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가정신의 5P :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으로 가는 체크리스트
2013. 11. 28. 21:03
※ 이 아티클은 Good Business New York 의 설립자 Monika Mitchell 가 Huffington Post 에 기고한 The 5 P's of Social Entrepreneurship '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CHECK 타임 : 내 기업, 무사하십니까
지난해 제가 다니던 학교 4학년 과정에 ‘캡스톤디자인’ 이라는 과목이 신설되었습니다. 디자인을 전공한 학생이 졸업작품전을 하듯 경영학을 전공한 학생이라면 비즈니스모델을 세우고 실행하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교수님께서 귀띔해주시더군요. 불과 4~5 년 전까지만 해도 경영학과 학생의 진로는 회사원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런 변화는 창업에 대한 우호적인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이처럼 과거의 척박했던 환경에 비해 사업을 시작하기는 수월해졌지만, 그 후 기업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힘의 원천은 다름 아닌 기업가정신으로부터 기인한다는 점은 IBR 독자분들이라면 잘 이해하고 있으실 거라 생각됩니다. 또한 소셜미션과 이윤 창출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지닌 사회적기업의 경우, 일반적인 기업가정신에 더해 조금 다른 특징이 있다는 점도 이 카테고리의 다른 아티클을 통해서 여러 번 논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다양한 사례들과 함께 Good Business New York의 설립자 Monika Mitchell 이 제시한 성공적인 사회적기업가가 갖추어야 할 5가지 요소, 5P(Passion, Passion, Purpose, Plan, Partner, Profit)에 대해 살펴볼까 합니다. 이번 아티클을 통해 지금 여러분이 준비하고 있거나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기업가 분들이 5P를 갖추고 있는지 점검해봄으로써 자신의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힘을 가꾸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PASSION – 기업가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힘
Entrepreneur.com의 James Stephenson은 기업가로 성공하기 위한 첫 번째 요소로써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을 꼽습니다. 하지만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듯, 열정 그 자체는 요리되지 않은 재료에 불과합니다. 이 열정을 다른 재료들과 잘 요리해서 재무적으로 지속 가능한 ‘그 무엇’으로 발전시켜야 비로소 사회적기업가정신로서의 열정이 잘 발휘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Sustainable-NYC 가게 전경 출처 : uppergreenside, timeout
콜롬비아의 사회적기업가 Valeria Patterson 은 환경 분야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열정을 ‘Sustainable-NYC’로 풀어냈습니다. 2008 년에 오픈한 Sustainable-NYC는 탐스슈즈를 비롯해 유기농 초콜릿, 재활용 엽서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친환경멀티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사회적기업가에게는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진정성을 갖고 계속 해나가는 것 (Keep going!)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와 더불어 그녀는 “매일매일 조금씩 해나가십시오. 그러면 언젠가 좋은 성과 (good things) 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열정 자체가 성과나 해결책, 혹은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내는 도구라기보다는 그러한 것들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도구를 찾고, 만들고, 수정하고, 완성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견디게 하는 원동력의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IT 관련 사회적 기업을 창업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IT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java, html, C언어와 같은 전문 지식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가가 IT 기술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사업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때 IT 기술을 적극적으로 학습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바로 열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열정도 오래오래 길게 가도록 잘 써야 합니다. (출처: 네이버블로그)
임팩트스퀘어의 이전 아티클 “사회적기업가정신 , 그 뿌리를 찾아 나서다 : 스티브 잡스부터 무하마드 유누스까지”에서 기업가정신이란 ‘영감 ∙ 창의성 ∙ 직접 행동 ∙ 용기 ∙ 끈기 등의 여러 요소를 쏟으면서 안정적인 균형 상태의 개선에 대한 도전 자체를 가치있게 여기며, 그 과정에서 창출되는 변화에서 기쁨을 느끼며 스스로 동기를 부여받는 태도를 포함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결국 열정이란 항상 아름답지만은 않은 도전의 과정 속에서, 사회적기업가 자신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게 하는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 PURPOSE – 명확한 목적
사회적기업가에게 명확한 사회적 목적이란 그 기업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애틀에 위치한 임팩트 투자 전문회사인 Jolkona 의 공동 창업자인 Adnan Mahmud는 “성공하는 사회적 기업가는 ‘좋은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비영리 단체라면 재무적으로 지속가능해야 하고, 영리기업이라면 사회적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Jolkona 창업자 Adnan Mahmud(왼쪽), Return On Change 창업자 Sang Lee(오른쪽) 출처: Geekwire, UCSB Gradpost
Return On Change 의 창업자인 Sang Lee도 이처럼 목적을 지닌 비즈니스의 가치를 깨달은 경우입니다. 그는 투자은행의 뱅커로 일하면서 위험하고 무모하기만 한 은행 서비스에 염증을 느꼈던 것이 창업의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RoC는 소셜 벤처와 투자자들을 연결하여 자금조달을 도와주는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입니다. 그는 “사업적인 성공을 위해서 반드시 지역사회와 환경에 피해를 줄 필요는 없다. 새로운 비즈니스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에 맞는 명확한 목적을 지닌 형태이다.” 라고 덧붙였습니다.
3. PLAN – 비전을 명확히 밝히고 끊임없이 수정하자
출처 : under30CEO
‘사업 계획’이라고 하면 흔히 정확한 분석과 데이터에 기반을 둔 견고한 사업 계획서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듯 지나치게 많은 품을 들여 사업 계획을 쓰는 게 오히려 방해될 때가 있습니다. Your Mark on the World의 저자 Devin Thorpe는 사업계획의 진정한 역할은 "사회적기업이 풀고자 하는 사회적 문제와 그 목표에 어떻게 도달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 그리고 그 기업이 그 문제를 다른 기업보다 잘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강점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에 있다"며 사업 계획은 오히려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업 아이디어를 꾸준히 테스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회적 기업 전략전문가이자 디지털미디어 전문가인 Shane Snipes는 “2.0 이니 3.0이니 하는 쓸데없는 것들을 하기 전에 제대로 된 1.0을 만들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타겟 소비자들로 구성된 소수 그룹으로 아이디어를 점검하고, 그들로부터 솔직한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라며 사업아이디어에 대한 꼼꼼한 실험과 피드백을 통한 수정을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사업 아이디어의 반복적인 실험을 강조하는 개념으로 린스타트업 전략이 있습니다. 린스타트업 전략이란 아이디어를 빠르게 최소요건제품(시제품)으로 제조한 뒤 시장의 반응을 통해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전략(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말합니다. 린스타트업 전략의 창시자인 에릭 리스 역시 여러 번 창업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기존 기업보다 가진 자원이 훨씬 제한적이고 불확실한 환경 속에 놓인 스타트업에게는 기존의 경영 이론보다는 이처럼 아이디어의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나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전략의 주요 내용을 담은 동명의 저서 ‘린스타트업’은 2011년 출간 후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국내 번역 이후에도 국내 벤처기업과 투자자들의 필독서가 되기도 했습니다.
4. PARTNER - 거대한 흐름, 협력의 지혜
사회적기업에서 커뮤니티의 형성과 이를 통한 협력은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사회적 문제가 점점 복잡해지고, 단일 조직으로는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대표하는 개념으로 집합적 임팩트 (Collective Impact)가 있습니다.
집합적 임팩트에 관해서는 임팩트비즈니스리뷰의 ‘집합적 임팩트 : 한곳에 모인 전문가들이 바꿔나가는 사회공헌의 패러다임’ 에서 KOGAS 온누리열효율개선사업 사례분석을 통해 알아본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사례인 사회혁신센터 (CSI, Centre for Social Innovation) 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시작된 사회혁신센터는 고립된 작업환경이 보다 효과적인 사회혁신을 불러오는데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비영리, 아티스트, 디자이너, 기업가, 활동가와 같은 사회혁신을 추구하는 다양한 집단이 같이 작업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공간이 생긴다면 협력을 통해 임팩트를 더욱 증대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사회혁신센터는 안정적인 작업공간을 제공하는 co-location이자, 개인들에게도 시간제 이용서비스를 제공하는 co-working 공간이자, 전략자문을 제공하는 incubator의 역할도 하는 하이브리드형 조직이라고 설명합니다. 현재 토론토의 CSI Spadina, CSI Annex, CSI Regent Park와 뉴욕에 위치한 CSI Starrett-Lehigh를 포함하여 총 4개 지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CSI Starrett-Lehigh 전경 출처 : CSI NYC 홈페이지
5. PROFIT –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과 투자 자금 유치하기
그러나 지치지 않는 열정과 명확하게 정의된 목적, 비전을 잘 결합한 사업계획, 그리고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있다 하더라도 이익을 내지 못한다면 성공적인 기업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사회적기업진흥원이 발간한 2012 사회적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이익이 양인 기업의 비율은 2007년 73.0% 에서 2011년 14.1%로 떨어지는 등 경제적 지속가능성에서 많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설립 시 추구하는 사회적 목적을 어느 정도 수행하고 있는지’ 에 대한 물음에는 응답자 중 71.7% 가 ‘매우 잘하고 있다’ 혹은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는 점입니다.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하는 것은 희망적이긴 하지만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결국에는 사회적 미션 달성도 요원하다는 점에서 사회적 미션과 경제적 성과를 견고하게 이어주는 비즈니스 모델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관련글:사회적기업과 비즈니스모델 : 도현명 대표의 미니강의 2 부작 시리즈 , 그 두번째 이야기)
#LaborVoices – 대기업을 고객으로 인권 문제를 해결에 나서다
기업에 글로벌 노동인권이슈는 까다로운 문제입니다. 세계 곳곳에 수백 개의 공급업체를 가진 다국적기업 입장에서는 성추행이나 아동 노동 등 세세한 이슈들을 제대로 파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슈가 발생했을 때 대부분 비판이 원청업체인 대기업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이 문제에 대해 결코 가볍지 않은 이해당사자이기도 합니다. LaborVoices 는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기회로 포착하고, 다국적기업을 고객으로 삼아 인권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LaborVoices 는 자칭 ‘smartline’ 이라는 모바일 기술을 통해 공급망 업무 환경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LaborVoices Intro 출처 : LaborVoices 홈페이지
공급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휴대폰을 통해 익명으로 자신들의 업무 환경과 어려움에 대해 피드백을 다이렉트로 보냅니다. 이와 더불어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현지 설문조사를 통해 현장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이렇게 종합한 데이터를 유의미한 정보로 가공하여 고객인 다국적기업에 제공하고, 문제가 심화되기 전에 기업들이 적절한 조처를 취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서비스 구조입니다. LaborVoices는 이와 같은 서비스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올해 6월 방글라데시에 위치한 약 280개에 달하는 공급업체 관리를 위해 월마트와 60 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합니다.
LaborVoices의 창립자인 Kohl Singh Gill은 “대기업과의 계약은 시장에서 우리 사업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 현재 우리는 고객 월마트와 서비스 사용자의 기대를 뛰어넘을 수 있는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월마트 계약이 다른 대기업과의 거래로 이어질 기회가 될 거라는 기대감을 내비쳤습니다.
견고한 비즈니스모델 이외에 외부 투자자로부터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하려는 노력 역시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것은 기업가라면 누구나 직면하게 되는 문제이긴 하지만 사회적기업가는 사회적, 경제적 가치 창출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갖고 투자자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까다롭습니다. 다행히 국내외적으로 정부와 기업 영역에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임팩트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 활로를 열어나가고 있다는 점은 환영할 만한 소식입니다.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Return On Change
# JOBS 법 : 크라우드펀딩법 통과로 신생기업들의 숨통을 트다
한편 미국 국회에서 통과된 일명 잡스법 (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 Act or JOBS Act)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잡스법은 신생기업 관련 규제를 풀어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하여 일자리 창출 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법입니다. 특히 이 법안의 후속조치로 지난달 23일 미 증권거래위원회가 크라우드펀딩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규정을 통과시켜 신생기업에 환영을 받았습니다. JOBS법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지분 판매를 허가하고, 연 매출 10 억 달러 미만 기업에 대해서는 연간 100만 달러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한국도 올해 10월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이라는 이름으로 크라우드펀딩제도 도입을 예고했습니다. 현행법에서 크라우드펀딩은 ‘온라인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행위’로 불법으로 간주하였으나 이를 합법화 함으로써 신생기업의 투자 자금 유치 경로를 다양화시킨 것입니다. 이처럼 새롭게 변하는 정부정책과 혁신적인 투자 플랫폼을 적극 활용한다면 사회적기업의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관련기사: 온라인으로 벤처자금 조달 …' 크라우딩펀딩 ' 도입 , 2013.09.26, 뉴스 1)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으로 가는 체크리스트, 5P
이상으로 성공적인 사회적기업가가 갖추어야 할 5가지 요소를 모두 살펴보았습니다. 다소 추상적일 수도 있는 내용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풀어내려고 했는데 많은 도움이 되셨나요? 사실 성공적인 사회적기업가가 갖춰야 할 요소 5P도 결국에는 사회적기업가정신이 현실에서 발현될 때 모습을 좀 더 프랙티컬한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사회적기업가정신의 본질을 잊지 않으면서, 각각의 요소들과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의 현재 상태를 비교, 점검하는 체크리스트로 삼는다면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작성자 : ISQ 이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