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폐기물, 어디까지 상상할 수 있으신가요?

지속가능한 먹거리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문득, 식품 폐기 영역은 자연스레 친환경, 자원순환 파트로 넘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틀린 접근법은 아니지만 앞선 아티클에서 보았듯, 지속가능한 먹거리는 특정 밸류체인을 파편적으로 해결해서는 본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기 어려울 만큼 광범위할 뿐더러 촘촘하게 얽혀있다. 본고는 식품 폐기물 문제를 다시 지속가능한 먹거리 영역으로 가져와 먹거리 밸류체인 개선을 위한 관점에서 새롭게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글>

“유통기한 지났으니까 버려야지!”
“아니야, 그거 좀 더 먹어도 된대! 유통기한은 파는 것 기준으로 표시된 거고 실제로는 더 먹을 수 있다는데?”

필자가 청소년기 때부터 줄곧 하던 대화이다. 이런 대화들을 통해 유통기한은 섭취할 수 있는 기간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어림풋이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먹는 것은 언제나 큰 용기와 작심을 필요로 했다. 

그러던 중 작년부터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바뀐다는 소식을 들었다. 소비기한은 유통기한과 무엇이 다를까? 유통기한은 영업자 중심의 유통(판매)기한이며, 소비기한은 보관 방법 준수 시 안전하게 섭취 가능한 기한을 뜻한다. 품질안전한계기간을 60~70%로 정한 것이 유통기한이라면, 80~90%로 정한 것이 소비기한이다. 쉽게 설명하면, 유통기한은 유통측에서 음식 품질 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정해놓은 아주 보수적인 기한이며, 우리는 사실 소비기한을 보고 음식을 섭취하거나 폐기를 해야한다. 

왜 정부는 유통기한에서 소비기한으로 바꾸었을까? 이는 식품 폐기물 감소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이 21년에 발표한 ‘농장에서 손실 및 폐기된 식량의 국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적으로 25억 톤의 음식물이 버려지며, 음식물 쓰레기 폐기로 발생되는 온실가스는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결코 적지 않은 수치이다. 이를 거꾸로 생각해보면, 음식물 “폐기”만 줄인다면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Shutterstock

식품 손실 및 폐기는 식품의 공급망(생산-유통-물류-소비) 전 과정에서 발생한다.

SDGs -12.3에서 2030년까지 유통 및 소비자 수준에서의 전 세계 인구 1인당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출하 후 손실을 포함한 식품의 생산 및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식품 손실을 감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서 음식물 쓰레기는 단순 우리가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식품의 공급망(생산-유통-물류-소비) 전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마켓컬리는 데이터 물어다 주는 멍멍이, 일명 데멍이를 개발했다. 데멍이는 자체 개발한 데이터 수집·분석 시스템으로, 머신러닝을 통해 고객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하고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수요 및 주문을 예측하여 이를 토대로 상품 발주를 진행한다. AI 기술을 통해 신선식품 폐기율을 1%미만으로 유지하여 유통 중 폐기로 인한 비용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최근 일본에서도 식품손실을 막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가 먼저 앞장 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을 알게되었다. 세븐일레븐 편의점과 대형할인점 이토요카도 등을 운영하는 세븐앤아이홀딩스는 최근 가공식품에 대한 납품규칙을 완화하여 역시 유통/판매 중에 버려질 수 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는데 신경쓰고 있다. 배경으로는 일본에서 식품 로스, 즉 다 먹지 못하는 식품이 아니라 먹을 수 있는데도 버려지는 식품이 연간 폐기되는 식품중 4분의 1에 달하며, 처리비용도 2조엔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기업차원을 넘어서 국가차원으로도 어마어마한 경제적 손실이며 앞서 말했듯이 온실가스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제는 해결을 위해 무언가 할 때가 온것이다. 

지속가능한 먹거리, 식품 손실과 폐기물 저감에 도전하다

식품 생산·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식품 손실과 폐기물을 감축하기 위해 보다 섬세하게 솔루션을 개발하여 비즈니스화 한 사례들이 존재하여 단계별로 소개하고자 한다. 아마 이 솔루션을 살펴보면 기존에 식품 손실이 어떻게 발생하고 문제가 되었는지 더 이해가 잘 갈 것이다. 

생산단계 : 생산과정에서 버려지는 것을 최소화 하는 측면

  • 니치레이 푸즈(Nichirei Foods) / 일본

    • 니치레이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냉동식품을 출시한 유명회사이다. 냉동식품의 매출액 규모로 따지면 일본 국내 1위이다. 

    • 가라아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닭의 경골을 제거할 필요가 있었는데, 기존의 검사 시스템으로는 닭고기가 중첩된 부분에서는 검지에 실패하여 먹을 수 있는 부분도 버려질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냉동 가라아게(닭 튀김) 생산공정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닭 경골 선별기술 도입을 통해 불필요하게 버려지는 닭고기 폐기량 삭감에 성공했다.

유통/물류 단계 : 수요를 예측하고 재고관리 효율을 높이는 측면

  • 어프레쉬(afresh) / 미국 (위 마켓컬리와 유사한 솔루션)

    • 201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했으며 인공지능 기반 신선관리시스템을 식료품점에 제공하고 있다. 

    • 식료 재고를 파악해 적당한 시간에 정확한 양을 발주할 수 있게 돕는다. 식료품점은 개별 농산물의 판매량과 특정 시기 판매 동향, 가격할인 등 이벤트 발생 시의 적정 재고 수량등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음식물 폐기량을 25%이상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수요예측 실패로 재고 주문을 놓쳐 품절이 발생할 확률은 80% 줄어들고, 이를 통해 매장 매출도 3% 늘어났다. 

    • 22년 기준 미국 40개주 진출하여 3천 여개 식료품 매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1억 1,5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투자 유치에 성공한 바 있다.

  • 윈나우(winnow) / 미국

    • 2013년 미국에 설립된 기업으로, 식당 폐기물 솔루션 기업이다. 

    • 식당 주방의 쓰레기통 위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요리사들이 폐기물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게끔 한다. 카메라는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음식물을 사진으로 인식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훈련한다. 이어서 버려지는 식재료가 무엇인지 알아내고 고객이 선호하는 음식과 많이 버려지는 식재료에 대해 분석하여 불필요한 지출을 알아낸다. 이를 통해 연간 4,300톤에 달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절약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소비 단계 : 소비 이후 버려지는 음식물을 최소화 하는 측면 

  • 누비랩 / 한국

    • AI 푸드 스캔을 통해 제로 웨이스팅을 실천하는 국내 스타트업이다.

    • 식사 전 스캐너로 식판을 비추고 식사 후 한번 더 비추면 AI는 사용자가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고 남겼는지 수치화하고 이를 다시 탄소저감 수치 등으로 환산해 얼마나 ESG에 기여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사후처리 단계 : 이미 발생한 음식물 폐기물을 새롭게 활용하는 측면

  • 뉴트리인더스트리 / 한국 

    • 2017년 전국 최초로 곤충을 활용한 음식물류 폐기물 최종 재활용업 허가권 취득하며 2020년 설립된 국내 소셜벤처이다. 

    • 음식물쓰레기를 곤충(동애등에)의 먹이로 재활용하고, 부산물은 친환경 비료와 대체단백질 생산으로 자원화 해 지속가능한 푸드체인을 실현한다. 바이오컨버전 방식 통해 현재까지 1,800톤 이상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했다.

  • 리하베스트 / 한국 

    • 2019년에 설립된 푸드 업사이클 전문 기업 이다. 

    • 버려지는 음식물 부산물을 통해 밀가루 대체재를 만든다. B2C 간편식 제품인’ 리너지바’와 B2B 원료형 제품인 ‘리너지가루’를 개발하여 생산하고 판매한다.  

잘 생산하고, 잘 소비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대규모로 버려지고 있는 음식물과 상반되게 여전히 세계에는 영양실조 상태인 인구가 최대 8억1천명이며, 수십억 명이 건강한 식단을 챙겨먹지 못하고 있다. 세계 식품 공급 체계의 불균형이 여실히 드러난다. 

식품 손실 및 식품 폐기물(Food Loss & Waste, FLW)을 감축은 단순히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소비하고 남은 음식물뿐만 아니라 식품 생산과 유통, 소비, 폐기 단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식품 폐기물 저감이 중요한 이유다. 나아가 공급망 단에서 식품손실 감축이 가능해지는 것은  결국 ‘더 적은’ 자원을 이용해 ‘더 많은’ 이들에게 ‘더 양질의’ 음식을 제공할 수 있음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특히나 식량자급률이 낮은 편으로, 식량안보 확립이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동시에 기후위기가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됨에 따라, 현행 식품 시스템의 자원 낭비를 막아 환경파괴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식품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식품 손실과 폐기 감축 관련한 솔루션 개발은 필히 지속되어야 한다. 본고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식품 생산 및 소비 전반의 사이클 뿐만 아니라 식품 폐기물 영역에서 필요로 하는 혁신에 대해 조금 더 깊이 고민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작성자 : 임팩트스퀘어 조예신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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