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솔루션, 사회적 고립의 해결책인가 새로운 고립의 덫인가?

사회적 고립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뜨겁다. 가장 효율적이며 최적화된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날로 높아져가고, 그 예로 디지털 친화적인 솔루션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솔루션의 방향이 사회적 고립 속에 놓인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는 것일까? 이번 아티클은 현 시대의 사회적 고립을 해결하고 있는 디지털 솔루션의 특징, 나아가 디지털이 새로운 고립을 만들어내고 있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고민이 무엇인지 전달해보고자 기획되었다.

<편집자 글>

사회적 고립, 공중보건의 위기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 고립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심각한 공중보건의 위기로 대두되고 있다. 올해 초 캘리포니아 산 마테오(San Mateo) 지역에서는 미국 최초로 외로움을 ‘공중보건의 위기’로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산 마테오 지역은 65세 이상 인구가 18%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자 비율이 높은 지역인데,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고령자가 사회적 고립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NCCDPHP)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3명 중 1명이 외로움을 경험하고 있으며, 4명 중 1명은 필요한 사회적, 정서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사회적 고립이 심장병, 뇌졸중, 2형 당뇨병과 같은 신체적 질환의 위험을 높일 뿐만 아니라, 우울증, 불안, 자살 위험까지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사회적 고립에 대한 논의가 심화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24년 2월에 발간한 보고서 ‘국민 삶의 질 2023’에 따르면 2023년 사회적 고립도는 33%로 2021년 34.1%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심각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회적 고립 문제에 도전하는 솔루션, 공통점은?

심화하는 문제 곁에는 항상 도전하는 기업가가 있다. 기업가들은 사회적 고립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아래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Intuition Robotics Inc.

©Intuition Robotics

  • 미션: 노인들이 공감 능력이 뛰어난 디지털 동반자와 함께 집에서 더욱 행복하고 건강하며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 솔루션: 노인을 위한 대화형 AI 로봇 “ElliQ”

  • 특징

    • AI를 활용해 컨텍스트 기반 사용자 맞춤형 경험을 제공함.

    • 대화 뿐만 아니라 몸짓, 이미지 등을 조합하여 상호작용함으로써 노령 인구에 적합하게 설계함.

    • LED 조명 디스플레이로 미묘한 감정을 전달해 기기에 친근하고 따뜻한 인격을 부여함.

    • 노인청의 보조 제도 뿐만 아니라 의료 보조 제도로도 등록될 수 있도록 시도중. 

  • 성과

    • 사용자의 90%가 ElliQ와 상호작용하고 6개월 후에도 매일 30회 이상 상호작용함. 

    • 노인의 외로움을 95% 감소시키고 삶의 질을 90% 개선, 사회적 연결성을 56% 강화함. 

  • 설립연도: 2016

  • 최근 투자유치: 25억 달러 (한화 약 3조 4천억 원)

Wisdo LTD.

©Wisdo Health

  • 미션: 대규모로 유행하는 외로움을 치료합니다.

  • 솔루션: AI 기반 사회 건강 플랫폼 “Wisdo”

  • 특징

    • 정신 건강, 신체 건강, 정체성, 가족 등 개인에 맞는 theme에 따라 커뮤니티 매칭.

    • 커뮤니티에 매칭되면 그 안에 있는 수퍼바이저, 가이드, 헬퍼 등의 동료와 연결되어 필요에 따라 지원을 받을 수 있음.

    • 비디오 그룹 세션을 운영해 Social Skill을 포함한 건강한 습관 구축을 지원함.

    • 월간 단위 체크인을 통해 상황을 모니터링, 적절한 지원을 연계함. 

  • 성과

    • 2023년 미국 공중보건국의 외로움 전염병에 관한 보고서에 등재된 유일한 디지털 건강 앱.

    • 사용자당 예상 연간 의료비 절감액 1,900달러 이상, 사용자가 경험하는 건강한 일수 매달 39% 증가, 사용 후 90일 이내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감소했다고 인식하는 비율 60%로 확인됨.

    • 누적 1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함.

  • 설립연도: 2017

  • 최근 투자유치: 500만 달러 (한화 약 69억 원)


40FY Inc.

©마인들링

  • 미션: 모두가 나다움을 건강하게 발휘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나갑니다.

  • 솔루션: 인공지능을 이용해 개인 맞춤형 심리상담을 지원하는 멘탈케어 앱 “마인들링”

  • 특징

    • 심리도식 이론 기반의 검사 지원, 개인 상태 분석 기반 맞춤형 프로그램 추천, 건강한 마음 습관을 쌓는 매뉴얼 제공.

    • 사용자의 8~90%가 2030세대로 구성됨.

  • 성과

    • 사용 6주 후 우울감 36% 감소함.

    • 사용자 16만 명 중 3만 명의 유료 가입자 보유.

  • 설립연도: 2020

  • 최근 투자유치: 20억 원

위 세 가지 솔루션은 디지털 기반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WHO의 보고서 ‘Digital Interventions for Reducing Social Isolation and Loneliness in Older Adults’에서는 노인의 사회적 고립을 줄이는 디지털 개입에 관한 논문 200여 개를 분석해 연구와 데이터가 많은 분야와 부족한 분야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격차 지도를 제시하고 있다. 해당 논문은 고령자 대상 디지털 개입에 연구가 필요한 분야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 고립과 디지털 접근이 접점이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기술은 시공간 제약 없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할 수 있어 고립을 겪는 사람들에게 접근성을 높여주고,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 지원이 가능해 고립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WHO

하지만 한편으로 사회적 고립을 심화하는 디지털 솔루션

디지털 방식이 사회적 고립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지점이 있지만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미국 공중보건국의 보고서 “Our Epidemic of Loneliness and Isolation”에 따르면,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환경 개혁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성장과 풍요가 있지만, 동시에 주의를 분산시키고, 정신적 여유를 빼앗고, 자신 혹은 관계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거나, 깊이 있는 연결을 방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밖에도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노인층과 장애인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디지털 솔루션이 오히려 이들의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디지털 리터러시 문제도 중요한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에겐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

아날로그 방식을 적절히 결합해 물리적 연결과 실질적 소통을 증진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미국 공중보건국 보고서에서는 사회적 연결을 형성하는 주요 요인으로 ‘Social Infrastructure’을 언급하고 있다. 도서관, 공원과 같은 물리적 공간 등이 그에 해당한다. 아날로그 방식은 피상적인 관계 형성 등 디지털 솔루션의 한계를 일부 보완할 수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결합해 사회적 고립을 해결하는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Belong Center

Belong Center는 외로움을 종식시키고 모든 사람의 소속감을 강화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그룹 명상, 토론, 운동 등의 커리큘럼으로 ‘Belong Circle’이라는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미국 전역에서 운영하고 있다. 지역별 정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참가자 모집에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홍보, 운영, 관리할 수 있어 확장에 용이하다. 현재 LA, 보스턴을 포함해 10개 이상의 지역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이들은 고유한 수준의 소속감과 연결성을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을 ‘Yellow Zone’이라고 부르고 그러한 공간을 늘려나가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연결과 소속감을 위한 공공 공간 조성 계획중 하나로 ‘Belong Benches’라고 하는 노란색 벤치를 지역 곳곳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The One Club for Creativity

Sunday Grannies’는 영국 최대 통신 기업 보다폰의 루마니아 지사에서 진행한 캠페인이다. 캠페인명은 우리나라말로 하면 ‘일요일 할머니들’이라는 뜻이다. 보다폰은 루마니아의 고립된 노인들이 외로움을 극복하도록 하는 사회 실험으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할머니에게 집밥이 그리운 학생들을 모아서 다이닝을 열도록 했다. 할머니 두 명에게 페이스북을 맡기고 다이닝을 운영하도록 했는데 할머니가 음식 사진과 함께 ‘이번주 밥 먹으러 올 사람?’하고 올리면 학생들이 댓글을 다는 식이었다. 해당 캠페인 영상은 빠르게 퍼졌고 영상을 본 65세 이상의 사람들 사이에서 소셜미디어가 흥행했다. 캠페인 기간 동안 페이스북 유저가 20% 증가, 노인의 소셜미디어 적응률이 3배 가까이 늘었고, 4G 스마트폰 판매도 캠페인 기간 78%나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캠페인을 통해 할머니들은 학생들과 오프라인에서 의미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학생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디지털과 친해지는 효과를 얻었다. 이를 통해 보다폰은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알리고 서비스 판매 확대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매일우유

Greeting Milk’는 2016년 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매일유업의 캠페인이다. 우유 배달 서비스를 통해 독거노인의 안부를 확인하는 캠페인으로, 우유 주머니에 있는 우유가 사라지지 않고 이틀 이상 쌓이면 배달 기사가 시스템을 통해 지역사회에 연락, 지역의 보건 종사자가 독거노인의 안부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매일유업은 캠페인을 오래 지속해왔지만 줄어들지 않는 무인 사망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겠다는 생각으로 캠페인 영상을 제작해 배포했다. 그 결과 전국 인구의 20%가 넘는 인원이 영상을 시청하고 캠페인에 대한 기부가 138% 증가했다. 현재 캠페인은 31개 도시로 확산되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매일유업의 배달 서비스에 지역사회와 실시간 소통 가능한 디지털 채널을 마련해 효과적으로 고립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사례이다.

사회적 고립을 해결하는 좋은 사례가 더 많이 등장하길 기대하며,

이번 아티클에서는 충분히 다루지 못했지만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한 고려 역시 중요하다. 배제되는 인원이 없도록 포용적인 접근과 설계가 되었을 때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해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사회적 고립을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솔루션들이 전 세계적으로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문제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방증하는 동시에, 이를 해결하려는 사회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징표이기도 하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를 넘나들며 각자의 장점을 살린 다양한 접근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이 필요한 영역이 남아있다. 특히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 해소, 세대 간 연결 강화, 지역사회 기반 지원체계 구축 등에서 더 많은 혁신이 필요하다.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기업, 정부, 시민사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무엇보다 모든 구성원이 소외되지 않는 포용적 관점의 접근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고립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더 많은 혁신가들이 이 도전에 동참하여, 모든 이들이 의미 있는 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작성자 : 임팩트스퀘어 최나은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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