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주커버그의 여친과 스티브 잡스의 부인이 찾은 그녀, 로라 아릴라가 안드레센
2012. 2. 20. 21:24
실리콘 밸리의 자선 전문가 ,로라 (출처 : http://goo.gl/mHtMz)
스마트한 자선활동을 주장하는 실리콘밸리의 기부전문가, 로라
연말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익숙한 뉴스가 있습니다. 김밥 할머니가 어느 대학에 평생 모으신 얼마를 기부했다더라, 무슨 기업이 얼마의 성금을 어디에 냈다더라 등의 소식이지요. 아나운서와 정치인들이 옷섶에 사랑의 열매 같은 뱃지를 달기 시작하고, 거리에 댕그렁댕그렁 구세군의 종소리가 울리면 우리는 한 해의 마감을 실감하죠.
그런데 잠깐 생각해 볼까요. 우리는 어쩌면 기부라는 행위를 연말연시즈음의 특별한 행사로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또한 돈 이외의 수단으로 기부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금을 내는 것을 자선활동#(philanthropy)의 유일한 방법으로 알고 있는 건 아닐까요. 임팩트스퀘어는 오늘 이러한 질문에 명쾌한 답을 줄수 있는 멋진 여성을 한명 소개합니다. 바로 전통적인 자선활동을 벗어나 더욱 스마트한 자선활동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실리콘 밸리의 '큰손'들에게 전파하고 있는 로라 아릴라가-안드레센Laura Arrillaga-Andreessen이 그 주인공입니다.
실리콘 밸리의 프린세스, 자선가로 태어나다
로라는 현재 실리콘 밸리의 자선 영역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며 이 분야에서 대단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Silicon Valley Social Venture Fund(SV2)의 설립자이자,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에서 11년째 전략적 자선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탠포드 대학교 내에 The Center on Philanthropy and Civil Society라는 조직을 직접 설립하여 자선 활동과 학문적 연구가 상호 교류를 나눌 수 있도록 기여하고 있지요.
그녀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그녀의 가족이 누구인지 잠깐 살펴보고 넘어갈까요. 그녀의 남편인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은 넷스케이프(Netscape)의 공동설립자이며, 아버지는 오늘날의 실리콘밸리라는 지역을 있게 한 전설적인 부동산 개발업자인 존 아릴라가John Arrillaga입니다. 이는 그녀의 가족이 손꼽히는 억만장자라는 사실 뿐만 아니라 그녀가 실리콘 밸리에서 엄청난 부를 거둔 많은 기업가들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좋은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요.
부유한 가정 환경에서 태어난 로라는 어린 시절 암으로 인한 어머니의 죽음을 경험한 후, 자신이 갖고 있는 영향력을 자선 영역에 헌신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하는데요. 그녀는 우선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자선은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후 은퇴한 사람들이 유명한 단체에 재산을 기부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제는 자선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정의하고 그 범위를 확장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녀는 자선가를 돈을 기부하는 사람들에만 한정시키지 않습니다. 로라는 누구나 언제든지 자신이 갖고 있는 금전적 자원, 시간, 전문성, 아이디어 등 다양한 것을 나누는 것이 자선 활동이며 이러한 사람들이 바로 자선가라고 정의합니다.
로라의 남편, 마크 안드레센이 누구냐고? 그는 사실상 최초의 웹브라우저인 모자이크를 대학시절에 만들고, 넷스케이프를 공동 설립한 실리콘 밸리의 레전드 오브 전설이다. 현재 그는 Ning.com의 공동창업자이고, Facebook의 이사진(Board Member)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출처 : http://goo.gl/WVpjF)
자선활동도 비즈니스처럼
로라가 가지고 있는 부, 탄탄한 인맥보다 로라를 가장 특별하게 만드는 점은 바로 자선 영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그녀의 노력이 실리콘 밸리 내 많은 잠재적 자선가들에게 새롭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불러 일으키며 그들을 설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녀는 자선 활동도 비즈니스처럼 해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자선 활동과 비즈니스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90년대 말 이후 IT업계의 발전과 함께 나타난 실리콘 밸리의 부자들, 특히 20대의 젊은 나이에 엄청난 성공을 거둔 새로운 세대들이 등장하면서, 이들이 기업가로서 가지고 있는 전문성과 많은 돈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전통적인 자선 방식 만으로는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비영리 단체에 돈을 몇억씩 기부 하는 것은 자신의 돈이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이들의 질문에 답을 주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그러한 자선 활동이 실제로 사회에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았죠. 그래서 로라는 바로 자선 영역에도 비즈니스적인 관점과 방법을 도입하여야 하며, 실리콘 밸리의 똑똑한 사업가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들을 설득하여야 하고 '선한 마음' 뿐만 아니라 '똑똑하고 효과적인 실행 방법'을 겸비한 사회 공헌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실제로 로라는 페이스북의 설립자인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와 그의 여자 친구인 프리실라 챈Priscilla Chan이 2011년 Newark 지역의 공립 학교에 1억달러를 기부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들의 계획과 전략에 자문을 주었죠. 로라와 일한 후 프리실라는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는 가운데 성공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데 적극적인” 그녀의 접근 방법이 마치 “엔지니어의 접근 방법과도 같아 자신과 마크 모두가 공감할 수 있었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지요.# 로라는 주커버그 커플에 이어 페이스북의 또 다른 설립자인 더스틴 모스코비츠Dustin Moskovitz와 여자친구 캐리 튜나Cari Tuna 커플이 현재 설립을 준비중인 재단의 운영 계획에도 자문을 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그녀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부인인 로렌 파웰 잡스Laurene Powell Jobs와도 절친한 친구 사이로, 남편의 병간호라는 짐을 덜게 된 로렌이 향후 본격적인 자선활동을 시작한다면 그녀에게 많은 조언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선활동의 진화된 패러다임, Giving 2.0
로라의 저서 Giving 2.0 (출처 : http://vimeo.com/29981852 영상 캡처)
로라는 이러한 자신의 아이디어와 활동을 포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Giving 2.0 을 제안합니다. 변화한 시대의 흐름에 걸맞게 자선 분야 또한 진화해야한다는 의미이지요. (로라가 집필한 Giving 2.0이라는 제목의 책 또한 작년 가을 미국에서 출간되었습니다.) 2000년도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던 로라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키기 위해 직접 설립한 SV2 에서 그녀는 실리콘 밸리의 벤처 캐피탈 회사들이 활용하는 전략과 평가 모델을 자선 활동 섹터에 직접 적용하여 더욱 효과적인 사회공헌 활동이 가능한지 실험하고 있습니다. SV2는 다양한 금액의 후원금을 개인들로부터 기부받아 일종의 풀pool을 형성하고, 영리적 목적의 투자처럼 투명하고 효율적인 과정을 거쳐 이를 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파트너를 선별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요. 일종의 사회적 투자 펀드social investment fund이자 협력적 기부collaborative giving 모델이지요. 설립한 후 13년 동안 SV2는 175명의 후원자들을 모아 35개의 초기 비영리 조직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3백만달러를 후원했는데, 이 35개의 조직은 단순 프로그램 지원이 아니라 데이터 개발, 모금활동을 위한 직원 교육, 활동 평가 작업 등 조직 성장에 필수적인 부분에 대한 지원을 받았습니다. 즉, 좀더 스마트한 조직으로 거듭나는데 SV2가 밑바탕이 되어준 것이지요.
실리콘 밸리, 21세기 자선활동의 요람으로 진화하다
로라가 활동하는 무대 실리콘 밸리. 위성사진만 봐도 심장이 터질 것 같지 않은가? (출처 : 구글 지도)
로라처럼 자선활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실리콘 밸리에 점차 늘어나면서 비영리 조직, 재단 등 기존 자선 영역의 중심이 뉴욕에서 캘리포니아로 점차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기존에 잘 알려진 IT 거물들의 자선활동, 즉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Bill Gates, 인텔의 고든 무어Gordon Moore, 휴렛-패커드의 빌 휴렛Hewlett과 데이빗David Packard 패커드가 택한 대형 재단 설립이라는 전통적인 자선활동과는 차별성을 가진 실리콘 밸리의 창의성과 혁신을 반영한 새로운 방법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자면, eBay의 설립자 제프 스콜Jeff Skoll과 피에르 오미드야르Pierre Omidyar가 각각 세운 Skoll Foundation과 Omidyar Network는 단순 기부 대신 투자의 개념으로 자선 활동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또한 eBay Foundation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주식 공모 방식을 통해 재단을 설립했고요. 이뿐만 아니라 Salesforce.com Foundation은 학교와 비영리 조직을 대상으로 할인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재단 운영비를 얻고 있으며, 소셜게임업체인 Zynga는 게임 속 가상 상품의 판매에서 얻은 수익 중 천만달러를 비영리 조직들에게 기부했습니다.
심지어 Groupon에서는 G-Team라는 조직과 함께 쿠폰 판매와 동일한 방법으로 후원금이나 자원 봉사자들을 모집하는 채널을 비영리 조직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아마 태어나기 어려웠을 신선한 아이디어를 실리콘 밸리의 자선 영역에서 실험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제는 자선도 스마트해져야 할 때
앞에서 열거한 실리콘 밸리의 새로운 인물들과 그들의 활동을 우리는 어떻게 부를 수 있을까요? 이들은 전통적 자선 활동 대신 비즈니스적인 방법을 적극 취하는 가운데 자신들의 활동에서 얼마나 사회적 임팩트가 발생했는지 꼼꼼히 따진다는 점에서 기존의 '자선가'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고, 활동목적이 수익 대신 사회적 임팩트 창출에 맞추어져 있다는 점에서 ‘사업가’ 또한 정확한 표현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보다 자선가(philanthropist)와 사업가(entrepreneur)를 합친 자선사업가(Philanthropreneur)라는 새로운 호칭이 이들에게 더 적합하지 않을까요?
돈, 시간, 아이디어, 네트워크...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사회에 내어줄 수 있는 사람들은 분명히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를 더욱 스마트하게 만들어주는 새로운 기술과 디바이스들 또한 매일 세상에 태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빈곤, 교육, 환경, 의료 등과 같이 오랜 사회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을까요. 이번 포스트에서 소개한 로라의 Giving 2.0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그리고 젊은 기업가들의 참신한 자선 활동은 모두 변화하는 오늘날의 외부 환경에 발맞추어 자선 영역 또한 새롭게 진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계속 쌓여가는 사회문제와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자선가와 자선사업가들. 이 양쪽을 잇는 멋진 다리의 역할을 실리콘 밸리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모델이 하고 있는 것이지요. 스마트해진 세상에 걸맞는 패러다임을 제시한 21세기형 자선가 로라와 그녀의 동료들, 그리고 그녀가 활동하고 있는 실리콘 밸리로부터 시작될 변화들을 앞으로 기대해봅니다.
작성자 : ISQ 박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