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생태계 타겟팅: 우리는 누구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가
임팩트 생태계에서 일하다 보면 늘 마주하는 질문이 있다. "임팩트는 누구에게 닿는 것이 효과적인가" 행사를 기획할 때도, 캠페인을 준비할 때도,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도 이 질문은 빠지지 않는다. 2025년 한 해 동안 생태계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고, 생태계 밖으로 나아가려는 시도들도 많았다. 하지만 우리가 만난 사람들은 정확히 누구였을까? 그리고 정말 닿아야 할 사람들에게 우리의 목소리가 도달했을까? 2025년의 다양한 시도들을 돌아보며, 우리가 만난 타겟과 앞으로 만나야 할 타겟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편집자 글>
우리가 만나고 있는 이는 누구인가
2025년 임팩트 생태계는 분명 활발했다. 곳곳에서 행사가 열렸고, 사람들이 모였으며, 새로운 협력이 만들어졌다. SOVAC 마켓 같은 대규모 페스티벌을 열고, 체인지온 컨퍼런스처럼 시대정신을 담아 더 넓은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도 있었다. 실제로 사람들이 참여했고,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문득 생각해보게 된다. 이벤트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이미 어느 정도 관심이 있거나 호의적인 경우가 많다. 정말 관심이 없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아직 임팩트의 가능성을 모르는 의사결정권자들, 관심의 싹은 있지만 일상과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우리의 목소리가 제대로 닿고 있을까?
필자는 가족이나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런 생각이 더 분명해지곤 한다. 사회문제를 여전히 모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관심은 있지만 "누군가 하겠지" 하는 사람들, 해결에는 공감하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 우리의 목소리가 더 넓은 세상으로 퍼져나가 행동으로 이어지려면, 아직 닿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다가가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리가 만나야 할 이는 누구인가
그렇다면 우리의 행사에 참여해야 할 사람들,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사람들, 사회문제 솔루션에 있어 함께 고민하는 자리에 아직 잘 닿지 않은 사람들은 누구일까?
2025년 한 해를 돌아보며, 타겟을 좀 더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소비자', '기업 담당자', '활동가' 같은 역할만으로는 이들의 실제 행동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같은 '소비자'라도 매주 의도적으로 사회적기업 제품을 찾는 사람이 있는 반면, 페스티벌에서 한 번 구매하고는 일상으로 돌아가 잊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같은 '기업 담당자'라도 적극적으로 협업을 제안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직 임팩트 비즈니스의 가능성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있다.
이들을 좀 더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광장'을 상상해보자. 임팩트 생태계를 하나의 광장이라고 했을 때, 타겟을 바라보는 두 가지 축을 제안한다.
[축 1] 광장으로부터의 거리: 임팩트 인식과 관여 수준
임팩트 생태계를 하나의 광장으로 상상해보자. 사람들은 임팩트 비즈니스나 사회문제 해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고,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을까? 어떤 이는 광장이 있는지도 모르고(광장 밖), 어떤 이는 광장 근처를 지나치며 한 번쯤 들여다보고(광장 입구), 어떤 이는 광장 안에서 정기적으로 활동하고(광장 안), 또 어떤 이는 광장 중심에서 주도적으로 움직인다(광장 중심). 이 인식과 관여 수준을 광장으로부터의 거리로 나타내면 네 곳으로 나눠볼 수 있다.
[축 2] 광장에서의 역할: 생태계 내 역할과 영향력
같은 위치에 있어도, 그 사람이 광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따라 만들어낼 수 있는 변화의 크기는 다르다. 어떤 이는 광장을 찾는 시민이고(○), 어떤 이는 광장에서 장을 열고 사람들을 안내하는 기획자이며(△), 어떤 이는 광장의 시스템과 규칙을 만드는 운영위원회다(□). 역할은 고정된 것이 아니며,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동시에 가질 수도 있다.
두 축을 함께 보면 타겟 전략이 구체화 된다
이 두 축을 실제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핵심은 '광장으로부터의 거리'와 '광장에서의 역할'을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같은 "광장 밖"에 있어도, 시민(○)과 운영위원회(□)에게 다가가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야 한다. 광장 밖의 시민에게는 일상 속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광장 밖의 운영위원회에게는 광장의 가치와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같은 "운영위원회(□)"라도, 이미 광장 안에 있는 사람과 광장 밖에 있는 사람에게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결국 효과적인 타겟팅은 '어디에 있는가'와 '어떤 역할인가'를 동시에 고려할 때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2025년 주요 행사들은 실제로 어떤 조합의 타겟을 설정했을까?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2025년, 우리는 어떤 타겟에게 다가갔는가
앞서 제시한 두 축(광장으로부터의 거리 × 광장에서의 역할)을 활용하면 어떤 타겟팅 전략이 가능할까? 2025년 주요 행사들이 실제로 어떤 조합의 타겟을 설정했는지 살펴보면, 각 소구지점을 어떻게 엮어 행사 컨셉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유형 1: 광장 밖과 입구에 있는 시민들
가장 관여도가 낮은 무관심층·잠재 관심층과 개별 참여자를 조합하면 어떤 전략이 나올까? 2025년 사례들은 '일상 속 자연스러운 만남'이라는 소구지점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했다.
타겟: 광장 밖·입구(무관심층·잠재 관심층) + ○시민(개별 참여자)
목표: 무관심에서 호기심으로, 한 번의 경험에서 지속적인 관심으로 전환
핵심 전략: 일상 속 자연스러운 공간, 사회문제보다 제품/경험 자체의 매력
[사례1] SOVAC 마켓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SOVAC 공동 주관, 50개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소개, 판매한 마켓
핵심 포인트: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좋은 취지'보다 '좋은 제품'이 먼저
"사회적기업 제품 장터"가 아닌 "50개 브랜드의 좋은 제품 마켓"으로 포지셔닝
구매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 스토리 전달, 무관심층도 가치소비 경험
기대 성과: 사회문제에 무관심했던 일반 대중이 '좋은 제품'이라는 이유로 방문하여 가치소비를 경험하고, 구매 후 브랜드 스토리를 통해 잠재 관심층으로 전환
유효했던 점: 사회문제에 관심 없던 무관심층도 '제품'이라는 익숙한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유입
함께 고민할 점: 한 번의 경험을 지속적 관심으로 연결하기 위한 후속 접점 설계 필요
[사례2] 상상플래닛
복합문화공간에서 소셜벤처 제품을 세미 팝업 형식으로 상시 노출
핵심 포인트: "찾아오게" 하지 않고 "우연히 마주치게"
특별한 임팩트 행사장이 아닌 일상 동선에 배치
부담 없는 접촉 후 관심 있으면 더 알아볼 수 있는 구조
유효했던 점: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상시 노출로 무관심층·잠재 관심층과 반복 접촉 가능
함께 고민할 점: 우연한 노출을 적극적 관심으로 전환하는 측정 지표 설계 필요
유형 2: 광장 곳곳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관심 수준과 여러 역할을 조합하면 어떤 전략이 나올까? 2025년 대표 사례인 체인지온 컨퍼런스는 '보편적 가치'라는 소구지점으로 여러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타겟: 광장 입구·중심(잠재 관심층·핵심 활동가) + ○시민·△기획자·□운영위원회(개별 참여자·현장 실천 매개자·구조적 변화 매개자)
목표: 임팩트에 대한 인식 전환과 역량 강화,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연결과 협력
핵심 전략: 보편적 가치, 기회 중심 메시지, 전문 네트워킹과 인사이트 공유
[사례] 체인지온 컨퍼런스
다음세대재단 주최, '탁월(卓越): 뛰어넘을 만큼 뛰어남'을 주제로 한 비영리 활동가 대상 컨퍼런스
핵심 포인트: 보편적 가치로 생태계 안팎을 연결하다
핵심 활동가들에게는 "전국의 비영리 동료 연결"과 "실천 가능한 배움" 제공
생태계 외부 참여자들에게는 "어디에서도 접할 수 없는 강연", "요즘 감각을 느낄 기회"로 임팩트의 가능성 제시
기대 성과: 생태계 내부 활동가들의 역량 강화 및 전국 단위 네트워킹과 동시에, 생태계 외부 참여자들에게 임팩트 생태계에 대한 긍정적 인식 형성 및 협력 가능성 확대
유효했던 점: 하나의 주제로 생태계 내부 핵심 활동가(현장 실천 매개자)부터 외부 의사결정권자(구조적 변화 매개자)까지 포괄
함께 고민할 점: 가장 관여도 낮은 무관심층 구조적 변화 매개자에게는 보편 가치 외 ROI 중심 비즈니스 케이스나 개별 접근 필요
우리가 만나야 할 사람들을 향해
2025년 한 해를 돌아보며 우리는 확인했다. 생태계는 활발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닿았다. SOVAC 마켓에서는 광장 밖 시민들이 '좋은 제품'이라는 이유로 광장 입구까지 들어왔고, 상상플래닛에서는 일상 속에서 광장을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접점이 만들어졌으며, 체인지온 컨퍼런스에서는 광장 곳곳의 기획자와 운영위원회가 '탁월'이라는 보편적 가치로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협력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질문도 생겨났다. 우리가 다음으로 만나야 할 사람들은 누구일까? 여전히 광장 밖에 있지만 함께할 가능성을 가진 운영위원회, 광장 입구를 한 번 지나쳤지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시민들. 특히 구조적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아직 임팩트를 "기회"로 발견하지 못한 이들에게 어떻게 그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우리가 기획하는 프로그램은 정확히 누구를 위한 것인가?
우리가 의도한 타겟과 실제로 온 사람들이 일치하는가?
한 번의 경험이 지속적인 행동과 관심으로 연결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생태계 내부의 연대는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지속 가능하게 일할 수 있는 힘이다. 동시에 우리는 계속 질문하고, 시도하고, 배워야 한다. 답은 거창하지 않을 수 있다. 일상 속 자연스러운 접점을 만드는 것,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전달하는 것, 기회의 관점으로 메시지를 재구성하는 것. 작은 시도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2026년에도 이 질문을 붙잡고, 광장 밖에서 입구로, 입구에서 안으로, 조금씩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나가보자. 우리가 만나야 할 사람들을 향해, 한 걸음씩.
작성 : 임팩트스퀘어 이채린 매니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