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는 여전히 새로운 플랫폼을 기다리고 있다

가히 플랫폼의 세상이다. 진종일 눈길이 가닿는 모바일 속 수많은 어플은 말할 것도 없고, 힙한 동네의 뜨는 팝업스토어나 매일 출퇴근을 책임지는 대중교통으로도 플랫폼의 세상 속에 살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인가 당연한 문법이 되기 시작하면 그 본질은 어느새 잊히기 십상이다. 우리는 어쩌다가 플랫폼의 세상 속에 살게 되었을까? 플랫폼의 본질은 무엇이고 이것이 더욱 가치있게 쓰일 수 있는 방향성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번 아티클은 플랫폼, 그중에서는 임팩트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플랫폼이 지닌 의의와 가치를 살펴보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플랫폼의 본질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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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와 플랫폼의 상관관계

사회문제는 ‘사회 구성원의 다수가 고통받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노력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고통스러운 문제를 구조적으로 짊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정한 공급과 수요가 만날 수만 있다면 대다수의 문제는 해결된다. 고로 어떤 문제가 시장 안에서 자연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 이는 공급과 수요가 적절하게 만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임팩트 비즈니스는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를 정의하게 되는데, 플랫폼 비즈니스는 기존에 없던 시장을 빠르게, 그리고 가장 파급력 있게 만들어낼 수 있는 혁신적 도구이다. 

하지만 플랫폼은 근본적으로 ‘양면 시장’이라는 점에서 공급자와 수요자가 적절한 비율을 유지하고, 또 양쪽이 상호 만족할 수 있는 거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기반 마련의 난도가 매우 높다. 또한 플랫폼 특성상 단기적으로는 수익이 날 수 없기 때문에 참여자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계속해서 규모를 키워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이제 막 사회문제를 정의하고 솔루션을 만들어가는 초기 기업 입장에서는 플랫폼은 명과 암이 동시에 존재하는 도구이다. 잘만 풀리면 비즈니스 규모를 폭발적으로 키워낼 수 있는 증명된 방법론이지만, ‘잘만 풀리면’의 전제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 및 시간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시장에서 거래가 되지 않았던 사회문제의 특성, 그리고 물리적/비용적으로 효율적인 시장 구축이 가능하다는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해 보았을 때, 혁신적인 방식으로 임팩트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성한 사례는 없을까? 아래에 세 가지 사례는 강력한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일반적 비즈니스를 플랫폼 메커니즘으로 고도화한 기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플랫폼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는 것을 캐치한 기업들의 이야기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기에 앞서 한 가지 전제를 먼저 공유하자면, 아래의 예시들은 명확하게 ‘플랫폼 솔루션’으로 여겨지지는 않으나, 기본적인 구성 및 성장 방향성 면에서 플랫폼 비즈니스의 본질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여 필자가 새롭게 분석한 내용이라는 점이다. 

예시 1) 더 많은 장애인의 일자리를 위하여, 제조업 및 컨설팅 플랫폼이 되다?

전통적인 사회적기업 유형 중엔 ‘일자리 창출형(일자리 제공형)’이 있다. 일반적인 시장에서는 생산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어 경제 인구로 편입되지 못한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연계하는 모델을 일컫는 유형이다. 그리고 대표적인 취약계층으로는 장애인이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자신의 비즈니스에 장애인을 고용하는 솔루션에서 더 나아가 장애인 고용의무제도에 해당하는 사업주를 발굴해 더욱 규모 있는, 일종의 플랫폼을 만들어낸 솔루션들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동구밭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드는 지속 가능한 일상’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샴푸바 등 고체 생활용품을 만드는 소셜벤처이다. 이미 높은 제품력으로도 유명한 기업이지만, 월 매출이 증가할 때마다 발달장애인 사원을 추가 고용하고 전 직원의 50% 이상을 발달장애 사원으로 고용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정평이 난 기업이다. 이렇게만 보자면 일자리 창출형 제조 기반 소셜벤처로 보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동구밭 비즈니스 모델을 보며 임팩트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동구밭은 단순히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아닌,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적으로 발달장애인이 무리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발달장애인이 생산한 생활용품 제조’를 희망하는 기업과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를 점차 확장해 나가고 있다. 동구밭 팩토리와 연계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이 있으며, 이들은 흔히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의 형태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즉, 동구밭은 자체 생산하는 제품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인이 원활하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동구밭 외의 공급자와 발달장애인을 연결하는, 그 자체로 플랫폼인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동구밭은 콜라보레이션 시의 MOQ(Minimum Order Quantity)를 획기적으로 낮춰 더 많은 공급자가 동구밭 팩토리에 유입될 수 있도록 했고, 그 배경으로 ‘더 많은 발달장애인 사원이 고용될 수 있도록 한다’는 목적을 분명히 했다. 이는 일반적인 제조업으로 여겨지던 솔루션도 양면 시장을 어떤 식으로 구축하느냐에 따라 임팩트를 고도화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관련한 또 한 가지의 사례는 ‘히즈빈스’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주식회사 향기내는사람들’이다. 향기내는사람들은 ‘모든 장애인들이 함께 행복하게 일하는 세상을 만든다’라는 비전을 가지고 기업 대상 장애인 고용 컨설팅 및 사업장 위탁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시에 자체 카페 브랜드 ‘히즈빈스’를 통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 및 장애인 전문가 양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99명의 장애인 바리스타와 로스터를 직원으로 고용하고 있으며, 정신장애인 직업 유지율을 90% 이상 유지하며 대한민국 평균의 약 5배에 달하는 장애인 고용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향기내는사람들은 창업 당시부터 지속 가능한 변화를 위해서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가진 공급자 및 수요자를 규모 있게 모아내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데에 집중했으며, 그 결과 장애인을 안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장애인 인력 추천, 모집 대행, 직무 개발 컨설팅 등을 플랫폼화하여 제공하고 있다. 또한 그 역량을 인정받아 히즈빈스의 컨설팅 모델은 ‘세계정신 재활대회’ 우수 사례로 뽑히기도 했다. 동구밭과는 조금 다른 사례이지만, 이들 역시 혁신적인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 일자리창출형 모델을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솔루션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니고 있다. 

예시 2) 지속 가능한 어업의 파이를 키우기 위하여, 프랜차이즈 플랫폼을 꿈꾸다!

KOF(한국수산기술연구원)는 친환경 바이오 생산기술과 표준화된 시스템을 기반으로 육상 양식 솔루션을 만들어가는 기업이다. 양식 수산물은 새우이며, 보통 해안가에 위치하는 양식장을 내륙으로 옮겨 양식 오염물이 해양으로 배출되는 문제를 막고, 동시에 해양에서 유입될 수 있는 중금속 등의 식품 오염 문제를 상쇄한다. 중요한 점은 자체 양식, 판매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수산 양식장들도 KOF의 솔루션을 통해 고도화될 수 있도록 FICL(이하 피클)이라는 양식 창업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피클은 양식업자가 육상 양식 시 고려해야 할 수질 데이터 관리 및 기타 약품투여/사료 급여시간 등을 자사 어플리케이션으로 손쉽게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그간의 양식 전문성을 활용한 AI솔루션을 통해 폐사율은 낮추고 생산성은 높일 수 있는 정보 및 보고서를 제공한다. 이 밖에도 양식장 설계 및 토지 타당성 검토, 시공 등에 대해서도 전문적 자문을 제공한다. 

앞서 살펴본 예시 1과 유사한 점은, 자사가 자체적으로 제공하던 솔루션을 하드웨어/소프트웨어적 배포 가능한 솔루션으로 고도화하여 프랜차이즈 형태로 배포한다는 점인데 이는 KOF 단일 솔루션일 때보다 양식 수산물의 공급자 및 수요자를 폭발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러한 비즈니스 고도화 방향성은 7월호 ‘지속 가능한 먹거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농업, 축산업 영역에서 다수의 공급자가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 배포하는 형태라면 도모해 볼 수 있는 임팩트 확산 방법론이다. 

예시 3) 가치를 위한 광장, 임팩트 비즈니스 플랫폼의 본질을 담다.

마지막 사례는 ‘나눔비타민’이다. 나눔비타민의 서비스 ‘나비얌’은 결식아동의 식사 인프라를 디지털로 전환하여 소외계층의 식사 접근성을 높이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바우처 및 결식아동 식사 지원 가게를 연결하는 O2O 플랫폼이다. 앞선 사례들과 달리 창업 당시부터 플랫폼을 염두에 두고 시작된 서비스이지만, 플랫폼을 통해 연결하고자 한 가치가 기존 시장에서는 원활히 매칭되지 않았던 잠재 임팩트를 정확히 연결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끔 뉴스를 보다 보면 취약계층 및 결식아동을 돕기 위해 개인적으로 식사를 지원한 것이 알려져 이른바 ‘돈쭐 내러 가자’는 밈이 회자하는 것을 목격할 때가 있다. ‘나비얌’은 바로 이 지점에서 막강한 잠재 가치를 발굴했다. 도움이 필요한 사회 구성원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손을 내밀고 싶지만, 기회가 없어 참여하지 못했던 공급자(선한영향력가게 등)들과 양질의 식사 지원이 필요한 수요자(결식아동)가 한 곳에서 서로를 탐색하고 연결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수요자의 지불 능력 및 지불 의사를 중심으로 플랫폼의 성공 가능성을 점쳐보는 일반적인 플랫폼 기획과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플랫폼의 장기 성장을 위해 잠재 공급/수요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나비얌’의 사례는 이것이 기존 시장의 규모 혹은 수요자의 지불 의사만으로 판단될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나비얌은 앱 론칭 2개월 만에 어떠한 광고 없이 1,300명의 결식아동 및 부모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전국 3,900곳의 ‘선한영향력가게’과 업무 협약을 맺는 성과를 낳았다. 어떤 가치는 플랫폼으로 말미암은 ‘가치의 광장’을 기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이다. 

눈을 뗄 수 없는 플랫폼의 가능성, 그 속에서 임팩트 비즈니스의 과제는?

IT 및 AI 기술력이 빠르게 발전하며 플랫폼 비즈니스 영역도 하루가 다르게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사막의 모래알만큼이나 범람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얼마나 빠르게 공급자와 수요자를 모아내고, 규모를 키워낼 것인가에 대해 골몰하게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공급자와 수요자, 양 사이드의 플레이어가 많으면 많을수록 지속가능한 거래 기반이 만들어지고 이는 그 자체로 수익 창출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팩트가 비즈니스 경쟁력이 되도록 한다는, 임팩트 비즈니스 생태계의 제1원칙을 떠올려보자면 급변하는 파도 속에서도 누군가는 본질을 잊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 규모 이전에 특정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에 플랫폼이 유효한 솔루션이 될 수 있는지, 혹은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폭발적인 문제 해결이 어려울 때 플랫폼으로 전환함으로써 문제 해결의 판을 뒤집을 수 있지는 않을지 양측 오가는 고민이 필요하다. 

앞서 살펴본 플랫폼 예시들은 아직 명확하게 플랫폼으로 규정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핵심을 파고 들어가면 어떤 비즈니스는 새로운 플랫폼이 될 수 있고, 여전히 수많은 사회문제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모여 새로운 문제 해결 방식을 제안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성장 가능성이 높으니 플랫폼으로 시작해보자!’가 아닌, 사회문제를 중심으로 상호 연결이 필요한 사람들을 확장해 나가다 보니 어느새 플랫폼의 본질에 맞닿은 기업들처럼, 우리가 무엇을 위하여 플랫폼을 활용하고 또 사용자를 모아내고 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다. 임팩트 생태계는 플랫폼이 되기 위한 플랫폼이 아니라, 갈 곳을 찾지 못 하고 방황하는 가치를 모아내기 위한 플랫폼을 지금 이 순간에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작성자 : 임팩트스퀘어 김소선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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