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과 비즈니스모델: 도현명 대표의 미니강의 2부작 시리즈, 그 두 번째 이야기
2013. 2. 18. 0:35
사회적기업은 공감(empathy)와 전략(strategy)가 잘 융합될 때 사회적 목적과 지속가능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창업을 시도하는 경우, 공감은 사회적기업 내부의 소셜미션으로 잘 드러나고, 전략은 비즈니스모델로 확인됩니다. 본 글은 사회적기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각각 1) 소셜미션과 2) 비즈니스모델로 나누어 살펴보는 2부작 시리즈 중 두번째 포스트 입니다. (첫번째 포스트: 사회적기업과 소셜미션)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본 글은 비즈니스모델 수립을 위한 방법을 공유한다기 보다는 비즈니스모델을 수립하기 위한 배경 정보를 나누는 데에 그 목적이 있음을 밝힌다. 만약에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 데에 급한 이들은 이 글을 읽고 실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하기 바란다.
"소셜미션인가요 비즈니스모델인가요?"
2부작 시리즈의 첫번째 포스트를 작성한 뒤 몇몇 분들이 “그럼 소셜미션이 더 중요해요? 아니면 비즈니스모델이 더 중요해요?”라는 질문을 해주셨다. 질문이 스스로 멋쩍었던지 “거의 엄마가 좋아요? 아빠가 좋아요? 수준이죠?”라고 덧붙이시는 분들도 계셨다. 물론 두 질문을 받았을 때 느낄 수 있는 난감함은 비슷할 수 있겠지만, 다행히도 전자의 경우 답이 존재한다. (물론 후자에도 답이 존재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이번에도 결론부터 확인하고 가자. 굳이 따지자면 사회적기업의 경우, 당연히 소셜미션이 더 중요하다. 소셜미션은 그 자체가 사회적기업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명심해야 하는 것은, 소셜미션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과정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매우 어려운 것은 아닌데 비해 비즈니스모델은 매우 어려운 도전이며 다소 경쟁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소셜미션이 더 중요하지만 결국 비즈니스모델을 잘 개발한 기업이 좋은 성과를 얻는 경향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소셜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지속가능성은 비즈니스모델의 우수성에서 나오기 때문에 소셜미션이 더 중요하지만 좋은 소셜미션만으로는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없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소셜미션이 가치적으로 중요하지만 소셜미션을 수행할 방법이자 과정인 비즈니스모델이 효과적이고 또 지속가능하지 않다면 해당 사회적기업의 임팩트는 소셜미션을 달성하기에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소셜미션은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에 비하여 비즈니스모델의 결과물 중에 하나인 수익성은 극대화보다는 지속가능성을 목표한다. 두 요소의 추구 이유와 지향 정도가 다르다고나 할까?
어느 방향인지는 알더라도 길이 제대로 없는 오프로드에서는 그에 맞는 차량이 필요하다.
왜 비즈니스 모델인가
이제 좀 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해보겠다. 소셜미션이 더 중요하다면서 나는 왜 멘토링이건 강의건 기회만 있으면 비즈니스모델에 대해서만 주구장창 이야기를 할까? 다음의 세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사회적기업을 추진하는 대부분의 기업가들은 어떠한 사회적 문제를 품고 시작하기 때문에 소셜미션에 대해서는 큰 조정이나 개발이 필요한 경우가 적은 경우가 많다. 물론 구체화하고 구현가능하도록 정제하는 과정은 필요하겠지만.
둘째, 비즈니스모델은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 경우에는 임팩트 자체, 그러니까 소셜미션의 달성 가능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가장 중요한 세번째 이유, 본래 돈을 버는 비즈니스모델은 희소하기 마련이다. 소위, ‘우리는 그냥 밥 먹고 살기도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하는데 대부분 사회적기업이 해결하려는 문제는 본래 시장에 존재하지 않거나 부족한, 그래서 정부나 기업 등이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원래 안되고 있는 것을 되게 하려는데 얼마나 난관이 많겠는가.
밀림의 왕이라는 사자에게도 먹고 사는 일은 힘든 일이다
"끊어진 고리" 를 잇는 방법 4가지
실제로 성공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기업들을 분석해보면 대부분 이러한 ‘안되게 하는 요소’, 소위 끊어진 고리(missing link)를 마주하였을 때 주로 4가지 정도의 방법으로 고리를 이어, 사업 경쟁력 달성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끊어진 부분은 소셜미션이 생기게 하는 구조적인 모순이나 사회적 문제 자체일 수도 있고, 사회의 변화에 따른 현상이거나, 특수한 상황으로 비롯된 결과일 수도 있다. 이 끊어진 고리를 잇지 못하면 좋은 모델은 성립되기 힘들다.
일례로 방글라데시 빈곤층은 신용이 낮거나 없어서 그라민뱅크 이전에는 융자가 불가했다
그 끊어진 고리를 이어온 네 가지 대표적 방안은 ‘자원’, ‘영웅’, ‘사회적 선의’, ‘혁신’ 이다. 물론 완전히 구분 지을 수 있을 만큼 분명히 잘라지는 요소들은 아니고 때로는 둘 셋의 요소를 동시에 포함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개별적으로 생각해보고 적용해보는 것이 도움이 되기 때문에 굳이 이렇게 설명하고자 한다.
1) 자원
먼저 자원이라 함은 기업에서는 보통 자산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들로, 자본은 물론이고 기술이나 브랜드 같은 지적재산 역시 포함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서 대기업이 장애인을 고용하는 형식의 사회적기업을 만들 때 상대적으로 큰 자본을 들여서 기계를 구입하거나 일부 기술 등을 제공하여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국내에서도 그러한 시도가 종종 있고, 해외의 사례로는 그라민-바스프(Grameen-Basf)가 있다. 거대한 화학회사인 바스프는 모기를 퇴치하는 화학기술을 그라민에게 제공하고 그라민은 그 동안 쌓아온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통하여 동남아시아에 모기장 등을 판매하여 모기와 관련된 건강문제를 개선하고 있다. 만약 그러한 기술을 직접 개발하려고 했다면 그라민 입장에서는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투자와 기간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2) 영웅
영웅이라고 하면, 보통 사회적기업가 본인이 상당한 역량이나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그라민뱅크의 예를 들어보자면, 무하마드 유누스는 세계 최빈곤 국가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의 사람이지만 미국의 밴더빌트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소위 엘리트였다. 비교에는 무리가 있지만 구한 말에 하버드 석사와 프린스턴 박사를 취득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생각해보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이해가 될 것이다. 무하마드 유누스가 방글라데시에서 마이크로 파이낸스를 성공적으로 설립하고 성장시킨 것은 단순히 운이 좋았거나 시장이 준비되어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개인적인 역량과 네트워크가 상당히 큰 도움이 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3) 사회적 선의
셋째는 사회적 선의인데, 이는 대부분의 사회적기업이 획득할 수 있다. 좋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 일반 기업에 비하여 긍정적인 관점에서 평가해주고 반응해주는 경향이 있다. 물론 사회마다 차이가 있어서 국내의 상황은 유럽이나 미국의 그것에 비해서는 다소 낮다. 그럼에도, 2011년에 수행했던 연구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좋은 목적을 가진 상품의 경우 동일한 품질이라면 약 15% 정도의 프리미엄을 줄 용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때문에 사회적기업들은 이러한 요소를 통해서 상품이나 서비스가 가져야 하는 차별성 혹은 가치적 입지를 강화할 기회가 주어진다. 예를 들어서 탐스슈즈는 호평을 받고 있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동시에 선한 이미지를 활용하려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들이 착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크게 확산되었다는 점을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마케팅에서는 패션 제품 살 때 종종 발생하는 죄책감(guilty)를 감소시키는 방안으로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거나 캠페인화 하는 작업이 유용하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4)혁신
마지막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 위생과 체온저하의 문제로 하루에도 무수히 죽고 있는 영아들을 구하기 위해서 기존의 인큐베이터를 개선하려는 GE 등의 도전을 넘어 포켓형태의 워머를 개발한 Embrace는 자원도, 영웅도, 사회적 선의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지만 적정기술적인 접근으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튼튼한 자원이 투입되면 연결될 수 있다" "영웅이 등장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약하지만 다수인 대중의 지지도 필요하다" "완전히 새로운 접근과 개발도 방법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 네 가지 중에서 무엇을 취할 수 있을까? 자원이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리 쉽게 구해지는 것은 아니다. 영웅이 되고 싶지만 이 역시 내 바람과 실제는 종종 차이가 난다. 대중의 지지도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결국 사회적기업가에게 주어진 과제는 대부분 혁신적인 접근을 통한 것이며 이러한 경우 그 혁신의 상당부분은 비즈니스 모델로 표현될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하고 체계화하는 데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검토사항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하는 것 자체는 이 글에 담지 않을 생각이다. 다만, 세 가지의 검토사항만 마지막으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일단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기본적인 아이디어라도 나왔다면 시장과 비즈니스모델과 나, 즉 사회적기업가 혹은 사회적기업을 도표로 구성해보라. 그리고 먼저 그 시장이 어떠한 환경과 특성을 가졌는지 충분히 크며 성장성은 있는지, 소셜미션과는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검토해보라.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검토하라. 그 뒤에 내가 가진 비즈니스모델 아이디어가 그 시장을 설득하고 구매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검토해보라. 특히 기존 그 시장에서 유사한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하고 있는 잠재적 경쟁자들보다 나의 비즈니스모델이 더 나은지 보아야 한다. 이때 비즈니스모델의 돈을 벌고 쓰는 그 사이클이 크게 끊어짐 없이 돌아가는지 검토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이 부분은 이렇게 말로 간단하게 말할 성격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짧게 정리하려고 한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그냥 밥 먹고 살기도 힘들다.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열정만큼 더 충분히 치열하게 고민해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그 비즈니스모델을 추진할 만한 역량과 자원을 가지고 있는지 검토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도 어느 정도 답이 나오면 첫 시작을 하기 위한 방아쇠(trigger) 혹은 지렛대(leverage)를 개발하는 것으로부터 사업은 도전을 시작한다.
사실 아직 내 스스로 하고 있는 사업이 성공적이라고 자신할 수 없으면서 이러한 글을 정리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 부끄럽다. 그러나 더 많은 이들의 긍정적 발전을 위해서, 내가 그동안 계속해서 고민해오고 많은 이들과 토론해온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지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정리를 마친다.
작성자 : ISQ 도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