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 아동 관점 투자

Intro. Drop the Beat

저는 임팩트스퀘어(이하 ISQ)에서 투자를 총괄하고 있는 전승범입니다.

이 글을 접하는 분들은 제가 투자를 총괄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만큼 뭔가 지적이고 숫자에 능통한 이야기들을 쏟아 낼 것이라 기대하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짤’ 쓰기를 즐겨하며, 아재개그가 삶의 낙인 40대 중반 아재입니다. 서두에 밝히는 이유는 이번 아티클이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어렵고 복잡한 방식이 아닌, 편의점 앞에서 캔맥주 하나 앞에 두고 ‘썰’을 푸는 듯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함이기 때문입니다. IBR 역사상 가장 편안하고 자유로운 형태의 글이 될 것 같으니 보시는 분들도 편하게 자세를 잡고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비트 주세요.

Song List 1. 바람이 불어오는 곳(feat. 김광석 – 1994년)

바람이 불어오던 순간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은 3월 중순, 나른해지는 계절을 맞아 창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볕 아래 기르는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멍 때리기 딱 좋은 시기입니다.

그렇게 멍 때리다 보면, 문득 어린시절과 사뭇 다른 분위기에 흠칫 놀랄 때가 많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한국에서 지극히 평범하게 찾아볼 수 있는, 흔하고 흔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거실 창 밖으로는 시에서 관리하는 공원이 보이고, 반대쪽 창으로는 단지 안에 2개나 지어진 놀이터 중 좀 더 큰 시설이 내려다 보이는 곳입니다. 새 학기도 진작 시작되었고, 마침 봄바람도 살랑이는 주말이니, 놀이터 든 공원이든 뛰어 노는 아이들이 눈에 띌 만합니다. 하지만 정작 눈에 보이는 건 가볍게 운동 겸 담소 나누러 나오시는 어르신들 밖에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고령화다, 인구소멸이다 하는 말을 눈으로 마주하며 현실로 체감하는 순간입니다. 심지어 제가 사는 하남시는 경기도 31개 시군 중 인구 증가가 가장 큰 지역[1]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고령화’는 전국적 트렌드이므로, 한 지역이 커다란 변화의 그늘을 벗어나는 것은 불가해 보입니다.


[1] 23년 5월말 기준 통계청 발표자료

그림 1) 통계청 '인구로 보는 대한민국' (과거 피라미드에서 항아리로 변경, 다음은 히드라 머리?)

이러한 변화는 비단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이질적인 위화감 뿐 아니라, 산업과 구조의 변화에서도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라는 이야기는 다시 말해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이라는 뜻이고, 70대 인구는 20대 인구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이러니 시장 변화에 가장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스타트업들은 변화에 이끌려 창업 아이템과 솔루션을 변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발 맞추어 필자와 같은 투자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또한 투자 영역의 변화를 필연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산업과 트렌드의 변화가 예전에는 길면 5년, 짧으면 2~3년 단위로 변했는데, 요즘은 1년 단위로 바뀌는 것이 너무 당연해 졌습니다.

얼마 전까지의 바람은 시니어 시장을 관통했다

시니어 시장이 스타트업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바로 코로나 이전 시기로, 시니어 시장은 주로 복지와 민간 시장 사이에 자리한 요양서비스 제공 사업자들의 무대였으며, 이들의 저울 바늘만이 분주하던 시기였습니다. 정부의 복지 영역은 흔히 사회적기업으로 불리는 기업가들의 주 활동 무대였다면, 민간 시장은 플랫폼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IT스타트업이 진영을 구축해 나갔습니다.

코로나를 겪으며 산업의 판도도 많이 변화했는데, 펜데믹이 사회를 뒤흔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헬스 케어 산업과 이에 연동하는 간접사업(금융 등)이 크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기술 혹은 연구기반의 스타트업의 참여가 늘어났고, 투자 또한 시니어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기업들에게 우호적인 투자로 시장의 외연을 넓혀 나갔습니다.

시니어 시장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 지면서, ‘문화/콘텐츠 영역은 2030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이라는 공식이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주머니를 열어 굿즈를 살 수 있는 소비자 범주가 확연히 넓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TV로 대변되는 매스미디어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뉴미디어 사이의 주 이용자가 나눠졌고, 기존 전달 매체에 대한 충성도(라고 쓰고 미처 옮겨가지 못한 기술적 도태라고 읽는)가 높은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TV 콘텐츠 덕에 트롯 붐이 일어난 건 너무도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러다 보니 창업가들의 창업 아이템 또한 기본적인 삶의 필요를 채우는 영역에서 즐기는 영역으로 넓어졌습니다. 시니어 대상 문화/콘텐츠 사업 또한 투자자들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영역이 되고 있죠. 특히 액티브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과히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임팩트스퀘어가 2023년 11월에 투자를 집행한 포페런츠가 그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하지만 바람은 한 곳에 머물지 않기에

만약 이 글을 제법 재미나게 읽고 계셨다면(부디), 지금까지의 흐름이 아동관점투자(Child Lens Investment)라는 것과 상충된다는 낌새를 알아차리셨을 겁니다. 정신을 차리고 주제로 돌아와, 그럼 시장도 투자자들도 모두 시니어를 주목하는 마당에 ISQ는 어째서 ‘아동’에 주목하고 있는지 질문을 안 할 수 없을 겁니다. 

시니어 산업의 트렌드를 보면 아직 초기 창업자들의 기회요인이 충분히 남아있고, ISQ 또한 꾸준히 소셜 임팩트 창출을 목표로 하는 반짝반짝한 시니어 시장 플레이어를 찾아 다닐 예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의 눈을 시니어와 정반대되는 ‘아동’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새롭게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춘몽을 꾸었기 때문입니다.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을 불가능 하겠지만, 쉬운 설명을 위해 극단적으로 단순화 해보자면) 시장은 쉽게 생산 영역과 소비 영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시니어 시장은 소비가 중심이 되는 시장입니다. 이때, 제품 및 서비스의 사용자는 노년층이지만, 이를 실제로 구매하는 사람은 사용자 본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가령 시니어의 부양자이거나 혹은 정부 등 공공 부문이 될 수 있겠지요. 문제는 사용자인 노년층은 계속 소비 영역의 사용자로 남을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시장이 계속 돌아가기 위해서는 누군가 시니어에게 제공되는 제품 및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구매력을 유지해 주어야 합니다. 이때, 사용자이자 구매자로서 노인들이 생산 영역으로 유입될 수 있다면 보다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겠지만, 노년층이 자신들의 구매력을 유지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합니다. 즉, 시니어 시장이 지속가능 하려면, 부양자의 부가 적어도 유지되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아동시장도 구매자와 사용자 사이의 불일치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습니다. 다만 사용자가 계속 사용자로 남기 보다 성인이 되고 경제생활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제품 및 서비스를 구매하는 구매자로 역할이 변한다는 점에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됩니다.) 꽤나 냉정한 분석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회가 지속가능하게 유지되려면 구매자와 생산자 사이의 일정한 균형이 필요하고, 그런 관점에서 우리는 지금의 어린 아이들이 새롭게 생산 영역에 유입되기를 상정해 미래를 그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야말로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타이밍인 것입니다.

아동이 미래의 사회/환경을 영위하는 주축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당연한 전제 뿐만 아니라, 투자 영역의 재무적 관점에서 봤을 때에도 우리는 이 새로운 바람을 기민하게 느낄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라떼는 말이야 시간)어릴 때 봤던 영화 터미네이터2에는 어린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 저편에 폭탄이 떨어지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핵전쟁으로 인해 인류가 파멸하는 장면에 대한 상징적 비유로 아이들이 사라지는 상황을 묘사한 것이죠.

그림 2) 터미네이터 2의 한 장면 (아이들이 사라지는 건 희망 없음에 대한 보편적 클리셰 입니다.)

Song List 2. 뭐야 이건(feat. Geenie – 1995년)

투자가 아동을 향하는 방식, 그게 뭔데?

아동 관점 투자는 “투자자들이 의도적으로 아동과 관련된 요소들을 고려하여 아동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증진시키고, 아동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요소를 최소화하는 접근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렵다고 느끼시죠?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이해하면 쉽습니다. 계단을 오르기 힘든 노인, 장애인, 아이들을 위해 경사로를 만들어 보급하면, 계단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성인들도 여행 캐리어나,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것도 쉬워집니다. 즉 투자를 통해 아이들이 살기 좋은 사회, 경제, 환경을 만든다는 것은 오직 아이들 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이미 우리나라보다 일찍 인구구조 그리고 산업의 변화를 겪어낸 국가들은 아동관점투자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실행을 시작했습니다. 사회적금융의 전초기지의 역할을 하고 있는 트리오도스 은행(Triodos Bank)은 지난 2023년 아동관점투자 원칙(프레임워크)을 발표하고, 향후 자신들의 자산운용 성과를 프레임워크에 맞춰 공시할 것을 선언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이브 더 칠드런, 유니세프와 같은 글로벌 비영리기관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부터 배분하는 방법론 까지 아동관점의 윤리적기준을 준수하도록 원칙을 세워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무적인 점이 있다면, 금융은 사회를 바꾸는 전초기지로써 중대한 역할을 지니고 있기에 이러한 변화가 곧 사회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림 3) 예술의 정의를 바꿨다고 평가되는 ‘마르쉘 뒤샹’의 <샘> (금융은 사회를 바꾸는 전초기지로서, 아방가르드 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영국 사례를 하나 더 소개하면 CIFF(Children`s Investment Fund Foundation)재단은 약 17억 9백만 달러(한화 2조 4,500억 원)를 아동 학대 예방, 교육, 보건, 그리고 위생과 기후변화 대응 등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아동이 직면하고 있거나 직면하게 될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먼 나라의 사례가 아니라고 해도 ISQ도 아동 관점 투자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업드림코리아인데요. 혹시 깔창 생리대 이야기를 들어 본 적 있으신가요? 저소득층 여아들이 기초 위생용품인 생리대를 구입할 수 있는 돈이 부족해 신발 깔창을 생리대 대용으로 사용해왔음이 알려지며 큰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이 문제는 기존 생리대의 제품 기획 및 유통 전반에서 고객의 다양성이 아닌 프리미엄화에 매몰된 결과, 소득수준이 낮은 가정의 여아들의 경우 생리대 구매가 어려워지는 문제를 낳았습니다. 이를 사회문제로 정의한 사회적기업 업드림코리아는 1+1 전략을 통해, 일반 소비자가 생리대 1팩을 구매하면 1팩을 적립하여 무상 보급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2024년 말 기준 누적 500만 장 이상의 기부를 진행했으며, 아동청소년이 기초 위생용품으로부터 소외되는 일을 막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Song List 3. Come Together (feat. The Beatles – 1969년)

다시 임팩트스퀘어의 방법으로, 같이, 빠르게!

ISQ가 추구하는 아동 관점 투자 또한 글로벌 관점의 철학과 같은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철학이라는 관념을 눈에 보이는 실체로 바꾸는 과정(우리는 이걸 예술이라고 부릅니… 아! 지금 돈이야기 중이죠?)에 ISQ의 고유 흔적이 묻어 있습니다.

ISQ는 설립 이후 지난 15년 간의 여정 가운데, 영위하는 사업 분야에 전문성과 탁월함을 전면에 앞세운 프론티어로 일해 왔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스마트한 모습을 한 컨설턴트처럼 보였지만, 안으로는 임팩트 생태계에 대한 애정과 희생으로 불모지였던 임팩트 생태계를 조성하고 성장시키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림 4) 2017년 올해의 사진 - 칠레의 산불 복구 (24년 3월말 전국에 발생한 산불이 빠르게 복구되길 희망합니다.)

혹시 이 사진 속 강아지를 아시나요? 칠레의 한 마을에 산불이 생겼을 때, 활발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보더콜리 3마리를 섭외한 뒤 씨앗 주머니가 달린 특수제작 가방을 매달아 불탄 산을 활보하게 만들어 산림을 복구했던 일이 있습니다. 이 강아지의 사례를 보며 임팩트스퀘어가 철학을 실현하는 방식이 이 보더콜리가 하는 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고, 개념이 실현 되도록 실천하는 과정에서 군계일학으로 홀로 돋보이는 플레이어가 되기 보다, 씨를 뿌려 생태계를 만들고 다양한 종이 함께 어울러지도록 만드는 것이 ISQ의 방법입니다. 단순히 아동 관점 투자라는, 국내에 생소한 개념을 도입했다는 점만 가지고 생태계 조성 전략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닙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업드림코리아의 산들산들 생리대 기억하시나요?

생리대를 만드는 주 재료에는 물을 흡수하여 머물게 하기 위해 SAP(Super Absorbent Polymer)라는 흡수체를 사용합니다. 소재의 이름만 들어도 뭔가 친환경적이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시죠? 생리대의 겉 표면인 부직포 또한 합성해서 만드는 소재이고, 생리대를 소비하는 방법 또한 1회용이라는 면에서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분명 존재합니다. 이쯤 설명하면 감이 오시죠? 아동들이 생리대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당 제품이 향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때 아동들이 지속가능한 생태계에서 살아갈 수 있으리란 것을요.

그래서 임팩트스퀘어 투자 부문은 SAP의 대체 소재로써 높은 가능성을 지닌 (나노)셀룰로오스에 주목했습니다. 포항에 소재한 에이엔폴리는 왕겨와 같이 버려지는 농산물(유기물)에서 셀롤로오스를 추출하여 플라스틱 대체 소재로 활용이 되도록 연구/개발하는 소셜벤처인데요. 업드림코리아 투자 이후, 친환경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흡수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에이엔폴리에도 투자를 집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임팩트스퀘어는 투자를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을 사용하는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효용을 주는 사업도 성장 시키면서도, 그 사업의 전/후방 산업에도 투자하여 생태계와 협력 구조를 동시에 만들어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씨를 뿌려 놓았으면 누군가는 돌보고 가꿔야겠죠? 투자에 머물지 않고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할 수 있도록 ISQ 안에서는 액셀러레이팅 사업 부문과 함께 협력하고 있습니다. 즉 ISQ 내부에서도 생태계를 위한 협력의 구조적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외부 협업 구조를 만드는 생태계 조성 전략을 동시에 취하고 있는데요. Save the Children Korea(이하 SCK)와 협업하여 임팩트 스타트업들의 아동관점투자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SCK의 관점 및 투자 철학은 <[기고글] 105년 간의 발자취가 아동을 위한 새로운 길을 열기까지>에서 보다 자세하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Song List 4. 그것만이 내 세상(feat. 들국화 – 1985년)

새로운 씨앗 주머니가 도착했습니다

국내 아동관점투자는 도입 초기이기 때문에 한국의 스타트업과 사회문화에 부합한 투자 기준을 잡아가는 것이 우선 필요합니다. 저희는 SCK와 협업하고 있는 만큼, SCK의 2030 글로벌 전략 목표의 지향을 준용하여 아동관련 중점 투자 대상을 2개의 층위로 나눠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1순위는 ‘아동을 위한 지속가능한 환경’, ‘아동의 건강’, ‘아동을 위한 서비스’로 영역입니다. 2순위는 ‘도움이 필요한 아동’ 그리고 ‘아동 안전’에 대한 영역입니다.

그림 5) 아동관점투자 중점 투자 대상 영역

순위를 구분하는 중요한 근거 중 하나는 문제해결의 접근이 ‘비즈니스’라는 도구로 해결될 수 있는지 여부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보면 됩니다. 1순위는 키워드를 통해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 있는 만큼 구구절절 설명하기 보다, 2순위의 특징을 설명하여 1순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2순위 중 ‘도움이 필요한 아동(Child in Need)’은 장애, 학교밖(혹은 위기)청소년, 보호아동(보육원, 그룹홈 등), 다문화/북한이탈주민/수용자/한부모(혹은 조손)가정 등 아동이 마주한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도움이나 돌봄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이 영역의 문제 해결은 시장의 교환가치로 서비스가 공급되기 보다 정부의 복지 서비스 혹은 기관이나 개인의 자선적 기부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 공급자가 자금의 효용가치(라는 어려운 말을 썼지만 결국 수익률)를 충족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존재합니다.

‘아동안전(Safeguard for Child)’은 아이들이 신체적/정신적 폭력이나 범죄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영역입니다. 비즈니스를 통한 솔루션이 공급되는 영역이 일부 존재할 수 있으나, 매우 개인적인 영역이거나 반대로 범 사회적 접근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어 시장을 통해 문제를 풀기에 다소 한계가 존재합니다.

다만 2순위에 해당하는 영역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혹은 단체)들에게 관심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닙니다. 기술이 고도화 되거나 사회가 성숙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시장 접근으로 해결하지 못하던 영역이 점차 시장을 통해 해결되는 경우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니까요. (TMI: 대표적으로 폐기물 산업이 그러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1순위 영역에 해당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의 솔루션이 아동에게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즉 기여도 평가를 하게 됩니다. 기여도는 ‘직접적 기여’, ‘간접적 기여’, ‘스크리닝’으로 나눠서 판별하게 됩니다. ‘직접적 기여’는 기업의 솔루션이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지 여부를 중점으로 점검합니다. ‘간접적 기여’는 아이들의 삶을 구성하는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파악합니다. 마지막으로 ‘스크리닝’은 사업이 직간접적으로 아이들에게 효익을 주지는 않지만, 기업이 아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하거나, 아동 노동을 배재하는 조달 원칙을 세우고 실천하는 등 경영원칙이 아동관점을 가지고 있는 기업을 말합니다.

언제나 사회문제는 거대하고, 또 빠른 속도로 악화되기에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아동 관점 투자 역시, 아동이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에서 자라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최우선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가 있고, 1순위 영역은 바로 그 지점에서 중요한 투자 기준이 됩니다.

 

Outro. Fade out

저희가 이렇게 멋진 기준은 세워 놓았지만, 이를 실현하기위해 풀어야 하는 2가지 숙제가 있습니다.

먼저 펀드를 조성하는 일인데요. 아동 관점 투자라는 개념이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만큼, 먼저 임팩트스퀘어는 해당 관점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관심을 유발하는 과정을 지나고 있습니다. 바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동시에 투자자들의 마음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습니다. 나아가 아동관련 정책에 관심있는 지자체나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펀드에 동참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습니다.(씨앗 주머니를 무한 리필 중입니다)

두 번째 숙제는 ISQ가 세운 투자 기준이 실제 스타트업 생태계에 유효한 결과를 창출하는지, 즉 효과성을 증명하는 것 입니다. 이건 첫 번째 숙제를 풀어야 한다는 전제조건 그리고 투자기업들이 실질적인 기업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성장이 모두 이뤄져야 풀 수 있는 과업입니다. 또한 증명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구요.

다소 긴 글이었지만 이 글을 보시는 분께 부탁드리고 싶은 점은 한 가지입니다.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해 ‘아동의 관점에서 세상 바라보기’를 이제는 진지하게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누구도 가지 않은 긴 여정을 떠나야 하는 만큼, 채비를 철저히 해야 하고 그 과정이 녹록치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걸어간 길, 그 길을 다음세대는 안전하게 따라 걸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이 길을 기꺼이 걸어야겠죠. 그것이 밥 한끼 더 먹은 사람의 마땅한 책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 이 다음에 들려올 노래가 무엇일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작성 : 임팩트스퀘어 투자총괄 전승범 이사

Previous
Previous

[기고글] 105년 간의 발자취가 아동을 위한 새로운 길을 열기까지

Next
Next

해당 서비스가 정서적 고립을 해결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