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담당자 FGI] 로컬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리고 이어진다.

11월호 ‘로컬’편을 준비하며, 아티클을 기회 삼아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생태계 확장에 더욱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이미 수년 전 시작된 로컬 임팩트 생태계의 다양한 사업들이 조금 더 밀접하게 연결되고 또 서로 협력할 수 있다면 더욱 유의미한 변화를 함께 도모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이번 아티클은 국내 로컬 임팩트 생태계의 주요 사업 담당기관의 담당자를 모아 각자가 만들어나가고 있는 로컬, 나아가 ‘우리의 로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이 아티클이 로컬에 살며, 살아가며 변화를 만들어가는 관계자들을 이어주는 소박한 마중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편집자 글>

지난 11월 2일(목), 서울숲 소셜벤처 클러스터 인근에 위치한 작은 식당에 4인의 로컬 담당자가 모였다. ‘로컬라이즈군산’을 이끌었던 언더독스의 이슬기 디렉터, MYSC의 로컬 CIC 대표를 맡고 있는 김원희 선임, 영주에 정착해 STAXX의 새로운 시도를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하고 있는 임팩트스퀘어의 우아영 매니저, 그리고 지역의 다양한 로컬 관계자를 연결하고 있는 디캠프의 이재영 매니저였다.

좌측부터 이슬기 디렉터, 이재영 매니저, 김민주 매니저, 김원희 선임, 우아영 매니저 ©임팩트스퀘어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서로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한 자기소개를 진행했다. 

MYSC 김원희 선임

저는 사회혁신 컨설팅, 액셀러레이팅, 임팩트 투자 기관인 MYSC에서 7년째 근무중인 김원희입니다.MYSC에서는 컨설턴트이자 LOCAL IMPACT CIC대표로 활동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는 스스로를 임팩트 생태계 빌더이자 설계자라고 생각하는데요 로컬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서 가장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태계 기반을 만들어가는 것을 즐깁니다.

임팩트스퀘어 우아영 매니저

저는 경북 영주에서 소셜벤처와 지역 성장을 위한 거점 공간 STAXX를 운영하고 있는 우아영입니다. 프로젝트를 위해 작년 9월 영주로 이주하여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고 있으며, STAXX 입주 및 이용 지원을 하고 지역 내 커뮤니티 조성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과 홍보, 공간 관리까지, 여러가지 일을 두루두루 하고 있습니다.

언더독스 이슬기 디렉터

저는 군산에서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에 내려와 살고 있는 언더독스의 이슬기입니다. 로컬라이즈 군산을 통해 군산으로 이주했고, 군산의 창업팀들과 함께 지역에서 어떻게 재밌게 의미있게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이재영 매니저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에서 지역협력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이재영 매니저입니다. 디캠프에는 작년 6월에 합류하여, 디캠프의 본격적인 지역협력사업 설계에 참여하였으며, 현재 디캠프의 지역사업 중 워크넥트, 스타트업 라운지 멤버십,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패널토크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각 기관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이야기도 짧게 나누었다.

김원희 선임

MYSC는 서울 뿐만 아니라 경남, 호남, 제주에도 사무국이 있는데요, 특히 제주에서 오랫동안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어요. 제주도민과 함께 제주도 내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JIC(제주 임팩트 챌린지)부터 ROUTE330, K-CAMP 제주 등을 포함한 액셀러레이팅프로그램, SIC 같은 네트워킹 프로그램, 신한 스퀘어브릿지 집합적 임팩트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중입니다. 지자체들과 같이 펀드도 만들어서 지역에 자원이 돌아가게끔 투자도 진행하고 있구요.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갈래는 로컬 현지에서 플레이어들을 직접 키울 수 있는 중간지원조직을 양성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금 오래걸리지만 장기적으로 훨씬 더 파급력 있게 생태계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전략이기 때문에 ESG 액셀러레이터 양성과정, 중간지원조직 양성 프로그램 등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우아영 매니저

STAXX는 청년과 창업가가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로컬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2021년 12월 경상북도와 영주시, SKST, 임팩트스퀘어가 협력을 약속한 이래로 2022년 상반기에는 지역 기반 성장을 도모할 소셜벤처 8개 기업을 선발하였고 하반기에는 성장의 주무대가 될 동명의 공간 STAXX를 열었습니다.  STAXX 프로젝트는 4개의 세부 프로그램(액셀러레이팅, 교육프로그램, 투자, 공간)으로 나뉘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이제는 총 10개의 소셜벤처와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슬기 디렉터

제가 있는 군산 지역은 군산의 원도심으로 관광지로 알려진 동네입니다. 이곳에서 군산의 자원을 활용해 창업을 할 창업가를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를 통해 선발했고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창업가들을 육성하고 여러 프로그램들을 진행햇습니다. 26개팀을 육성했고, 이 중에서 총 13개팀이 군산에 정착해 살고 있으며, 21년 프로젝트 종료 이후에는 해마다 로컬라이즈 군산 페스티벌을 통해 지역에 의미있는 행사를 통해 지역민, 관광객과 소통하고 있고, 최근 10월-27-28일에는 2023 로컬라이즈 캠프를 통해 군산의 5년과 로컬의 5년을 돌아보는 포럼을 진행했습니다.

이재영 매니저

디캠프의 지역 활동은 2018년부터 조금씩 있어왔지만, 재단 10주년이었던 지난 2022년부터 지역 협력을 하나의 별도 사업으로 구성하고 본격 추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디캠프에서 지역협력 사업은 ‘연결’이라는 키워드로 가장 잘 표현되는데,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고, 지역 내의 생태계 관계자를 연결하는 방법을 통해 지역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디캠프의 간판 지역 프로그램인 ‘워크넥트’를 보면 이러한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는데, 프로그램 구성은 아주 간단합니다. 어느 한 지역에서 하루 날을 정해서 그 지역의 창업 생태계 관계자 뿐만 아니라, 그 지역에 관심이 있는 생태계 관계자가 모두 모여, 한 공간에서 같이 근무하는 것입니다. 포맷은 간단하지만, 10월 말 기준, 32회 개최, 1400명 이상이 참석하였고, 투자유치, 협력기업 발굴, 팀원 발굴(C-level) 등 다양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던 담당자들은 다른 지역의 사업에 대해서도 궁금한 점이 많았다. 가령 ‘각자 진행하고 있는 로컬 사업을 어떻게 기획했고, 또 확장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로컬 사업의 특성상 사업 초기에는 한 지역의 인프라 구축 및 플레이어 발굴에 자원을 집중하게 되지만, 문제를 겪고 있는 지역은 여전히 많기 때문에 임팩트 확장을 위한 고민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김원희 선임

사업 지역을 선정하는 것은 로컬 사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입니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기준을 가지고 살펴보게 되는데,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두 가지를 꼽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현지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는가, 두 번째는 해당 지역의 행정이 얼마나 적극적이고 빠른가입니다. 일례로 이번에 저희가 청도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인데, 누군가는 쌩뚱맞게 웬 청도냐고 물어보세요. 로컬 임팩트를 확장할 지역을 찾아보던 중, 저희랑 오랫동안 협업하던 기관이 저희를 청도로 초청해주셨어요. 그리고 가서 보니 행정 주체가 굉장히 적극적이시더라고요. 저희가 하는 프로그램에 다 오셔서 주민들한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먼저 찾아보시고 빠르게 대응을 해주세요. 그리고 리더십 분들이 직접 현장에 오셔서 사업 전반을 꼭 직접 확인하시기도 하고요. 이런 적극성과 결단력은 지역이 빠르게 활성화되는데에 매우 큰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이슬기 디렉터

로컬라이즈 군산 사업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진행된 사업입니다. 모든 사업이 그렇듯, 끝이 있는 프로젝트였고 그러다 보니 기획 초반부터 지속가능성에 대해 면밀한 검토와 설계가 필요했어요.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를 함께했던 SK E&S 측에도 기획 초반부터 말씀을 드렸어요. ‘이건 단기간에 끝내서는 안 된다’, ‘도시재생이라는 것은 1,2년 본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사업을 바라보고 계획해야 한다’ 등의 이야기를 거듭 말씀을 드렸죠. 특히나 군산은 이전에 대기업이 빠져나간 것에 대한 상처가 있으셔서 반발이 더욱 심했어요. 그래서 SK E&S 측에 요청을 드렸어요. 규모있게 진행하는 공식 프로젝트, 창업팀한테 직접적으로 지원을 하는 것은 3년으로 기한을 두되, 해마다 모일 수 있는 행사를 계속 지원해달라고요. 그래서 행사 종료 후에도 로컬라이즈 군산 페스티벌을 꾸준히 열고 있고, 올해도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총 26개팀을 뽑았고, 사업이 종료된 현재 13개 팀이 군산에 정착했습니다. 절대적인 수는 적어보일 수 있지만 비율로보면 결코 적지 않은 수치인데, 로컬라이즈 군산 자체가 긴 호흡으로, 장기적인 지역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사업이다보니 이 지속적인 관계 맺음과 정착이 굉장히 중요한 성과라는 생각이 들어요. 

함께 만나니 유독 반가운 공통점을 가진 담당자들도 있었다. 바로 로컬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사업 기반 지역에 정착해 살고 있는 우아영 매니저, 그리고 이슬기 디렉터였다. 삶의 터전을 옮겨 살아가고 있는 담당자들은 어떻게 지역에 정착하고 또 적응하며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우아영 매니저

사실 삶의 터전을 옮긴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걱정해주시기도 했는데 저는 사실 서울에 가까이 산다고 매일 그 인프라를 누리는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주하고 나서도 뭔가 상실감 같은 것도 없었고 그냥 집 안에서 사부작사부작 뭔가를 하는 게 늘 바쁘니까 그게 내 삶이다 생각을 하고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오히려 대표님들이 고민이 많으신 것을 보고 저도 덩달아 고민을 하게 되는 순간이 생기는 것 같아요. 대표님들의 경우, 본인은 괜찮은데 직원들하고 같이 내려가자고 하면은 젊은 직원들이 ‘지역에 할 게 아무것도 없는데’ 막 이런 말을 많이 한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먼저 정착해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뭔가 누릴 수 있는 선택지들을 드려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 적도 있었어요. 근데 그게 또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다보니 어려워요. 어떤 사람은 만나서 얘기하는 걸 좋아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그냥 개인적으로 그냥 차분하게 뭔가 내가 혼자 하는 걸 즐길 수도 있는데 그런 선택지나 자리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다는 게 유의미할까 하는 생각이 들고 로컬에 정착하고 적응하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자연스레 만들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제 1년이 되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사업 안정화 외에도 이런 디테일한 고민들이 생겨나고 또 마구 섞이는 그런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슬기 디렉터

군산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은 5년차, 정착한 건 3년차를 지나고 있어요. 저는 아영 매니저님이랑 비슷한데, 조용하고 고요한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어요. 오히려 여기저기 이동하고 돌아다니는 걸 귀찮아하는 성격이기도 했고요. 이 얘기를 하다보니 저 뿐만 아니라 군산에 함께 정착했던 대표님들이 생각이 납니다. 창업팀들이 군산에 처음 왔을 때, 저희가 3~4개월 정도 숙소도 제공하고 커뮤니티 활동도 열심히 하고 그러니까 굉장히 빠르게, 밀도있게 친해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대부분 예비 창업가로 오셔서 갈 곳 없이 이곳에 갇혀서 계속 사업고민하고 서로 토론하고, 그런 거거든요. 게스트하우스가 마냥 편하지만도 않았을 것이고, 아쉽고 답답한 점도 있으셨겠지만 이때의 경험, 부대낌이 바탕이 되어서 그런지 함께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내고 제안하고 그런 것에 거리낌이 없어요. 예를 들면 지역은 아무래도 취미 동호회, 커뮤니티 이런 게 수도권에 비해 부족한데, 그러면 이제 그냥 ‘우리가 만들까?’이런 생각으로 시도를 하는 거에요. 내가 무슨 커뮤니티, 무슨 취미활동을 하고 싶은데 기반이 없다 그러면 정착 초기에는 그냥 아쉬워하고 포기하거든요. 근데 정착하고 시간이 좀 지나니까 새로운 걸 만들어낸다는 거에요. 그러다보면 늘 보던 분들 사이로 새로운 분들이 또 찾아오고, 인연을 맺고 이런 접점이 계속 생기는 거죠. 제가 정착하지 않았더라면 보지 못 했을 디테일한 변화에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조금 더 구체적인 질문들도 함께 떠올랐다. 사업을 추진할 때 ‘지역의 정체성 강화’와 ‘기업의 확장 및 성장성’ 중 어디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것 또한 장기 비전을 그려야하는 담당자 입장에서 충분히 고민이 될 수 있는 사안이기에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업의 특성 혹은 지역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라는 답변이 우세했다. 가령 상대적으로 창업 플레이어가 많고 관광자본 등 인구 유입의 요소가 많은 지역은 정체성 강화에 집중할 수 있는 반면, 창업 생태계 자체가 매우 초기단계이거나 관계 인구가 적은 지역의 경우 ‘롤모델이 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 또 빠르게 성장시켜 해당 지역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더욱 유의미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편, 처음 기획 배경을 밝히고 참여 요청 메일을 보냈을 때, 모든 담당자는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로컬 관계자간의 교류, 협력에 그만큼 관심이 많았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로컬 관계자의 커뮤니티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우아영 매니저

교류에 대한 필요성은 항상 느끼는 것 같습니다. STAXX 프로젝트 자체도 협력을 통해 시작하게 되었고 내부적으로도 여러 분야의 세부 프로그램이 협력하면서 운영을 하고 있으니까요. 특히 경북 지역에서는 로컬 사업과 관련한 자원이 한정적이어서 협력을 통해 우리의 파이를 키워나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슬기 디렉터 

로컬에서의 지속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또는 같은 지역이지만 다른 어떤 커뮤니티가 있는지 지속적으로 발굴을 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내실을 다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지역에 새롭게 다가오지만 시간이 흐르면 다시 익숙해질 수 밖에 없는데 새로운 시각을 유지하며 지역을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가지고 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체가 다른 타사업의 경우 직접 만나지 않으면 현장의 이야기를 알기 어려운 점도 있어서 교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미 열심히 교류하고 계신 분들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서로의 지역에 워케이션차 방문해볼 수도 있고, 관계 기업과 필드 트립을 가는 등의 교류도 더욱 확장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교류와 협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올해 다양한 지역을 누비며 ‘연결’의 키워드를 구체화해 나가고 있는 디캠프의 이야기가 조금 더 궁금해졌다. 특정 지역을 거점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각 지역의 기관을 섭외해 만남의 장을 만들고 또 그 과정에서 얻는 구체적인 교류의 노하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이재영 매니저 ©임팩트스퀘어

이재영 매니저

다른 로컬 사업들은 보통 하나의 지역을 기반으로 거점을 만들어서 활동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디캠프는 결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저희는 연결에 니즈가 있는 분들을 모아내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지금 이 자리에 계신 분들처럼 교류를 희망하는 지역 분들이 정말 많은데 사실 직접 하나하나 물꼬를 트기는 어렵거든요. 디캠프에서 진행하는 ‘워크넥트’라는 사업은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존 지역 사업을 더 밀도높게 만들어보자 해서 기획된 사업이에요. 연결이 되려면 먼저 서로를 알아야하고, 그 다음엔 서로 같이 있는 시간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연결이 일어난다는 전제를 가지고요. 그렇다고 뭔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진행하는 건 하던 일을 놓고 오는 분들께 오히려 부담일 것이라 생각했어요. 부담을 줄이면서 오랜 시간 이 사람들을 연결해둘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하다가 나온 게 ‘그냥 같이 일하자’라는 아이디어 였습니다. 그래서 어떤 지역을 선정하면 참여자들이 그냥 아침부터 저녁까지 같이 업무를 해요. 그러다보면 평소라면 만날 일이 없었던 사람들이 서로의 관계 인구가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 과정에서 방문할 지역을 찾기 위해 로컬 담당자분들과 계속해서 관계를 만들어나가고 또 다시 연결 지점을 고민하고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로컬 담당자를 위한 커뮤니티, 연결을 키워드로 하면 또 디캠프가 재밌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인터뷰 초반의 어색했던 분위기가 무색하게 이야기는 계속해서 쉼없이 이어졌다. 이번 만남이 다시금 새로운 협력의 물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계속해서 확장되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과는 다른, 새로운 시너지 창출과 협력에 대한 이야기도 점점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김원희 선임

저는 사실 로컬 사업 담당자분들을 만나면 KPI를 어떻게 설정하고 계시는 지 물어보고 싶었어요. 로컬 사업은 특성상 너무나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그에 대한 성과를 어떻게 보여주어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일까 그런 고민이 있어요. 가끔은 단순히 숫자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어떻게 해야 그런 성과들도 놓치지 않고 보여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있는거죠. 어쩔 수 없는 지점이 있겠지만 정부나 지자체에서 말하는, 눈에 보이는 KPI는 하드웨어나 인구 수 같은 것 밖에 없어요. 쉽지 않은 고민이겠지만, 어떻게 하면 로컬 사업의 실제적 효과를 하드웨어나 인구수 외의 기준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실제로 사업을 추진하시는 담당자분들과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요. 그러다가 밀도가 더해지면 정말 지역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실무자들이 새로운 기준, 지표를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슬기 디렉터

군산도 3년 간 프로젝트를 했지만, 사실 처음에 26개 기업을 뽑고 그 숫자 그대로 계속 육성을 했기 때문에 숫자로 성과를 말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렇다고 당장에 직원수가 드라마틱하게 느는 것도 한계가 있었고요. 그러다보니 하다못해 우리가 군산에 정착해서 밥을 먹기만 해도 경제효과가 꽤 있었을 것이다, 혹은 우리를 통해 들어온 사람들, 관광인구가 어느정도 왔다고 했을 때 추산할 수 있는 경제효과가 이만큼이다 이런 계산을 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느끼거든요. 정말 동네에 활력이 생겼고, 이전에는 없었던 퀄리티있는 커뮤니티, 상호작용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이걸 수치적 성과만으로 보여주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더라고요.


지속적인 만남과 대화를 위한 이야기도 더해졌다. 

우아영 매니저

저는 오늘 미팅만으로도 정말 많은 노하우를 얻었어요. (아티클에 실릴 지는 모르겠지만) 지역 사람들을 모으려면 사거리에 현수막을 거는 게 최고라는 정보도 그렇고, 지역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방법도 그렇고요. 그래서 자주 모이지는 못하더라도 계속해서 연결되어 있는 뭔가의 접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단톡방이어도 좋고, 오픈채팅이어도 좋을 것 같아요. 

김원희 선임

예를 들면 노션같은 곳에 공동의 캘린더를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지역 행사 일정 같은 걸 공유해서 적어도 같은 지역이나 인접한 지역은 같은 날 행사하는 건 피한다든지, 서로 방문해보면 좋을 행사에 초청한다든지 그런 노하우와 소식을 공유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이슬기 디렉터

사실 로컬라이즈 군산은 선진지라는 이유로 아직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고 계세요. 그런데 사실 민망할 때가 더 많고요.(웃음) 만약 좀 더 앞서서 고민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사업이 종료된 뒤, 지속가능하게 지역 활성화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방식, 방향성에 대한 실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저도 다른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고, 그때에 이런 느슨한 모임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쉬운 헤어짐을 앞두고 다시 한 번 남긴 단체사진 ©임팩트스퀘어

정말이지, 로컬은 이어진다.

이번 인터뷰는 로컬에서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더 많은 관계자들을 모시지 못 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기도 하는 자리였다. 그래서 준비했다. 비록 오늘 다 모이지는 못 했지만 협력하고자 하는 로컬 임팩트 관계자분들이 함께 이야기나눌 수 있는 오픈 채팅방, 이름하여 ‘로컬 임팩트를 위한 연결의 방’이다. 이는 이번 그룹 인터뷰에 참여한 담당자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관계자들 간의 연결점을 찾아보고자 만든 작은 채팅방이다. 참여를 희망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아래 링크에 접속한 뒤 ‘local42’ 코드를 입력해주시길 바란다. 딱히 자격 조건은 없다. 어떤 연결은 아주 작은 시도로도 언제든 시작될 수 있다는 믿음만 있다면 충분하다. 

  • 오픈채팅방 입장(링크)

  • 입장 코드 : local42

글, 사진 : 임팩트스퀘어 김소선 책임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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