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임팩트 측정의 본질과 새로운 접근에 관하여
지난 5~10년간 임팩트 측정 및 관리(Impact Measurement and Management, IMM) 분야에서는 중요한 변화와 도전이 이어져왔다. 최근 국내외 논의의 장에서 IMM 영역과 관련된 다양한 세부 주제가 다루어지고 있으며, 실제로 실무자들이 레슨런(Lesson Learn)을 나누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러한 활동은 IMM의 중요성과 실무적인 적용 가능성을 강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특히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여 실무자들이 경험하는 도전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임팩트에 대한 논의는 이제 더 이상 앨리트적인 접근에 머물지 않고, 'Plain language(명확하고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공통의 언어)'로 다루어지고 있다. 이를 수행하면서 겪는 해당 영역의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겨지고 있다는 점은 글로벌이나 국내에서도 모두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는 중요한 진전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라고 보여진다. 이러한 논의를 기반으로 임팩트 측정 관리(IMM)의 주요한 아젠다를 5가지로 정리하고 향후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주제를 던져보고자 한다.
<편집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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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을 넘어서: 본질에 집중하기
최근 몇 년간 임팩트 측정 보고서의 수가 증가하면서, 많은 보고서가 화려한 디자인과 그럴듯한 수치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보고서를 흔히 'Peacock(공작새) 스타일'이라고 일컫는데, 겉으로 보이는 수치에만 집중한 보고서는 실제로 창출된 임팩트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실패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임팩트 리포트는 단순히 우리가 얼마나 잘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배운 교훈과 앞으로의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Owl(부엉이. 앞선 Peacock 스타일과 대조되는 표현으로, 어두운 곳에서 명확하게 본질을 꿰뚫어보는 형식을 일컬음) 스타일'이어야 한다.
현재의 임팩트 리포트는 리포트의 주체가 비즈니스를 얼마나 잘 했는지, 투자 기업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강조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싣는 경우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나아졌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은 스토리텔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실제로 목표한 바를 달성하고 있는지, 그 변화를 위한 전략으로는 무엇을 선택해 어떤 결과를 창출하고 있는지를 담아내야 한다. 임팩트 측정의 본질은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화된 핵심 지표와 논리적인 지표를 활용하여 명료하고 일관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임팩트 측정과 평가의 본질은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화려한 보고서와 그럴듯한 수치에 매몰되지 않고, 단순화된 핵심 지표와 논리적인 지표를 통해 명료하고 일관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즉, 임팩트 측정의 복잡성을 줄이고,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며, 자본이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배분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바로 다음 단락에서 단순화되고 또 일관된 측정 지표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보려 한다.
복잡성을 줄이고 단순화를 지향하기
SDGs, IRIS+ 지표, IMP 등의 프레임워크를 활용하여 임팩트를 측정하고 있음에도, 임팩트 실무자들에게 임팩트 측정의 복잡성은 여전히 큰 도전 중 하나이다. 특히 각 기업과 투자자가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사용해 데이터를 제시하면, 이를 비교하고 벤치마크로 만들고 통합하기 어려워지는데, 이는 임팩트 측정 영역의 고도화를 막는 주요한 제약이다. 따라서 현재 임팩트 측정 영역은 단순화된 핵심 지표를 활용하여 명료하고 일관된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뜨거운 화두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IMM 분야가 ESG와 연결하여 실행하고 있는 규제 중심의 접근이 유효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이는 다양한 주체들이 하나의 공유된 프레임워크에 맞춰서 보고하도록 하여 불필요한 변수의 종류를 줄이고 실제 감축 및 개선 성과를 빠르게 명확하게 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규제 중심의 접근은 결국 혁신적 과정보다는 일정 수준의 보수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시작점으로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후 현재 마련되어 있는 규제를 넘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규제 및 정책이 맞는 IMM 프레임워크를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가는 식의 밀도를 더해갈 필요가 있다.
임팩트 측정의 중요성, 그리고 비용 집행 방식 점검해보기
임팩트 측정과 평가(Impact Measurement and Management, IMM)는 임팩트 투자 조직과 투자자들에게 점점 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는 상당한 비용이 수반되며, 현재 대부분의 기업과 투자자들은 이에 대한 별도의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있다. 홍보 및 마케팅에는 예산을 할당하지만, 임팩트 측정과 평가에는 충분한 자원이 투입되지 않는 현실은 IMM 영역이 마주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현재의 임팩트 측정 비용 구조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첫째는 투자자(Limited Partners, LP)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포트폴리오 회사들을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임팩트 측정의 효과성을 경험한 기업들이 직접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다.(물론 국내에서는 지원 사업 등을 통한 지원 등 더욱 간략한 갈래가 있지만 글로벌 기반 가장 주요한 방식은 두 가지로 갈음한다.)
임팩트 측정이 중요한 이유는 양질의 데이터를 통해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고,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자금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이 양질의 회계감사를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와 기관들은 임팩트 측정을 위한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지 않는다. 이는 임팩트 측정의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 했거나, 비용을 지불할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임팩트 측정은 시장조사와 유사하게, 비즈니스 운영의 일환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시장조사의 이점을 경험한 기업들이 그 비용을 지불하는 것처럼, 임팩트 측정도 그 가치를 보여주어 사업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것이 글로벌 IMM 및 임팩트 비즈니스 관계자들의 일관된 목소리다.(실제로 SOCAP23에서는 관련 세션이 별도로 마련된 정도였다.) 이를 위해 투자자와 기업 모두 임팩트 측정에 대한 비용을 정당하게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임팩트를 창출하는 개별 조직들에 대한 비용 지원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투자를 받지 않은 소규모 조직들에게는 임팩트 측정 비용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규모 조직들은 IMM을 위한 충분한 자원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따라서 재단이나 LP와 같은 대규모 자금 운용자들이 소규모 조직들에게 자원을 제공한 뒤, 이들이 효과적으로 임팩트를 측정하고 보고할 수 있도록 도와야할 것이다. 이러한 조직들이 비용 부담의 어려움 때문에 IMM 영역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말이다.
결론적으로, 임팩트 측정과 평가를 위한 비용 부담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다. 양질의 임팩트 측정을 위해서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비용이 지불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예산 편성은 필수적이다. 투자자와 기관들은 임팩트 측정의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비즈니스 운영의 일환으로 통합해야 한다. 또한, 소규모 조직들을 위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여, 모든 조직들이 효과적으로 임팩트를 측정하고 보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임팩트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지속 가능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임팩트 측정 관리 및 ESG 데이터의 현황과 한계 살펴보기
ESG 리포팅과 임팩트 리포팅은 본질적으로 다른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ESG 리포팅은 주로 기업의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측면에서 어떻게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반면, 임팩트 리포팅은 기업의 활동이 사회와 환경에 어떤 실제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현재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데이터는 흔히 "Everything인 동시에 Nothing"인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ESG 데이터는 비교가능성, 예측가능성을 내포함에 따라 포괄적이라는 특성이 있는 반면, 여전히 ESG 데이터의 품질과 신뢰에 대한 의문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ESG 데이터는 시작점(Starting point)으로 보는 것이 가장 적절하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즉,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에 대해서 기업이 무엇을 얼마나 달성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관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따라서 우리가 그 목표에 닿기 위해서 현재 잘하고 있는 부분과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측정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ESG 지표를 단순히 보고하는 것은 그 어떤 의미도 가질 수 없다.
결국 우리는 임팩트 측정 영역이 그러했듯, ESG 역시 더 나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더 좋은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이러한 기반이 마련되었을 때 실제로 기업이 창출하고 있는, 보다 긍정적인 E,S,G의 변화도 명료하게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시점,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임팩트 창출과 ESG 측정의 중첩이 일어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임팩트 측정 보고서의 활용 방안, 그리고 이에 대한 질문
임팩트 측정 및 평가 실무자가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임팩트 측정 방법론과 보고서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대한 것인데, 해외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실무자를 만날 때면 그들 역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해결책은 단순하지 않다. 측정 방법론 및 보고서를 더욱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때로 정책적 변화 혹은 생태계 전반의 포괄적인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임팩트 지표는 GP(General Partners, 업무집행조합원)가 더 많은 LP(Limited Partners, 투자자)를 확보하고자 할 때, 투자자들이 펀드를 확보하거나 기업가들이 자금을 유치하고자 할 때 활용된다. 따라서 임팩트 지표들은 주로 '위로(upward)' 향하는 방향으로 활용되는데, 이때의 우려점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Peacock 스타일에 그치는 임팩트 리포트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강조하듯 임팩트 측정의 진정한 잠재력은 학습과 개선을 위한 도구로서, 우리가 영향을 미치려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궁금해하는지를 보여주는 데 기준을 두고 있어야 한다. 이는 일반 비즈니스에서 소비자 조사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개별 임팩트 조직들은 임팩트 측정 관리 보고서를 내외부 이해관계자들과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단순히 성과를 보고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피드백을 받아 학습하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재 임팩트 측정 및 보고 영역에서는 '아래로(downward)' 향하는 접근, 즉 현장과 실질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접근이 매우 부족하다. 이는 글로벌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동일하게 지적되는 문제점인데, 이는 곧 임팩트 측정을 단순히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자원 사업이나 기타 사회적 프로젝트에 적용되어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도구로 활용하는 사례와 노력이 더욱 많아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임팩트 측정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영향을 미치려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임팩트 측정의 복잡성을 줄이고, 명료하고 일관된 지표를 활용하여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접근은 임팩트 측정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고,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작성자 : 임팩트스퀘어 윤남희 이사
(임팩트스퀘어 기업부설연구소 ‘IMPACTOLOGY’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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