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샵 비즈니스의 종착점을 찾아서 2편: Call for Change

2016. 6. 2. 21:28

바야흐로, 반려동물 인구 증가와 함께 반려동물 산업은 날이 갈수록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비윤리적으로 운영되는 불법 번식농장, 동물을 사고 파는 펫샵 비즈니스, 유기동물과 지역사회 갈등 등 동물과 인간의 삶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가 산재해있다. <펫샵 비즈니스의 종착점을 찾아서 2편: Call for Change>에서는 펫샵 비즈니스의 현실이 끊임 없이 던지고 있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Call For CHANGE

우선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생명을 사업으로 하는 것 그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그러나 비즈니스 홀로 변화의 동력을 끌어내기 어렵다. 그래서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바로 이슈레이징과 사회 구조적 노력이다. 미국의 부유층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으로 유명한 비버리힐스 시의회는 지난해 펫샵에서 판매용 동물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유기동물만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온라인 판매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기 때문에 큰 파급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큰 변화를 위한 작은 한걸음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단순히 선진국을 배우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 또한 2014년에서야 전매목적의 6개월령 이하의 강아지 수입을 금지하는 법을 발효했을 뿐이고, 동물권 보호의 기본을 형성하는 연방 동물복지법의 기준 또한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유기동물 문제, 법적 취약성 등의 문제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진짜 차이는 문제 해결을 위해 “개인”이나 “일부 지역”이 아닌 “사회” 차원에서 구조적 개선을 위한 노력과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영상1. 동물자유연대와 CJ가 협력하여 제작한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 Adopt me)’ 광고. 2013년 부산국제광고제 크리스탈상 수상작. 동물자유연대의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 슬로건은 유기동물입양을 독려하는 상징적 슬로건이 되었다.]

펫샵 비즈니스의 종착점 찾기: 처음으로 돌아가기

사실 펫샵 비즈니스 문제가 아니고도 동물권리와 비즈니스가 갈등관계를 드러냈던 경우는 많다. 패션사업의 모피 반대운동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펫샵 비즈니스의 경우 동물권 이슈는 그 갈등관계가 좀 더 깊다. 모피는 인조퍼로 대체될 수 있지만, 펫샵은 “동물을 사고파는 행위” 그 자체를 그만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펫샵을 다 폐쇄해버린다 하더라도, 수요와 공급이 있는 이상 대책 없는 금지는 시장의 음성화를 재촉할 것이다. 좋은 솔루션이 아니라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처음으로 돌아가서 고민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펫샵 비즈니스의 본질은 무엇일까? 동물은 자신을 사랑해주는 주인을 만나고, 주인은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을 만나서 서로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잘 사는 것, 그것이 가능하도록 “좋은(책임감 있는)” 주인과 “건강한” 동물이 만나게 하는 것 아닐까?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지향하고, 이끌어가는 것에 대해 상상해보자. 동물들이 태어나서-입양되고-오랫동안 행복하게 살다가 갈 수 있는 구조란 어떤 것일까? 동물들이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 상품·서비스와 돈의 교환을 전제로 하는 비즈니스로 풀 수 없는 문제일까? 다른 것을 주고 받을 수 없을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한편, 펫샵 비즈니스에서는 강아지 농장과 같은 처참한 시설로부터 생명권을 유린당하면서까지 수요에 맞추기 위해 처절하게 귀여운 새끼 동물을 생산하고 있지만, 버려지거나 길에 방치되어 근근이 살아가는 동물들은 매일 매일 생존을 위협받으며 죽을 때까지 자신을 사랑으로 돌봐줄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품종 동물이든 아니든 간에 버려졌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과잉 공급’되는 것이다. 

현재 국내 유기동물 입양은 정부/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유기동물 보호소, 구조자가 직접 입양정보를 올리고 입양희망자를 찾는 플랫폼형 웹사이트, 그리고 유기동물 커뮤니티에서 이루어지는 입양으로 나누어진다. 문제는 유기동물 보호센터의 경우 공고일이 지나면 안락사시키기 때문에 구조자들이 보호센터 연락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민간 웹사이트와 커뮤니티를 통한 입양의 경우 서로의 신뢰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적정한 입양자와 구조자를 찾는 탐색 및 의사결정 과정에서 드는 거래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 가정분양이나 펫샵을 이용하는 경우와 달리 유기동물 입양은 분양비가 따로 없지만, 입양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부여하기 위한(학대 및 파양 위험 등) 약 3~5만 원 가량의 책임비와 입양 계약서 작성의 방식으로 신뢰비용을 감당한다. 게다가 워낙 기존의 유기동물뿐만 아니라 번식으로 인해 개체수가 많다 보니 “좋은 가족”을 찾기 위한 경쟁도 만만치않다. 유기동물이라면 가슴 아픈 사연 하나쯤은 다들 갖고 있을텐데도, 가족을 찾기 위해 이 동물이 얼마나 안타까운 사연을 통해 구조되었고, 또 귀엽고 착하고 말썽부리지 않을 동물인지에 대해서 일종의 PR을 해야하는 것이다. 동물을 돕고자 했던 순수한 마음만으로는 이와 같은 일련의 구조와 입양과정- 건강상태 확인, 예방접종, 치료비, 돌봄비, 신뢰의 확보, 입양자 찾기 등- 은 절대 만만치 않은 과정이다. 이처럼 유기동물 입양과 관련한 여러 비효율성도 펫샵 비즈니스에 관련한 문제의 연장선이자 해결방법을 찾는 실마리로써 충분히 재검토되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영상2. 브라질의 한 NGO에서는 펫샵의 동물들을 유기동물로 바꾸어 손님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캠페인성 실험을 진행하였다. 사람들은 그들이 유기동물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유리 상자 속 유기동물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1]

예를 들어, 비즈니스의 문제로 시작된 일이지만 반드시 비즈니스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 필요는 없다. 생명을 사고, 파는 것이 비즈니스의 영역에 적절하지 않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기꺼이 비영리나 공공의 영역으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다. 동물권 선진국 독일은 펫샵 판매를 금지하고 있고, 협회에 가입하여 특정 교육 과정을 수료한 후 전문 브리더 자격을 얻어 번식 및 입양 활동을 하거나, 보호소에서 유기동물을 입양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존재하는 데, 동물 보호 선진국 독일조차도 여전히 국가의 경계선을 넘어 자행되고 있는 온라인 마켓을 통한 거래에 대해서는 규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치명적인 문제를 갖고 있지만 명백한 수요가 존재하는 시장은, 완전한 해결도 요원하거니와 해소될 수 없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비슷한 문제로 가장 친환경적인 삶의 방식은 그 어떤 에너지도 소비하지 않는 것이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적어도 그 trade off 관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찾으려 한다. 담배, 술과 같은 원죄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이다. 생물의 가장 원초적 욕구인 생존에 위협을 주지만 시장이 존재하기에 지속되며, 그러면서도 우리는 경계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와 같은 비즈니스에 대한 문제의식과 변화 노력의 밑바탕에는 시장경제 시스템하에 살아가는 경제주체로서의 인간이 아닌 다른 범위에서의 인간-지구의 수많은 생물체 중 하나로서의 인간, 건강을 유지하고 생존코자 하는 생명으로서의 인간, 또는 선함을 추구하는 윤리적 존재로써의 인간-이라는 정체성 하의 이성적 판단과 사회라는 훌륭한 시스템이라는 산물에 있다. 펫샵 비즈니스와 동물권리에 관련하여서도 중요한 점은 우리가 그동안 방치하고 외면해왔던 문제에 똑바로 마주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회’와 ‘이성’이라는 훌륭한 시스템을 통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하며, 또 – 늘 그러했듯- 찾아낼 것이다.

작성자 : ISQ

  1. Pet Store Switches Animals for Shelter Pets, huffingtonpost, 2015.05.15 (http://www.huffingtonpost.com/little-shelter-animal-rescue-and-adoption-center/pet-store-switches-animals-for-sh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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