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와 가치소비의 상관관계

자고 일어나면 트렌드가 바뀌어 있는 세상이다. 이번 가치소비편을 준비하며 ‘팝업스토어’의 폐기물 문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조금 더 고민해 보니 이것은 단지 팝업스토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트렌드’라는 명목 아래 쉽게 잊혀지는 가치소비는 팝업스토어 말고도 수많은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아티클은 점점 더 트렌드에 민감해져 가는 세상 속에서, 스스로 가치소비자라고 믿는 사람들이 한 번쯤 고민해 보면 좋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편집자 글>

©Shetterstock

반드시 바뀌는 트렌드, 트렌드가 지고 난 자리엔 반드시 ‘폐기물’이 남는다

필자는 팝업스토어의 성지, 성수동에서 근무하고 있다. 점심식사를 위해 길을 나설 때, 퇴근하고 지하철역을 향할 때 주 단위로 바뀌는 팝업스토어가 한때는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팝업스토어가 종료된 후 길거리에 적치된 엄청난 양의 폐기물을 보기 전까지 말이다. 

팝업스토어가 메가 트렌드가 되기 전엔 그 순기능이 명확했다. 공유경제의 일환으로 유휴공간을 활용하면서도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중이 모이는 곳은 반드시 임대료가 높지만, 그만큼 홍보 효과 또한 높기에 소상공인에겐 멀리서 반짝이는 선택지일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 지점에서 효율적이며 효과적인 공간 활용 솔루션으로 각광받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일 지나치는 거리에 맞춤형 카탈로그가 생겨나듯 그 자체로 재미난 공간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문제는 팝업스토어가 ‘트렌드’가 된 후 생겨났다. 그 효과성이 입증되고 난 후 팝업스토어는 대기업 등 거대자본에게도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었고, 휘발적인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공간은 한정적이고, 쓰겠다는 사람이 많으니 주 단위로 공간의 주인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경쟁하듯 앞다투어 공간을 돋보이게 인테리어하고, 한시바삐 운영하고 나면 빠르게 허물고 다시 다음 주인을 만나는 공간. 그 공간에서 폐기물은 어쩔 수 없는 것이 되기 시작한 듯 보였다. 가장 시간/비용적으로 효율적인 방식을 고려하고, 주변의 팝업스토어보다 눈에 띄는 공간을 구성하려면 더 화려하게, 이전에는 볼 수 없던 기자재로 공간을 꾸밀 수밖에 없다. 트렌드의 사이드 이펙트, 외부효과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다. 

‘트렌드’가 가진 맹목적 특성이 이것뿐일까? 팝업뿐만 아니라 패스트 패션 업태를 통해서도 비슷한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패스트 패션이란 최신 트렌드와 소비자 반응에 맞춰 1~2주 단위로 빠르게 상품을 기획, 생산해 판매하는 의류를 말한다. 부담 없는 가격에 소비자는 유행하는 옷을 쉽게 살 수 있어 큰 인기를 끌었으나, 그렇기 때문에 쉽게 버리게 되고 쉽게 사고 하는 반복이 일어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매년 직물 9,200만 톤이 폐기물로 나오고 있다. 매초마다 쓰레기 트럭 한 대 분량의 옷이 버려지는 것이다. 의류의 과잉생산과 과잉소비는 의류폐기물로 이어지며, 이것은 곧 수질 오염을 비롯해 토양과 대기 오염으로 이어진다. 특히나 한국은 헌 옷 수출량 세계 5위로, 의류 폐기물을 많이 배출시키는 나라 중 하나이다. (2020, OEC(Observatory of Economic Complexity))

트렌드는 자원의 본질을 쉽게 무너뜨리기도 한다.

나아가 시야를 조금 더 넓혀 바라보면 AI라는 메가 트렌드도 눈에 띈다. 요즘은 정부든 기업이든 눈에 불을 켜고 AI를 개발하려고 달려드는 추세다. 이때, 흥미로운 기사가 눈에 띄었다. 지난 2023년 7월, 우루과이에서 일어난 구글 데이터센터 설립 반대 시위다. 시위를 이끈 것은 데이터 센터가 생겨난 부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업 중 하나인 구글이, 메가 트렌드인 AI를 리딩하기 위해 만드는 데이터 센터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반대에 부딪히다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를 들여다보니 바로 데이터센터 작동을 위해 필연적으로 필요한 냉각수가 문제였다. 데이터 센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769만 리터의 냉각수가 필요한데, 이는 우루과이 국민 5,000여 명이 하루 동안 사용하는 가정용 식수에 맞먹는 규모다. 주민들은 AI의 생산성, 혁신성 이전에 생존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구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빠르게 부상하는 IT 트렌드를 쫓기 위해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는 더 많은 데이터센터가 필요하지만 그 데이터센터들이 들어설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을 걱정하고, 보다 지속가능한 방식을 고려하는 기업이 그 수만큼 존재하는지 의문이 든다. 

소비자는 ‘지속가능한 트렌드’를 만들 힘이 있다

대안 없는 비판만큼 유명무실한 것도 없다. 많은 소비자의 선택으로 뜨고 지는 무형의 트렌드를 누가 막을 수 있을까. 또한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트렌드가 되기 시작할 당시의 제품 및 서비스들은 저마다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팝업스토어의 경우, 소상공인을 위한 혁신적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하고, 수도권 외 지역에 있는 로컬 기업들이 한시적이나마 수도권의 고객을 만나 제품 및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 중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임팩트스퀘어 사무실이 위치한 Seam Office 53, 1층에 위치한 ‘세퍼레이츠’ 역시 지난해 소규모 로컬 브랜드 팝업 프로젝트 ‘관계안내소’를 기획, 운영한 바 있다. 강화, 괴산, 함양 등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로컬 창업가들이 성수동에 입점해 지역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다양한 카테고리의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 밖에도 LG생활건강의 브랜드인 ‘비욘드’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자는 취지로 팝업 공간 내부 인테리어 상당수를 종이로 제작하며 친환경적 가치를 공유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폐기물 문제를 예견했던 것처럼 다회용 오프라인 디스플레이 기자재 대여 서비스를 운영하는 ‘한칸(Hankan)’은 무분별한 거치 폐기물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서비스를 더욱 확장해 나가고 있다. 팝업 스토어 폐기물 문제에 우려를 가져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다회용 기자재가 거치된 현장에 더욱 애정이 갈 것이다. 

결국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다. 트렌드가 생겨나는 것 자체를 막을 수 없다면, 트렌드로 인해 생겨나는 사이드 이펙트에 관심을 가져 더욱 지속가능한 트렌드가 생겨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지속가능성’과 ‘트렌드’가 양립가능한 개념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핵심은 ‘트렌드가 소비되는 방식’이 지속가능한 형태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트렌드를 즐기는 자, 책임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자

트렌드는 트렌드일 뿐, 너무 비장하게 개인의 소비를 제한하려는 목소리로 읽히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다만,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그만큼 수만 개의 트렌드가 동시에 뜨고 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의 균형을 잃지 않고 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 균형에는 나와 사회, 전 지구적 문제의식에 대한 공감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에 대해 조금은 진정하고 한 번 더 무언가 외치는 이들이 없는지 살펴보자. 그럼 어쩌면 내가 동의 되는 가치를 주장하는 브랜드가 눈에 보일 수도 있다. 그렇게 시작해 보자. 특히나 유행에 민감한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한 발짝이라도 더 신중한 소비를 하자고 말하고 싶다. 


작성자 : 임팩트스퀘어 조예신 매니저


*ISQ 인사이트 레터 ‘IBT’를 구독(링크)하시면, Impact Business Review 콘텐츠를 편히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Previous
Previous

가장 환경적인 제품이 가장 저렴한 세상이 온다면?

Next
Next

사회서비스 혁신 사례? 이 네 가지 유형 먼저 확인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