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벽 허물기: 사회적 고립의 구조적 이해와 가능성의 모색
고립은 단순히 사람들과의 관계가 단절된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거나, 정보로부터 소외되거나, 경제적 기회가 박탈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더 나아가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고립은 상호작용하며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고, 점차 빠져나오기 힘든 ‘고립의 늪’으로 심화된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고립의 다양한 양상과 상호작용을 살펴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접근 방식과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글>
고립의 늪: 선택 아닌 구조적 현실을 마주하다
지난해 갤럽이 전 세계 142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4명 중 1명이 심각한 외로움을 호소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흔히 고립의 주된 대상이라 여겨지는 65세 이상 노인층(17%)보다 오히려 19~29세 청년층(27%)에서 더 높은 외로움이 보고되었다는 사실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고립 상황 속에서도 27.1%가 도움을 요청하지 않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외로움의 확산뿐 아니라, 고립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이 통계를 접하며, 작년 이맘때 한 언론 기사에 실린 사연이 떠올랐다. 숨진 채 발견된 70대 장애인을 다룬 기사였는데, 그 헤드라인에는 '자발적 고립의 사각지대'라는 문구가 담겨 있었다. 놀라운 점은, 실제로 '자발성' 여부가 고립 정책 지원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누군가 고립을 '선택'하는 것일까? 만약 고립을 선택했다면, 그 선택의 이면에는 어떤 사회적 맥락과 구조적 문제들이 숨어 있는 것일까? 어쩌면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요청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고립은 단순한 외로움이나 사회적 관계의 부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동의 자유에 대한 제약일 수도, 정보로부터의 소외일 수도, 경제적 기회의 박탈일 수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고립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양상의 고립들은 서로 얽히고 설키며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결국 점점 빠져나오기 힘든 ‘고립의 늪’으로 심화된다. 본 글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고립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고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고, 이러한 연쇄 작용을 끊기 위한 접근 방식과 그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에서 고립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자 한다.
고립의 연쇄: 보이지 않는 벽들의 얽힘
고립에 대해 이야기할 때, 흔히 물리적 고립과 정서적 고립을 떠올린다. 물리적 고립은 이동과 접근의 제약에서 비롯되며, 정서적 고립은 심리적 어려움이나 정서적 지지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다. 그러나 실제로 들여다보면 우리가 마주하는 고립의 양상은 이보다 훨씬 다양하다. 예컨대, 디지털 고립, 경제적 고립, 문화적 고립 등 여러 형태가 존재한다. 디지털 고립은 정보통신기술(ICT)에 대한 접근성과 활용 능력 부족으로 정보와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상황을 말하며, 경제적 고립은 소득 부족으로 인해 필수 서비스나 사회활동에서 배제되는 상태를 뜻한다. 문화적 고립은 언어적·사회적 차이로 인해 공동체와 단절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고립은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더욱 광범위하게 정의될 수 있으며, 더욱 중요한 것은 각각의 양상이 결코 개별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의 몇 가지 시나리오를 살펴보자.
시나리오 1: 농촌 지역에 사는 김씨 할머니(78세)
김씨 할머니는 하루 두 번밖에 다니지 않는 버스 때문에 병원에 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절 통증으로 고통받지만, 버스 시간에 맞추기 어려워 진료를 자주 포기하고 심한 통증이 있을 때만 방문한다. 읍내 복지관의 문화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싶지만, 마지막 버스를 놓칠 위험 때문에 참여를 망설인다. 점차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우울감이 깊어지고 있다. "그냥 집에 있는 게 편해요"라는 말은 고립된 일상이 만들어낸 심리적 위축을 드러낸다.
[물리적 고립 → 경제/문화적 고립 → 심리적 고립 ]
시나리오 2: 휠체어를 사용하는 박씨(31세)
박씨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으로, 대중교통 접근성이 부족해 이동이 제한적이다. 퇴근 후 친구들과의 약속을 잡고 싶지만, 저녁 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없어 점차 사회적 활동을 줄이게 된다. 문화생활에 참여할 기회가 줄어들며, 일상은 더 단조로워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 우울감과 고립감이 깊어졌다.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도 갈 수 있는 곳이 없어요"라는 그의 말은 문화적 기회 상실과 심리적 고립을 연결한다.
[물리적 고립 → 문화적 고립 → 심리적 고립]
시나리오 3: 외곽으로 이주한 장씨(47세)
가구 공장이 폐업하면서, 장씨(47세)는 빚을 갚기 위해 월세가 싼 외곽 지역으로 이사할 수밖에 없었다. 교통이 불편해 도심의 구직 정보에 접근하기도, 면접에 참석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가까운 친구들과의 왕래도 끊기며 그의 일상은 점점 좁아졌다. ‘언제쯤 나아질까?’라는 불안감은 무기력감으로 이어졌고, 점차 외부 활동 자체를 포기하게 되었다. 물리적 고립은 경제적 고립을 강화하고, 심리적 고립으로까지 확산되었다.
[경제적 고립 → 물리적 고립 → 사회적/심리적 고립]
가상의 시나리오지만,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례들이다. 다양한 형태의 고립은 서로 밀접하게 얽히며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고립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정서적 고립이라는 평면적인 틀을 너머에 나타나는 다양한 양상과 그 상호작용에 대한 인식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물리적 고립: ‘고립의 늪’의 촉진제이자 해결의 시작점
특히 앞선 사례들은 물리적 고립이 다른 형태의 고립의 시작점이자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동과 접근의 제한은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단절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디지털 고립이나 문화적 고립으로 확산되며 고립의 연쇄 작용을 촉진한다. 이러한 연쇄 작용 속에서 물리적 고립은 '고립의 늪'을 심화시키는 핵심적 촉진제로 작용하지만, 동시에 그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하여, 본고에서 물리적 고립 문제에 집중고자 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물리적 고립은 이동의 자유라는 기본권과 직결된다. 이동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 이를 보장하지 않는 사회는 개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이동권은 교육, 의료, 문화와 같은 필수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기본권의 침해는 개인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둘째, 물리적 고립은 가시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해결 가능성이 높다. 물리적 고립은 인프라 부족, 교통망 미비, 접근 가능한 공공시설의 부재와 같은 명확한 원인에서 비롯된다. 이는 교통망 확충, 무장애 시설 설치, 수요응답형 교통 시스템 도입 등 정책과 제도를 통해 실질적인 개선이 가능하다.
셋째, 물리적 고립의 해소는 다른 형태의 고립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동성이 확보되면 경제적 기회가 확대되고, 사회적 관계가 회복되며, 심리적 위축도 완화된다. 반대로 이동이 제한되면 취업 기회가 줄어들고 일자리 접근성이 떨어진다. 또한 사회적 모임이나 커뮤니티 활동 참여가 어려워져 관계가 단절되고, 이동 제약이 지속될수록 무력감과 우울감이 깊어져 외부 활동을 기피하게 된다.
이처럼 물리적 고립의 해결로 접근하는 것은 고립 문제 전반을 해결하기 위한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이동권이라는 기본권의 문제를 넘어, 개인의 존엄성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동등한 참여 기회를 보장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물리적 고립이 가시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은 정책과 혁신을 통한 해결 가능성을 높인다.
고립의 벽을 허무는 혁신: 연결의 새로운 방식과 도전과제
최근 들어 물리적 고립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혁신적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와 농촌 지역의 교통 소외 문제는 물리적 고립의 대표적인 사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 방식들은 보다 넓은 사회적 포용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 장애인 이동권: 접근성에서 이동 정의로
장애인의 이동권은 단순히 교통수단의 접근성을 넘어 사회적 권리로서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UN CRPD)은 이동권을 “장애인이 독립적으로 생활하며 사회에 완전하고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설치와 같은 물리적 접근성 개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동 과정의 안전과 목적지에서의 포용성까지 포함되어야 진정한 이동권이 실현될 수 있다.
국내외 솔루션 사례:
독일의 Wheelmap은 전 세계 휠체어 접근성 정보를 크라우드소싱으로 수집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현재 100만 개 이상의 장소에 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이 서비스의 진정한 혁신은 정보 공유를 넘어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는 데 있다. 사용자들은 단순한 정보 소비자가 아닌, 보다 포용적인 도시 공간을 만들어가는 능동적 참여자가 된다.
덴마크의 Be My Eyes는 시각장애인과 자원봉사자를 실시간 영상으로 연결하는 앱이다. 현재 150개국 5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이 서비스는 기술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연대를 만들어내고 있다. 물리적 제약을 넘어 서로를 돕는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고립의 해소가 단순한 기술적 해결을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의 엘비에스테크(LBSTECH)는 장애인의 이동권 향상을 위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스타트업이이다. 'G-EYE PLUS'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행 내비게이션 및 주문·결제 시스템으로, 사용자가 음성 명령과 제스처를 통해 경로를 탐색하고, 건물 정보와 같은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WheelVi'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내비게이션 서비스로, 접근성, 장애물, 경사도 등의 정보를 제공하여 안전하고 최적화된 경로를 안내한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기술적 솔루션을 넘어, 장애인이 사회적 공간에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장애인이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도시 공간을 보다 포용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상기 솔루션 사례들은 이동권 문제를 단순한 물리적 접근성의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이동 정의(mobility justice)라는 사회적 가치로 확장하여 접근하는 움직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들 사례에서 강조하는 핵심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기술과 커뮤니티의 결합: 기술적 해결책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공동체가 함께 참여해 지속 가능성을 강화
당사자 중심의 서비스 설계: 이용자의 요구와 경험을 중심으로 한 설계로 실질적인 효과와 만족도를 극대화
사회적 인식 변화 유도: 이동권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정의와 포용성의 문제로 확장
이러한 특징들은 물리적 접근성 개선에만 머무르지 않고, 장애인이 사회적 공간에서 동등한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한다. 이는 이동권 문제를 해결하려는 혁신적 시도가 단순한 기술적 접근을 넘어, 포괄적인 사회적 변화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이동권의 확장: 장애인에서 지역사회로
이동권은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사회 단위에서도 이동권은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지방 소멸이 심화되면서, 경제적 활력 저하와 함께 교통망 축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하루 몇 차례 운행되던 버스가 1~2회로 줄어드는 사례가 늘어나며, 단순한 이동 불편을 넘어 광역 이동권 상실이라는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교통 단절은 교육, 의료, 경제활동 기회를 제한하고, 지역 공동체의 붕괴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내외 솔루션 사례:
초이소코(チョイソコ)는 일본에서 고령화와 지역 교통 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모빌리티 서비스다. 도요타자동차 계열사인 아이신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AI 기반의 합승 택시로, 전화 예약, 근거리 정류소(100~250m), 현금 결제 시스템 등 고령자의 요구를 세심하게 반영하여 설계되었다. 약 70개 지자체에서 운영 중이며, 지자체, 지역 교통 사업자, 지역 스폰서, 이용자와 함께 참여하는 협력 구조를 통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초이소코는 교통 문제 해결을 넘어 지역 주민들이 사회적 활동에 다시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지역의 활력을 회복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두루타버스는 한국 세종시 신도시 지역에서 운영되는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서비스로, 실시간 호출을 기반으로 최적 경로를 설정해 운행하는 방식이다. 기존 대중교통의 한계를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도입 1년 만에 약 8만 명의 이용객을 유치하는 초기 성과를 거두었다. 다만, 공공재정 의존도가 높은 점과 전국 확산을 위한 표준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두루타버스는 신도시 환경에서 대중교통과 모빌리티 서비스를 연결하여 교통 소외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 접근을 보여준다.
한국의 농촌 지역 주민들에게 제공되는 수요응답형 모빌리티의 대표적인 사례로 행복택시를 들 수 있다. 이 서비스는 교통 취약 지역 주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자체가 택시 요금의 대부분을 보조하며 운영되는 모델이다. 이 서비스를 통해 주민들은 병원, 시장 등 필수적인 장소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교통 모델로 평가받으며 10년 이상 전국의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하지만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는 지역에서만 운행되고, 버스 정류장과 가까운 마을은 제외되는 등 서비스 접근성이 제한적이다. 또한, 택시 사업자 부족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운행되지 않거나 불규칙한 운영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용 횟수가 월 8~12회로 제한되고, 미사용 횟수 이월이 불가능한 점도 주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접근성과 운영의 유연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재정 모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들 사례는 이동권 보장이 단순한 서비스 제공을 넘어 지역사회의 활력을 회복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국내의 경우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히 농촌 지역의 특수성, 즉 고령화, 낮은 디지털 접근성, 분산된 주거 형태 등을 고려한 혁신적 솔루션의 부재가 두드러진다. 현재 시행 중인 공공 중심의 정책들은 문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데는 기여하고 있으나, 지속가능성에는 한계가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도전과제들 때문으로 보인다:
수요의 분산성: 넓은 지역에 적은 인구가 분산되어 있는 농촌 지역의 특성상 서비스의 경제성 확보가 어려움
기술 접근성: 디지털 기반 솔루션의 경우 고령층의 낮은 접근성이 한계로 작용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의 어려움: 공공 재정에 의존하지 않는 자생적 모델 개발이 쉽지 않음
더욱이 공적 인프라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은 이러한 경제성 확보의 어려움과 직결된다. 이는 임팩트 비즈니스가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도전과제 중 하나기도 하다.
이동권을 넘어: 고립 해소를 위한 포용적 연결의 조건
물리적 고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고립의 연쇄를 끊는 첫걸음이다. 이동권의 보장은 단순히 개인의 이동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개인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반을 제공한다. 그러나 물리적 고립의 해소는 출발점일 뿐이며, 진정한 연결과 포용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를 넘어선 노력이 필요하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이 사회 속에서 ‘존재의 인정’을 받을 때 자신의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고 말했다. 이동권은 단순히 공간적 제약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사회의 일부로 존중받고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서 그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동성이 확보되더라도, 사회적 배제와 차별이 지속된다면 고립은 또 다른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장애인이 이동할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해도 도착한 장소에서 환대를 받지 못한다면 이동권의 가치는 반감된다. 농촌 지역 주민에게 교통수단을 제공하더라도 지역 경제와 공동체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이동의 목적은 상실된다. 디지털 기술이 연결성을 확대하더라도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또 다른 형태의 고립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고립 문제는 보다 다각적이고 포괄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사회적 포용성과 연결을 확장하는 노력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임팩트 비즈니스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임팩트 비즈니스는 단기적 개입을 넘어, 고립의 근본 원인을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제시한다. 심리적 고립을 해결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활성화된 반면, 물리적 고립을 해결하는 솔루션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임팩트 비즈니스는 그 격차를 메우는 핵심적인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리적 고립에 대한 해결책은 단순한 기술적 접근을 넘어, 지역 사회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하는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솔루션으로 이어져야 한다. 임팩트 비즈니스는 공공주도 정책을 보완하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결국, 고립 문제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만의 과제가 아니다. 물리적 고립을 넘어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게 사회에 기여하고, 인정받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고립 해소이며, 포용적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다. 임팩트 비즈니스는 이러한 변화를 선도하며, 물리적 고립 해소를 시작으로 연결과 포용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
작성자 : 임팩트스퀘어 박윤세 매니저
*ISQ 인사이트 레터 ‘IBT’를 구독(링크)하시면, Impact Business Review 콘텐츠를 편히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