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과 소셜미션: 도현명 대표의 미니강의 2부작 시리즈, 그 첫번째 이야기

2013. 2. 8. 0:47

사회적기업은 공감(empathy)와 전략(strategy)가 잘 융합될 때 사회적 목적과 지속가능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창업을 시도하는 경우, 공감은 사회적기업 내부의 소셜미션으로 잘 드러나고, 전략은 비즈니스모델로 확인됩니다. 본 글은 사회적기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각각 1) 소셜미션과 2) 비즈니스모델로 나누어 살펴보는 2부작 시리즈 중 첫번째 포스트 입니다.  

왜 사회적기업의 소셜미션(social mission)을 이야기 하는가

 얼마 전에 사회적기업의 소셜미션에 대한 강의를 부탁 받아 진행했다. 사실 그 동안 경영이나 전략을 주제로 한 발표는 종종 가졌지만, 소셜미션 자체에 대한 내용을 전달하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았다. 발표자료를 새로이 준비해야 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나 스스로에게도 좋은 학습의 시간이 주어진다는 면에서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소셜미션에 대한 공부는 그간의 생각을 정리하고 체계화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회적기업을 사회적 문제를 비즈니스적 접근을 통하여 해결하려는 조직이라고 정의했을 때 소셜미션은 사회적기업의 존재 이유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 사회적기업이 잘 하고 있는지는, 소셜미션에 부합하는 임팩트가 얼마나 창출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또한 사회적기업이 당면하는 수익과 사회적가치의 갈등 속에서도 이 소셜미션은 방향을 잡기 위한 좋은 나침반이 된다. 일반 기업도 미션을 가지고 있지만, 사후적으로 그 미션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고 경영자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이해관계자가 그 미션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 회사에 다니고 계신 분이 있다면 회사의 미션이 무엇인지 기억해보시면 좋겠다) 피터드러커는 모든 기업의 미션이 공통적으로 ‘고객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기업의 미션은 본질적으로 수익에 초점이 있다. 그러나 사회적기업은 소셜미션이 실질적으로 비즈니스의 출발선이 된다는 점에서 미션이 가지는 무게감이 일반 기업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다르다. 이것이 바로 사회적기업의 소셜미션을 수립하고 점검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이다. 

 

주요 기업들의 미션: 

미션은 기업의 사명인데, 이렇게 잘 정의되고 지켜지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애플: 사람들이 기술을 즐기는 방식을 혁신한다

구글: 세계의 정보를 조직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다

버진: 지루한 업계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월트 디즈니: 가족들에게 매혹적인 세계를 창조한다

 

 탐스 슈즈의 블레이크 마이코스키(Blake Mycoskie)는 31세에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다가 신발을 신지 않은 아이들에게 신발을 신겨줘야겠다는 소셜미션을 가지고 출발했고, 그라민 그룹의 무하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도 밴더빌트 대학(Vanderbilt University)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본국 방글라데시에 돌아와서 자본을 구하지 못하는 빈곤층을 보고 그들에게 자본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소셜미션을 가지고 그라민 뱅크를 설립했다. 

사회적기업가는 주로 이렇게 소셜미션을 가지고 출발한다. 그런데 어떠한 경우에는 구체화된 영역의 소셜미션이 아니라 사회적인 임팩트와 비즈니스적인 수익을 모두 추구하는 것 자체에 방점을 찍고 본인이 기여할 수 있는 영역과 아이템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쉽게 말해서 ‘난 그냥 기업 말고,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돈도 어느 정도 벌면 좋겠어. 그런 사업 아이템 없나?’라는 생각으로 사회적기업을 시작하려는 경우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임팩트스퀘어의 많은 멤버들이 그러하다. 즉 교육, 아동, 환경, 빈곤과 같은 특정 소셜 미션에 매료되어 있기보다 비즈니스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때 만들어지는 임팩트의 생태계가 생겨나고 그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며 살고 싶어하는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소셜 미션을 빌려온다?   

 우리 역시 그러했듯, 이런 경우에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하기 위해서는 해외사례를 벤치마크 하기 위한 시도를 종종 한다. 실제로 국내에서 시도되었던 몇몇 사회적기업의 모델을 보면 해외 유사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예를 들어서 유명한 소셜벤처인 딜라이트 보청기(국내 보청기 가격을 혁신으로 낮추는데 성공)의 김정현 대표는 학생시절에 동아리에서 공부했던 아라빈드 병원과 오로랩( 저가 인공 수정체 가격을 혁신) 사례를 통해 사업 아이템을 정하는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딜라이트보청기를 포함한 몇몇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러한 차용의 과정에서 다소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를 목격한다.  

사람이 사는 곳은 대체로 비슷하고 욕구와 문제의 양상 역시 유사하다는 대전제하에서 우수 사례의 차용은 유용한 학습과 기회발견의 지침이 된다. 하지만 이 전제가 완전히 지켜지지 않는다면 어떨까? 즉 지역마다 사회문제나 그것을 둘러싼 제반 환경이 다르다면? 당연히 사회적기업의 소셜미션과 모델 차용에 있어서도 이 차이가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하겠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과거에 게임회사에 일하고 있을 때, 로컬라이징(지역화; localizing)과 관련된 이슈를 많이 경험했다.현지에서 선호하는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여 “중국에 진출할 때에는 붉은색 계열 아이템을 제공하면 좋다”는 전략이나, “동남아시에는 온라인 결제수단이 국내처럼 많지 않기 때문에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충전용 상품권 유통을 잘 고려해야 한다”는 인프라적 고려사항까지 로컬라이징 이슈는 매우 다양했다. 그 지역의 법과 풍습을 깊이 고민하지 않고 국내에서 통용되는 게임을 그대로 해외 시장에 내놓았을 때 예상치못한 여러가지 난관에 봉착해 난항을 겪는 경우도 종종 목격하였다. 이렇게 게임을 비롯한 여러 산업에서는 로컬라이징 이슈가 매우 당연하고 필수적인 고려 요소이다. 하물며 소셜미션이 조직의 존재이유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에게, 지역의 경제나 문화 등의 특성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소셜미션 차용에 있어서 로컬라이징 이슈는 당연히 존재하지 않겠는가.

인기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는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며 구미호 캐릭터를 론칭했다!

실제로 국내외 유수 사회적기업을 잘 살펴보면 지역의 특성이 내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작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회적기업과 공유가치를 주제로 탐방을 갔을 때 미국에서 우수한 소셜벤처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창업에 대한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고 기업가정신을 우대하는 배경도 있지만, 정말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미국 사회가 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지에 있는 분들에게 물어보니 먹거리가 너무 기름지고, 전기도 여전히 110v를 써서 환경적으로 효율적이지 않고, 대부분 차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운동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체중이 불게 되어 있고,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는 분리수거나 재활용도 잘 안하며, AIDS 발병율이 너무 높고, 여전히 인종 차별이 존재하며 총과 마약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이 미국이라고 그들은 말했다. 특히 1회용 용기를 잔뜩 사용하고서 쓰레기를 그대로 버리는 것을 보고 왜 유독 미국의 소셜벤처 중에 음식물 쓰레기나 폐기물 등 재활용 테마를 선택한 기업이 많은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한국의 경우에는 쓰레기 종량제와 분리수거 그리고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이 당연시 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접근하기 위한 사회적기업의 방식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임팩트스퀘어의 소셜미션 로컬라이징 

 임팩트스퀘어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명확한 사업 영역을 정해놓기 보다는 ‘Impact Maximizing’이라는 생태계 자체의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영역의 사업을 할 때에 해외의 모델을 공부하고 차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전세계의 소셜 이노베이터들을 위한 네트워크 더허브(www.the-hub.net)를 국내에 도입해 얼마전에 허브서울(www.hubseoul.net)을 오픈하였고, 공유가치창출(CSV)을 처음으로 주창한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가 만든 컨설팅기관 FSG의 한국 파트너로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FSG 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CSV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관이기도 하다. 임팩트 평가도 SVT Group과 협력하여 추진한다. 

특히 허브는 전세계 약 40여의 지점을 가지고 있는 글로벌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로컬라이징 이슈가 매우 중요한 논의 주제가 되었었다. 예를 들어서 다른 선진국의 허브는 1개월 자유이용권(unlimited membership)이 우리나라 돈으로 약 70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국내에서는 임대료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사회적기업에게 장소를 제공하는 정부 사업이 넘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가격을 조정하여 자유이용권을 25만원으로 책정할 수 밖에 없었다. 혹은 미국이나 유럽은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코워킹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이나 일본은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찾아가 인사하는 것을 어색하게 느끼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운영자 역할을 하는 host가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직접 개입하여 허브 멤버들 사이에 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특별히 주의를 기울인다. 

물론 임팩트스퀘어는 현재도 여러가지로 고민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지만, 우리의 소셜미션을 수립할 때 지역적인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소셜미션을 수립하였다면 아마 이 블로그를 통해서 좋은 컨텐츠로 임팩트 비즈니스에 관심있는 독자들과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오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아마 우리의 사업은 지금즘이면 크게 실패하지 않았을까. 

세계최대 소셜이노베이터 네트워크인 더 허브가 런던, 샌프란시스코, 맬버른 등에 이어 선정릉역 인근에 허브서울로 오픈하였다.

사회적기업 소셜미션 수립을 위한 두 가지 질문 

 소셜미션을 체크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개별 사회적기업마다 편차가 존재하겠지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포인트를 다음 두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내가 대상하는 지역에서도 이 문제가 중요한 문제인가? 본인 스스로 확신이 들더라도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나 고객이 될 사람, 또는 수혜 대상자가 될 사람 등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들을 설득해보고 사업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당연히 이들이 당신의 문제 의식에 설득된다면 실제로도 중요한 사회적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AIDS 예방을 이슈로 잡았다면, 이 문제는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국내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피부로 느끼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고 다른 문제들에 비해 시급성과 중요도 측면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회적기업 소셜 미션으로 좋은 출발점이 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종종 사회적기업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내린 문제 진단에 과잉 확신을 갖는 경우가 있음을 보게 된다. 사업을 계획하면서 자신 뿐만 아니라 투자자, 대상자, 지역사회 등 여러 집단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인지 따져보도록 하자. 

둘째, 중요한 문제라고 확신이 든다면 그 다음으로는 해당 지역에서 다른 해결 대안들이 존재하지는 않는가를 고려해보아야 한다.  모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솔루션이 사회적기업인 것은 아니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정부의 정책이나 대기업의 사회공헌이 사회적기업이 건드릴 수 있는 많은 문제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 동일한 방식을 취할 경우 탄탄한 인프라를 이미 갖고 출발하는 정부와 대기업과 경쟁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물론 기획과 협상으로 이들을 좋은 협력자로 만들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국내의 과거 사례를 보면 이 접근은 결코 쉽지 않다. 예를 들어서 국내에서 그라민 은행 같은 마이크로 파이낸싱을 하려고 하면 가장 큰 경쟁자는 각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미소금융재단이나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소액대출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부분까지 충분히 고려한 후에도, 당신의 소셜미션을 앞으로 추진할 만한 것인지 냉철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이러한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과정에서 미션을 좀 더 구체화하고 명료하게 정리해갈 수 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중요 관문을 통과하였다면, 이제는 소셜미션 자체에 대한 고민보다는 어떻게 이 미션을 목표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여 임팩트 극대화와 지속가능성 확보를 성취할 수 있는지 고민하여야 한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이 소셜미션과 연결지어 사회적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할지 생각을 나누어 보겠다.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작성자 : ISQ 도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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