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대기업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제대로 ‘써 먹는’ 방법

대기업이 집중하는 ESG 관련 이슈는 주로 우리가 사회문제라고 일컫는 것들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임팩트 스타트업과의 협력 구조 설계가 매우 유의미한 상황이다. 그러나 좋은 파트너로서 임팩트 스타트업을 찾고, 그들과 협력 구조를 만들어나가는 데에 회의적이거나 어려움을 겪는 담당자들이 있다. Part 3은 성공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사업의 공통적인 판단 요소와 매커니즘을 소개해 더욱 많은 오픈 이노베이션이 생겨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확한 사례를 통한 분석 및 인사이트 도출이 가장 유효할 것이라 생각했고, 그 결과 두 가지의 사례와 네 개의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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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SK아이이테크놀로지 X 라잇루트, 폐분리막을 활용한 고기능성 의류 소재 개발

전기차 산업 성장으로 인해 폐분리막이 급증하고 있다. 미세한 스크래치로 인해 상품성이 떨어지거나, 산업 특성 상 과잉 생산 후 발생하는 폐분리막은 그 양이 상당하고 적절한 처리 방안이 없어 버려지고 있었다. 라잇루트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폐분리막을 활용한 고기능성 의류 소재 ‘텍스닉(TEXNIC)’을 개발했다. 그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IET)와의 협력이 있었는데 해당 내용을 첫 사례로 소개하고자 한다. 

각 주체의 세부 니즈는 아래와 같았다.

  • SKIET

    • 대량 발생하는 폐분리막을 환경적으로 처리해 ESG 이슈에 대응

    • 폐기물 저감을 통한 처리 비용 및 환경 영향 감소

  • 라잇루트

    • 고기능성 원자재를 저렴한 비용으로 안정적으로 확보

SKIET는 폐분리막을 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던 중 SK이노베이션 공모전에 선정된 라잇루트를 알게 되었다. 그 당시 라잇루트는 제품 개발을 준비하는 단계에 있었는데 필요한 폐분리막 샘플을 SKIET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고, 샘플을 공급받는 과정에서 폐기물 수거, 선별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SKIET에서 규격에 맞게 공급해주어 해당 과정을 생략할 수 있었다. 이러한 맞춤형 지원 덕분에 라잇루트는 6개월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내에 제품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 사례가 성공적일 수 있었던 데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었겠지만 그 중에서도 상호 명확한 니즈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신속하고 적극적인 협력이 가능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미루어보아 오픈 이노베이션은 구체적이고 명확한 니즈에 기반한 공동의 목표가 있을 때 빠른 실행과 성과 도출을 가능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본 사례는 내부 자원을 외부로 공유해 혁신을 만드는 아웃 바운드 혁신 사례로 볼 수 있다. 아웃 바운드 혁신으로는 주로 기술 판매와 라이센싱을 고려하는데, 산업 폐기물의 환경적인 처리 필요성이 대두되는만큼 자원화 가능한 폐기물이 있다면 이를 활용할 스타트업을 발굴해 연계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한편, 라잇루트는 텍스닉(TEXNIC)을 CES에 출품해 ‘웨어러블 기술(Wearable Technology)’ 분야에서 CES 2022 혁신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빈폴, 제로그램 등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와 협력해 다양한 제품에 소재를 적용하고 있으며, 올해 양산에 돌입해 내년부터 다양한 브랜드를 통해 텍스닉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례 2] 효성화학 X 잇그린, 잠실구장 다회용기 적용 및 회수 시범사업

두 번째 사례로는 잠실구장에서 진행되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다회용기 시범사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효성화학은 환경 이슈 대응을 위한 신규 사업 발굴 단계에서 단일 재질의 폐플라스틱을 소싱해 고품질 재생원료를 생산하는 여러 사업 아이디어를 검토했다. 그 중 가장 높은 순위로 검토된 다회용기 재생 사업의 사업화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추진하게 되었고, 배달음식 다회용기 서비스를 운영하는 임팩트 스타트업 잇그린을 파트너로 초청했다. 

각 주체의 세부 니즈는 아래와 같았다.

  • 효성화학

    • 환경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사업의 발굴

    • 신규 사업으로서 다회용기 재생 사업의 가능성 검토

  • 잇그린

    • 경기장, 영화관 등 다회용기 서비스 확장

위와 같은 니즈를 상호 충족시키며 시작된 잠실구장 다회용기 시범사업은 아래와 같은 프로세스로 진행되었다.

  1. 다회용기 개발 및 생산 : 효성화학 PP원료를 활용한 다회용기 개발 및 생산

  2. 잠실구장 다회용기 서비스 운영 : 잠실구장 내 식음료 매장에 다회용기 공급, 서비스 운영

  3. 다회용기 수거 및 재생 : 시범사업동안 사용된 다회용기 수거 및 재생원료화

  4. 재생원료 활용 제품 생산 : 생산한 재생원료를 활용한 제품 생산

먼저 시범사업 운영에 필요한 7종의 다회용기를 효성화학 PP원료를 활용해 생산했다. 이 과정에서 잇그린은 효성화학으로부터 PP원료와 생산 비용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생산된 다회용기는 잠실구장 내 식음료 매장에 공급되어 음식을 주문한 소비자에게 제공되었고, 구장 내 곳곳에 비치된 반납함을 통해 회수되었다. 반납된 다회용기는 전문 세척 센터에서 세척을 거쳐 다시 매장에 공급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약 3개월의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모아진 폐다회용기는 효성화학을 통해 재생원료로 가공되었다. 해당 재생원료가 어떤 제품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제품 생산 테스트를 끝으로 시범사업은 마무리되었다.  

효성화학은 폐다회용기의 고품질 재생원료화 가능성, 예상 비용 및 수익성, 운영상 고려사항 등 사업화 이전에 검토할 전반의 내용을 본 시범사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 사업의 설계부터 실제 결과를 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6개월이었다. 

이렇게 빠른 추진이 가능했던 이유는 전문성 있는 파트너를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의 배달음식 다회용기 운영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범사업 운영 계획을 빠르게 그려보고 바로 실행할 수 있었다. 뿐만아니라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변수와 이슈가 계속해서 발생했는데 이 또한 운영적으로 풀어내어 목표한 일정 내 성공적으로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러한 부분을 통해 좋은 파트너 풀을 확보하는 것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성공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한 4가지 고려 요소

위 두 사례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사업 추진을 위해 대기업이 고려할 사항들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았다.

해결하고자 하는 니즈를 구체화하라.

간혹 니즈가 구체화되어 있지 않아 다소 포괄적인 내용을 공유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니즈에 맞지 않는 제안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검토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혹은 다양한 니즈를 동시에 충족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프로젝트가 비대해지고, 설계가 복잡해지고, 실행에 오래걸릴 가능성이 높다. 더하여 모든 니즈를 충족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 명확한 니즈가 공유되었을 때 필요한 내용의 제안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후 협력 논의와 추진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공유 가능한 자원을 파악하라.

미활용 기술과 특허, 유휴 공간 및 설비, 폐자원 등 외부에 공유 가능한 자원을 파악해두는 것은 좋은 오픈이노베이션을 기획하는 데 있어 유용하다. 해당 내용을 정리해 대외에 공유하면 스타트업들로부터 아웃 바운드 혁신의 아이디어, 기회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인바운드 혁신에 연계해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파트너풀을 확보하고 지속 모니터링하라.

좋은 오픈 이노베이션 아이디어는 좋은 파트너와의 논의를 통해 나오고 실현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적절한 실행 파트너가 없이는 추진하기 어렵다. 그런데 좋은 파트너는 필요한 타이밍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필요한 시점에 좋은 파트너를 초청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파트너풀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빠른 혁신을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전략으로 가져가는 요즘, 좋은 파트너를 확보하는 과정에 경쟁은 불가피한 일이다. 파트너 풀링과 모니터링이 더더욱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기업이 직접 파트너를 탐색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은 비용과 시간을 고려했을 때 적절한 방법은 아닐 수 있다. 이 부분은 딜 소싱에 강점을 가진 조직과 협력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좋은 코디네이터와 함께 하라.

사실 멋진 성과를 보이는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들 뒤에는 무수히 많은 고민과 논의가 숨어져 있다. 언어와 문법이 다른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사업에 대해 같은 이해를 가지고 출발하는 것 부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 어려운 과정도 좋은 코디네이터와 함께라면 해볼 만 하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언어를 동시에 이해하고 있는 조직, 각 주체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충족시킬 사업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임팩트스퀘어는 임팩트 스타트업 풀을 기반으로 대기업 오픈 이노베이션 사업을 기획하고 코디네이팅하는 작업들을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다. 사례로 공유한 ‘효성화학 X 잇그린 오픈 이노베이션 사업’ 또한 임팩트스퀘어가 코디네이터로 참여한 사업이다.  임팩트스퀘어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니즈, 전략, 언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현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기간 내 목표를 달성하도록 프로젝트를 관리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2024년에도 대기업, 중견기업과 의미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들을 만들어가고자 하니 여정에 함께할 조직들이 있다면 언제든 문을 두드려주길 바란다.


작성자 : 임팩트스퀘어 최나은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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