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으로 들어온 기후 변화_1편: 파리협정을 넘어서

2016. 4. 22. 15:14

모두가 걸을 때 멈춰 있는 것은 도태를 의미한다

4월 22일 오늘은 46회를 맞이한 지구의 날이자 파리협정 서명식이 있는 날이다. 지난해 말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가입국 195개국이 만장일치로 합의한 파리협정에 대해 150여 나라의 정부 대표자들은 미국 뉴욕 UN 본부에 모여 서명식을 가진다. 

파리협정의 가장 큰 의미는 결국 전 세계가 “지구 온난화를 최소화한다”라는 가장 기본적인 방향성에 대해 합의했다는 것에 있다. 그 내용과 수준이 다를지언정, 각국 정부는 새로운 원칙 위의 게임에서 승리의 깃발을 거머쥐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내놓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게임 안에서 전통적인 에너지 발전 방식을 채택하는 산업은 쇠퇴할 것이고, 반대로 기술과 혁신으로 저탄소 사회를 주도할 산업은 자금, 인력, 자원이 집중될 것이다. 최근 미국증권거래위원회는 엑손모빌에 대해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해 주주가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 공시 의무에 관한 결의안을 연례 주주총회의 안건으로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뉴욕주 법무장관 Eric Schneiderman은 엑손모빌이 대중과 주주에게 기후변화 리스크를 오도하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중이며, 이에 관련하여 참고 문서 및 기록을 요청하기 위한 소환장을 발부하였다고 전했다.

기후 변화 아젠다에 대해 서로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나아가던 각 국가는 이제 파리 협정을 통해 ‘전 지구적 공조’의 위대한 첫걸음을 뗐다. 모두가 걷기 시작할 때 멈춰있는 것은 곧 도태를 의미한다. 이제 우리는 변화에 적응하여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인가의 갈림길에 섰다.

> 파리협정 주요내용 요약(클릭)

 

변화의 중심에서 ‘저탄소 비즈니스’를 외치다  

한편, 파리협정의 한계점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이는 협정의 상세 조항에서부터 기인하는 한계점 때문인 것도 있지만, 국가 간 합의를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아젠다인 기후 변화를 둘러싼 역사적 경험 때문이기도 하다. 당장 2016년 현재 아직 교토의정서 체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의 지위에 있는 우리로서는 기후 변화 아젠다에 대한 심각성을 절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교토의정서는 2012년 도하에서 열린 COP18 이후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주요 국가의 연이은 불참 선언으로 절름발이 협약으로 비판받았다. 물론 파리 협정에서는 195개국 모두가 5년마다 상향된 감축 목표 제출 및 약속 이행 점검이라는 방식으로 선례의 결점을 보완하였지만 NDC 자체의 법적 구속력은 부여하지 않았다. 여러 국가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의 특성상, 완전한 구속력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가 간 합의’의 가장 큰 약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정부가 주체라는 점이며, 정치라는 변수로 인하여 언제, 어떻게 태도를 바꿀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바로 이런 부분이 기후 변화 아젠다를 실현할 주체로써 기업과 시장이 더욱 기대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기후변화 패러다임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지속 가능한 삶’으로의 전환에 있다. 근 10년을 전후하여 삶의 방정식을 완전히 바꿔버린 스마트폰을 다시 떠올려보자. 그 엄청났던 힘의 요체는 우리 삶, 즉 ‘생활양식의 변화’에 있다.

기후변화 아젠다가 진짜 이뤄야 하는 것 또한 ‘생활양식의 변화’이다. 친환경 에너지 발전 기술이 어느 단계에 왔고 구체적으로 어떤 메커니즘으로 그것이 돌아가는지, 거기에 어떤 천문학적 투자와 연구가 이뤄져 왔는지 보통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그것이 일상으로 들어와서 우리 삶의 방정식을 하나씩 바꿔 갈 때야 비로소 진짜 변화는 시작된다. 스마트 홈 시스템이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여 불필요하게 높은 전기세를 지불하지 않고, 주유소가 아닌 충전소에서 자동차를 충전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야 한다. 저탄소 라이프 스타일이 일부 친환경 지지자들의 니즈라서가 아니라 대다수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어야 한다. 마트에서 달걀을 살 때, 이제 유기농이라는 이름표를 붙이지 않는 것을 찾는 것이 더 힘든 것처럼, 자동차나 냉장고를 고를 때 에너지 효율을 고려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친환경에 대한 고려가 경제적인 일이고, 소비자에게 유익(benefit)을 제공하기 때문에 선택이 이뤄져야 한다. 또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비즈니스이고, 시장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실제로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 비즈니스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에 관해서는 <삶 속으로 들어온 기후 변화_2편: 변화의 파도 가장자리에 선 기업들>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2편에서 계속>>

작성자 : IS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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