄 생산 기업인 Alcoa 역시 알루미늄의 재활용을 기업의 가치 사슬에 내재화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알루미늄 생산으로 인해 발생되는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적 가치를 달성함과 동시에, 매년 30만 톤에 이르는 재활용 알루미늄이 Alcoa의 공급사슬에 추가적으로 투입됨으로써 총 5억 달러(한화 약 530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가치 역시 기대할 수 있었다.
또한 석유화학 기업인 Marathon Oil의 경우, 지역사회의 말라리아 질병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건강한 노동력의 안정적인 공급을 달성, 사회적 가치와 함께 경제적 가치를 달성할 수 있었다. Marathon Oil은 적도 기니의 Bioko 섬 근처의 유전에서 석유를 추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 때 필요한 인력을 현지에서 충당하려 하던 차에, 말라리아로 인해 노동이 가능한 연령대의 사람들까지 제대로 된 생산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따라 Marathon Oil은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발족, 살충제와 항말라리아 치료제 등을 보급하고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함으로써 말라리아 퇴치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노동자들의 결근율을 감소시켰으며, 이들의 생산성은 향상되어 Marathon Oil이 성공적으로 석유를 추출하는데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다.
이와 같이 기업의 가치 사슬 속에 사회적 임팩트를 내재화시키고 이를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와 연결시키려는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 거대한 규모의 산업재 기업들이 CSV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커다란 사회적·경제적 임팩트에 대한 기대를 가져보면서, 다음 편에서는 ‘소비재’ 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사회문제들에 따른 CSV 사례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제조업 CSV #6. 사회문제의 해결과 함께 도약에 성공한 기업들 (2)에서 계속 됩니다.)
작성자 : ISQ 김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