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s "social problem"? : 공유가치창출 논의에서 "사회 문제(social problems)"에 대해 생각해보기
2013. 12. 30. 11:37
이 글은 임팩트스퀘어가 지속가능경영포털에 기고한 [공유가치 포커스.08_What is "Social Problem"?]를 옮긴 것입니다. 원문 PDF 파일은 지속가능경영포털 CSV 게시판에서 에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사회 문제에 대한 이해부터 필요
임팩트스퀘어 블로그에서 여러번 소개한 공유가치를 짧게 요약하자면, 기업이 사회적 가치의 증진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경영 전략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여기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은 바로 ‘사회적 가치(social value)’의 증진인데 최근 한국 사회에서 공유가치를 둘러싸고 자의적인 해석이 늘어나는 상황은 공유가치창출에서 지칭하는 ‘사회적 가치 증진’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주관적으로 해석하면서 일정 부분 비롯되었다고 판단된다. 2011년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나온 Creating Shared Value 아티클에서 저자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는 공유가치에서 얘기하는 사회적 가치는 ‘사회 문제(social problems)’에 개입함으로서만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업이 ‘사회에서 창출하는 가치’와 ‘공유가치의 사회적 가치’는 달라
사실상 공유가치를 추구하지 않는 기업이라도, 모든 기업은 사회 안에서 각자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쉬운 예를 들어, 의류를 제조하는 기업은 사람들이 춥거나 더운 날씨에도 체온을 적당히 유지하며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우며, 패션으로 자신의 개성과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렇게 단순한 옷가지를 만드는 기업 역시 사회 안에서 분명 그 기능을 하며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기에, 소비자들은 가격을 지불하고 물건을 구매하며 이러한 기초적인 원리로 시장이라는 생태계가 형성된다.
일반 기업이 비즈니스 활동을 통해 사회에서 효용을 만들어낸다는 점은, 종종 ‘사회 문제’를 통해서(through)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어내는 공유가치전략과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만드는 오해를 낳기도 하였다. 즉 기업이 일반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사회적 가치’라고 통상적으로 지칭할 수 있는 여지를 낳아, 공유가치전략을 통해 만들어지는 ‘사회적 가치’와의 구분을 흐릿하게 만들어버리며 공유가치가 무엇인지 저마다의 기준대로 주관적으로 각주를 달아 본래의 개념이 의도한 범위를 넘어서 지칭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기업과 사회가 함께 추구한다는 일반적인 수준에서 공유가치를 사용하거나, 상생과 동등한 의미로 활용되는 등 새로운 개념이 가지는 효용성을 잃어버리는 우려를 낳기까지 하고 있다.
쉬운 예를 통해 공유가치창출은 사회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는 성립될 수 없음을 알아보자. 공유가치의 대표적인 선두주자로 인정받고 있는 네슬레는 인도에서 빈혈증을 치료할 수 있는 영양소가 들어간 향신료 제품을 개발하여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공유가치를 창출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렇다면 네슬레가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제품을 내놓는다면 똑같이 공유가치를 창출했다고 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견해로 본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오’이다.
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인도에서는 공유가치이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인도와 한국사회에서 정의하는 ‘사회 문제’의 차이에 있다. 네슬레는 인도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영양소 부족의 문제를 해결하였지만, 한국에서는 영양소 부족으로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아동, 여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네슬레가 같은 제품을 출시한다고 해도 이것은 ‘건강에 좋은 제품’이 될 수는 있어도 그 문제가 한국의 사회문제와 연관성을 갖지 않는 한 공유가치창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즉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것과 공유가치의 ‘사회적 가치’ 창출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사회 문제’란?
그렇다면, 공유가치창출을 위해 필수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사회 문제’라는 것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주로 사회학에서 다루고 있는 ‘사회문제론’에서는 사회 문제가 주관적 요소와 객관적 요소로 구성된다고 설명한다. ‘객관적’ 요소는 사회 구성원들의 구체적 삶에서, 혹은 미디어를 통해서 실제로 존재한다고 인지된 사회적 조건(conditions)을 가리킨다. 쉽게 말해서 사회 문제라고 지칭할 수 있는 ‘현상’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사회 문제를 구성하는 ‘주관적’ 요소는 이러한 사회적 조건이 사회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 그리고 이것이 해결 가능하다는 신념 체계(belief)이다. 즉, 특정한 사회적 조건이 존재하는 것을 넘어서서, 이것이 사회에서 합의하는 수준에서 ‘해로운 영향이나 위험’을 미쳐야 한다는 점은 무엇을 사회에 해롭다고 판단할 것인지 합의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주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시대에 따라서 사회 문제를 판단하는 기준이 변화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역동성을 가지기도 한다. 또한 변화시킬 수 있는 조건에 대해서만 사회 문제로 정의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데, 이는 곧 사회에 위험을 가하고 있지만 그것이 변화시킬 수 없는 범위에 있다면 사회 문제라고 지칭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도시화, 세계화와 같은 현상은 우리 사회에 편의를 제공하는 동시에 분명 부작용도 양산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건들이 굳이 ‘사회 문제’로 정의하지 않고 ‘사회 현상’으로만 지칭하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현상에 대해서 ‘사회 문제’라는 개념을 한정해서, 사회 문제를 정의하는 노력의 효용을 높이기 위함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대신, 특정 사회 문제의 발생 과정을 정교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거시적인 요건들이 물론 충분한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두 가지 구성 요소를 종합하여 사회 문제는 ‘사회에서 구성원들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치며 처방이 필요하다고 인지되는 사회적 조건’이라고 간략하게 정의할 수 있다.
산적해 있는 다양한 사회 이슈/문제들
공유가치와 사회문제
공유가치는 이러한 사회 문제에 개입함으로서 발생하는 가치에서 결국 기업의 경제적 가치도 만들어진다는 접근이기 때문에, 해당 사회에서 무엇이 기업의 가치 창출과 밀접히 연관된 사회 문제인지를 올바르게 파악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사회 문제 안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의 목적(purpose)을 사회 안에서 재정의하고 발견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참고로 네슬레의 회장 Peter Brabeck-Letmathe가 기업의 장기적 전망과 농업 커뮤니티의 성장, 수자원, 소비자 사이에 긴밀한 연결 고리를 다듬어 내며, 기업의 목적을 음식이 아닌 영양과 건강(nutrition & health)로 재정의하기 위해 무려 20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는 점은 공유가치전략이 기업에게 결코 만만하지 않은 과제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앞에서 짧게 설명한 Masala-ae-Magic 사례를 통해 공유가치창출을 위한 사회 문제를 어떻게 발견하고 접근하는지 좀 더 알아보기로 하자. 네슬레의 연구자들은 인도의 영양 상태를 조사한 결과, 인도에서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영양소 결핍 문제를 발견했다. 3세 이하 유아의 70%, 그리고 여성의 57%가 빈혈로 고통받고 있는 사실을 알게된 것이다. 적절한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서, 연구자들은 시골 지역에 위치한 1,500 빈곤층 가구를 방문하여 여성들이 조리하는 습관, 식생활 등을 관찰했는데, 철, 요오드, 비타민과 같이 인체에 필수적인 영양소가 들어간 음식에서 나는 나쁜 냄새 때문에 주부들이 조리에 포함시키기 꺼려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 관찰 결과에 따라 네슬레는 여성들이 이용하기 편하고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으로, 미량영양소가 첨가된 향신료를 개발해 낸다. 이렇게 탄생한 Masala-ae-Magic 은 인도의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며, 인도 빈곤층의 영양소 결핍이라는 문제를 해소함과 동시에 네슬레에게는 경제적인 이익을 안겨 주었다.
네슬레의 masala-magic
네슬레의 예에서 볼 수 있듯, 기업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사회 문제 안에서 발견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목적을 재정의하는 과정과 함께, 그 사회 안에서 나타나고 있는 ‘사회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수반될 때, ‘사회적 가치’를 통한 ‘경제적 가치’ 창출이 비로소 가능하다.
공유가치는 홍보의 수단이 아니라 조용하고도 꾸준한 도전의 여정
사회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진정한 의미의 공유가치창출은 불가능하다는 점은, 기업에게 공유가치의 문턱이 결코 낮지 않음을 시사함과 동시에 기업이 전략적으로 선택한 사회문제는 경쟁사가 쉽사리 모방하기 힘든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겨울철에 연탄을 나르거나 김장을 담그는 활동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으로서는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지만, 이러한 활동이 평판, 브랜드를 통한 간접 효과가 아니라 직접적인 고리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는 없다. CSR 이 아닌 CSV 를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하듯 사회 문제에 대한 이해를 넓혀야 하며 기업의 목적, 그리고 핵심역량과 연계된 사회 문제를 정의한 뒤에는 이를 비즈니스 가치와 연결시킬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신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만큼의 투자를 감행할 수 있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공유가치창출이 가능하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기업 내부의 기존 인력만으로는 진정한 CSV를 추구하는 데 있어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단순히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과는 차별화되는 공유가치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사회문제에 대한 전문가인 NGO나 사회적기업과의 협력 구조를 보다 잘 가지고 갈 필요가 있다. 진정한 의미의 공유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사회문제를 명확히 이해하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사회문제 자체에 대한 ‘전문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NGO 및 사회적기업 등 사회문제에 대해 정통한 ‘전문가’들과의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 기업은 공유가치의 문턱을 넘어 한 걸음 더 도약할 수 있다.
기업은 동일한 사회 문제를 발견하면서도, 기업의 비즈니스 기회와 핵심 역량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공유가치전략은 기업 마다 차이를 가질 수 밖에 없고 이러한 점에서 성공한 공유가치사례는 기업의 경쟁력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공유가치는 그 개념의 외연을 넓히면서까지 자사의 활동을 홍보하는 대상이 아니라, 어떠한 사회 문제가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관찰하고 연구하고 투자하고 실험하는 도전의 여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작성자 : ISQ 이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