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샵 비즈니스의 종착점을 찾아서 1편: 펫샵 비즈니스를 생각하다

2016. 6. 2. 21:15

바야흐로, 반려동물 인구 증가와 함께 반려동물 산업은 날이 갈수록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비윤리적으로 운영되는 불법 번식농장, 동물을 사고 파는 펫샵 비즈니스, 유기동물과 지역사회 갈등 등 동물과 인간의 삶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가 산재해있다. <펫샵 비즈니스의 종착점을 찾아서 1편: 펫샵 비즈니스를 생각하다>에서는 예쁘고 귀여운 반려동물의 삶의 시작에서부터 결말까지, 펫샵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한국사회에서의 동물권 실태를 살펴보고자 한다.


펫샵 비즈니스가 내재하고 있는 위험

펫샵 비즈니스는 태생적으로 비윤리성을 내재하고 있다. 으레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하는 것과 같이 고객, 니즈, 공급자가 제공하는 서비스, 그리고 상품을 정의해보자. 어렵지 않게 보통의 비즈니스와는 다른 도덕적 질문들과 마주하게 된다.

고객: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들

고객의 니즈: 마음에 드는, 혹은 키우고 싶어했던 동물을 보다 쉽게 데려온다

공급자: 여러 동물들을 데리고 와서, 이들이 상품가치가 높을 때 판매한다

상품: 동물

펫샵 비즈니스에서 ‘재고관리’란 무엇인가?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 ‘상품의 가치’ 는 무엇을 뜻하는가? ‘생명’을 돈으로 사고 파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해, 우리는 무엇이라고 대답할 것인가? 이런 불편함을 우리는 그 동안 간과해왔거나, 모른 척 해 온 것이다. 왜 그랬을까? 물론 그 이유 중 하나에는 반려동물 인구가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다수가 아니었다는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야흐로 1인가구의 증가 등 사회 변화와 더불어 한국은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에 접어들었고, 동물권리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서 이와 같은 문제는 더욱 표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유통-판매 과정에서의 문제들

펫샵 비즈니스를 조금 더 깊게 뜯어보도록 하자. ‘제조∙생산-유통-판매’ 에 이르는, 상품이 생산되어 고객에게 닿기까지의 과정을 펼쳐놓고 보면, 펫샵 비즈니스는 여러 윤리적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1 생산 – 동물 번식장: 인간의 이기심이 낳은 산물

먼저 생산 단계에는 이른 바 번식농장에서 수많은 동물들이 상업 판매용 새끼를 낳기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학대 받고 있다. 농장의 동물들은 죽어서야 이 곳을 벗어나고, 새끼를 빨리 낳기 위해 발정제를 맞기도 한다. 그렇게 태어난 새끼들은 가장 귀여울 시기에 팔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직 어미의 보살핌이 필요한 생후 약 8주를 갓 넘겨 펫샵으로 유통된다.

#2 판매 – 펫샵: 불행의 고리의 시작

펫샵은 고객에 하자 없는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최고 품질 상태를 잃지 않도록 재고 유지·관리가 필요하다. 사료공급 및 배변 처리 등 가장 기본적인 관리뿐만 아니라 전염병 등 질병 및 위생관리가 필수적으로 요구 된다. 이런 관리가 현재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게다가 동물들은 이른바 “상업성”을 잃지 않는 기간 – 가능한 한 어릴 때-에 판매되어야 한다. 길가에 즐비한 펫샵을 보면서, 팔리지 못한 새끼동물들이 어디로 가는 지에 대한 의문을 한번쯤은 가졌을 것이다. 이처럼 펫샵의 동물들은 태어나기 전부터 자신의 주인을 찾기 전까지 매 순간 순간이 건강과 생명에 위협받는 환경에 처해 있는 것이다.

#3 분양 이후 – 반려동물은 정말로 우리의 ‘가족’인가

그렇다면 일단 주인을 만나면 동물들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도 속 시원하게 ‘그렇다’라고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선,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분양된다면 고객도 또 다른 피해자가 된다. 기쁜 마음으로 분양 받아온 동물들이 아프면 적응도 하기 전에 병원을 오가게 되고 반려동물을 갓 키우기 시작한 초보자들은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게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픈 동물을 분양 받았다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경우,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지난하고 혹독할 것임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만약 주인마저 반려동물에 대한 충분한 사전 지식과 책임감 없이 단순히 ‘귀엽다’ 또는 ‘외로워서’ 등의 이유만으로 분양을 받았다면 파양 및 유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결과 우리는 유기 동물과 사람 간의 공존과 갈등이라는 새로운 사회 이슈에 직면하게 된다.

[표. ’한번 키운 개는 얼마나 오래 키웠는가?’에 대한 설문 결과1]

#4 새로운 문제의 등장: 유기 동물을 둘러싼 갈등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유기동물을 둘러싸고 해당 지역에서 또 다른 문제와 갈등을 낳고 있다. 아직 동물권리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수준이 고르지 못한 상태에서 유기동물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한다. 이들 중에는 문제의 원인을 동물 그 자체에게 돌리고 학대를 가하거나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이런 양상은 문제의 본질적 원인은 인간의 무책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이자 절대적 약자인 동물에게 그 탓을 돌림으로써, 결국 동물의 생존을 이중·삼중 위협하는 결과를 낳는다.

서울시내 버림받은 반려동물 둘 중 한 마리는 죽고, 살던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열에 두세 마리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해 서울에서만 8903마리가 버려진 가운데 이중 절반 정도가 자연사나 안락사 등의 이유로 죽음에 내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 버림받은 반려동물 절반은 죽는다 , 헤럴드경제, 2016.1.21

인간의 무책임으로 생겨난 유기동물들의 삶을 돌려주는 일이 소위 몇 몇의 선한 의도를 가진 이들에게 집중되는 것 또한 부당한 일이다. 우선 동네 유기견∙묘를 돌보는 이들은 동물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을 가진 주민들과 잠재적 갈등관계를 형성하면서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또, 다친 유기견, 유기묘라도 발견하게 되면 그때부터 보통 일이 아니다. 비싼 치료비는 물론이고 새로운 주인을 찾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사실 이상적인 방법은 주변 지역에 길 고양이가 나타났고, 돌봐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때 지역 주민들이 함께 모여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돌봐주는 것에 동의하고 쫓아내는 등 해코지를 하지 않는 대신 경관을 어지럽히거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다거나 등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면 더욱 좋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경우는 거의 드물며 서로 면 대 면으로 사안을 합의하기 보다는 대부분 “먹이를 주지 말라” 등의 벽보를 붙이거나, 아무런 고지 없이 동물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철사 등을 설치하거나 하는 상당히 일방적이고 적대적인 방식으로 흘러간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길 위의 동물들을 챙겨주는 입장에서도 일일이 지역주민의 양해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배설물이나 떨어진 사료 등으로 주변 경관을 해치는 등 약간의 피해만 발생해도 쉽게 갈등이 야기된다. 이처럼, ‘사랑 받지 못한’ 동물들의 삶은 매일 매일이 생존을 위한 투쟁이 된다.

자, 그럼 이러한 상황에서,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는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내가 유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가?  ‘끼니를 챙겨주기 시작했다’는 이유로 일부가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이 정당한가? 유기동물이 소위 인간에게 준다고 하는 피해-소음, 음식물쓰레기 해치기, 위생문제 등-의 책임은 정말로 그 “동물”에게 있는 것인가? 이것이 과연 인간과 동물 간의 갈등일까?

<펫샵 비즈니스의 종착점을 찾아서 2편: 동물들의 외침에 응답하라 에서 계속됩니다.>

작성자 : ISQ

  1. 동물자유연대, 2010 반려동물 소유자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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