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품는 기술과 자본의 만남 : GE와 Embrace의 파트너십 살펴보기

2014. 1. 20. 16:31

이 글은 임팩트스퀘어가 지속가능경영포털에 기고한 [공유가치 케이스.08]_생명을 품는 기술과 자본의 만남을 옮긴 것입니다. 원문 PDF 파일은 지속가능경영포털 CSV 게시판에서 에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지난 11월, CSV의 창시자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가 직접 설립한 컨설팅 전문기관 FSG에서는 Harvard Business Review에 “Innovating for Shared Value”라는 아티클을 게재하며 사회혁신에 성공한 기업들이 갖추고 있는 5가지 요소에 대해 다룬 바 있습니다. 여기에서 FSG는 CSV를 성공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기업 서른 곳 이상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도출된 (1) 사회적 목적 내포(Embedding a Social Purpose), (2) 사회적 욕구 정의(Defining the Social Need), (3) 공유 가치 측정(Measuring Shared Value), (4) 최적의 혁신구조 구축(Creating the Optimal Innovation Structure), (5)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협업(Co-Creating with External Stakeholders) 등의 5가지 요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도 (4) 최적의 혁신구조 구축 파트에서는 공유 가치 이니셔티브를 통해 사회혁신에 접근하고자 하는 기업가가 선택할 수 있는 혁신구조 구축 방법을 4가지로 분류하여 제시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분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 Integrate with a legacy business

  • Creat a Semiautonomous unit

  • Obtain philanthropic or goverment support

  • Finance external entrepreneurs

본 케이스에서 살펴볼 GE와 Embrace의 사례는 바로 위에 제시된 혁신구조 구축방법 중 하나인 ‘외부 기업가로부터의 자원 조달(Finance external entrepreneurs)’에 해당하는 모델로 평가해볼 수 있습니다. 미국을 넘어 전세계를 무대로 하는 굴지의 대기업 GE와 스탠포드 대학교 디자인 스쿨에서 시작된 사회적기업 Embrace는, 전기가 없어도 사용할 수 있는 저가형 인큐베이터를 개발함으로써 전기 공급이 부족한 저개발 국가에서의 저체온증으로 인한 영유아 사망률을 감소시키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렇다면 GE와 Embrace가 어떠한 방식으로 최적의 혁신구조를 구축하여 공유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혁신에 기여할 수 있었는지, 지금부터 보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스탠포드대학교 디자인 스쿨(Stanford University’s Institute of Design) 대학원 과정 중에는 “Design for Extreme Affordability”라는 수업이 있습니다. 이 수업은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디자인을 통해 세계 빈곤층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첫 개강 이후 약 10여년 간 14개 국가에서 80여 개에 이르는 프로젝트를 통해 임팩트를 창출하고 있는 이 수업은 현재까지 300여 명이 넘는 뛰어난 수강생을 배출해냈는데, 바로 본 케이스의 주인공인 Embrace의 공동창업자 Jane ChenLinus Liang, Rahul Panicker, Naganand Murty이 그 중 하나였습니다.

Jane Chen과 그의 팀의 초기 목표는 네팔과 같은 개발도상국의 병원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저가형 인큐베이터를 디자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인큐베이터의 가장 주요한 목적은 조산아가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인데, 이는 조산아의 경우 체온을 유지할 만큼의 지방을 가지고 있지 않아 그대로 방치되었을 시에는 저체온증으로 인해 장기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여러 질병에 걸리게 될 확률이 높고, 지능에 손상을 입거나 사망에 이르기까지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Chen과 그의 팀은 조사를 통해 현재 전세계에서 매년 2천만명의 조산아가 태어나고 있고 그 중 4백만명이 한달 이내에 저체온증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이들 중 대다수가 개발도상국에 있어 2만 달러에 달하는 기존의 고가형 인큐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있음을 알게되었고, 곧 저가형 인큐베이터 개발 프로젝트, Embrace에 착수하였습니다.

그림 1. 인큐베이터를 통한 보호가 필요한 조산아

이후 2쿼터 간 운영되는 수업 중간의 방학을 이용하여 직접 네팔 등지로 조사를 떠난 그들은, 저가형 인큐베이터가 필요한 것은 병원 뿐만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발견하게 됩니다. 도시의 병원과 시골 마을의 진료소는 물론이고, 병원이 아닌 가정에서 출산을 하는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현지 문화 상 저가형 인큐베이터는 일반 가정의 산모와 산파에게 오히려 절실하게 필요한 제품이었던 것입니다. 갓 태어난 조산아의 체온유지를 위해 현지의 산모들은 아이를 온수병으로 감싸두거나, 전구 아래 놓아두는 등의 임시방편에 전전하고 있었는데, 이는 효과가 없을 뿐더러 위험하기까지 한 방법이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이들이 인도에서 만난 Sevitha라는 한 여성은 인큐베이터가 있는 도시의 병원까지 가는데 4시간이나 걸리는 시골에 살고 있었는데, 그녀는 아이를 도시까지 안전하게 데리고 갈 방도가 없어 결국 자식을 잃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이들에게 전해주었습니다.

Sevitha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Embrace Co-founder인 Jane Chen의 TED 강연 "A Warm Embrace That Saves Lives"

이에 따라 Embrace 팀은 아무리 좋은 인큐베이터를 만든다 한들 그것이 병원 안에만 설치된다면 결코 수많은 조산아들의 생명을 구하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없음을 깨닫고, 휴대와 살균이 용이하며 전기가 필요없고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면서도 저렴한 인큐베이터를 개발하기로 결심합니다. Sevitha와 같은 실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이들을 이해하려고 애쓰며, 기존 제품으로 인한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한 Embrace 팀의 이와 같은 노력은, 마침내 수업이 끝날 때쯤 가히 혁신적이라 할 만한 결실을 맺게 됩니다.

인큐베이터의 혁신

Embrace의 인큐베이터는 아기용 침낭 같은 모양으로, 언뜻 보기에도 기존의 인큐베이터를 전혀 떠올릴 수 없는 외양을 갖추고 있습니다. 제품은 침낭(Sleeping bag), 상변화물질 주머니(PCM Pouch), 충전기(Heater)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서 상변화물질 주머니에 들어 있는 상변화물질(Phase-Change Material)은 왁스 같은 물체로써 사람의 체온인 섭씨 37도가 녹는 점이여서 상온에서는 고체 상태로 있다가 뜨거운 물을 부어 녹이면 4~6시간 동안 전기 없이도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라면 충전기를 사용해서 데우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데워진 상변화물질 주머니를 침낭 속 주머니에 넣어두면 아주 간단하게 조산아를 위한 따뜻하고 아늑한 환경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그림 2. Embrace의 저가형 인큐베이터 제품

이와 같이 조산아를 저체온증으로부터 쉽고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Embrace 인큐베이터의 침낭과 상변화물질 주머니는 이음매가 없고 방수처리가 되어 있어 끓는 물에 몇 분만 넣어두는 것으로 간편하게 살균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가벼운 침낭 형태이기 때문에 신생아에게 산모가 보다 밀착된 접촉과 케어를 할 수 있으며, 휴대가 가능하여 아이를 시골에서 도시의 큰 병원까지 데려가는 등의 장시간 이동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더 놀라운 점은,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놀라운 효과를 가진 제품이 기존의 인큐베이터 가격의 단 1% 수준인 200달러 밖에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혁신”이라는 단어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을만큼 놀라운 Embrace의 성과는 Time Magazine, Wall Street Journal, Boing Boing, London Times, Oprah’s O Magazine, National Geographic, TED 등의 숱한 미디어에서 소개되었음은 물론, 2008년 당해 Echoing Green Competition에서 지원비 확보, 2007-2008 Business Association of Stanford Entrepreneurial Students Social E-Challenge Competition에서 대상(Grand Prize) 수상, 인류를 위한 기술(Technology Benefiting Humanity) 개발사례를 시상하는 The Tech Awards 2012에서 Nokia Health Award 수상, 2013 BAFTA(British Academy of Film and Television Arts) 시상식에서 Economist로부터 ‘Innovation Award’ 수상 등의 화려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러한 뜨거운 관심에 힘입어 Embrace는 2011년 인도에서의 제품 판매를 시작으로 하여 지금까지 3개 대륙 11개 국가에서 22개의 Embrace Program을 런칭하며 10만 명이 넘는 조산아들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임팩트를 창출하는 혁신 구조를 최적화하는 법

Embrace의 성공은 물론 일차적으로는 제품 자체의 혁신성에 기인한다 할 수 있겠지만, 제품의 혁신성만으로는 시장 접근으로 이어지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즉, Embrace의 탁월한 제품이 보다 널리 이용되며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또 다른 기여자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바로 케이스를 본격적으로 설명하기에 앞서 언급하였던, 최적의 혁신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 중 하나인 “외부 기업가로부터의 자원 조달(Finance external entrepreneurs)”라 할 수 있습니다. 세계 각지, 특히 Embrace 팀의 근거지인 미국보다는 개발도상국에 주로 분포하고 있는 저체온증의 위험에 노출된 조산아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는, 보건사업 분야에서의 전문성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이 위치한 국가에 제품을 직접 공급할 수 있는 시장 접근과 규모 분배의 역량(Global reach)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Embrace 팀은 이 부분에 있어 비영리단체를 비롯한 여러 단체와 협력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최적인 파트너십의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GE Healthcare와의 협력이었습니다. 과연 Embrace와 GE Healthcare의 협력은 어떠한 배경에서 이루어졌으며, 어떻게 최적의 혁신구조를 구축함으로써 보다 나은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었을까요?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선 GE Healthcare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GE healthcare는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전기종합회사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의 자회사인 GE Technology Infrastructure에 속한 의료기기 전문기업으로, 의료기기를 비롯한 의료영상/정보, 진단, 환자모니터링 시스템, 신약개발, 의료성과개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GE Healthcare는 혁신적 의료기술과 서비스 제공을 넘어 헬스케어 분야가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로 나아가기 위한 각종 파트너십 활동 등 여러 방면으로 사업범위를 확장하고 있는데, 이들이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써 2009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Healthymagination” 프로젝트입니다.

그림 3. Healthymagination의 사업영역

Healthymagination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60억 달러 투자 및 100개의 새로운 저가형 제품 개발 등을 통해 15% 수준의 헬스케어 비용절감과 접근향상 및 품질제고 등을 달성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높은 품질의 의료서비스를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라고 소개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Healthymagination의 다양한 활동 중 UN의 MDG(Millenium Development Goals, 새천년개발목표보고서) 중 네번째 항목인 “2015년까지 5세 미만 아동의 사망률을 ⅔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것”과 관련하여 인도의 높은 영유아 사망률을 감소시키기 위한 연구개발 활동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매 시간 114명의 아기들이 죽어가는 인도의 높은 영유아 사망률의 원인이,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은 인큐베이터 부족에 크게 기인하고 있음에 착안한 GE Healthcare의 R&D 기술자들은 그들이 판매하고 있던 기존의 인큐베이터 라인인 “Lullaby Incubator Product Line”의 제품 개선 작업에 수개월을 투자하여, 마침내 2천 달러 가격의 인큐베이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러나 자사 측에서는 나름대로 극적인 성과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가격은 인도 현지의 병원이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인데다가 전기 공급이 필수적이라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난관에 봉착해 있던 GE가 발견하게 된 것이, 바로 200달러라는 믿을 수 없는 가격의 인큐베이터를 개발하는데 성공한 Embrace 팀이었습니다.

자본과 만난 기술, 잠재력을 현실로

Design for Extreme Affordability 수업이 끝난 후 멤버를 보강하고 비즈니스 플랜을 재정비하여 자금 조달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던 Embrace 팀 역시, “저가형 인큐베이터에 대한 욕구가 있고 그것이 수치로 입증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제품에 대한 수요와 이를 통한 시장 접근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었습니다. Embrace 팀은 1500여 개의 신청기업 중 20개의 소셜벤처에게만 주어지는 Echoing Green Fellowship으로부터 지원금을 확보하고 여러 미디어로부터의 관심을 끄는 등 몇몇 작은 성공을 이어가고 있었만, 여전히 소규모 신생 단체라는 이유로 시장 접근과 규모 분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림 4. 수많은 조산아의 생명을 구한 GE&Embrace의 협력

이러한 상황에서 GE Healthcare와 조우하게 된 Embrace 팀은 양측의 협력을 통해 보건사업 분야에서의 전문성과 시장 접근 및 규모 분배를 위한 역량을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GE Healthcare의 기존 공급망을 활용하여 판로 개척과 제품 유통의 문제를 해결하고, 성능을 개선하여 시장 접근성을 높인 제품을 추가적으로 공동개발함으로써, Embrace는 자신들의 기술 혁신이 가진 임팩트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입니다. 한편 GE Healthcare 역시 보다 높은 질의 헬스케어를 보다 접근이 용이하고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됨으로써 영유아 사망률을 줄이고 지역에의 접근성을 높이는 자신들의 미션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을 얻었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서 알 수 있듯이, 공유가치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최적화된 혁신구조를 구축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적절하고 긴밀하게 짜여진 혁신 구조가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그 혁신이 창출해내는 임팩트가 극대화될 수 있으며, 반대로 탄탄한 구조를 이루지 못한 혁신은 그 잠재력을 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최적의 혁신구조를 구축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도, 본 케이스의 Embrace와 GE의 사례는 외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공유가치 이니셔티브를 통해 임팩트 창출을 극대화하는 혁신구조 구축의 성공적인 예로 평가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작성자 : ISQ 백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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