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오픈 이노베이션’ 제대로 이해하기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 기업간 동반성장과 혁신을 위한 전략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전 세계 화두인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 트렌드와 맞물려 더 활발해지는 추세다. 이처럼 기업 간 협력이 확산되고, 트렌드가 생기는 건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오픈 이노베이션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말만 오픈 이노베이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진짜’가 뭔지를 알아야 오픈 이노베이션 활용으로 기업 간 서로 기회를 잡는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개념을 살펴보고 관련해 하기 쉬운 흔한 오해를 바로잡아 보려한다. 


<편집자 글>

오픈 이노베이션의 등장 배경과 개념

오픈 이노베이션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헨리 체스브로(Henry W. Chesbrough) 교수가 2003년 주창한 개념으로, ‘기업이 가진 내부 자원을 외부에 공개해 타 기업이나 스타트업 등과 손잡고 혁신에 필요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밖에서 끌어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의 ‘기업’은 일반적으로 자원과 인프라 등이 풍부한 ‘대기업’을 일컫는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대기업이 자사의 사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력 포인트를 만들고자 한 것이 시초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들이 내부의 폐쇄적인 R&D만으로는 파괴적 혁신이 불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많은 자본이 투입되는데 이는 민첩한 혁신을 어렵게 하며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이전까지 기업들은 내부정보의 유출을 금하고 아웃소싱을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에 집중했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기업들은 자사 기술을 향상하고 상품화하기 위해 오히려 정보공개를 해 협력 파트너를 찾고, 외부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방식이 더욱 효율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현재 오픈 이노베이션은 양적으로 성장하며 기술구매/집단지성/공동 혹은 위탁연구/벤처 투자/기업 인수/전락적 혹은 배타적 제휴 등 다양한 층위의 유형으로 이뤄지고 있다. 체스브로 교수에 따르면 오픈 이노베이션은 내향형(outside in)과 외향형(inside out)으로 분류된다. 내향형은 기업이 연구, 개발, 상업화의 과정에서 외부의 기업이나 연구소, 대학 등으로부터 지식이나 아이디어를 얻는 것을 일컫는다. 외향형은 기업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아이디어를 외부에 내보내서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상업화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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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흔한 오해

이처럼 층위가 다양해지며 초기보다 폭넓은 오픈 이노베이션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지만 반대로 의도와 맥락이 흐려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서로에게 득이 되고 진정한 혁신을 이루려면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오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크게 두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1) 모든 협력은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딜로이트 그룹  ESG센터 분석(2020.01~2021.06)에 따르면 국내 오픈 이노베이션에서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플랫폼을 조성해 공동 R&D부터 자금지원, 상업화와 판로개척, 역량강화 등 전 영역에 걸친 형태로 협업을 하는 방식이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다. 각 산업군에서 협업의 효율과 효과를 제고할 목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일반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이나, 원개념적으로 볼 때 협력을 했다고 해서 그 자체가 다 오픈 이노베이션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개념 정의가 흐릿해져 오픈 이노베이션의 범주가 지나치게 광범위해지거나 오용, 혼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궁극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단순 협력 관계나 단편적인 만남(일시적 기술 자문 등), 단순 지원(1회성에 그치는 개발비 지원 등)은 대기업 측의 지원이지 상호 협력을 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파트너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 오픈 이노베이션은 스타트업에게 무조건 좋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오픈 이노베이션은 대기업이 자사의 경쟁력 강화와 혁신을 위해 시작된 개념이다.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대기업과의 협력을 고려할 때 어떤 요건이나 여건이 맞지 않는다면 오픈 이노베이션이 무조건 좋은 기회가 되지 만은 않는다. 

왜 그런 것일까 그 이유를 살펴보자면 첫째, 스타트업과 대기업은 서로의 환경이 다르고 시장 진출 경로 또한 다르기 때문에 여러 방면에서 차이를 느끼게 된다. 예로 예산 관리나 재무적 예산 편성 방식을 들 수 있다. 대기업은 회계 연도에 따라 필요 자원 총액을 추산하는 방식이라면 스타트업은 펀딩 라운드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대부분은 자원을 적게 배분하다가 제품과 서비스가 검증 되면서 자원이 추가 배분된다. 계획대로 진행이 되지 않은 경우에는 피봇팅(pivoting)을 유연하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기업 입장에서 이런 과정을 바로 수용하기란 쉽지 않다. 

둘째, 스타트업이 대기업과의 협력의 기회를 얻었다고 해도 장기 성장 방향성과 맞지 않는 일시적 프로젝트에 지나친 공력을 쏟게 될 수 있다. 협력의 대가로 주고 받을 것이 명확하지 않은 구조라면 대기업의 일시적인 단기성 프로젝트를 보조하는 형태로 끝나거나 표면적인 ESG 경영 협력 사례를 만드는 데 그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과 대기업간 껄끄러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를 제안했다가 주요 기술자료만 받고 실제 집행은 하지 않는다면 불공정 관계가 생긴다. 인수 및 합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스타트업의 기술이 보호받지 못하고 유출되는 일도 그렇다. 이밖에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경우, 기업공개(IPO)를 하거나 전략적 투자자(CVC 등)와 금융기관(사모펀드 등)이 인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스타트업에서 회계, 재무 정보가 공시되지 않아 투명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각 주체가 얻고자 하는 효익

그렇다면 오픈 이노베이션의 핵심 주체들은 각각 어떤 니즈(needs)를 가지고 있을까? 대기업, 스타트업의 입장으로 나누어 오픈 이노베이션 목적과 기대 효과를 핵심만 정리했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과 사례들을 알고 싶다면 이후의 시리즈 아티클에서 확인 가능하다. 

1) 대기업 입장

대기업이 새로운 산업 분야에 직접 뛰어들기엔 몸집이 무겁다. 때문에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활용해 내부 혁신 전략에 마중물을 부을 수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효과적일 수 있는 분야로는 ESG가 떠오르고 있다. 대기업, 중견기업의 경우 ESG 통합 경영의 실현이 기업 가치 제고에 이익이 된다는 것을 알지만 아직까지는 환경과 사회, 윤리적 의사결정을 최소한의 수준을 위주로 관리하고 있다. ESG 경영을 추진하고자 해도 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전문성과 고유 자산을 내부에 보유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렇기에  ESG 밸류체인 개발에 진심이면서도 비즈니스 이해도가 있는 소셜벤처와 관련 분야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상호 협력한다면 보다 기민하고 효과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내재화할 수 있다.

2) 스타트업 입장

스타트업은 덩치가 큰 기업에 비해 실행력, 추진력에서 민첩함을 갖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시장진입 노하우가 부족하다.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각종 인프라, 자금의 부족으로 단기간에 유니콘 기업이나 중소,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인프라를 활용해 상품과 비즈니스 모델 검증, 시장 개척 등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사회문제 해결에 비즈니스 모델을 둔 소셜벤처는 ESG 경영에 돌입하는 대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대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에 참여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전략 혹은 투자와 같이 성장을 위한 접점을 늘리는 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효과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이 되려면

결론적으로 한쪽에게만 호의적인 관계란 지속될 수 없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잘 활용됐을 때 양 사이즈의 주체들이 모두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구조적 협력인 만큼, 그 의의와 목적을 제대로 이해해야지만 지속가능한 발전과 상호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의 목적과 의의를 정석으로 이해할 수 있는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셸(Shell)과 다국적기업 유니레버(Unilever) 사례

먼저, 내부의 사업 동력과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외부에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빌린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 기업으로, 글로벌 에너지 기업 셸(Shell)과 다국적기업 유니레버(Unilever)가 있다. 

셸은 ‘게임체인저’(game changer)란 웹사이트에서 신규 사업에 대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공모한 뒤 사업화에 투자했다. 결과적으로 셸은 전체 매출액의 0.1%(2천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FLNG(Floating LNG plant) 건설, 해안 가스 개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유니레버 역시 플랫폼에서 당사가 고민하고 있는 주제 및 관련 기술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놓고, 기술적 솔루션 및 역량을 갖춘 유망한 파트너들을 발굴했다. 사업화를 하게 되면 상품 제작, 조인트벤처, 라이선스 등의 계약을 체결해 보상했다. 그 결과로 가볍고 지속가능한 포장지 제작 기술, 저개발 국가를 위한 정수기 퓨렐(Purrel) 등이 탄생했다. 셸과 유니레버는 단순 지원만이 아니라 혁신 아이디어나 스타트업의 기술이 완전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자사의 사업에서 예상되는 위기나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국내 임팩트 스타트업 포이엔(4EN) 사례

국내외 ESG 분야에서 대기업과 소셜벤처간 협업으로 경쟁력을 넓혀가는 사례도 살펴보자. 

커피박을 새활용해 고형 연료를 만들고 탄소배출권을 확보한 소셜벤처 포이엔과 SK에너지, 현대자동차그룹은 개방형 혁신으로 아직 국내에서는 불모지에 가까운 해외(미얀마, 인도네시아 등)로의 청정개발체제(CDM) 공동 사업에 나섰다. 푸드업사이클 스타트업 리하베스트는 오비맥주와 서울산업진흥원이 협력 추진한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맥주 생산시 버려지던 부산물을 밀가루와 유사한 리너지가루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오비맥주는 맥주박 원료를 공급하고 스타트업과 협업해 저탄소 식재료를 선보이며 친환경 기업으로의 입지를 다지게 됐다. 대기업-소셜벤처간 윈윈(win-win)할 수 있는 협력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양쪽 모두가 외형 확장과 ESG 요인을 중요한 근거로 삼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진짜 의미와 가치는 대기업이나 스타트업간 지속가능한 협력 구조가 만들어지는 상황과 환경 속에서 나올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대기업에서 혁신의 장애물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가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상품 개발이나 서비스를 시장에서 더 적극적으로 검증하고 판로를 개척할 수 있는 기회로 삼되, 대기업과의 여러 차이 및 협력이 장기 성장에 도움이 될 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이어주는 코디네이터, 플랫폼의 역할 또한 필요하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매칭을 돕고 창업과 경영 전반에 전문성을 가지고 전문가를 연계하며, 정보 불균형을 최대한 해소하는 중재자의 역할은 협력 구조 조성에 도움이 된다. 2024년은 전년보다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어렵다지만 기회를 찾고 문을 두드리는 일은 계속되어야 한다. 서로가 시너지를 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고 혁신을 이루는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가 끊이지 않고 나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작성자 : 임팩트스퀘어 김민주 매니저


*참고자료

  • 오픈 이노베이션과 CVC를 통한 혁신성장 전략, ESG 경영 전략으로의 오픈 이노베이션(딜로이트 인사이트 No.21)

  • [DBR]맥주 부산물로 대체 제분-화장품 생산… “오비맥주와 협력 성과”(동아일보, 2023.1.25)

  • [ESG 이슈페이퍼] ⑤ ESG, 오픈이노베이션으로 돌파하자(아주경제, 2021.7.24)

  • 오픈 이노베이션, 필수인가 선택인가(머니투데이, 202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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