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플러스 인도네시아] 음식물 낭비를 기회로 바꾸다, 인니 오지 출신 청년이 만든 푸드테크의 기적
SDG Sprint UNDP 임팩트 어워드 수상 기업, Surplus Indonesia
잉여 식품을 자원으로 바꾸며, 순환경제에 기여하는 비즈니스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해 아시아로 확장하는 글로벌 임팩트 모델
지난 9월, 임팩트스퀘어가 주관하고 유엔개발계획(UNDP) 서울정책센터가 주최한 'SDG Sprint'가 서울 데모데이를 끝으로 성황리에 마무리됐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25개 청년 임팩트 스타트업을 선발해 3개월간 교육, 멘토링, 투자 연계 등을 통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한 역량 강화를 지원했습니다.
그중 데모데이에서 UNDP 임팩트 어워드를 수상한 서플러스 인도네시아(Surplus Indonesia)는 잉여 식품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연결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인도네시아 지역사회의 식량 안보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무함마드 아궁 사푸트라 대표와 함께 기업의 여정과 SDG Sprint가 만들어낸 전환점, 그리고 앞으로의 글로벌 확장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서플러스 인도네시아의 시작
서플러스 인도네시아 사업 운영 방식 / 사진 제공 = Muh. Agung Saputra
◇ 박서정 매니저(이하 서정): 서플러스 인도네시아는 어떤 기업인가요?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 문제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무함마드 아궁 사푸트라 대표(이하 아궁): 안녕하세요, 서플러스 인도네시아의 아궁입니다. 저희는 2020년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식품 손실과 낭비를 줄이기 위한 디지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 중 하나이지만, 식량 문제에서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식품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동시에 음식물 손실과 낭비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습니다.
국민 1인당 연간 약 115~184kg의 식품이 버려지며, 이는 약 39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로 추정됩니다. 이렇게 버려지는 식품은 매년 6,100만 명에서 1억 2,500만 명의 영양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양입니다.
◇서정: 식품 잉여나 결함 문제를 처음 인식하게 된 계기와,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개인적인 동기는 무엇인가요?
◆아궁: 저는 인도네시아 오지 지역인 파푸아에서 자랐습니다. 그곳에서는 식량 부족이 일상적인 문제였어요. 이후 수도로 이사했을 때, 한쪽에서는 굶주림이 계속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음식이 대량으로 버려지는 현실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바라보며 '이렇게 많은 음식이 계속 버려진다면 우리는 어떻게 2030년까지 식량 안보를 달성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질문이 저의 개인적인 동기가 됐고요. 인도네시아의 식품 낭비 순위를 낮추고, 식품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서플러스 인도네시아에 대한 아이디어는 2020년 팬데믹 기간에 구체화됐습니다. 당시 많은 소상공인이 일찍 문을 닫아야 했고, 이로 인해 팔리지 않는 상품이 대량으로 남게 됐어요. 저희는 이런 상황을 소상공인에게는 손실을 줄이고 재고를 판매할 수 있는 기회로, 소비자에게는 품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로 바꾸는 윈윈(win-win) 솔루션으로 봤습니다.
서플러스 인도네시아: 솔루션과 임팩트
서플러스 앱
오프라인 서비스 줄링(Juling) / 사진 제공 = Muh. Agung Saputra
◇서정: 서플러스 인도네시아는 어떻게 운영되나요? 기존 방법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아궁: 저희는 재고 과잉이나 불완전하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가진 소상공인과 이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를 연결하는 디지털 플랫폼인 '서플러스 앱'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판매되지 못한 식품을 최대 8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어요.
또한 인공지능 기반 웹 플랫폼을 통해 소상공인의 잉여 식품을 예측하고, 가격을 조정하고, 오프라인 채널로 효율적으로 유통할 수 있도록 합니다. 앱이 저희의 핵심 기술이지만 단순히 온라인 거래에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 매장 운영 및 파트너십을 병행해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있습니다.
◇서정: 소상공인이나 저소득층 소비자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구체적인 사례가 있을까요?
◆아궁: 소상공인은 재고 손실을 줄이는 동시에 환경적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의 많은 농부들은 '못난이 과일'을 판매하지 못해 버리곤 했어요. 하지만 서플러스 앱을 통해 못난이 과일을 판매하면서 소득이 평균 30% 증가했습니다.
또한 소비자는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품질 좋은 식품을 구매할 수 있고, 동시에 식품 폐기물 감소에 직접 기여하게 됩니다. 결국 모두가 이익을 얻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거죠. 소상공인은 손실을 줄이고, 소비자는 절약하며, 지역사회는 지속가능한 소비 문화를 실천합니다.
서플러스 인도네시아의 전환점: SDG Sprint
SDG Sprint 데모데이에서 UNDP 임팩트 어워드를 수상한 무함마드 아궁 사푸트라 대표 ©임팩트스퀘어
◇서정: 이 프로그램은 아시아 전역의 25개 스타트업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플랫폼이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이고, 다른 기업가 및 전문가를 만나면서 어떤 인사이트나 연결고리를 얻었나요?
◆아궁: SDG Sprint는 저처럼 임팩트를 향해 나아가는 창업가들에게 국경을 초월한 교류의 장이었습니다. 특히 저희 팀에게는 분명한 전환점이었고요.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멘토링 세션과 이로 인한 네트워크였습니다. 더벤처스의 투자 전문가를 포함한 멘토들과의 일대일 세션을 통해 비즈니스 확장성과 임팩트 측정 방법에 대한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얻었고, 동남아시아 전역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습니다.
또한 하이브리드 워크숍과 서울 데모데이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아시아 각국의 창업가들과 만나 그들의 도전과 경험을 들으며 새로운 시각을 얻었고, 서로에게 배울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인도네시아를 대표해 한국 무대에 선 순간은 겸허하면서도 자랑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다른 동료들을 만나면서 우리 모두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솔루션, 시장은 다르더라도 사회적·환경적 변화라는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간다는 점을 다시 깨닫게 됐습니다.
◇서정: 좀 더 구체적으로 '전환점'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아궁: 이 프로그램은 저희에게 확장의 길을 열어준 전환점이었습니다. 참여 전까지 서플러스 인도네시아는 인도네시아 시장에만 집중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전문가와 글로벌 스타트업을 만나면서 국내 시장을 넘어 확장해야 한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특히 멘토링 세션을 통해 베트남과 태국에서도 잉여 식품 문제와 소비자 수요가 유사하게 존재한다는 점을 알게 됐고, 이를 실질적인 사업 기회로 인식하게 됐습니다. 이후 태국의 소상공인들과 미팅을 진행했는데, 그들은 깊은 관심을 보였어요.
또한 데모데이에서는 서울 스타트업 지원 조직과도 연결되어 대기업 오픈 이노베이션 밋업 미팅 기회도 얻었습니다. 이외에도 한국 시장에 대한 새로운 기회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고요.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유사한 스타트업 동료들의 발표를 보며 귀중한 인사이트를 얻었고,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도 더욱 깊어졌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저희는 인도네시아를 넘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됐습니다. SDG Sprint는 저희의 비즈니스와 임팩트를 모두 한 단계 더 성장하도록 만든 '의미 있는 전환점'이었습니다.
서플러스 인도네시아의 다음 여정
◇서정: 서플러스 인도네시아의 향후 비전은 무엇인가요?
◆아궁: 저희는 SDG Sprint를 통해 얻은 지식, 네트워크, 그리고 자신감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를 넘어 한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으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더 넓게는 지속가능발전목표 12번(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 달성에 기여하며, 보다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글로벌 식품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서정: 창업자로서 이 프로그램은 대표님과 팀에게 어떤 개인적인 의미를 갖나요?
◆아궁: 이 프로그램은 저와 같은 사회적 기업가에게 특히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창업 초기 인도네시아에서 서플러스 인도네시아는 주목받지 못했어요. 많은 이들이 임팩트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5년을 버티고 나니, 임팩트 비즈니스라는 시장도 함께 성장했습니다.
SDG Sprint와 같은 프로그램은 임팩트 비즈니스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모든 임팩트 스타트업에게 이 프로그램 참여를 적극 추천합니다. 서로 다른 사회적 기업가들과 교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자와의 협력 기회를 열어주는 창구가 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SDG Sprint는 저에게 서플러스 인도네시아를 시작했던 이유, 즉 실제 변화를 만들겠다는 초심을 다시 일깨워줬습니다.
"저는 상생의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인터뷰 진행·편집: 임팩트스퀘어 박서정 매니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