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for Impact’ (1)이론편 : AI와 임팩트 비즈니스, 이제는 결정해야 한다.

‘모든 스타트업은 결국 기술 기업이 된다’라는 말이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동향에 대응하고, 경쟁사 대비 차별성있는 솔루션을 유지하려면 기존의 방식을 혁신하는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사회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임팩트 스타트업은 더욱 숨가쁘다. 문제가 해결되는 속도에 비해 악화 속도가 더욱 빠른 사회문제 특성상 지속적인 혁신없이는 해결의 실마리를 그저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팩트스퀘어는 AI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지금의 산업 인프라 및 비즈니스의 일반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 가장 유의미하게 활용될 수 있는 도구라는 점에서 반박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늘 그랬듯, 임팩트스퀘어가 새롭게 정의하고 고도화해 나갈 방법론을 임팩트 비즈니스 전반에 공유하여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번 아티클의 주제가 되는 <SOVAC 2023 ‘SE가 알아야할 글로벌 트렌드 : 임팩트가 묻고, AI가 답하다(부제 AI for Impact)’  세션은 AI와 임팩트 비즈니스 영역 사이에교두보를 놓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 교두보를 위해 학계, 임팩트 비즈니스 생태계의 전문가 세 분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본 글은 필자가 모더레이터 및 연사의 이야기를 듣고 재구성한 것입니다. 내용은 발표 전반에 기반하고 있으며, 실제 코멘트를 그대로 인용한 부분만 “”로 기록했습니다.

 

임팩트스퀘어가 AI에 집중하는 이유

임팩트스퀘어 도현명 대표는 올초 영국 런던에서 열린 ‘edie 23’ 컨퍼런스에 참여해 인상적인 패널토의를 목격했다. 이야기는 한 청중의 질문에서 출발했다. 바로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요를 누리면서도 환경을 보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임팩트스퀘어

패널로 참여한 파타고니아 영국지역 대표는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파타고니아는 다른 아웃도어 상품의 소비가 줄어들고, 파타고니아 상품 역시 지속 소비되기 보다는 고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지속가능한 아웃도어 패션을 추구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파타고니아다운 급진적인 답변이었다. 그런데 현장에 있던 또 다른 패널, 유니레버 CSO는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우리는 계속해서 기술과 문화를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근거였다. 그는 기술과 문화를 통해 과거에는 100 만큼의 힘을 들여야 할 수 있었던 일을 이제 10 만큼만 소비하면 할 수 있도록 만든다거나, 혹은 우리의 문화가 조금 더 진보하여 만족감의 기준이 더이상 소비가 아니게 되는 변화를 통해 소비가 풍요로 이어지는 등식을 바꾸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둘 다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기술은 사실 어떻게 쓰여지냐에 따라 상당히 가치중립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꾸고, 사람을 살리기 위해 발명된 다이너마이트 예시만 보아도 그렇다. 하지만 그 이후의 문제를 차지하고서라도 기술이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왔다는 데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그 기술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의 시대를 지나 데이터의 시대에 돌입했고, 이 데이터를 활용하는 AI가 앞으로 무궁무진한 방식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리라는 점에 대해서도 쉬이 부정할 수 없다.

AI for Impact 세션의 오프닝을 맡은 도현명 대표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AI는 분명히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얼마나,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바꾸고 있다는 것에 자체에 대해서는 너무나 명료합니다. 그리고 AI가 우리 임팩트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어떠한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바로 지금, 우리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AI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또 어떻게 쓰기로 결정하는가, 거기에 대해서 어떤 계획과 전략을 가지고 접근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이지 AI라는 기술이 무엇인가를 결정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 세 분의 연사를 모시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데이터가 의사결정을 하는 시대는 이미 우리 앞에 와있다.

첫 번째 사례 발표를 맡은 서울대학교 AI연구원 및 경영대학원 유병준 교수는 일반 경영 및 SE 경영에 AI가 접목되는 근본적 기반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론적, 개념적 사례를 중심적으로 소개했다. 눈여겨볼 점은 AI의 접목이 하루 아침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의 Paradigm Shift에 의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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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7-80년 대의 주류를 이루었던 하드웨어 중심의 기술 발전 이후, 90년 대의 소프트웨어 시대를 지나 2000년 대에 들어서는 바야흐로 데이터의 시대가 열린 것이 AI로의 흐름을 이끌었다. 데이터 시대의 특징은 새로운 제품의 Cost가 0에 수렴하기 시작했다는 점, 지식(Knowledge)의 가치는 투여량에 비례하지 않고 무한대의 가치를 지니기 시작했다는 점, 그리고 플랫폼을 중심으로 확대된다는 점이 가장 주요한 특징이다.

데이터를 중심으로 고도화되는 비즈니스 환경이 조성되어감에 따라 비즈니스 주요 의사결정 기준이 데이터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흐름이었다. 어떤 제품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는지, 어떤 채널을 통해 확산되었을 때 전환율이 높은지는 직감이 아닌 데이터에 의해 판단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데이터의 모수 자체가 급격하게 확장되어온 배경이 있으며, 이에 따라 광범위한 데이터를 더욱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 툴로써 AI가 등장한 것 역시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데이터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데이터간 결합도 활발해지고 있다. 금융사간의 결합, 타사와의 결합 등은 더이상 낯선 주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그랩이 모빌리티 택배 산업을 포괄할 수 있었던 것도 데이터 생태계의 성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흐름은 AI라는 변곡점 앞에 선 SE생태계에도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전달한다. SE생태계 역시 비즈니스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주요 당면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솔루션의 효과성을 높이면서도 비용을 낮추는 비즈니스 모델 고도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기존의 이해방식을 떠나 새로운 이해방식을 찾아야 하는데, 이를 위한 선결조건은 바로 빅데이터 활용과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며, 기업의 동적 조직구조 탑재이다.(본 발표에서도 동적 조직구조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나, 뒤이어 진행된 패널토의를 통해 조금 더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빅데이터 활용과 디지털 전환을 위해 기업가가 시도할 수 있는 첫 번째 액션이 있다면 무엇일까? 먼저 생태계가 가진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제는 익숙해진 마이데이터, 클라우드 등의 민간서비스 중 자신의 비즈니스와 결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찾아보고 이 데이터를 비즈니스에 접목하는 디지털 전환을 구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AI의 특성 1. 기존의 솔루션을 혁신적으로 고도화시킨다.

실제로 임팩트 비즈니스 솔루션에 AI를 접목한 사례 중 하나로 주식회사 웰로(이하 웰로)의 김유리안나 대표가 사례 발표를 진행했다. 웰로의 AI 활용 성과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보자면, ‘기존 시장의 솔루션을 훨씬 더 파급력있게 고도화하는 전략의 수단으로 AI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임팩트스퀘어

웰로는 ‘개인과 기업, 국가를 데이터로 연결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는 기업으로, 다양한 정책 정보의 접근성이 낮아 발생하는 국가 예산 비효율의 문제를 해결하고 개인 및 기업이 적확한 지원을 통해 삶과 비즈니스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돕고자 AI를 도입했다. 기존 정부 정책은 각각의 정부 부처 및 산하기관의 플랫폼을 통해 파편적으로 홍보되고 있었고, 이로 인해 ‘국민들이 정책을 몰라서 손해보고 놓치는 일이 생긴다’라는 것이 웰로의 문제의식이었다. 이에 따라 방대한 데이터를 규격화하고 선별하여 정책의 직접 대상자에게 맞춤형으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국의 1,800여개가 넘는 공공기관과 민간 산하기관의 정책을 매일 빠짐없이 수집하고, 이것을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개인, 기업에게 맞춤형으로 각각 전달하려면 막대한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 이때, 웰로는 데이터를 선별하고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AI의 특성을 100% 활용해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1,800여 개의 기관에 흩어져있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모듈을 만들어냈고 365일 매시간 기관 사이트에 올라오는 공지사항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렇게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는 기술을 탑재한 후로 기술을 활용해 또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할 수 있게 된 것도 또 하나의 성장 포인트이다. 유저가 사전에 입력한 특성에 따라 필요로하는 정보를 분석한 뒤, 유저가 거주하는 지역 기반의 프로그램 홍보, 커뮤니티 맵핑이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 이해하기에 어려운 정책 정보(가령 부동산 관련 정책)를 파악해 자체 콘텐츠로 확장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다시 말해, 인력을 베이스로 했을 때에는 가닿기 어려웠던 지점까지 도달이 가능해졌으며, 자동화된 정보 수집 프로그램이 또 다른 데이터 셋을 만들어내고 거기서 파생된 데이터가 새로운 비즈니스로 파생, 확장되는 과정에서 기업의 성장경로도 더욱 탄탄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AI의 특성 2. 기존엔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하게 한다.

두 번째 사례 발표는 주식회사 딥비전스의 강봉수 대표가 맡았다. 텍스트 기반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웰로와 달리, 딥비전스는 이미지를 활용해 AI 솔루션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AI의 매커니즘을 더욱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임팩트스퀘어

딥비전스는 세계 최초로 영상을 활용해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AI 기술을 만들어낸 기업이다. 미세먼지를 ‘사진처럼 찍어’ 이미지화한 뒤,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 솔루션의 핵심이었는데, 처음 듣는 사람입장에서는 낯설기만 하다. 딥비전스는 어떻게 미세먼지를 ‘찍을’ 생각을 했을까?

여기에도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이상 해결이 어려웠던 사회문제를 AI의 특수성을 활용해 해결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미세먼지 측정 및 개선은 국가 단위에서 집중하고 있는 주요 사회문제이다. 미국의 경우, 조 단위의 국가 예산을 투입해 전국의 미세먼지를 세세하게 측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 연간 최대 40% 정도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만들어낸 사례를 가지고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한 대당 설치비용이 2억 원에 육박하는 미세먼지 측정기를 최대한 촘촘하게 설치하고, 거기서 얻어지는 데이터를 지엽적으로 분석해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미국을 제외한 어떤 나라도 수 조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미세먼지 측정에 할애하지 못 하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 전국 기준 설치된 측정기는 370여 개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국지적 원인을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많아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수립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많다.

이것을 기존의 솔루션 방식으로 풀어내자면 측정기 제작 및 설치에 드는 비용을 낮추는 방법이 먼저 고려될 것이다. 실제로 일부 기업이 미세먼지 측정 기기 자체, 하드웨어를 고도화하는 방향의 솔루션을 구상하고 있지만 딥비전스는 AI를 활용한 사회문제 해결을 고민하던 중, AI를 활용한 이미지 분석 및 데이터 처리의 효율성을 확인하였고 이것을 미세먼지 측정에 도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결과, 공공 CCTV나 안 쓰는 휴대폰을 활용해 대기를 촬영하면 별도의 하드웨어 설치 없이도 미세먼지를 측정할 수 있는 솔루션 ‘비전플러스’를 만들게 되었다. 이는 기존 설치 및 관리 비용의 20% 수준인 1억 원 이하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며, 미세먼지 간이 측정기 1등급 기준인 80%을 상회하는 퀄리티를 산출한다.

즉, 기존의 방식으로는 비용적으로도 효용적으로도 개선의 한계가 있었던 솔루션의 영역을, 전혀 다른 차원의 AI 솔루션으로 풀어내서 불가능을 가능의 범주로 끌고 온 것이다.

 

AI for Impact의 두 가지 사례가 남긴 인사이트

앞선 사례는 우리에게 두 가지 차원의 인사이트를 보여준다. 한 가지는 AI라는 기술이 기존의 솔루션을 폭발적 생산성 창출이 가능한 방향으로 혁신한다는 것과, 기존엔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측면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AI가 다루는 데이터의 특성, 즉 텍스트 베이스의 데이터와 이미지 베이스의 데이터가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범주를 명확히 이해하고 나면 자사에 접목이 가능한 기술적 효용을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어질 ‘AI for Impact : 실전편’에서는 패널토의에서 다뤄진 조금 더 실무적이며 실제적인 질문과 답변을 담고 있다. 이론편을 통해 임팩트 창출을 위한 AI 도입에 조금이나마 확신이 생겼다면, 실전편을 참고해주시기를 바란다.

글, 사진 : 임팩트스퀘어 김소선 책임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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