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세상을 구하는 법: 사회문제 해결의 새로운 키(key)

그동안 정부는 예술인들의 창작활동 지원과 국민들의 문화 향유권 신장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하지만 왜 그러한 지원이 필요한지, 수많은 사회문제가 산재해있는 가운데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본고에서는 임팩트와 예술 간의 세 가지 상관 관계 중, 사회문제 해결 기능에 집중해 몇 가지 혁신적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글>


예술과 사회적 임팩트. 두 가지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에 대해서는 쉽게 동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논의는 종종 추상적이고 막연한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과연 예술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예술의 사회적 임팩트를 가시적으로 드러낼 수 있을까? 이 질문들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에 앞서 예술과 사회적 임팩트의 접점을 몇 가지 범주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예술 생태계 자체의 취약성 회복에 대한 영역이다. 많은 경우 예술은 외부 자원의 투입 없이는 지속되기 어렵다. 낮은 생산성과 높은 비용 구조로 인해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존립하기 어려운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는 결국 창작자를 포함한 예술 분야 종사자들의 불안정한 고용으로 이어지는데, 이를 해소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다.

둘째, 예술에 대한 소비와 향유 기회의 불균형 해소에 대한 것이다. 소비자(향유자)들에게는 예술, 특히 소위 순수예술로 일컬어지는 공연, 미술 작품 등에 대한 접근성이 여전히 높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구조적 문제로 접할 수 없는 대상들(e.g. 장애인, 저소득층, 고립지 주거자 등)에게는 더욱 심각하다. 예술이 자기 표현, 대인관계, 심리적 안정 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함은 많은 연구와 사례들을 통해 증명되어 왔기에 문화 격차는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사회문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예술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예술은 다양한 맥락에서 인간의 경험과 이해를 풍부하게 함으로써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행동을 촉진한다. 개인의 참여와 실천이 모여 결국에는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예술은 사회 변화의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 또한 예술이 지닌 창의성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물론 예술의 사회적 역할은 이 세 가지로 모두 설명될 수는 없다. 각 범주 간에도 긴밀한 연관이 있으며, 더 세분화된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예술과 사회적 임팩트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러한 구분은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본고에서는 특히 세 번째 지점, 즉 예술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에 집중해보고자 한다(다른 두 가지 관점에 관해서는  '예술, 그리고 임팩트에 관한 담론’에서 보다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 아래에는 현시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사회문제 세 가지, 그리고 해당 사회문제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예술적 방법론'으로 풀어나가는 여섯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1. 예술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 :

기후 위기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 현상과 생태계 파괴는 우리의 일상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문제의 복잡성과 규모로 인해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예술은, 과연 기후위기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례1] 북극해가 녹으면 점점 사라지는 기후 위기 폰트(Climate Crisis Font)

에이노 코칼라(Eino Korkala)와 다니엘 쿨(Daniel Coull)이 공동 제작한 기후 위기 폰트(Climate Crisis Font)는 배포된 이후 기후 위기의 상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폰트는 1979년부터 2019년간 북극해 얼음 감소 데이터를 기반으로 2050년까지의 변화를 예측하여 설계되었다. 해가 갈수록 북극해 얼음이 줄어드는 것처럼, 폰트의 굵기 또한 점차 얇아지다가 마침내 소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의 독창성은 기후 변화라는 복잡한 과학적 사실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시각적 언어로 번역했다는 데 있다. 사라져가는 폰트는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글자들이 어느 순간 사라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기후 위기로 인해 우리의 일상과 미래가 위협받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예술이기 때문에, 예술로서만 가능한 임팩트의 형태다.


[사례2] 이브 모셔(Eve Mosher)의  만조선(High Water Line) 프로젝트

2007년, 뉴욕에서 시작된 이브 모셔의 만조선 프로젝트는 과학적 예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물에 잠기는 도시 경계선을 분필 가루로 그리는 것에서 시작했다. 이는 추상적인 기후 위기의 개념을 일상의 공간에 직접 투영함으로써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주려는 시도였다. 그런데 예측보다도 빠르게, 불과 5년 후인 2012년 그 경계가 실제로 물에 잠기게 되었고, 이 사건은 예술 행위가 단순히 상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위험을 예고하는 신호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 프로젝트가 더욱 의미 있게 평가받는 이유는 예술가 개인의 행동이  공동체의 참여와 협력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브 모셔는 자신의 아이디어와 방법을 오픈 소스로 공유하고, 다양한 공동체와 협업하며 활동 반경을 넓혀 갔다. 이 과정에서 시민이 직접 경계선을 그리는 퍼포먼스에 동참하고, 기후 위기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소통의 장을 만들어갔다. 예술이 대중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사회 변화를 위한 집단행동으로 나아가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두 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예술 창작물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 그래서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활용하여 기후위기가 당장 우리 앞에 직면해 있다는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한다. 이처럼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여 참여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설득의 힘은 예술의 고유한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기후위기와 같이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도전과제일수록 이러한 예술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이러한 문제들은 너무 거대하고 추상적이어서 당장 내 일상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술은 그것을 내 옆의 누군가, 혹은 미래의 내 이야기로 전환하여 감각하게 만드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변화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2. 예술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어가는 방식에 대해 :

예술이 개인적 차원에서 고립해소, 건강증진 등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많은 연구와 사례들을 통해 입증되어 왔다. 이러한 효과는 장애인과 같은 취약한 대상들에게 더욱더 의미있게 활용될 수 있기에, 예술은 장애에 대해 치유적/복지적 관점에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본고에서는 기존의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장애인 예술이 예술적 가치 그 자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예술을 매개로 장애인들이 자신의 역량을 보다 잘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기존의 경계를 허물어가는 흐름을 사례들을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  

[사례3] 농인 문화 예술 기획사, 핸드스피크

핸드스피크는 농인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닌 전문적인 직업으로 발전시키는 데 주력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이들은 농인 아티스트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 예술가들에게 안정적인 활동무대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창작활동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이 기업의 또 다른 특징은 예술가들 스스로가 콘텐츠 기획과 제작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수어(농문화)를 기반으로 한 공연, 영상, 전시, 상품 등 다양한 예술 콘텐츠가 이러한 방식으로 탄생하고 있다. 수어 뮤지컬, 연극, 랩 등의 공연과 수어 기반 영화, 웹드라마, 뮤직비디오 등의 영상물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핸드스피크가 추구하는 것은 '농인이기에 가능한 예술'이다.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가 가진 독특한 정체성과 가치를 예술 창작의 원천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핸드스피크는 이러한 농인 아티스트들의 자생적 예술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사례4] 2030이 열광하는 전시 프로젝트 ’어둠속의대화’의 비밀

'어둠속의대화'는 완전한 암흑 속에서 일상생활을 체험하는 독특한 콘셉트의 전시-퍼포먼스 형식의 종합예술 프로젝트다. 어둠속의대화는 1988년 독일에서 시작된 이후 37년간 유럽, 아시아, 미국 등 32개국 160여 개 지역에서 1,5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에는 2010년 서울 신촌에 전 세계 10번째 전시장이 개관한 이래, 현재 북촌과 동탄에 상설전시관이 운영 중이다. 최근 20-30대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체험형 전시 중 하나로, 주말에는 관람권 예매가 쉽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이 전시에는 비밀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시각장애인들이 ‘로드마스터’라는 역할로 직접 관람객을 안내한다는 점이다. 암흑 속 일상을 가장 잘 가이드할 수 있는 전문가는 다름 아닌 시각장애인이기에, 전시를 체험하는 동안은 비장애인이 장애를 가진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어둠속의대화’는 완성도 높은 하나의 콘텐츠로서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참여자들이 통찰을 얻을 수 있게 한다. 동시에 전세계 수천 명의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한다.  

상술한 사례들은 예술을 통해 개인이 지닌 장애(disability)가 불편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다름(different ability)이 되어 특별한 것으로 탈바꿈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그 특별함은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핸드스피크와 ‘어둠속의대화’를 기획운영하는 엔비전스는 각각 7년차, 16년차 주식회사로 운영되고 있다. 핸드스피크는 25명의 농인아티스트를 전속 계약하고 있고, 엔비전스는 65%의 직원이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기업의 성장성이나 수익성이 대단히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안정적으로 비즈니스를 유지하며 임팩트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한 사례라 할 수 있다. 


#3. 지역 소멸의 솔루션으로서 예술이 지닌 가능성에 대해 :

예술이 지역의 범죄율을 낮춘다거나(e.g. Favela Project), 경제·사회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e.g. Tate Modern)은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되었으며, 한국 역시 이러한 사례들을 벤치마크해 도시재생 전략에 적용해왔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당면한 지역 소멸은 조금 다른 문제다. 지역 소멸은 저출산·고령화와 대도시로의 인구 이동으로 인한 지방의 과소지역화 및 무거주화 현상으로, 결국은 인구 위기와 깊게 연관되어 있어 기존의 접근법과는 차별화된 대응이 필요하다. 아래 제시하는 두 가지 사례는 예술이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서로 다른 경로를 보여준다.

[사례 5] 클래식 음악이 인구 2,000명의 작은 마을에 일으킨 변화, 예술마을 프로젝트

강원 평창군 계촌리에는 2,0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곳에서는 세계적인 연주자인 임윤찬, 조성진, 백건우, 이진상 등이 참여하는 <계촌 클래식 축제>가 올해로 10년째 개최되고 있다. 이 축제의 시작은 2009년 계촌초등학교 폐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창단된 계촌별빛오케스트라이다. 이후 계촌중학교에도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졌고, 2015년부터는 현대차정몽구재단과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예술마을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작은 마을이었던 계촌리가 예술마을로 점차 변화해온 것이다.

계촌 클래식 축제가 특별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 자원을 단순 관광 콘텐츠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 활동을 통해 마을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는 점이다. 이는 지역 주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외부인들에게는 계촌리를 매력적인 장소로 인식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둘째, 이 축제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연 단위로 지역 변화 과정을 공유하는 행사라는 점이다. '예술마을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계촌리를 방문하며 주민들과 교류하고 있는데, 연간 26회의 클래식 교실, 2회의 캠프, 4회의 살롱이 진행되고 그 연장선 상에서 축제가 개최된다. 지속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과 깊은 관계를 맺는 '관계인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축제 참가자로 대변되는 '교류인구'와는 차별화된 개념으로, 지역 활성화에 더욱 의미 있는 지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교류인구는 소위 관광객을 의미하며, 지역과의 관계가 일회적인 사람들을 뜻한다. 반면 관계인구는 특정 지역/주민들과 지속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맺고, 그 사회적인 효과를 가시화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2016년 일본에서 등장하여, 교류인구와 정주인구 사이의 제3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지며 지역 활성화 정책 등에 활용되고 있다.

[사례 6] 예술과 혁신은 한 끗 차이: 오스틴의 SXSW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수도권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이주를 고려할 때 '문화, 여가 여건 개선'이 '양질의 일자리'보다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한다(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 2021).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outhXSouthwest, 이하 SXSW)’ 는 이를 뒷받침하는 하나의 사례다.

SXSW 사례는 예술의 창조성(creativity)이 혁신 생태계 조성과 지역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1987년 지역 음악 축제로 시작된 SXSW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컨퍼런스로 성장했는데, 이는 예술과 기술, 비즈니스가 결합된 독특한 포맷 덕분이다. SXSW는 음악, 영화,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혁신가들이 한데 모여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영감을 얻는 장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창조적이고 실험적인 분위기는 스타트업과 테크 기업들을 오스틴으로 유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SXSW은 트위터(Twitter)와 스냅챗(Snapchat)의 스타트업 시절 데뷔 무대이자, 최근에는 화이자(Pfizer), 메타(Meta)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신사업을 발표하는 장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는 창의적인 예술 활동이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임팩트 생태계에서 예술에 주목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예술이 지닌 창조성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 혁신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으로(Geoff Mulgan, 2011), 점진적 개선이 아닌 이전에 없던 획기적인 솔루션 창출이 요구된다. 이러한 점에서 예술과 혁신은 창조성이라는 핵심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스틴에는 ‘실리콘 힐스(Silicon Hills)’라고 불리는 테크 클러스터가 조성되어 있다. 여기에는 IBM, Apple, Tesla, Meta, Google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의 지사와 연구소가 자리잡고 있으며, Silverton Partners, Austin Ventures, Capital Factory 등 유수의 벤처 투자사들도 밀집해 있다.

계촌리와 오스틴의 사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예술이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계촌리의 경우 예술을 통해 지역 정체성을 강화하고 외부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작은 마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면, 오스틴의 경우 예술의 창조성을 지역 혁신 생태계 조성과 연계함으로써 도시 전체의 역동성을 높이고 있다. 이는 예술이 지닌 다양한 가치와 잠재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역의 특성과 여건에 맞는 차별화된 접근을 통해 지역으로의 인구 유입을 도모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예술은 이 세상을 함께 견디고 있다

예술은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풀기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 창의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을 지니고 있다. 기후 위기, 장애 인식 개선, 지역 활성화 등 예술이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은 무궁무진하며, 앞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사회적 임팩트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예술 분야가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큰 성과를 거두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이 추구하는 가치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그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업적 성공과는 별개로 우리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술의 가치와 잠재력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이를 사회 문제 해결과 연계하기 위한 실질적 지원과 협력의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임팩트 비즈니스 생태계 내에서는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 혁신적 접근을 모색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예술과 파트너십을 형성해나갈 필요가 있다. 

세상의 벽을 뚫는 방식은 제각기 다르게 존재한다. 빠르고 강력하게 벽을 뚫어버리는 충차도 있겠지만, 조금 느리더라도 묵묵히 벽에 균열을 만들어내는 충차도 있을 것이다. 예술의 방식은 후자에 가깝다. 속도와 규모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같다면 모두 의미 있는 돌파의 과정으로 봐야 할 것이다. 임팩트스퀘어가 예술 기업에 진심 어린 지지와 도움을 보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예술이 과학, 기술, 정치, 경제 등 사회 다방면으로 스며들어 융합될 때, 우리는 한층 더 창의적이고 포용적인 방식으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철학자 니체의 말처럼, '견딜 수 없는 세상을 견디게 하는 예술'이 우리에게 희망의 지표가 되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작성자 : 임팩트스퀘어 박윤세 매니저

Previous
Previous

예술, 그리고 임팩트에 관한 담론

Next
Next

문화예술과 임팩트, ‘다시 보기’와 ‘미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