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가치창출(CSV) 입문 101: 웹툰 "쌉니다 천리마마트"로 배우는 보다 쉬운 CSV
2012. 9. 6. 12:28
이 시대 최고의 경영학 구루, 마이클 포터를 만나다!
2011년 초에 Harvard Business Review에 “Creating Shared Value”라는 제목으로 마이클 포터 하버드 교수와 마크 크레이머 FSG 대표의 연구물이 발표된 다음날, 나와 임팩트스퀘어의 연구팀 멤버들은 기대와 설렘을 갖고 바로 스터디를 시작했다. 이후 여러 곳에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창출)를 주제로 글도 쓰고 회사 활동을 하면서 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내외부적으로 꾸준히 공부하고 알린 결과 그 노력을 보상 받았는지 결국은 그 모시기 어렵다는 마이클 포터 교수와 마크 크레이머 대표를 직접 만날 수 있게 되는 기회를 얻었다. 바로 작년 말인 12월에 CSV를 주제로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의 프로그램 기획과 연사 초청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DBR에 직접 CSV에 대해 여러 편의 글도 쓰고, 포터 교수와 크레이머 대표를 만나는 것도 충분히 값진 일이었는데, 행사 자체도 너무나 좋은 호응을 얻어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여담으로 임팩트 스퀘어는 포럼을 계기로 늘 이상적인 조직으로 생각해오던 FSG와 한국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맺기까지 이르렀다. 아쉽게도 여러 상황으로 인해 2013년으로 미뤄진 상태이긴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임팩트스퀘어 멤버들, 지난해 동아비즈니스포럼을 계기로 특별한 인연을 맺게된 FSG 마크 크레이머 대표와 함께 2012. 09. 07. @FSG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공유가치창출, 뭔가 멋있긴 한데 다가가기에 어렵다
어쨌든 이런 기회와 인연 덕분에 임팩트 스퀘어의 이름을 한 단계 더 알릴 수 있었고, 이후 지금까지 여러 기업체와 조직들을 대상으로 CSV 및 관련 주제에 대해 상당수의 강의와 세미나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런데 강의를 듣는 분들로부터 CSV를 바로 알고 이해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반응을 종종 접하게 되었다. 공유가치가 정확하게 무엇이며,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이란 무엇인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랑 이름은 비슷한데 같은 이야기인지 등등. 물론 나의 설명과 이해가 짧아서 충분히 설명 드리지 못한 문제도 있을 것이다. 또 CSV는 보다 정밀한 연구와 지속적인 케이스의 개발이 필요한 개념이며, 내재적으로 여러 난점들도 분명히 품고 있어 한번에 파악하기에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CSV는 분명 발표되자마자 전세계의, 그것도 일류 기업들의 경영 현장을 중심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이제는 국내에서도 상당수의 기업과 리더들에게 언급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막 태어난, 그것도 공유가치라는 아직 생소하고 모호한 개념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CSV는 하루아침에 뚝 떨어진 게 아니다
물론 CSV의 빠른 유명세가 경영학계의 현존하는 슈퍼 스타이자 손꼽히는 연구자인 마이클 포터 교수가 내놓은 개념이라는 태생과 완벽하게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마이클 포터 교수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했다는 점에서 이미 연구 내용의 권위가 한층 높아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제 아무리 포터 교수라고 하더라도 그의 문제제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현재의 경영 환경에 아무런 통찰력과 새로운 관점을 더해주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큰 반향을 일으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CSV의 개념이 비록 마이클 포터 교수가 정리하기는 했으나 그의 온전한 단독 연구물이라기 보다는 이미 사회에서 그 흐름과 패러다임의 변화가 존재했고 또 다양한 형태로 감지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마이클 포터 교수를 통해 이러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고 또 활발히 논의 됨으로써 우리가 기대하는 긍정적 결과, 즉 공유가치 창출을 통해 기업과 사회가 함께 혜택을 보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내는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요즘 나는 이를 어떻게 더 잘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품고 있다.
CSV에 이르기까지, 밟아온 발자취는 길다
사실 CSV를 마이클 포터와 함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학문적 궤적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선행되는 것이 좋다. 기업사회공헌활동과 기업의 경쟁우위 간의 관계를 살펴본 2002년의 “The Competitive Advantage of Corporate Philanthropy”로 시작된 연구가 2006년 기업의 사회적책임과 전략을 다룬 “Strategy & Society: The Link Between Competitive Advantage and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로 정리되었다면, 2011년의 “The Big Idea: Creating Shared Value”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기존 연구의 기조를 따르되 전략적인 영역을 보다 강화한 것이다. 즉, 포터의 CSV 논의는 공유가치 창출을 통해 증진된 사회적 편익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CSV 전략 활동을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에 보다 향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일련의 사회적 변화가 기업의 경영환경에 어떤 위험과 기회를 의미하는지 살펴보고, CSV라는 프레임으로 새롭게 디자인 한 전략을 실행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인식의 패러다임을 변화하자는 것이 핵심 메시지이다. 이렇게 보면 기업 경영 환경의 변화를 읽고 그에 최적화된 경쟁 전략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도출되는 방법론이 CSV라고 이해할 수 있다.
CSV, 너를 한마디로 정리해보자
공유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은 기업이 본연의 활동인 가치 창출을 추구하되, 그 과정에서 비즈니스적 가치, 경제적 가치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가치 역시 직간접적으로 발생한다는 말이다. 반대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 비즈니스적 가치를 파생시키기도 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보다 나은 경영 환경 구축 혹은 경쟁 우위의 강화라는 결과를 통해 기업의 경제적 측면에 기여할 수도 있다. 이렇게 창출되는 공유가치가 기업의 경쟁력은 물론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게 된다는 것이 포터의 주장이다.
됐고, 직관적으로 이해해 보자!
서론이 길었다. 여전히 너무 지루하다고 느낄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좀 더 가볍고 간단하게 접근해보고자 한다. 물론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고 무거운 것을 가볍게 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내용의 손실은 감수해야겠지만, 그 결과물이 본질적인 부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다면 이러한 시도가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이번 포스트에서 웹툰을 활용하고자 한다. 나의 영감의 원천은 주로 온라인 게임이나 치킨이지만, CSV로 대표되는 일련의 임팩트 비즈니스 영역과 관련해서는 ‘쌉니다 천리마 마트’라는 김규삼 작가의 웹툰을 꼽을 수 있다. 놀랍게도 김규삼 작가는 종종 CSV로 풀어내도 상당 부분 수긍할 만한 소재와 내용을 웹툰에 담아내고 있다!
본 포스트의 이하 내용은 웹툰 ‘천리마 마트’의 한 에피소드를 부분 편집하여 CSV를 설명한다. 일반 대중의 이해를 위한 것이므로 전문가나 매우 세심한 부분이 마음에 늘 걸리는 독자들은 읽지 않기를 권한다. 웹툰의 사용에 대해서는 네이버 테마캐스트 측과 김규삼 작가의 사전 허가를 받았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웹툰 ‘천리마 마트’로 배우는 공유가치창출
(해당 에피소드 바로가기 http://goo.gl/HwXEl)
① 사회적 문제 상황의 발견
- 정복동 사장은 자살하려는 한 중년 남성을 발견하고 그 심각성을 느껴 대화를 나눈다. 이 단계는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문제의 현상을 단순히 발견하고 그 문제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과정이다. CSV는 매우 능동적인 활동인데, 이러한 관심으로 사회적 가치에 대한 동기가 그 재료가 될 수 있다.
② 문제의 원인 인식
- 현상으로 나타난 문제가 어떠한 이유를 배경으로 혹은 까닭으로 하는지 발견하는 과정이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그 문제를 일으키는 요소들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빈곤의 문제를 좀 더 깊이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개발이나 경제적 자립, 혹은 교육 등의 방법론을 선택하는 이유는 그러한 빈곤 현상을 야기하는 요인에 대한 근본 해결을 꾀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회 단체나 정부 등 모든 사회문제에 접근하는 조직은 이러한 과정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③ 가치사슬의 생산성을 재정의
- 납품 제의를 받은 협력업체 사장은 감동하여 기존 가격보다 더 낮게 물품을 공급하겠다고 하지만, 오히려 천리마 마트의 정복동 사장은 이를 거절하고 기존의 납품가를 세배로 올려준다. 물론 만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수준의 파격이지만, 이처럼 협력 업체, 농민, 지역사회 등을 보다 잘,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의 가치사슬은 매우 복잡하게 연결되어있기 마련인데, 마이클 포터는 CSV의 방법으로 이러한 가치사슬의 생산성을 재정의해서 혁신을 일으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실제 네슬레의 사례를 살펴보면, 커피 원두를 생산하는 농민들에게 고급 기술을 교육하고 거대한 규모의 관개 설비 개선 시켜주는투자는 어찌 보면 과도한 비용 지출로 여겨질 수 있었다.
④ 발전 노력
- 묵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는 정복동 사장의 호의에 감동하여 가문의 비법에 따라 제대로 된 수라묵을 만들게 되는데, 이처럼 협력업체는 물론 내부 직원 또는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 사회 등에 지속적인 선의를 공유함으로써 생산성이나 매출에서 효과를 본 기업의 예는 매우 많다. 생산기지를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옮기는 대신 비용이 더 들더라도 자국 내 일자리 창출과 내수 경제에 대한 공헌이라는 임팩트를 우선으로 두는 기업, 혹은 저개발 국가에 진출하며서 영업 이익 창출을 위한 기업 활동뿐만 아니라 인프라와 경영 제반 환경에 많은 투자를 하는 기업 등이 바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기업들의 재무 성과가 일반 기업들의 성과보다 더 좋게 나타나는 연구 결과도 있다.
⑤ 고객의 만족
- 비전서에서 나온 수라묵은 고객들을 만족 시키기에 충분했다. CSV의 활동을 통한 결과물은 어떠한 형태로건 비즈니스의 흐름 속에서 그 가치를 드러낸다. 수라묵의 경우에는 매출이라는 경제적 보상과 함께 업체 간 상생이라는 코즈에 대한 천리마 마트의 진정성에 대해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무형의 가치가 함께 나타났다고 할 수 있겠다. 이는 사회공헌 또는 기업의 사회적책임 활동의 결과물이 종종 기업 본연의 비즈니스와 유리되어, 결국에는 기업에게 별다른 유무형적 가치를 가져다 주지 못하는 것과 분명히 차이가 있다.
⑥ 공유가치창출
- 수라묵의 성공은 천리마 마트의 사업적 이익으로 돌아올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상생의 가치를 그 안에 내포하고 있다. 물론 만화의 설정상 정복동 사장이 이러한 상황을 기대하고 놀라운 전략을 짠 것은 아니지만, 공유가치창출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한 가지 활동에서 사회적 가치와 사업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한다는 점에서 상생으로 이해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하기도 했던 네슬레는 네스프레소에서 사용하는 최고급 커피 원두를 대부분 네슬레가 직접 농업 기술 및 관개 설비 개선에 대해 투자를 들인 커뮤니티를 통해 조달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기업들에게는 최고 품질의 원두를 대량 조달하기 어려운 점에서 일종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선한 게 전부가 아니다, 위대해져야 한다
경영 베스트셀러 중에는 ‘Good to Great’이라는 책이 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고 번역되어 출간되어 있는데, 이에 CSV를 대입시켜서 생각해보면 ‘선함을 넘어서 위대함으로’라고 다시 풀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단순한 ‘투입물’로 평가 받는 시대는 끝났다. 아무리 기업이 선한 활동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홍보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경제적, 사회적으로 유익한 임팩트가 창출되지 않는다면 그저 비용의 낭비일 뿐이다. 따라서 이제는 ‘결과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기업들이 마주하고 있는 환경은 사회와 기업이 공유할 수 있는 보다 발전적인 가치, 즉 위대함에 대한 갈망이 그 어느 때 보다 높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공헌이나 기부는 물론 그 나름의 가치를 가지며 또 아직 많은 곳에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선한 활동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이제는 필요하지 않을까? 기업의 선한 활동이 더 이상 짐이나 부담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고 또 창출하는 위대함으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나의 뜨거운 임팩트 비즈니스 사업에 항상 영감을 주는 위대한 김규삼, 조석, 정다정 작가님께 이 포스트를 바친다.
작성자 : ISQ 도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