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스타트업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최근 몇 년새 가장 혁신적인 협력 트렌드로 떠올랐다. 임팩트 스타트업 분야에서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한 지원 사업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목적과 의의가 희석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여전히 임팩트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검증 및 스케일업을 위한 좋은 발판이지만, 맥락이 흐려져서는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을 구사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이번 아티클은 임팩트 스타트업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정한 성장의 발판으로 활용하기 위해 무엇을 견지해야할 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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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게 좋은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IBR 1월호 아티클 ‘Part 1. 오픈 이노베이션 제대로 이해하기’에서 진정한 오픈 이노베이션이 무엇인지, 그 목적과 의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짚어보기 위한 서두를 열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협력은 모두 오픈 이노베이션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오’라는 점이다. 즉, 대기업의 자본이 임팩트 스타트업으로 흐르는 모양새 전반을 아울러 ‘오픈 이노베이션’이라 칭하는 상황은 혁신을 위한 ‘구조적 협력’의 시야를 가린다. 그렇다면 스타트업 입장에서 좋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가름할 수 있는 핵심 판단 요소가 있다면 무엇일까?

  1.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동시에 절감할 수 있는가?_기술 자문 및 사업 개발비 지원

    앞서 가장 흔히 하는 오해로 ‘사업 개발비를 지원하는 모든 사업이 곧 오픈 이노베이션이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있음을 짚었다. 따라서 본 질문에 대해서도 ‘사업 개발비 지원을 통해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었는데, 그렇다면 같은 이야기 아닌가?’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시간’의 절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임팩트스퀘어가 액셀러레이팅을 할 때, 그리고 오픈 이노베이션 코디네이팅을 할 때 사업 개발비 만큼이나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바로 ‘멘토링’이다. 멘토링은 기업이 여러가지 사업적 이슈에 시의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전문가 자문인데, 이때의 주요한 이정표가 되는 것이 바로 ‘마일스톤’이다. 마일스톤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2년의 시간 동안 어떤 KPI를 달성하고, 시점마다 어떤 가설을 검증할 지 전략적으로 계획을 세운 뒤 추진할 수 있도록 돕는 워크시트이다. 이때, 기업 내부의 기술력과 전문성만으로는 긴 시일이 걸릴 수 있는 검증 과정을 최대한 빠르게 당길 수 있느냐가 기업 성장에 주요한 전략이 되는데, 대기업과 오픈 이노베이션 시에는 대규모의 자원과 전문성을 들여 공고히 한 대기업의 기술 혹은 인프라를 활용해 스타트업의 R&D 시간을 줄여낼 수 있기에 매우 중요한 지원 요소가 된다. 

    다시 말하자면 단순히 비용을 충당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스타트업의 생산성과 역량을 고도화할 수 있는 외부 전문성 연계가 매우 중요한데, ‘좋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고려할 때에도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R&D에 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는 협력 체계인지를 고려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2. 시장 및 고객 검증을 빠르고 신뢰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이 되는가?_PoC, 프로토타입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출시하는 기업이라면 제품 양산 전 PoC(Proof for Concept)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는 개념 증명, 개념 실증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흔히 실증 사업을 일컫는다. 기업이 지닌 가설을 토대로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해도 이것이 실제로 타겟 고객이 원하는 수준의 결과물인지, 아이디어 수준의 기획이 시장에서 타당하게 소비될 수 있는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지 시장에서 검증하는 것을 말한다. 

    대기업은 스타트업과 비교했을 때 고객 채널, 영업 네트워크, 브랜딩 측면에서도 훨씬 유리한 고지에 있다. 따라서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로 완전히 제로베이스의 실증 사업을 추진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고객 반응을 살펴볼 수 있다는 이점을 지닐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대기업의 자원을 활용해 PoC, 프로토타이핑을 추진해볼 수 있다면 좋은 오픈 이노베이션 협력이 될 수 있다. 

  3. 제품 및 서비스의 스케일업이 가능한 직접 당사자, 엔드유저인가?_밸류체인

    다른 한 편으로는 기술 자문, PoC 인프라 활용뿐만 아니라 대기업이 그 자체로 스타트업의 엔드유저가 가능한 경우를 꼽을 수 있다. 가령 임팩트스퀘어가 롯데케미칼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 루프 소셜’ 사업의 경우, 임팩트 스타트업이 생산한 제품(폐플라스틱 재생원료)을 롯데케미칼에 납품하는 방식의 밸류체인을 구성하고 있다. 이는 롯데케미칼 입장에서는 안정적이며 친환경적인 피드스탁이 될 수 있다는 의의가 있으며, 임팩트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생산된 재생원료를 안정적으로 납품하고, 관련 기술 자문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즉, 단순 기술 및 비용 지원 구조가 아닌, 스타트업의 밸류체인 전반에 대기업이 조인하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보다 지속가능하며 상호 협력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다. 

    밸류체인 상의 구조적 협력을 위해서는 스타트업의 필요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니즈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아래에 조금 더 전략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파트너십 발굴 방법론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궁극적으로는 대기업-스타트업간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상호 유기적인 밸류체인 상의 결합을 이끌어낼 수 있을 때 가장 지속가능한 형태로 상호 발전적 성장을 도모해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기업이 지속하고 싶은 오픈 이노베이션 구조는 어떻게 만들 수 있나? 

앞서 아티클 ‘Part 1. 오픈 이노베이션 제대로 이해하기’에서도 살펴보았듯,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개념은 스타트업이 아닌, 대기업의 니즈에서 출발한 개념이기 때문에 대기업의 지속 협력 의사가 매우 중요하다. 헨리 체르보스가 2003년 처음 제시한 오픈 이노베이션 개념도 기술 혁신을 더이상 내부 역량만으로 확장하지 못 한 대기업이 외부의 혁신 솔루션을 활용하고자 만들어진 개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타트업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하나의 기회로써 활용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도 지속적 협력이 가능한 구조를 제안, 유지할 수 있을 때 유의미하게 활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구체적인 방식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1. 기업의 니즈를 알고 싶다면, 기업의 중대성 평가 내용을 확인하라

    ESG 경영이 대기업의 책임 및 의무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면서, 각 기업의 ESG 이슈 중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보를 파악하고 우선 순위를 정한 뒤 공시하는 절차가 생겼다. 바로 중대성 평가다. 실험 적용 기간을 거쳐 2024년부터는 EU 진출 시 반드시 중대성 평가 결과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주요 대기업 대부분은 지속가능보고서 내에 중대성 평가 결과를 공시하고 있다. 

    이때, 주목할 점은 기업별 ESG 경영 내 선결 과제, 키워드가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삼성전자는 2021년 기준 에너지 및 온실가스 관리/재활용 및 순환경제를, SK하이닉스는 기후변화대응/친환경 에너지 기술을, LG화학은 산업안전보건 강화를 최상위 중대성 이슈로 꼽았다. 여기에 더해 2022부터는 외부의 변수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 뿐만 아니라 기업이 외부에 미치는 영향을 고루 살펴보는 이중중대성 평가가 급물살을 타며 더욱 다양한 아젠다가 떠오르기도 했다. 가령 호텔롯데는 ‘사업장 안전 관리 및 보건 강화’ 등을 새로운 아젠다로 꼽기도 했다. 큰 틀에서 보다면 다소 추상적인 키워드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국내 주요 기업의 최상위 키워드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산업 전반의 핵심 이슈가 툭 불거져나온다. 

    매해 발행되는 지속가능보고서 및 중대성 평가의 내용은 차년도 기업 성장전략 수립 시 반드시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키워드들이기 때문에 연말, 연초에 전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고 자사의 솔루션에 가장 높은 관심을 가질 기업을 우선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유의미한 협력 제안 전략이 될 수 있다.

  2. 전체 그림을 살펴보았다면, 핀포인트를 찾아라

    기후 변화가 산업 전반의 가장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폐기물, 자원순환 관련 대기업의 니즈가 높다는 것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폐기물은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모든 폐기물을 하나의 스타트업이 관리할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따라서 만약 전체 폐기물 중에서도 폐 배터리로 기업 니즈를 좁힐 수 있다면 일단 하나의 포인트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그 후에는 어떨까? 폐 배터리 안에서도 어떤 부품이 가장 많이 버려지는지, 해당 부품을 처리하기 위한 솔루션이 어느 수준으로 개발되었으며 양산 단계에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여기에 대기업의 미충족 니즈가 숨어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비해 매우 큰 규모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하위에 속한 프로젝트 및 전략 사업도 수백 개에 달한다. 그러다보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매우 큰 피드스탁이며 해결이 필요한 문제이지만, 대기업 입장에서는 후순위로 밀린 과제인 경우도 빈번하다. 그럴 때, 해당 폐기물 처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서 새로운 활용 기술을 제안, 밸류체인 상의 구조적 협력을 제안할 수 있는 기업의 노크는 대기업 입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제안이자 협력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끼리공장의 경우, 노인인력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노인인력개발원과의 컨텍포인트가 생긴 후, 노인들의 일자리뿐만 아니라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정성적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노인인력개발원과의 협력 과정에서 단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이들이 아동을 위한 환경교육, 현장 답사 지원 등에 투입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안하며 노인들이 더욱 행복하고 보람있게 근로할 수 있는 협력 체계 및 밸류체인을 만들어냈다. 전선 및 나사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해체 과정의 경우 필연적으로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노인들의 인력을 통해 풀어나가는 한 편, 보다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고민하던 노인인력개발원에 노인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윈-윈의 협력 체계를 제안해 점점 사업 규모와 협력 체계를 넓혀나간 것이다. 

2024년, 오픈 이노베이션은 여전히 기회가 될 것

2024년, 정부의 사회적경제 지원 예산이 0원으로 삭감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며, 임팩트 스타트업 사이에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과 불안이 대두되고 있다. 대기업도 새로운 성장 전략을 찾지 못다 하면 경기침체라는 어려운 시기를 돌파하기에 많은 장애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대기업, 그리고 임팩트 스타트업은 더욱 단단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한 해를 맞이할 것이다. 어느 한 쪽에 도움이 되는 관계는 지속가능하지 않기에, 진정으로 윈-윈 할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만큼 새로운 기회는 또 다시 생겨날 것이다. 이어지는 Part 3에서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잘 활용하기 위해 대기업 관계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정리해두었다. 오픈 이노베이션에 관심이 있는 스타트업 관계자라면 해당 아티클도 일독해보시기를 권한다.

작성자 : 임팩트스퀘어 김소선 책임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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