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의 숨겨진 목소리: 농촌 결혼이주여성, 위기와 가능성 사이
다문화 사회의 필연성, 문제 해결의 필요성
인구 소멸과 고령화 시대로의 진입은 다문화 사회의 필요성을 필연적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농촌 결혼이주여성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19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결혼이주여성은 약 29만 명에 이르며, 특히 농촌 지역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로 인해 점차 많은 수의 결혼이주여성이 유입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는 결혼이주여성이 직면하는 사회적, 경제적 문제에 대한 정책과 지원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다양한 문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농촌 결혼이주여성을 둘러싼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질적인 솔루션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위한 비즈니스 영역의 움직임이 크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많은 로컬 스타트업이 이미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이겠지만, 농촌은 수도권에 비해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대상자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비즈니스의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다문화’ 키워드와 관련해 살펴보자면 지역은 매우 중요한 거점이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도시보다 농촌이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비율이 높은데, 2019년을 기준으로 지역규모가 작아질수록 전체 학생 수 대비 다문화 초·중·고등학생의 비율이 증가한다 <표 1-2> 이는 농촌 사회의 구성과 성장 측면에서 다문화가정이 더욱 큰 의미와 맥락을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임팩트 비즈니스 솔루션이 사회문제를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과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농촌 결혼이주여성이 직면한 복합적인 사회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임팩트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탐구해 보고자 한다.
농촌 결혼이주여성이 직면한 어려움
대다수의 결혼이주여성들은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인해 심각한 고립감을 겪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언어 문제’(25.4%) 이며, ‘외로움’(15.5%) 이 그 뒤를 잇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활하지 않은 언어 소통은 지역 커뮤니티와의 상호작용을 어렵게 만들어 이주 여성들의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농촌에 거주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도시와 농촌 간 정보 격차(정보통신 기술에 접근하고 활용하는 능력 차이)로 인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촌 지역은 다문화 가정 지원 프로그램이 디지털 서비스로 전환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보 전달의 속도와 질이 저하되고 있다. 이미 도시와 농촌 간의 정보격차가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주 여성들은 이중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한편, 경제적 불안정도 결혼이주여성이 겪는 주요 문제 중 하나다. 한국 결혼이주여성의 약 15%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이는 단기 고용과 저임금으로 인한 경제적 불안정이 그 요인으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한국농촌경제원이 발간한 <농촌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사회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시사점(2020, 조승연)>에 따르면 ‘농촌지역의 저소득 남성은 국제결혼을 통해 배우자를 맞는 경우가 많으며, 농업인의 비율이 높은 농촌의 특성상 여성결혼이민자들은 남편과 함께 무급가족종사자로 농업에 참여할 확률이 높다’라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농촌이 지닌 특성상 결혼이주여성의 자립이 더욱 어려워 지는 측면도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은 결혼이주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어렵게 하고, 이는 가정 내 경제 갈등과 폭력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2022년 다문화가정 상담 통계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의 경제적 갈등과 의존이 가정 폭력을 촉발하는 원인 중 하나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언어적 소통의 문제는 가정 폭력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으며, 직업 훈련과 고용 기회가 부족한 상황은 결혼이주여성과 관련한 사회 문제를 계속해서 심화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이들을 위한 교육 및 경제적 지원 프로그램의 확충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새로운 솔루션이 등장할 수 있을까? : 유럽의 성공적인 이니셔티브와 옥천군의 새로운 시도
농촌 결혼이주여성이 겪고있는 문제는 점차 복합적인 사회 문제로 확대되어, 문제 해결의 필요성 역시 커지고 있다. 정부 정책을 통해 모든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즈니스 관점에서의 솔루션을 통해 지속적인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도 있겠으나, 아직까지는 뚜렷한 솔루션이 등장하지는 않고 있다. 농촌 결혼이주여성이 겪는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아직 미비하고, 농촌의 낮은 인구밀도로 인해 시장 규모가 작아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 및 민간 네트워크가 부족한 것도 그 이유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이유로 문제를 계속 안고 갈 수는 없다. 더욱이 농촌 결혼이주여성의 유입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지금, 문제 해결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유럽에서는 이주 여성과 관련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기관과 기업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으며, 그 중 Athena Project(이하 프로젝트)와 같은 이니셔티브는 주목할만한 솔루션이다.
본 프로젝트는 이주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모델로, 비즈니스 관련 정보 자원 접근성을 높이고 창업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장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이는 한국의 결혼이주여성 문제 해결에도 충분히 적용할만한 시도라고 보인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민 여성의 구체적인 니즈, 수요를 명확히 파악하는 체계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이들이 실제로 사회에 나가 저마다의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도록 전문성 및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주여성의 자립’을 아젠다로 하여 범사회적인 ‘이니셔티비’를 발족, 추진한다는 점에서 이민여성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청사진을 제공하고, 참여를 촉구하려 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국내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충청북도 옥천군의 ‘결혼이주여성협의회’의 이야기다. 충북 옥천군 결혼이주여성협의회는 2020년 초 이주여성 당사자들이 직접 꾸린 비영리 민간단체로, 현재 옥천군 결혼이주여성 423명 중 120명이 협의회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 내 결혼 이주여성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단체 내에서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이주 여성의 언어와 문화적 차이를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단지 모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지역의 공동체 라디오를 통해 당사자가 직접 이주 여성의 삶과 경험을 공유하며 그들이 겪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인식 개선에 힘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공동체 라디오는 ‘정책의 시혜자’로 여겨지던 결혼이주여성이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상호 이해 및 자립을 위해 필요한 메시지를 자발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디딤돌을 놓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결혼이주여성협의회의 공동체 라디오 사례는 지역사회의 연대를 강화하고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관심도를 높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이자 물꼬로 보여진다.
위와 같은 시도들은 비즈니스를 통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사례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임팩트 비즈니스의 측면에서 창업가에게 중요한 영감을 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에 문제 당사자의 자립을 돕고,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작은 시도가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잠재력과 의의를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농촌결혼이주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는 지역 사회의 연대성을 강화하고 커뮤니티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팩트 비즈니스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두 가지 목표가 맞물려 지속 가능한 지역 사회를 만드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적이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
임팩트스퀘어는 경상북도 영주에 ‘STAXX’라는 청년 교류공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필자는 그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어느새 점점이 스며드는 지역 생활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인상깊은 점이 있는데,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바로 다국적 안내판이다. 분리수거 방법을 안내하는 표지에 한국어뿐만 아니라 베트남어, 중국어 등이 함께 쓰여져있는데, 영주에서 이것은 전혀 낯선 일이 아니다. 이번 ‘다문화’라는 키워드를 받아들고 나는 그 안내판이 번뜩 떠올랐다. 이미 우리 사회에, 우리와 함께 살을 맞대고 살아가는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들은 수도 없이 많을텐데 표지 외에 그 삶을 실감해본 적이 있었나 생각해보면 괜시리 숙연해진다.
한국 결혼이주여성이 직면한 사회적, 경제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으며, 이에 대한 효과적인 지속 가능한 해결 방안이 절실하다. 그러나 시혜적인 관점에서 복지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해소에 한계가 있다. 농촌 결혼이주여성이 더욱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나아가 이러한 여성들이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지역사회 발전의 핵심 주체가 되는 것, 어쩌면 머지않아 목도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닐까 기대해보며, 지속적이고 창의적인 형태의 솔루션이 커뮤니티와 시장을 발굴하면서 새로운 임팩트 비즈니스가 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를 바라본다.
작성자 : 임팩트스퀘어 우아영 매니저, 김소선 책임
*ISQ 인사이트 레터 ‘IBT’를 구독(링크)하시면, Impact Business Review 콘텐츠를 편히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