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글] 105년 간의 발자취가 아동을 위한 새로운 길을 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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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은 2008년에 UNICEF, the UN Global Compact와 함께 Children’s Right and Business Principle(CRBP)을 발행하여 아동과 비즈니스가 함께 나아갈 방향을 선도적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20년에는 SC AUS(세이브더칠드런 호주)에서‘아동 관점 투자’의 개념을 구상하여 상업적 구조를 지닌 임팩트펀드를 결성 및 운용하였고, 2022년에는 글로벌 차원에서 전담 기구인 Save the Children Global Ventures(SCGV)를 설립하여 2023년부터 SCGV에서 직접 펀드를 운용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지난 2월 임팩트 비즈니스 전문 조직인 임팩트스퀘어와 공식적인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아동 관점 투자 활성화를 위한 협업을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림 1) Children’s Right and Business Principle 표지
우리가 아동에 더욱 집중해야하는 이유
세이브더칠드런이 아동 관점 투자를 시작하고 민간 비즈니스 영역과의 연계를 도모하기까지는 많은 요인들이 작용하였지만, 궁극적인 이유는 지속 가능하게 아동을 지원하는 것에 있습니다.
오늘날의 아동들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에 노출된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백만의 아동들이 빈곤, 폭력, 질병 등으로부터 고통받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전에 없던 기후 위기, 디지털 격차, 코로나19의 여파와 같은 전 지구적인 문제에도 노출된 상황입니다. 예로 2020년에 태어난 아동은 기후 위기로 1960년 출생 아동과 비교하면 홍수는 2.8배, 폭염은 6.8배, 산불은 2배가량 겪을 확률이 높습니다.[1] 코로나19 팬데믹이 만연하던 2021년 당시, 아동들 가운데 자살 생각을 한 비율은 2018년도와 비교했을 때 2배(1.2%->2.6%)가량 증가하였고, 주관적 학업성취도는 7.35점에서 5.92점으로 크게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2]
저희 기관이 마치 슈퍼맨과 같아 자체적인 역량과 재원만으로 모든 문제점을 개선하고 해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아동의 위기는 더욱 복잡해지는 데 전통적인 지원 방식이나 내부 자원 만으로는 문제의 개선에 한계가 있음을 체감하는 경우를 적잖이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동 기관으로서 발달장애 아동들의 치료를 위한 좋은 시설을 구축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많은 가정이 직접 시설을 방문하지 않고도 집에서 손쉽게 개선 활동을 하도록 IT기술 기반의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주는 일은 쉽사리 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처럼 세이브더칠드런은 전통적인 접근만으로 아동을 둘러싼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에는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새로운 방식의 도입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아동들이 당면한 문제의 속도와 규모에 맞서기 위해서는 민간 비즈니스 영역과의 연계도 모색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해당 분야가 지닌 혁신성·효율성·신속성이 필수적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임팩트 투자는 무엇이 다를까?
아동 관점 투자는 민간 비즈니스 영역 내 많은 플레이어 중에서도 위의 3가지 측면에서 경쟁력이 뛰어난 스타트업, 소셜벤처 등과 함께 아동 친화적인 솔루션을 개발하고 향상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세이브더칠드런과 아동들의 문제에 적합한 솔루션을 지닌 곳들이 함께 즉각적으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현재 가장 필요한 모델입니다.
다만, 세이브더칠드런의 아동 관점 투자는 다른 임팩트투자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기존의 임팩트투자가 투자사가 중심이 되어 기업들에 투자하고 모니터링하는 모델이었다면, 세이브더칠드런의 아동 관점 투자는 상기 활동들에 그치지 않고 세이브더칠드런과 스타트업이 사업을 함께 수행하여 스타트업의 실증 테스트베드의 장을 마련하고 솔루션을 검증하는 활동을 추가로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은 Child Rights and Lens for Investment(CLI) 렌즈를 통해 기업의 솔루션이 아동에게 실질적으로 효과적인지, 임팩트 워싱은 없는지 철저히 검증하고 자문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은 실적(트랙 레코드)을 만들고 제공하는 서비스와 기술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가치를 높이고, 세이브더칠드런은 보다 발전된 아동친화적 솔루션을 확보하는 성과를 끌어내는 구조를 만드는 것에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ThinkMD라는 적절한 의료 진단을 진행하기 어려운 개발도상국 보건의료 현장 제일선의 종사자들이 아동들과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제한된 상황 속에서 오진단할 위험을 줄이도록 IT기기 및 머신러닝 기반의 의료진단 지원 어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투자하고 협업하여, 개발도상국의 보건의료 현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해당 기업과의 인연은 처음부터 투자 목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방글라데시·케냐·인도네시아에서 다년간 파트너로서 협업하여 400명 이상의 보건의료 종사자가 366,399건의 보건진료를 행하고 17,572건의 유의미한 진단을 만들어 낸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함께 솔루션을 발전시키고 성과를 도출하면서 세이브더칠드런은 ThinkMD의 필요성과 잠재력을 확신하게 되었고 SCGV를 통한 투자까지 이어졌습니다. 상기의 협업과 투자를 기반으로, ThinkMD는 2024년 상반기를 기준하여 10개국 이상에서 약 19백만 건의 보건진료를 행하였고 특히 870만명의 아동, 청소년, 신생아, 임산부 등 세이브더칠드런의 핵심 지원 대상자군을 진료하여 294건의 질병 및 의학적 위험요인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해당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한 저숙련 보건종사자가 의사의 80~95% 수준으로 진단 성과를 이끌어 내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ThinkMD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협업만 했거나 혹은 투자 후 스타트업 홀로 솔루션을 향상시키도록 기다렸다면, 이렇게 빠른 성장을 이끌어내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도록 자금을 지원하고 기술과 역량을 활용하고 검증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것이 함께 이뤄졌기에, 스타트업은 빠르게 성장하였고 세이브더칠드런은 세계 각지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동들에게 적절한 지원할 수 있었다고 여깁니다.
그림 2) 국내 첫 아동 관점 투자 펀드인 ‘임팩트 포 칠드런’ 운영 구조
세이브더칠드런은 글로벌 단위에서 진행되는 아동 관점 투자 활동을 한국에도 도입하여 아동을 위한 성과를 만들고자 합니다. 아동 관점 투자의 중요성과 효과는 이미 글로벌에서 검증되었고, 국내에서도 다양한 스타트업들과의 협업 효과를 보고 있기에 기대감이 큰 상황입니다. 오히려 뛰어난 아동친화적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여 아동 관점 투자 활동에 문을 두드리지 않는 스타트업들이 있을 수 있다는 걱정이 있을 따름입니다.
저희 기관 뿐 아니라 더 많은 기업과 기관들이 아동 관점 투자에 참여하여 함께 대응방안을 찾아간다면, 한 기관이나 기업이 혼자서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성과와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미래세대인 아동들이 더 안전하고, 더 건강하며, 더 좋은 환경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기고 : 김희권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ESG사업부문 부문장
증권업계에서 약 25년 동안 기업금융과 투자업무를 담당·관리했으며, 특히 9년 여의 해외(미국, 홍콩) 주재원 근무를 통하여 글로벌 감각을 기르고 지니게 되었다. 2022년부터 세이브더칠드런에 합류하여 ESG사업부문을 이끌고 있다.
[1] Save the Children International(2021). Born into climate crisis: Why we must act now to secure children’s rights
[2] 세이브더칠드런,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2021). 코로나19 팬데믹과 아동 삶의 질에 관한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