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신뢰와 청년 고립’, 연대의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청년이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주거 불안정, 취업 불황, 사회적 관계망 쇠퇴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요인은 국가 정책적 대규모 지원만이 해결책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매우 크고 깊은 문제이다. 그런데 이러한 요인이 야기하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사회 신뢰 저감’ 문제이다. 주거지가 불안정하고, 일할 곳이 없고, 속 터놓고 이야기 나눌 사회적 관계가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 청년들은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고, 이것은 청년 고립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지금 당장 뾰족한 정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청년들이 사회 신뢰를 되찾고 연대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이라도 마련이 되어야 한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그 대안적 솔루션으로서 청년 고립의 원인을 세분화한 뒤, 연결의 방법론을 다각화하고 있는 청년 커뮤니티의 구체적 사례와 그 의의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글>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 사회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키워드가 생겨났다.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총 3가지를 포기한 사람들을 이르는 ‘삼포 세대’다. 이후 경제 위기는 큰 숨을 돌리고, 일면 상황이 나아지는 듯 싶었지만 삼포 세대는 오포 세대를 거쳐 이제는 ‘N포 세대’로 불린다. 청년들은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외에도 취업, 연애, 인간관계, 희망, 여가를 포기하고 있다.
N포 세대로서 일상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포기의 과정에서 잃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포기가 관성화되면서 ‘사회 신뢰’를 함께 잃어가고, 이것은 청년들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내던진채 점차 고립되어 가는 사회의 단초가 된다. 사회 신뢰에 대해서는 많은 해석이 존재하나 미국의 철학자 Fukuyama는 ‘어떤 공동체 안에서 그 구성원들이 공통으로 공유하고 있는 규범에 입각하여 규칙적이고 정직하며 협동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기대’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신뢰가 중요한 이유는 신뢰가 기반이 될 때 사람들은 희망을 유지하고, 공동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 신뢰를 연구해 온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타룬 칸나(Tarun Khanna) 교수는 ‘신뢰 받는 사회적 제도(Trusted Institutions)’가 존재할 때 사회를 두 가지 측면에서 좀 더 나은 사회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첫째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예측 가능하고 단순하게 만들어준다는 것, 그리고 둘째는 새로운 유형/형태의 사회적 협력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출처)
물론 지금 당장 청년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안정적인 주거 및 고용 환경, 그리고 실효적 있는 정책과 지원일 것이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화하고 때로 악화되는 세계 경제 및 정치적 상황 안에서 당장에 실효적 있는 정책은 언제나 요원하다. 늘 자원은 한정적이고,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사회문제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래세대를 이끌어갈 청년들이 사회 신뢰를 더이상 잃지 않고, 다시금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필자는 그 대안적 솔루션으로 ‘청년 커뮤니티’가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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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의 대안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기’를 선택한 청년들이 있다
‘사회적 고립’에 대한 기초 리서치를 진행하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N포 세대로서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간다고만 여겨졌던 청년들 사이에서, 그럼에도 연대를 포기하기 않고 ‘연결되어 있기’를 제안하는 커뮤니티가 적지 않다는 점이었다. 또한 단순히 청년 전반을 묶어내는 커뮤니티가 아니라, 청년의 상황에 맞춰 커뮤니티를 세분화하여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바로 ‘일하는 여성’을 위한 ‘뉴그라운드’, 그리고 ‘무업 청년’을 위한 ‘니트생활자’다.
물론 이 밖에도 많은 청년 커뮤니티가 존재하지만, 청년이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고 실제로 정서적, 물리적 고립에 놓이는 이유가 수만갈래로 세분화되고 있는 만큼 청년 커뮤니티의 특성과 목적 또한 세분화될 때 더욱 유의미한 커뮤니티 운영과 참여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두 개의 커뮤니티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보다 구체적인 설립 목적과 지향점을 살펴보기 위해 각 커뮤니티의 대표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길고 어두운 터널 속, 기꺼이 서로의 등불이 되는 청년들, ‘니트생활자’_박은미 대표
1. '무업 청년을 위한 커뮤니티'라는 개념이 생소하면서도 인상적입니다. 그간 많은 청년 커뮤니티가 있어왔지만 그 중에서도 '무업 청년'에 초첨을 맞춰 커뮤니티를 설립하시게 된 배경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삶에는 여러 순간들이 있지만, 이 중에서도 ‘무업 기간’은 어떤 시기보다도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으로 고립되고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청년 세대로서 무업 기간을 여러차례 경험했기 때문에 더욱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인데요. 한국은 나이대에 따라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무언가가 있는, 정해진 정답이 있는 사회라고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어떤 나이에는 반드시 취업을 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올라있어야 하고 그런 기준들이죠. 그러다가 이 ‘레이스’에서 미끄러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배제되는 풍토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고용 불안이 만연한 요즘, 바로 이 취업 일선에서 고립감을 느끼는 청년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무업 기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이것이 니트생활자가 생겨난 배경이 되었습니다.
2. 본 아티클은 '사회 신뢰가 충족될 때, 청년의 사회적 고립 역시 해소될 수 있다'를 전제로 하며, 이러한 사회 신뢰는 '연결'과 '연대'에 주요한 키가 있다는 가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업 청년의 경우, 고용/소득 불안을 겪는 핵심 당사자로서 사회적 고립을 겪는 상황에 상대적으로 자주 놓일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니트생활자'는 커뮤니티가 이러한 정서적, 물리적 고립 해결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만약 동의하신다면 어떤 경험, 피드백을 통해 체감하셨나요?
처음 니트생활자를 시작할 때, 저에게도 있던 편견이 깨지는 경험을 했는데요. 니트생활자를 설립하기 전에는 저 역시도 무업 상태에 있는 청년들을 떠올렸을 때 ‘뭔가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실제로 만난 분들은 저마다의 기준과 속도를 가지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업’이라는 시기적 특수성이 주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고립되어 위축되어있는 모습, 무기력한 상태에 놓인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니트생활자를 처음 만들때의 핵심 가설은 ‘무업 기간일지라도 청년들은 충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고, 이들이 연결되었을 때 생각지못 한 큰 시너지가 날 것이다’라는 것이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무업 청년을 위한 커뮤니티를 구성하면서 정서적, 물리적 고립을 해결할 수 있다라는 것도 점차 확신할 수 있었는데요.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다루는 것이다 보니 저희 스스로도 어떤 임팩트, 어떤 사회적 영향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좀 더 명확히 규정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4월에는 성균관대학교의 사회복지학과 배정희 교수님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고, ‘니트생활자’라는 커뮤니티를 통해 청년들이 얻는 가치는 크게 다섯 가지 항목으로 구분됨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중, 수용성
사회적 지지와 권한(Empowerment)
공감을 기반으로 한 연대와 공동체 신뢰
삶의 다양성을 체득할 수 있는 장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나만의 길을 찾기 위한 출발점
이 중 세 번째 항목인 ‘공감을 기반으로 한 연대와 공동체 신뢰’가 본 아티클과 가장 크게 맞닿아있는 지점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니트생활자’ 프로그램을 경험한 분들이 가장 많은 피드백을 주시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실제로 무업 기간을 보낸 청년들은 본 시기에 대해 ‘돈도 없고, 관계도 단절되고, 사회적으로 본인을 설명할 수 있는 신분도 없는’ 시기라는 표현을 합니다. 그런데 동일한 상황에 놓인 청년들이 만나 서로의 어려움, 그리고 타파하고 싶은 저마다의 한계를 공유하면서 사회적인 연대가 다시금 생겨납니다. 사실 사회 신뢰라는 것이 어느 한 순간에 바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 ‘나는 여전히 가치가 있는 사람이고 새로운 도전을 다시금 시작할 수 있다’라는 감각 자체가 고립의 상황을 해결해주는 단초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3.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시며 특히 인상적인 순간도 있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저희가 메인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니트컴퍼니’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쉽게 말하면 ‘가상의 회사놀이’ 서비스인데요. 무업 기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충족시키고 싶어하는 욕구가 ‘일상을 되찾는 것’입니다. 가상의 회사에서 각자의 역할을 찾고, 그 역할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만들어내면서 ‘나’라는 감각을 다시 되찾는 거에요. 니트컴퍼니를 통해 자기만의 프로젝트, 레퍼런스를 경험해보고 다시 취창업에 도전해 성공한 청년들도 있고,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진로를 탐색하는 청년들도 있고 다양합니다.
인상적인 에피소드로는 마침 하나가 딱 떠오르는데요. 니트생활자는 커뮤니티 운영을 위해 후원금을 받고 있는데, 니트컴퍼니 프로젝트를 끝내고 취업한 청년이 후원자로 참여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백수 보험에 가입해두는 것이다’라는 표현을 했어요. 무업 기간은 살며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것이고, 무업 기간에 니트컴퍼니를 통해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보니 만약 다시 무업 청년이 된다면 돌아오겠다라는 것이 농담 반, 진담 반의 후원 배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실제로 일을 그만두고 잠시 무업 기간을 갖게 되어 다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셨고 그때 ‘보험금 타러 왔다’라는 말을 하셔서 함께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현재까지 니트생활자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은 약 4,600명 정도 됩니다. 알럼나이가 많고, 니트생활자는 기본적으로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이 알럼나이들을 잘 엮어내고 관계망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에 노력하고 있어요. 실제로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같은 기수의 멤버들은 여전히 관계를 이어가고 있고 취업이나 기타 일자리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합니다. 때로는 ‘누가 요새 연락이 잘 안 되는데, 소식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느냐’라며 서로의 안부를 지속적으로 묻기도 하고요. 그러다보니 그 누구라도, 언제든 무업 기간에 진입했을 때 마음 편히 찾을 수 있는 커뮤니티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더욱 크게 듭니다.
4. 커뮤니티 솔루션의 특성상,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니트생활자의 경우, 본 청년 커뮤니티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구상하고 계시나요?
사실 항상 받는 질문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질문입니다. 여전히 답을 찾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민간의 공모 사업이나 용역 사업, 지원금, 후원금 등을 통해 운영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사람들을 모아내고 서로 관계와 경험을 쌓을수 있는 커뮤니티로서 자리잡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고, 지난 5년간 조건없이 서로를 지지하고 임파워링 해줄 수 있는 관계자본을 축적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후의 목표가 있다면 그동안 축적해 온 관계 자본을 통해 함께 생존방식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커뮤니티티 안에서 서로 존립을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함께 고민해본다든지, 니트생활자를 경험한 청년들이 삶을 주체적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나눌 수 있는 강사로 양성하거나 커뮤니티 운영자로 함께 한다든지, 다양한 방식의 도전을 새롭게 해보고 싶어요.
5. 마지막으로 현재 무업 기간을 보내고 고립감을 겪고 있는 청년이 있다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많이 조심스러운 마음이지만, 그냥 딱 한 마디를 할 수 있다면 ‘지금껏 살아내느라 많이 애썼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현재는 고립감을 느끼고 있지만 언제든 사회와 다시 연결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그때에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커뮤니티로서 니트생활자가 단단히 지지기반을 만들어둘테니 언제든 찾아와도 좋다는 말도 덧붙이고 싶어요.
현재 1인 가구가 많아지고, 점차 개인화되는 과정에 있다보니 앞으로도 더욱 많은 커뮤니티,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니트생활자는 무업 청년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닛커넥트(neetconnect.kr)’는 무업 청년이 아니어도 연결을 희망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 사이트인데요. 이처럼 청년들이 사는 지역에서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커뮤니티가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어요. 이 커뮤니티는 니트생활자뿐만 아니라 모든 청년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커뮤니티입니다. 내년부터는 ‘사회적 고립’을 야기하는 더욱 다양한 키워드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열어보려고 하니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쓸모의 증명이 아닌, 연대의 가치로 다시 세워진 커뮤니티, ‘뉴그라운드’_황효진 대표
1. 뉴그라운드는 ‘일’이라는 것을 ‘종종 우리를 괴롭게 하고, 오늘을 후회하게 하고, 미래를 걱정하게 하는 크고 작은 파도’에 비유하셨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선 여성은 더더군다나 힘들 수 밖에 없다고도 하셨고요. 그 대안으로 ‘워머스’라는 커뮤니티, 즉 서로를 응원/지지할 수 있는 울타리가 탄생했다고 하셨습니다. 많은 여성 중에서도 ‘일하는 여성’을 위해, 격려와 지지의 솔루션으로 ‘커뮤니티’를 고안하시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현재 여성들의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활동이 ‘일’인 반면 그 일을 건강하게,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은 거의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2018년에 <일하는 여자들>이라는 인터뷰집을 동료들과 공동 집필한 적이 있어요. 그때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정말 많은데, 그들의 목소리는 사회에서 잘 대표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오다 2019년에 ‘빌라선샤인’이라는 ‘일’을 중심으로 한 밀레니얼 여성 커뮤니티에 창립멤버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빌라선샤인에서 일하는 동안 많은 2030 여성들을 만나면서 일과 커리어라는 것이 현재 여성들의 삶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에게 일 관련 고민을 털어놓거나 힌트를 얻을 수 있는 동료들이 얼마나 부족한 상황인지 목격할 수 있었어요. 그러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빌라선샤인이 문을 닫고, 2021년 뉴그라운드를 창업했습니다.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편하게 나누고, 일하는 환경을 성평등하게 만들 방법을 고민하고, 능력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는 연습을 하면서 일을 잘하는 것보다 일과 건강하게 관계 맺는 데 초점을 둔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했어요.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나누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모이는 ‘커뮤니티’여야 했던 것이고요.
2. 뉴그라운드 홈페이지에서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 나를 평가하지 않는 시선, 어디서든 나누기 어려운 정치사회적 대화’ 등이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하신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커뮤니티의 근간을 이루는 기준, 가치는 천차만별로 다양할 텐데 워머스 멤버십 신청 페이지에 기재된 다섯 가지 가치는 어떤 배경에서 선택 된 것일까요? ‘일하는 여성을 위한 커뮤니티’라고 했을 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중심 가치와 연관이 있을까요?
뉴그라운드 커뮤니티가 지향하는 가치는 일반적으로 일터에서 경험하는 관행이나 좋지 않은 문화라고 여겨지는 것들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일터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일과 일터를 괴롭다고 느낄 때는 대개 1) 고립감과 외로움 2) 수시로 이루어지는 평가 3) 다양한 일과 삶의 레퍼런스 부족 4) 바뀌지 않는 조직 문화 5) 나의 의견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나눌 수 없는 분위기 등의 원인이 있다고 보았고요. 그래서 1) 일에 관해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동료 2) 일하는 나를 평가하지 않는 시선 3) 혼자서는 하지 않았을 경험을 통해 일과 삶에 대한 관점 넓히기 4) 일과 일터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5) 정치사회적 대화 나누기 등으로 뉴그라운드의 지향점을 드러내고 있어요.
여기에 더해서 ‘뉴그라운드 룰’이라는 규칙도 두고 있는데요, ‘소속과 외모, 연령, 장애 여부, 국적, 출신 지역, 젠더, 성 지향 등으로 서로를 차별하지 않기’, ‘서로를 따뜻하게 지지하고, 아낌 없이 칭찬하기’,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경청하고 존중하며 서로에게 배우기’ 등입니다. 이 룰은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모든 멤버과 함께 공유합니다.
3. 뉴그라운드 인터뷰 콘텐츠를 보다가 최승선 님이 “‘일하는 여성들의 커뮤니티’라는 설명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이 말 자체에 엄청나게 의지하는 사람들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라고 답변하신 파트를 보았습니다. 뉴그라운드의 비전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유독 공감할 수 있는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실제로 뉴그라운드를 운영하시며, 참여하신 여성분들은 ‘워머스 멤버십’ 혹은 뉴그라운드라는 커뮤니티 자체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인상깊은 코멘트가 있었을까요?
뉴그라운드를 ‘일하는 여성들의 커뮤니티’라고 간단히 설명하기는 하지만, 결국 이 안에서 일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다른 방식과 관점으로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커뮤니티 멤버분들께 소속감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뉴그라운드는 일을 잘하는 방법이나 승진하는 방법, 돈을 더 많이 버는 방법 등에 관한 이야기는 지양하려고 해요. 뉴그라운드가 아니라 이미 많은 곳에서 하고 있는 이야기이고, 현재 여성들을 힘들게 하는 일터의 환경과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노동자가 일에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일에 삶의 거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넣고, 능력으로 인정 받으면 차별 당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일터의 부조리도 견뎌야만 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지금의 시스템과 문화가 달라져야겠지요. 커뮤니티 안에서 그런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꾸준히 만들고 있고, 멤버분들 역시 거기에 공감하며 활동하시는 것 같습니다.
멤버분들의 코멘트를 일부 첨부합니다.
“자기계발과 성장만을 말하는 커뮤니티에는 지쳤지만, 그래도 저에게 일과 커리어는 중요하고 계속 사람들과 뭔가를 나누고 발전하고 싶기 때문에 뉴그라운드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프리랜서가 되니 동료가 없다는 게 힘들었는데, 뉴그라운드에서는 무엇이든 물어보고 도움 받을 수 있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껴요.”
“회사에서는 쓸모를 증명해내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익숙했는데, 뉴그라운드를 통해 공감하고 상호의존하며 우정을 쌓아가는 방법을 요즘 배우는 것 같아요.”
“눈치보지 않고 정치적/사회적 대화를 나눌 수 있고, 함께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요.”
지금의 커뮤니티를 넘어, 그 다음 우리의 목표는?
사실 임팩트 비즈니스로서 커뮤니티 서비스가 넘어서야 할 장벽은 여전히 높고 견고하다. 지속 가능하며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부터 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비즈니스 모델이 단순히 ‘돈을 버는 일’이 아니라 ‘고객에게 가치를 제안하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하자면 ‘고객’, ‘고객에게 전달하는 가치’, ‘전달 수단(제품 및 서비스)’, ‘비즈니스를 지속할 수 있는 재원’ 등에 대한 총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며, 이때의 ‘고객’, ‘가치’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다는 하나의 흐름을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누군가는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커뮤니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 아닌가’ 내지는 ‘커뮤니티는 이미 도처에 널려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앞선 인터뷰를 통해서 보았듯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연결’은 이미 과거의 문법을 크게 벗어나고 있다. 청년을 위시한 사회 구성원들이 처한 상황이 모두 동일하지 않듯, 커뮤니티 또한 고도화가 필요한 갈림길에 놓여있고,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고립감을 해결하기 위한 다채로운 커뮤니티는 지금도 여전히 더욱 많은 시도를 필요로 한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청년’을 중심으로한 커뮤니티를 살펴보았지만, 사실 앞선 인터뷰를 통해 살펴본 커뮤니티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특정 세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무력감과 위축된 정서를 회복하기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그렇기에 더욱 다양한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따라서 지금의 커뮤니티를 넘어, 더욱 다양한 형태의 세분화된 대상을 엮어내고, 이들이 서로를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는 연대의 장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뉴그라운드와 니트생활자를 넘어, 더욱 다채로운 커뮤니티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는 내일을 기대해본다.
작성자 : 임팩트스퀘어 김소선 책임
*ISQ 인사이트 레터 ‘IBT’를 구독(링크)하시면, Impact Business Review 콘텐츠를 편히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