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새로운 리듬을 찾아라! : ISQ 커뮤니케이션 실험기

'새로운 일을 벌이는 방법' 중 하나로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조직에서 '새로운 일'이라고 하면 으레 외부 확장이나 사업 기획, 정책 대응에서 그 답을 찾으려 하기 쉽다. 물론 그런 일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기존에 없던 것 혹은 안 하던 것을 꺼내는 시도, 어색한 관계를 연결해보는 장치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도 충분히 새로운 씨앗이 움틀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번 아티클은 임팩트스퀘어가 임팩트스퀘어만의 조화로운 리듬을 만들어보고자 실행했던 작은 실험들을 다루고 있다.

<편집자 글>

필자는 2023년 임팩트스퀘어의 커뮤니케이션 모듈에 합류했고, 사내 및 대외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고 있다. 그간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서 참여했던 몇 가지 사내 프로젝트들을 돌아보며 내부에서 새로운 씨앗을 심는 과정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실감했다. 우리가 조직 안에서 공기를 바꿔보려 했던 실험들―무물 캠페인, ISQ 캠프, 업무혁신 프로젝트까지, 이 모든 시도들은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문제'라고 인식된 것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갈 수 있는지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변화를 시도해본 경험이었다. 완벽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때로는 어설펐지만, 그 과정 자체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들이 있다. 새로운 일은 대부분 거창하게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진 1. 동료들이 커뮤니케이션 모듈에 보낸 따뜻한 러브레터. 어떤 동료는 사내 메신저에 '컴모듈 최고' 이모티콘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우리가 하는 내부 커뮤니케이션 활동들에 이같은 응원을 받을 때마다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느꼈던 불편 증상들

임팩트스퀘어 구성원들은 성수동 심오피스 2개 건물에 흩어져 근무를 한다. 사무실은 하나의 건물에도 층이 나눠져 있고, 같은 층이라도 공간이 구분된 구조다. 여느 날과 다름 없이 업무를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같은 건물에 있는데 우린 왜 이렇게 자주 못 보지?", "분명 오래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인데, 왜 어느 때에는 사람들 간 어색한 구석이 있는 거지?"

다른 건물에서 일을 하는 탓에 서로 세 마디 이상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는 동료들이 있다. 모듈 간 협업을 요청하고 싶은데 누구와 이야기 해야 할지 잘 모르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잠시 농담을 주고 받을 때도 있긴 하지만 누군가 입을 떼지 않으면 타자 소리, 마우스 소리만 들리는 사무실에서는 질문을 자유롭게 하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프로젝트가 늘어나면서 회의가 잡히는 횟수는 늘어나고, 때론 길어지는 회의로 의사 결정자나 참석자의 에너지는 빠르게 소모된다. 이런 일들이 우리 조직에도 일어나고 있었다.

고연차 선배님들로부터 들었던, 초창기 임팩트스퀘어의 화기애애한 시절의 이야기가 자꾸 떠올랐다. (그렇다고 현재 화기애애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예전에 직원이 20명 정도 되었을 때에는 서로 다 친하고 대화도 활발한 분위기였어요. 요즘은 직원 수도 늘고 다들 일에 바빠서 그런지 예전만큼 소통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저녁도 같이 자주 먹었고, 옥상에서 음료 마시면서 이야기 주고받다가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도 했어요. 회의 따로 없이 재밌는 아이디어 많이 나왔는데..."

조직이 50명 이상으로 성장하면서 사람 간 연결이 느슨해지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 것 같다. 소통의 단절이 일의 연결성까지 위협하는 것은 아닐까 약간의 불안감이 들었다. 농담을 하거나 질문을 하기에는 너무 조용하고 무거운 사무실 분위기, 일에 바빠서 동료와 밥 한끼 같이 먹을 여유가 부족해지는 현실들이 쌓여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작게라도 무언가를 시도해야 했다.

개선을 위해 시도한 3가지 실험

①ISQ Camp 전사워크숍: 철학 공유, 부문 간 소통의 장 마련하기

2024년 6월, 우리는 전사 교육 워크숍을 기획했다. 1박 2일씩 4회차에 걸쳐 3개 조로 나누어 진행했고, 모듈리더와 부문장들은 별도 워크샵에 하루 더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사진 2: 모듈별 비전, 목표, 전략, Key task에 대해 논의한 뒤 전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임팩트스퀘어

캠프의 핵심은 업무적 연관성이 낮은 부문들이 서로의 목표와 업무 방향성을 공유하고 이해하며,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자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임팩트스퀘어의 철학 교육을 통해 회사의 설립 취지와 방향성, 비전을 다시 공유했다. 그런 다음 부문별 개선 논의 시간을 갖고 각 부문이 나아갈 방향과 목표, 전략을 구체화했다. 이를 한 장의 전지에 적고 다같이 모인 자리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져, 평소 커뮤니케이션이 적었던 부문들과도 서로의 상황과 계획을 공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바쁜 와중 어렵게 마련한 자리인 만큼 딱딱하고 거창한 얘기만 해서는 그간의 간극을 메우고 소통을 촉진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팩트스퀘어스럽게, 위트있고 재밌게!’라는 목표를 가지고 캠프를 기획했다보니 강렬한 킥이 필요했다. 이러한 맥락을 재밌게 풀어보기 위한 프로그램 중 하나가 바로 '쿠킹 챌린지'였다.

우리는 사내 모듈을 섞어서 팀을 배분하고, '임팩트(사회적 가치)'라는 주제로 팀별로 요리를 하나씩 만드는 미션을 제시했다. 사용 가능한 재료와 도구는 게임을 통해 획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팀별로 요리 계획을 세우고 역할을 분담하며, 마지막에는 요리로 어떤 임팩트를 녹여내고자 했는지 발표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함께 시식을 하고, 임팩트를 잘 표현한 팀에게 시상을 했다.

사진 3: 2024년 6월 전사 워크숍 ISQ Camp에서 마련한 쿠킹 챌린지 프로그램

ISQ Camp를 진행하며 임팩트스퀘어는 전 구성원이 회사의 철학과 비전을 다시 공유받고, 각 부문별로 목표를 새롭게 수립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한 번도 이야기해보지 못하거나 잘 모르는 동료들과도 교류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보냈다는 점이 의미가 있었다.

②무물 캠페인: 활발히 질문하는 문화 만들기

'무물(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캠페인'은 커뮤니케이션 모듈의 기획으로 2024년 8월부터 4주간 진행된 사내 문화 캠페인이다. 이전보다 다소 경직된 사무실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기획 초기에는 "캠페인을 하는 것이 과연 직원들의 공감과 참여를 얼마나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시도 자체는 재미있고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여러 차례 회의를 거치며 우리 모듈은 질문을 어려워하는 구성원들이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도록 격려하고, 조직 분위기를 보다 더 유연하게 만들어 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질문하기에 편안한 분위기와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주요한 과제였다. 하지만 너무 비장하지 않게, 모두가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캠페인의 첫 삽을 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B급 감성의 포스터를 만들게 되었다.

사진 4: 임팩트스퀘어 무물 캠페인 포스터 시리즈. 해당 포스터를 A2사이즈로 출력해 모든 사무실에 4주간 시리즈로 부착하였으며, 포스터 공개 시기에 맞춰 명함크기의 스티커를 전사 구성원에게 자유롭게 배포했다. ⓒ임팩트스퀘어

  • 무물 가이드 배포: 질문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질문 가이드와 답변하기가 곤란한 사람들을 위한 답변 가이드 제작

  • 무물캠페인 전용 포스터 게시: 심오피스 각 부서가 있는 사무실 입구와 회의실에 무물캠페인 전용 포스터 시리즈 4종 부착

  • 휴먼다큐 <무물이 좋다>: 2-3분 내외의 분량으로 B급 느낌을 살려 약간의 웃음 포인트를 가미한 캠페인 독려 영상 콘텐츠. 각 구성원들의 '질문'에 대한 생각과 관련한 스토리를 담았으며, 김소선 매니저, 박세라 매니저, 조용민 매니저, 김민수 이사 편으로 구성

  • 무물 스티커 제공: 구성원들이 노트북, 모니터, 책상, 다이어리 등에 붙이고 캠페인을 생각할 수 있도록 캠페인 포스터의 축소판으로 제작, 용기와 격려의 메시지가 담긴 문구가 포인트

  • 무물 라운지: 네이버의 지식인 채널과 같은 역할로, 각잡고 물어보기엔 사소하거나 누구한테 물어봐야 할지 아리송한 질문들을 위한 사내 메신저 내 캠페인 채널

캠페인의 가장 핵심적인 장치는 사내 메신저로 사용 중인 슬랙(Slack) 채널 내 '무물 라운지'였다. 무물 라운지는 업무를 하다가 난감한 상황을 맞딱뜨리거나 급히 누군가에게 물어봐야 할 일이 있을 때 구성원들이 언제라도 들어와 편하게 질문을 남기면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답을 남기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무물 라운지가 개설된 이후 성수동에 클라이언트와 갈만한 식당 추천부터 업무가 많을 때 피로 극복 해결법, 업무 중 PC 문제 발생 해결법까지 다양한 회사생활 꿀팁이 공유되었다.

우리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월 활발히 질문하거나 답변을 한 구성원을 질문왕 및 답변왕으로 선정하고, 연말 회식 자리를 열어 리워드를 제공하는 '무물왕' 이벤트도 진행했다.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 덕에 무물 라운지는 계속 유지되고 있고, 구성원들의 질문과 답변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우리가 발견한 것은 소통 방식뿐 아니라 '공기를 다르게 만드는 방식'의 중요성이었다. 공식적으로 질문을 주고받는 문화가 편하게 느껴지도록 반응을 유도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 포스터와 스티커를 우리만의 굿즈로서 공유하고, 무물왕 선정과 리워드 회식이라는 이벤트 장치를 더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

③업무혁신 프로젝트: 회의 문화 개선하기

사진 5: 효과적인 회의를 돕는 가이드 내 회의 소집자&참여자를 위한 체크리스트 일부 ⓒ임팩트스퀘어

2024년 7월부터 11월 초까지 시행한 '효과적인 회의를 돕는 가이드 적용' 파일럿 사업은 사내 업무혁신 프로젝트 공모에 필자가 제안해 체계적으로 시도해 본 프로젝트였다. 업무에서 대표적인 소통 방식인 '회의'를 더 효과적으로 진행하도록 돕기 위한 도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조직 내부에서 효과적인 회의 문화를 저해하는 문제 요소들을 먼저 파악했다. 협업이 잦은 우리 조직의 특성 상 회의가 많아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을 수 있을 수 있고, 구성원들의 업무 효율과 시간 절약을 위해서는 적절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이런 문제가 클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업무 캘린더 상 주 3회 이상의 회의를 하는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대면인터뷰를 진행하며 가설을 검증했고, 어떤 문제를 개선해야 할지를 도출했다. 그 결과 비효율적인 진행 방식, 구체적이지 않은 회의 목적과 역할 제시, 지나친 회의로 인한 업무 흐름 방해 등을 개선하는 것을 가이드의 방향으로 삼았다.

회의 가이드는 사내 각 회의 상황에 맞게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내용을 담았다. 크게 구성원이 내부 회의를 소집하거나 참여할 때 고려해야 할 3가지 핵심 요소와 Call to Action 체크리스트로 구성했다.

회의 가이드 적용은 약 3주간의 파일럿 기간을 거쳤고, 끝으로는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전사 인원의 30%가 조사에 응답했고, 응답자 중 약 2/3가 가이드를 이용했다고 응답했다. 흥미로웠던 건 미적용자 중 100%가 향후 적용 의사를 표명했다는 점이었다. 초기 파일럿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가이드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로 보였다. 종합적인 개선 효과는 87.5% 이상의 응답자가 비효율적 회의 문제가 개선되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의 가이드는 특히 안건 명확화, 시간 관리와 같은 핵심 사항에서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가이드 분량이 다소 길어 바쁜 구성원들에게 적합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 불필요한 회의가 줄어든 비율은 62.5%로 다른 항목보다 낮게 나타난 점 등이다. 그럼에도 3주 동안 '나'와 '우리'의 소통을 돌아보고 조금 더 효과적인 소통 문화를 만드는 일을 함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우리만의 리듬을 만들며 깨달은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본질

이 모든 실험을 거치며 하나의 깨달음에 다다랐다. 새로운 일을 벌이는 방법은 단지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 혹은 페인(pain) 포인트를 관찰하고, 이를 개선 또는 해소할 수 있는 작은 실험을 해보고,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핵심이었다. 완벽한 콘텐츠보다 '시도 자체의 리듬'이 중요했던 것 같다.

우리 조직에서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메시지 전달도 물론 필요하지만) 결국에는 '관계 설계'가 핵심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모든 새로운 일은 결국 사람이 움직이는 데서 시작된다. 새로운 일은 어떤 시스템이 만들어져서가 아니라 사람의 감정, 동기, 관계, 분위기 속에서 시작되고 자라난다. 관계의 시너지는 일을 더 생산적으로 만들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도록 이끈다. 이것이 바로 임팩트스퀘어가 동료들과 일하는 방식에 가깝다. 단순히 '소통 잘하자'의 수준을 넘어, 결국 조직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일상 속에서 잇는 행위가 바로 내부 커뮤니케이션이라면,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궁극적으로 정보 전달뿐만 아니라 관계 설계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조직이 커질수록 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함께 일하는 사람이 중요해지고, 사람을 연결하는 건 결국 '잘된 커뮤니케이션'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완벽하고 독창적인 콘텐츠라기 보다는 시도 자체가 가진 무게와 리듬이다. ISQ 캠프에서 처음 만나는 동료와 함께 요리를 하며 웃었던 순간, 무물 라운지에서 사소한 질문에도 따뜻하게 답해주던 동료들의 모습, 회의 가이드를 통해 조금 더 명확하고 효율적인 소통을 시도해보던 구성원의 모습들. 함께 시도해보고 배워가는 과정 자체가 바로 조직의 공기를 바꾸는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점이었다. 새로운 일은 내부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작은 시도와 함께하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사진 6: 임팩트스퀘어는 2025년 3월 제주로 상반기 전사 워크숍을 다녀왔다. 임팩트 비즈니스를 위한 광장에서 혁신가들과 함께 ‘위대한 돌파(The Great Breakthrough)’를 향해 가는 우리 구성원들을 소개한다. ⓒ임팩트스퀘어


작성자 : 임팩트스퀘어 김민주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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