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제를 만들어내고 있는 그들을 보라!: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10가지 변화의 모습들
2013. 8. 12. 14:12
임팩트스퀘어 블로그를 꾸준히 방문하시거나 네이버 테마캐스트 공익/나눔 섹션의 콘텐츠를 즐겨 보시는 분들은 임팩트 비즈니스 섹터에서 최근 어떤 트렌드가 주목을 받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최근 Innovation for Social Change 라는 곳에서 '사람들이 경제를 변화시키고 있는 10가지 방식들 (The top 10 ways people are changing the economy)라는 제목으로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움직임을 10가지로 선정하였습니다. 함께 살펴 볼까요.
10. 임팩트 투자 (Impact Investing)
임팩트 투자 확산을 위한 전문가 네트워크 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GIIN)에서는 임팩트 투자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는 투자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사회적/환경적 과제들을 해결하는 목적의 투자 방식을 의미합니다. 단순 원금 회수에서부터 시장 수익률 수준 정도의 수익을 거둬들이거나, 나아가 시장 벤치마크를 상회하는 투자 수익을 창출하는 모든 범위를 포괄합니다. 물론 임팩트 투자는 포괄적 의미의 “사회 책임 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ing)”의 한 형태로 분류될 수는 있으나 단순한 네거티브 스크린(Negative Screen) 방식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습니다. 즉, 임팩트 투자는 “나쁜” 혹은 “위해한” 기업을 배제하는 소극적인 방식을 넘어, 기업의 긍정적인 힘을 이용하는 비즈니스나 펀드를 적극적으로 찾아 자본을 투자하는 데에 초점을 맞춥니다.
임팩트 투자 분야에는 지역과 섹터, 자산의 종류를 불문하고, 다양한 범위의 기대 수익을 전제로 하는 자본이 빠르게 공급되고 있습니다. 임팩트 투자 산업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들은 창의적인 투자가 사회와 환경 문제 해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공통 분모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투자적인 관심은 자선 활동과 단순 영리 추구 사이에 존재하는 미지의 영역을 열어젖히는 스파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어려운 경제 환경에도 불구하고, 임팩트 투자는 전세계적으로 폭넓은 범위의 혁신과 기업가적 활동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발현되고 있습니다.
월가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본래 투자가 지향해야 하는 목적을 잃어버리고 소수 투자자들의 사욕을 불리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와 동시에 수익률 자체보다 인간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기 위한 가치 증진, 즉 임팩트를 최종적인 목표로 투자를 하겠다는 임팩트 투자가 주목받기 시작했는데요. 지분 투자, 채권 발행, 대출 보증 등 전통적인 금융 활동으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한다는 점에서 임팩트 투자는 일반 투자와 구분됩니다. 좀 과격한 주장일 수 있지만 사실상 모든 투자는 그 뿌리를 임팩트 투자에 두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임팩트 투자는 자본이 투입되지 않았을 경우 불가능한 조직의 활동을 가능케 하는 자양분 역할을 해서, 실제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활동인데 그러한 변화를 우리가 바로 임팩트라고 일컫기 때문입니다. 수익률이라는 것은, 그러한 변화가 만들어내는 부가 가치의 산출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임팩트 투자가 성장하기 위해서 앞서 잠깐 언급한 GIIN 을 필두로 공통의 임팩트 측정, 평가 및 보고 체계도 마련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무하마드 유누스가 세운 그라민 은행은 신용 부족으로 경제 활동을 영위할 만한 초기 투자금을 마련할 수 없었던 빈곤층을 대상으로 소액 자본을 대출한 마이크로파이낸스 기초를 마련했는데, 마이크로파이낸스는 현재 임팩트 투자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주최한 특별초청강연 행사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유누스 (2013. 07. 26)
9. 협력적 소비 (Collaborative Consumption)
The Economist 지 2013. 3. 9. 자 이슈에서는 공유 경제를 특별 주제로 다루었다
다음은 협력적 소비입니다. '나는 소유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은 이제 곧 '나는 빌려쓴다, 고로 존재한다'에 자리를 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대학에 갓 입학해서 멋모르고 읽었던 제레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에서는 소유의 시대가 곧 종말을 맞이하고, 접속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시대가 문을 열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소유권(ownership) 보다는 상품/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접근권(accessibility)이 거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보았는데요. 책을 읽을 당시에는 '그래도 사람들이 전세로 집을 빌려서 쓰는 것보다는 언젠가는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는 것처럼, 소유권을 향한 욕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얼마나 많이 소유하는가가 곧 사회에서 그 구성원의 지위와 영향력을 드러냈으니까요. 그런데 최근에 공유 경제, 협력적 소비가 주목을 받자,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시대가 온다고 했던 그의 예언이 틀리지 않았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상품의 수명 주기가 단축되면서 빠른 속도로 새 상품이 쏟아져 나오는데 더 이상 '내 것'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지고 사람들의 우선 순위가 '소유'에서 '경험'으로 이동하면서, 그리고 이러한 멋진 경험에 낮은 비용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한 것이 그러한 '예언 적중'의 배경이 되었다고 보입니다.
eBay 나 Craiglist 는 자발적으로 사람들로 중고 물품을 사고 파는 플랫폼으로서 '세계 최대의 상거래 시장'으로 우뚝 섰습니다. 200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탄생한 에어비엔비는 집안의 유휴 공간을 숙박객들에게 개방하는 이들을 연결시켜, 여행을 하는 이들이 굳이 호텔에 가지 않고서도 독특하고 즐거운 숙박 시설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국에도 에어비엔비가 진출했습니다!) 로 기존 숙박 체인들이 경계해야 할 정도로 무서운 성장세로 전세계 여행객들에게 취향에 맞춤화된, 적절한 가격의 숙박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카셰어링 서비스 집카, 간단한 작업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분담하여 처리하는 TaskRabbit 등 협력적 소비의 예시는 다양합니다.
Economist 지에서는 2013년 3월, 공유 경제를 스페셜 리포트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었는데요, "The rise of the sharing economy" 기사에서는 peer-to-peer 렌털 시장의 크기가 현재 260억 달러라고 추산하며, 방치된 채로 남겨져 있었을 자산들을 활용하여 소유자들은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환경적인 효과, 그리고 인간적인 만남을 촉진시킨다는 점 등을 협력적 소비의 장점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거대 기업들과 정부 규제자들은 공유 경제 모델이 가진 잠재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도 하였죠. 협력적 소비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알아보고 싶은 분들은 collaborativeconsumption.com 사이트를 방문해 보세요.
8. 시간 은행 (Time Banking)
만원 짜리 화폐가 만원 이라는 액면 가치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사회의 구성원들이 그저 종이 한 장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는 그 화폐에, 가치를 부여하기로 암묵적으로 동의하였기 때문입니다. 즉 만원을 들고 가면 시장에서 5,000 원이라고 매겨놓은 커피를 적어도 두 잔은 구매할 수 있다는 약속에 대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따르기로 했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사회 구성원들의 약속이 있기에, 돈이 가치를 가지는 것이고, 이러한 화폐의 교환적인 가치는 시장을 움직이는 원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 해 보신 적 없으신가요? 굳이 돈이 아니라, 다른 수단으로 경제 활동을 할 수는 없는 걸까? 돈 말고 다른 종류의 화폐는 존재하지 않는 걸까? 어린 시절 부루마블을 할 때, 비록 종이로 만든 가짜 돈이라 할지라도 그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는 세계의 도시를 살 수 있는 힘을 발휘했습니다.
저 돈으로 우리는 서울을 살 수 있었다 이미지 출처
이러한 개념에 착안하여 나타난 모델이 바로 시간 은행입니다. 인간에게 가장 공평하게 분배되어 있는 자원이 있다믄 그것은 시간이 아닐까요. 모든 사람들에게 하루는 24시간입니다. 시간을 화폐로 사용하는 커뮤니티에 소속된 구성원들은 통장에 돈을 저축하고 인출해서 쓰는 것처럼 봉사 활동, 돌봄 활동, 경제 활동을 하고 자신이 기여한 시간을 통장에 저축해 놓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시간이 자신의 보유 계좌에 쌓여, 다른 사람들로부터 도움이 필요할 때 그 시간만큼 인출할 수 있는 것이죠. 시간 은행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으신 분은 다음 링크를 참조하세요.
시간은행은 있어도 아직 잠은행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_출처: 이말년씨리즈, 94화 잠은행 上
7. 직원들이 소유하는 비즈니스 (Worker-Owned Business)
기업의 CEO 가 오피스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고, 일은 직원들이 모두 처리하는 그런 비즈니스는 이제 유효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직원들이 회사의 소유자들이고 그들이 직접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이윤과 손실을 함께 분담하고자 합니다. 그러면서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싶어하지요.
이 흐름은 한국의 상황을 얼마나 설명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기업의 소유권을 직원들이 갖고 있는 회사들이 주목할 만큼 등장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근로자들의 대다수가 대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조직의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거나 주식을 소유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막 경제 활동을 시작하는 젊은 세대들은 자신이 조직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을 답답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쉽게 '부속품'이 된 것 같다는 푸념은 자신이 회사에서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전혀 느낄 수 없는 상황에서 느끼는 안타까움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밀레니엄 세대들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일을 그저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기를 거부하고, 의미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죠. (관련 임팩트스퀘어 포스트: 취업 준비생의 품격, 의미있는 직업을 찾는다!) 그러한 점에서 조직 내에서 직원들이 자신이 주인이라고 느끼며, 책임을 지려 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6. 선물 경제 (Gift Economy)
기브 앤 테이크 (GIVE & TAKE), 준만큼 돌려 받는다는 교환의 원리는 시장 경제에서 너무나 기본적인 원리입니다. 하지만 기여 경제는 익명의 사람이 지불한 덕으로 상품, 서비스를 누리고 당신 역시 다음 사람에 올,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를 위해 비용을 지불한다면 어떨까요? 이러한 선물 경제의 원리를 실험해보고 있는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카르마 키친(Karma Kitchen)에 가면 메뉴판에 음식 가격이 $0.00 로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연 설명이 있죠.
당신의 식사는 이전에 이 식당을 방문한 누군가로부터의 선물입니다. 이러한 선물의 기적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당신 다음에 이 곳에 올 누군가를 위해 비용을 미리 지불해 보는 건 어떤가요
즉, 자신은 누군가가 지불해 놓은 비용으로 식사를 대접받는 것이고 그 고마움으로 다음에 올 손님을 위해 비용을 지불해 놓고 가는 것이지요. 이렇게 해서 식당이 지속가능할까, 사람들이 만원 어치 식사를 하고 5천원만 내고 가려고 하지 않을까, 의문이 하나둘 꼬리를 물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카르마 키친의 실험은 꽤나 성공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카르마 키친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미국의 버클리에서 첫 실험을 시작하여, 현재는 워싱턴 DC, 시카고, 인도 등 그 범위를 확장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아래 동영상에서 일반 식당과 다른 활기차고 푸근한 분위기가 느껴 지시나요?
카르마 키친 소개 동영상
5. 프리 사이클링 (Free cycling)
다음 순위는 프리 사이클링이 차지했습니다. 전 프리 사이클링이란 단어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데요. 프리 사이클링은 가지고 있는 물건 중 사용하지 않는 것들을 그것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주는 활동입니다. 앞에서 살펴본 선물 경제(gift economy)의 한 종류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러한 프리 사이클링은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이 아니라는 것, 단순히 공짜 물건을 획득하고자는 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누군가의 돈벌이 목적으로 이용될 수 없다는 점, 쓰레기나 다름 없는 물건을 처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동네 주민 게시판에서 필요로 하는 상품, 서비스를 찾으려는 활동이 아니라는 점 등을 염두해 두시기 바랍니다. (출처: freecycling.org) 커뮤니티에 속한 멤버들은 자신이 선물로 받고 싶은 목록을 공유할 수 있고, 그 물건을 집에 가지고 있지만 딱히 쓰고 있지 않아서 기꺼이 선물해 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메일에 답하여, 선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순한 재활용과는 차이가 있죠. 이러한 프리 사이클링 활동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고 무엇보다 중요하게는 '커뮤니티'를 회복시키는 데 있습니다. 같은 커뮤니티 안에서 선물로 돌아가는 경제를 형성하여, 소외되는 사람 없게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다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프리 사이클링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쇼핑을 할 때 '이건 나한테 주는 선물이다'라는 생각을 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도 좋지만, 사실 선물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을 때 더 기분좋은 것이지요.
4. 커뮤니티 화폐 (Community Currency)
큰 은행들은 재정 위기에 처하면 긴급 구제를 요청할 수 있고 기업들이 받는 현금 지원에서 커뮤니티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지극히 미약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만약 특정 커뮤니티 안에서만 통용되고 그 안의 비즈니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고유의 화폐를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요? 97년도 외환위기가 한국에 닥쳤을 때, 방송에서는 우리 나라 경제가 어려우니 모두 한마음이 되어 국산 제품을 사용하자고 광고를 했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문구점에서 일제 볼펜을 사려는 친구에게 국산 제품을 사야하지 않겠냐고 타일렀었는데, 상당히 모범적으로 '애국 운동'에 동참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러한 애국심에 호소하는 전략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럽지만, 그 당시만 해도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해야 한다며 집안 장롱 속에 있던 금반지를 꺼내어 선뜻 내어놓는 열의까지 보였던 한국민에게 국내 경제를 진작시키기 위해 기왕이면 국산품을 쓰자는 호소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위기가 아니었다면, 전세계적으로 화폐의 교환이 자유로운 오늘날 그러한 요구에 동참할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미국발 경제 위기가 유럽을 강타하면서 외부의 충격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 커뮤니티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화폐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자신의 마을을 개발시키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소비의 결과가 지역 내에서 선순환적으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이지요. 커뮤니티 화폐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재미있는 사례를 몇 개 소개하겠습니다.
나이키, "당신의 땀으로 경매에 참여해 보세요"
나이키는 멕시코에서 "Bid Your Sweat" 캠페인을 실시하였는데요, 나이키+ 계좌를 가진 회원들을 대상으로 나이키 제품을 경매에 붙였는데 이 경매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화폐는 돈이 아니라, '킬로미터!' 였습니다. 즉, 자신이 달린 거리 만큼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화폐를 획득하는 것이죠. 이렇게 나이키 커뮤니티 안에서, 나이키 제품을 사용해서 화폐로 쓰일 수 있는 킬로미터를 저장한 사람들 만이 들어올 수 있는 경제 활동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비록 기업에서 마케팅을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실시한 캠페인이지만 커뮤니티 화폐의 원리를 잘 활용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디지털 화폐, bitcoin
Bitcoin 은 오늘날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디지털 화폐입니다. 온라인/모바일 커뮤니티에서 Bitcoin 을 사용하는 이들은 별도의 금융 중개 기관을 거칠 필요 없이 자유롭게 화폐를 거래할 수 있습니다. 가상의 지갑에 Bitcoin 을 예치해 둘 수 있으며, 필요할 때 비디오 게임, 책, 서버 등 상품을 이 화폐로 결제할 수 있고 개인간/기업간 송금 역시 가능합니다. 정부나 중앙은행의 통화/재정 정책에 영향을 받지 않는 화폐라는 점에서 전통적인 화폐와 차이가 있습니다. 테크놀로지가 발전하면서 은행과 같은 제도적인 기관이 아니라 온라인/모바일 커뮤니티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경제 활동이 일어날 수 있게 하였다는 점에서 Bitcoin 이 가져올 변화를 주목할 만합니다.
위에서 소개한 두 가지 화폐는 테크놀로지가 발전하면서 전통적인 커뮤니티 화폐에서 변형된 모습의 사례였는데, 본래 커뮤니티 화폐는 전통적으로 강력한 '지역적' 기반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중 메사추세츠의 Berkshire 지역에서 쓰이고 있는 BerkShares 가 그 중 가장 유명한데,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되어 현재 Berkshire 지방에서는 400 곳이 넘는 비즈니스에서 이 화폐를 사용하고 있으며 13 곳의 은행에서 커뮤니티 화폐를 교환해 주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는 BerkShares 를 취급하는 비즈니스와 그렇지 않은 비즈니스를 구분시켜, 지역 주민들과 로컬 비즈니스의 관계를 강화하고 유대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Berkshare 지역의 커뮤니티 화폐, BerkShares
3. 국민총행복지수 (Gross National Happiness)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작은 왕국 부탄을 아시나요? 국가의 경제 규모를 비교할 때 일반적으로 쓰는 지표는 국내총생산, GDP 입니다. 일정 기간 동안 한 국가 내에서 생산된 최종 생산물의 가치를 합한 것이 GDP 인데, 이 지표로만 경쟁을 한다면 사람들의 삶의 질은 간과할 수 밖에 없기에 1970년대 부탄에서는 경제적 산출 뿐만 아니라 환경적 임팩트, 시민들의 영적 문화적 성장, 정신적 육체적 건강, 그리고 기업과 정치 시스템을 측정하는 국민총행복지수를 개발하였습니다.
Gronss National Hapiness 소개 영상
구체적으로는 1) 심리적 웰빙 2) 건강 3) 시간 활용 4) 교육 5_ 문화적 다양성과 리질리언스 6) 좋은 거버넌스 7) 커뮤니티 활력 8) 생태적 다양성과 리질리언스 9) 생활 수준, 9개 영역을 측정하는 총 33개 지표를 측정하여 국민총행복지수를 계산합니다.
임팩트 투자 발전하기 위해서, 측정, 평가 및 보고 기준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했는데, 국가의 성장이 경제 성장 뿐만 아니라 그 외에 윤택한 삶을 보장하는 환경적 조건을 마련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이것을 측정하고 비교, 평가할 수 있는 지수가 있어야 하기에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행복이라는 주관적인 변수를 측정하기에 국민총행복지수는 그 엄밀성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남아 있지만, 70년대에 만들어진 개념이 오늘날 재조명받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참고로 경영 전략의 대가 마이클 포터 교수는 Social Progress Index 를 만드는데 참여하고 있습니다. 경영대생이라면 마이클 포터의 경쟁 전략을 반드시 수업 시간에서 접하고 그의 책을 (다 읽지는 못했겠지만) 한번즘은 도서관에서 빌려본 경험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는 이후에 기업의 경쟁전략을 분석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가의 경쟁 우위를 분석하는 틀을 제공하기도 하였고, 2011년 부터는 공유가치창출(CSV) 라는 개념을 내놓으며, 그간의 그의 연구를 집대성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역시 측정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에, 기본적인 인간의 니즈, 웰빙, 기회를 큰 축으로 하는 Social Progress Index 를 개발하였으며 현재 그 유용성과 가치를 실험해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 작은 것이 아름답다 (Small is Beautiful)
사람들은 익명성, 책임의 부재에 넌더리가 나서 이제는 로컬의, 지역적 범위가 좁은 활동에 참여하기 원한다는 것이 바로 여기서 말하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정신인데요. 자신의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길이 요원한 세계적인 거대 은행에 맡기기 보다는 우리 마을의 작은 조합 은행으로 발길을 돌리고, 로컬에서 생산된 제품을 판매하는 가게를 더 자주 이용하려는 등 다시 '로컬로 돌아가자 (back to the local)'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리스트를 선정한 곳이 유럽에 본거지를 두고 있어, 커뮤니티, 로컬의 중요성이 더 크게 대변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는데 실제로 지난 봄 미국을 방문했을 때 도시에서 '우리는 로컬 음식을 판매합니다' '우리는 로컬 주민을 위합니다'는 메시지를 걸어놓은 가게들을 상당히 많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뉴욕에서 발견한 이 카페에서는 로컬 지역에서 일어난 주요 소식들을 자발적으로 기고 받아 2주에 한번씩 카페를 방문하는 사람들과 회원들에게 배포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도시에서도 로컬에서 난 재료를 쓰고 있으며, 이익은 다시 로컬 주민들의 경제 활동을 위해 투자 된다는 정신을 강조하는 곳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요. 한국에 비해 해외에서는 로컬, 커뮤니티 문화가 다시 강조되고 있는 듯합니다.
뉴욕에서 우연히 마주친 Pushcart Coffee 의 미션:
"Pushcart Coffee 는 우리 가게가 속한 커뮤니티를 위합니다. 우리의 스탭, 고객, 공급자, 그리고 이웃주민 모두 우리의 커뮤니티 구성원입니다. 이들이 어우러져,Pushcart Coffee 는 우리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 생기를 불어넣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1. 사회적 기업가 (Social Entrepreneurs)
대망의 1위는 바로 사회적 기업가입니다! 사회적 기업가는 어떤 사람인지는 임팩트스퀘어 포스트 사회적기업가정신, 그 뿌리를 찾아 나서다: 스티브 잡스부터 무하마드 유누스까지 를 참조해 주세요. 앞에서 소개한 트렌드는 모두 둔화된 경제 성장에 돌파구를 찾기 위한 시도에서 생겨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움직임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사회적 기업가 만큼 그러한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사람들도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사회 문제가 도처에 쌓여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지속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는 이들, 그리고 비즈니스에서 답을 찾아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의 기업과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하는 이들이 사회적 기업가이기 때문이죠.
일시적인 트렌드를 지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10가지 주목해야 하는 변화들을 살펴보면서, 저는 이러한 움직임이 다음의 경제 패러다임을 불러오는 예고편일지 혹은 기존 경제 시스템에서 소수만의 동의를 얻는 유행으로만 남을지 고민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면과 그렇지 않은 면도 있어서 국내에서 같은 주제로 TOP 10 리스트를 선정해 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궁금합니다. '지금 이 시스템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없다'는 문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많은데 그렇다면 어떠한 솔루션으로 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것인지, 이 10가지 흐름을 참고해 생각해 보는건 어떨까요.
작성자 : ISQ 이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