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2.0: 후기 청소년 지원의 사각지대와 임팩트 솔루션의 기회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들어온 2000년대 중후반. 농촌 지역의 결혼 적령기 남성들은 너도나도 해외에 있는 신부감을 소개받기에 바빴고, 결혼이민자는 2001년 2.5만명에서 2007년 10만명을 넘어섰다. 일명 국제결혼 러시(rush) 기간, 다문화 자녀 베이비붐이 형성됨과 동시에 정부는 안정적인 사회통합 차원에서 이민자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한 정책들을 마련했다. 20년이 지나 외국인 인구 비중 5.07%로 ‘다인종·다문화 국가’로 진입한 우리나라는 다문화 가정이 장기적으로 거주하기에 적합한 국가가 되었을까?

<편집자 글>


우리나라 다문화가구* 가구원 수는 2023년 기준 약 119만명으로 계속해서 그 규모가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15년 이상 장기거주자 비율 또한 27.6%(‘18년)에서 39.9%(‘21년)로 증가했다. 즉,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하거나 한국인 배우자와 결혼하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다문화가구의 규모와 거주기간 모두 늘어나면서 그 수요 또한 다변화되고 있다. 가령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바로 돌봄공백, 교육비, 학습지도 등 자녀 양육에 대한 지원이다. 

*다문화 가구: 귀화의 방법으로 국적을 취득한 자 또는 외국인이 한국인 배우자와 결혼한 결혼이민자 가구


이제 막 한국에 들어와서 결혼을 했을 때에는 언어와 문화를 습득하고 일자리를 구하는 등의 안정적인 초기 정착이 필요했다면, 현재는 자녀들을 어떻게 잘 키울지가 관건인 것이다. 2023년 4월 발표된 정부의 ‘제4차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2023~2027)’에서는 이들의 다변화된 수요를 반영한 가구유형별·정착주기별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다문화 아동·청소년의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진 방향이 제시되어 있다. 그러나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 서비스’가 제대로 구축되기 전에 성인기를 준비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2000년 대 중반 다문화 자녀 베이비붐 사이에서 태어나 19세~24세 미만의 후기청소년기로 들어선 다문화자녀이다. 

어른이 되어갈 수록 누적되는 어려움

2008년 농촌에 거주하는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아들 ‘동식’이 태어났다. 동식의 아버지는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돌아오시기 때문에, 주로 어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아직 한국어가 낯선 어머니는 한국어와 베트남어 반반 섞어서 이야기하시기 때문에 동식이는 또래에 비해 언어 습득이 더뎠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동식이는 읽기, 쓰기와 듣기 등 서투른 부분이 많아 진도를 따라가기에 어려웠고, 동식의 어머니는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와 준비물을 동식이에게 가르쳐 주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친구들은 학습능력이 부진하고 외모가 다른 동식이를 따돌렸고, 동식은 점점 자신이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정체성에 대해서도 혼란을 겪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넘어가면서 자아존중감과 자신감이 떨어진 동식이는 컴퓨터 게임에만 몰두하며 꿈을 갖고 싶지도, 미래에 대한 계획을 갖고 싶지도 않아졌다.


위의 이야기는 후기다문화청소년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나타내기 위해 지어낸 허상이다. 그러나 실제 비슷한 시기인 2011년 ‘다문화청소년의 실태 및 개선과제’ 자료에 따르면, 동식이의 이야기처럼 다수의 다문화청소년은 영유아 시절부터 ①언어발달 지연과 가정 내 문화적 충돌, 이중문화적응 스트레스로 인한 부정적 경험이 축적되며, 이는 학령기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 등 ②기본적인 학습능력 부진 문제를 야기했다. 학교생활에 있어서는 숙제와 준비물 등을 가정 내에서 챙겨주지 못하는 등의 학업 수행에 어려움이 있고, 외모가 다르거나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라는 이유로 ③집단 따돌림을 당하거나 자신이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에 대한 ④정체성 혼란을 겪게 된다.

이처럼 다문화청소년이 겪는 어려움은 영유아기부터 시작되어 누적된 결과이다. 후기청소년기에 이를 수록 이전 시기의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자신감 부족, 우울·위축 등의 심리사회적 부적응, 진로 설정의 어려움 등을 야기한다. 특히 이들은 삶의 각 영역에서 고충이 생겼을 때 상담하고 해결을 도와줄 ‘믿고 따를만한 어른’, ‘신뢰할 수 있는 상담자’가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이나 취업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꿈을 갖는 것이 왜 중요한지 조차 알려줄 사람이 적다는 것이다. 그렇게 고등학교 졸업 이후의 다문화청소년들은 심리적 무력감 또는 높은 취업 니즈 대비 제약, 실질적인 정보 부족 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As-Is] 다문화 정책의 사각지대

서론에서 언급한 다문화 가구의 청소년, 그 밖에 해외에서 자라다 한국에 온 중도입국청소년, 탈북청소년을 포함하는 용어가 ‘이주배경청소년’이다. 사회문제는 ‘구성원의 다수가 구조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상태’를 의미함을 미루어 보았을 때, 이주배경청소년에 대한 이슈는 명백히 사회문제로 정의해볼 수 있다.

  • 구성원의 다수가 | 심각한 저출산 시대 속 전체 학생수는 감소하는 반면 다문화 학생 수는 17년 대비 22년 54.2% 증가해오며 23년 기준 약 18만명을 넘어섰다. 아시아 최초의 ‘다인종·다문화국가’에 들어설만큼 외국인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이제는 소수를 넘어 다수에게 해당되는 문제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 구조적으로 | 지금까지의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 정책은 주로 결혼이주여성과 학령기의 다문화배경 아동·청소년 위주로 실행되어 왔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의 다문화청소년은 다수의 정책 고려 대상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통계도 없는 현황이므로 사회진출에 있어 구조적 제약을 받는다.

  • 고통받고 있는 상태 |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문화청소년이 겪는 어려움은 특정 시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누적되어 성인기로 들어설 수록 복합적 어려움으로 발전한다. 가령 학령기 시절의 위축 경험은 성인기 대인관계의 어려움, 취업실패 등 부정적 경험으로 누적되고 심리적·경제적 불안정성이 가중될 수 있다. 

후기 다문화청소년의 경우, 그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적절한 지원과 솔루션이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주배경 청소년이 20만명에 육박하는 상황 가운데 정부는 오히려 관련 사업을 폐지·축소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정부는 내년 이주배경 청소년 지역자원 연계사업 경상보조금을 편성하지 않았다. 올해 예산에 편성돼 있던 7억 9,800만 원(사업비 70%)을 전액 삭감한 것이다. 또한 ‘저소득 다문화 자녀 교육활동비 지원’ 예산은 지원대상을 줄이면서 올해 대비 12억 원 가량 삭감되었고, 결혼이민자 취업지원 예산 또한 올해 10억 원 가량 삭감되었다. 이러한 예산 삭감은 다문화가정과 이주배경 학생 비중이 늘고 있는 추세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더욱이 24세 이상의 다문화청년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실태 파악조차 되지 않아, 그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하여 지내고 있는지 모니터링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지금까지의 다문화가족 정책이 결혼이민자의 초기적응 및 정착에만 집중되어 왔다면, 이제는 그 초기에 지원한 다문화가족의 자녀들이 어떻게 잘 성장 및 정착하여 한국사회에 기여하는 구성원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을지, 또는 그를 위해서 어려움은 없는지를 파악하고 대응해야 하는 때이다. 이는 단순히 복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중요한 과제이다.

[To-be] 다문화 아젠다에 대한 임팩트 솔루션의 필요성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팩트스퀘어는 기아(KIA)와 함께 후기 다문화청소년을 위한 취·창업 및 자립 지원 사업 ‘하모니움’을 준비하고 있다. ‘하모니움’은 하모니(Harmony·조화)와 움트다(새싹이 돋다)의 합성어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미래세대가 조화롭게 하나 되어 다 같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사회를 만들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존의 다문화 관련 정책 및 사업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빈틈을 보완하기 위해 본 사업에서 가져가고자 하는 차별화된 접근은 다음과 같다. 

  • 첫째, 후기청소년기의 다문화청소년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
    : 서론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정부가 제4차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후기청소년에 대한 지원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지만, 이미 성인기를 앞두고 있는 다문화청소년들은 ‘현재’ 시점에서 그들을 도울수 있는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 사업은 그동안 간과되었던 후기 다문화청소년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정부의 중점 과제를 민간에서 보완 해결한다는 데 의의를 가진다.

  • 둘째, 후기 다문화청소년의 수요가 높은 실습형 진로 체험 및 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 기존의 단순한 정보 제공이나 일회성 프로그램과는 달리, 이 사업은 실제 직업 현장에서의 경험과 실무 능력 향상에 중점을 둔다. 자료에 따르면, 만15~24세 이하의 다문화가족 자녀 고용률은 비다문화청소년 대비 낮은 수준이며, 이들은 직업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실습형 진로 체험 및 취업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높다.

  • 셋째, 중장기적 관점의 지원을 통해 다문화청소년의 자립과 더불어 국내 사회문제해결에 기여한다.
    : 본 사업에서는 사업 참여자 개인의 취·창업 및 자립 역량을 강화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업 이후에도 대한민국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구성원으로서 온전히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 전환에서의 캠페인,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의 플랫폼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사업을 운영하고자한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성공을 넘어, 사회 전체의 통합과 발전을 위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본 사업은 다문화청소년들의 고유한 배경을 강점으로 발전시키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기존 정책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인구소멸이라는 사회문제 가운데 미래세대 양성을 통해 실질적인 사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더불어 이 사업은 기업의 전문성과 자원을 활용하여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동시에, 다양성을 통한 혁신과 경쟁력 강화라는 기업의 이익과도 연계되는 임팩트비즈니스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궁극적으로 이 사업은 한국 사회가 다인종·다문화 국가 시대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고,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에게 놓인 과제

사회문제는 다수가 구조적으로 고통받을 정도로 오랜 시간 축적되어온 사회현상의 부정적 결과이다. 본문에서 다룬 다문화청소년 아젠다 또한 어느 순간 생겨난 문제가 아니라 이들이 겪는 취약성과 어려움이 오랜 시간 외면되고 누적되어 발생한 문제인 것이다. 과거 대비 다문화수용성이 높아진 것도, 결혼이주민의 초기 정착에 있어 상당 부분의 수요를 대응되어온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국제적인 이슈로 난민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난민 입국이나 이주배경청소년 공익광고 등 이주배경의 콘텐츠에 대한 우리나라 반응은 공격적이다. 난민법 시행 10년이 지났지만 난민인정률은 2.6%(22년 기준 약 1만명 중 141명만이 인정됨)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포용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할 길이 더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다문화가족에 대한 포괄적 정의로 인해 복지제도의 형평성이 어긋나는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특히, 다문화 배경을 지닌 후기 청소년기 다문화청소년을 위한 별도의 정책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었다. 역차별의 문제가 발생하면 국가 예산을 들임에도 불구하고 정책효과는커녕 오히려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그러므로 다문화 청소년 지원정책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서비스를 희망하고 필요로 하는 대상자에게 제공되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가령, 국내 출생 다문화청소년과 이주배경청소년 간 이주배경에 따른 취약성이 각기 다르므로 이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준비해야 한다.

단순히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 취약계층을 무상으로 지원하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문화 다문화정책의 수혜대상을 신중히 고려해야 하며, 우리나라의 인구소멸과 일자리 부족 문제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늘어나는 외국인 인구에 대해 기존 정책에 안주하거나 중복되어 보일 수 있는 지원정책을 그냥 삭감하는 것이 아니라, 인구소멸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각 인구 집단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사회통합 차원에서의 각 수요에 맞게 예산 배정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이주배경을 가진 집단과 한국 사회 각각의 니즈를 협력 지점으로 만들고, 실제로 취·창업 및 자립 등 적응 및 정착 지원을 통해 그들이 우리나라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임팩트생태계의 새로운 아젠다, 다문화청소년

오늘은 동식이가 하모니움 클래스의 마지막 회차를 완수한 날이다. 처음 꿈에 대해 고민하며 주도적으로 비전보드 및 진로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시작하여 진로·자립 교육, 취업·면접 교육을 거쳐 8월의 인턴십까지, 그만의 작은 도전과 성취를 달성하며 '외식조리'에 대한 꿈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불과 9개월 전 컴퓨터 게임에만 몰두하던 동식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동식의 가슴을 뛰게 했던 것은 자신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이며, 이중 문화 배경 강점을 살려 어떤 꿈이든 이루어낼 수 있다는 믿음, 즉 자기효능감이었다. 한때 정체성 혼란으로 고민하던 동식이는 이제 학교, 가정, 그리고 하모니움 클래스에서 나아가 새로운 도전을 꿈꾸기 시작했다.


이러한 복잡한 사회문제는 단일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다양한 영역의 전문성과 지식, 관점이 협력할 때 비로소 구조적 제약을 풀고 솔루션의 적용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 임팩트 생태계의 모든 구성원들이 이 중요한 아젠다에 관심을 갖고 협력할 때, 우리는 더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문화 아젠다에 대한 이 새로운 시작에 임팩트 생태계의 모든 구성원들의 동참을 촉구한다. 여러분의 전문성, 자원, 그리고 열정이 더해질 때, 우리는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함께 힘을 모아 다문화청소년들이 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우리 사회의 귀중한 자산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작성자 : 임팩트스퀘어 이채린 매니저


[참고자료]




Previous
Previous

다양성의 힘, 인간의 가치: 다문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때

Next
Next

다문화 사회의 숨겨진 목소리: 농촌 결혼이주여성, 위기와 가능성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