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으로 들어온 기후 변화_2편: 변화의 파도 가장자리에 선 기업들

2016. 4. 22. 15:28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벤처캐피탈리스트 비노드 코슬라는 스탠포드대 강단에서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가장자리에 모든 진화가 존재하고, 그곳이 바로 비즈니스와 사회의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라고 말했다. 기후 변화를 극복하는 길 또한 불확실성과 험난한 도전으로 가득 차 있으며, 동시에 흥미로운 변화와 혁신이 일어나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인류의 과제에 맞서 변화의 파도를 맞이하고 있는 이들은 누구일까? 그리고 이들은 어떤 방법으로 파도에 맞서고 있을까?

앞선 시리즈 <삶 속으로 들어온 기후 변화 1편: 파리협정을 넘어서>에서는 기후 변화 이슈에 대해 진짜 변화를 일으키려면 저탄소 지향적인 삶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비즈니스가 이를 가능케 할 수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어떤 기업과 비즈니스가 우리 미래의 삶의 모습을 바꾸기 위해 변화의 파도 첨단에서 맞서고 있는지 친환경 기술 혁신 분야의 저명한 리서치 회사 클린테크 그룹에서 발표한 ‘글로벌 클린테크 100 2015’를 토대로 소개하고자 한다.

※ 참고: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크게 온실가스 감축(Mitigation)과 적응(Adaptation)으로 나뉜다. 감축은 말 그대로 온실가스 배출량 자체를 낮추는 것 과 관련한 활동이며, 기후변화 적응이란 기후 상태가 변화하는 것에 적응하기 위해 생태계 또는 사회 경제 시스템이 취하는 모든 행동을 의미한다. 좀 더 의미를 명확히 하고자 각 사례가 어떤 경우에 해당하는 지 표시하였다.

1. 더 많은 이들에 더 큰 힘을: 에너지 접근성 민주화  

More Power To All: Democratizing Energy Access

인도, 아시아, 아프리카에 걸쳐 전력 접근성에 제약 받는 하위 20%의 에너지 빈곤층에 독립형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하는 많은 기업이 있다. 요리, 충전, 조명 등 일상의 삶을 위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새롭고,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떠오르고 있다.    

  • [Mitigation] Fluidic Energy

Fluidic Energy는 개발도상국의 셀룰러 타워 예비전력을 저비용으로 확보하기 위한 고 사이클 아연 공구 에너지 저장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카터필러와 파트너십을 통해 인도네시아 약 500곳의 오지 마을에 전력을 공급하는 이른바 ‘500 Island Project’를 진행하였다.  가장 최근에는 같은 프로젝트를 아프리카 마다가스카에서 진행을 위해 마다가스카르 정부와 MOU를 체결하였으며, 100여 개의 오지 마을에 40만 명의 주민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 유틸리티 서비스와 고객을 위한 다차원 솔루션 

The Multi-Dimensional Solutions for Utilities and Their Customers

전사적 에너지 관리 사슬을 다루기 위해 여러 솔루션을 조합하여 제시하는 기업이 부상하고 있다. 기업들은 분산형 에너지 자원의 수익화와 다수의 신규 서비스의 혜택(benefit) 모두를 고객과 유틸리티 산업이 누릴 수 있도록 하면서, 그리드 안정화, 자동수요관리를 위한 자산 운용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에너지 저장 하드웨어 장치 개발에도 힘 쓰고 있다.

  • [Mitigation] Sunverge Energy

(Sunverge Energy의 저장장치로 전기자동차를 충전하는 모습 출처:Sunverge Energy Twitter) 

Sunverge Energy는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를 통해 최대 8시간 동안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분산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판매하는 기업이다. SIS(Sunverge Solar Intergration System)는 지능형 분산 에너지 저장 시스템으로, 태양광 에너지를 저장하여 각각 필요로 하는 부분에 에너지가 쓰일 수 있도록 분산 시킨다.  쉽게 말하면 태양광 발전기와 연결하면 그리드와 전기 공급 체계가 연동되어 전기자동차, 난방기, 에어콘 등 각각의 장비들을 구동할 때, 에너지 사용이 최적화되도록 자동 조절해주는 것으로, 가정과 기업체를 대상으로 한 제품이다. 

3. 지구를 꿰뚫어 보는 도구,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The Big Data and Internet of Things (IOT) Tools for Monitoring the Planet

많은 클린테크 기업들이  환경 보존과 자원 안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클라우드 서비스, 드론, 센서, 무선네트워크, 머신러닝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오염, 숲, 토지,  수자원 관리, 교통수단, 에너지의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 [Adaptation] Space-Time Insight

Space-Time Insight 는 전력회사(송전망 사업자, grid operator)가 전력자원 최적화가 가능하도록 실시간 날씨 데이터 피드와 환경 및 설비 센서 데이터를 활용하여 상황별 인텔리전스 솔루션(Situational Intelligence Solution)을 제공한다. 인프라, 식생 및 안보 오퍼레이션 모니터링을 위해 교통수단, 천연가스 등 수 많은 산업에서 예측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4. 선진 제조업을 위한 최첨단 자재 

The Latest Materials for Advanced Manufacturing

제조업의 미래는 에너지를 보다 덜 소비하고, 독성이 보다 약하며, 환경과 인간에 영향이 보다 적은 차세대 자재 개발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돌파구를 마련하느냐에 달렸다. 3D 프린팅의 개발과 더불어 자재 분야의 진보는 시멘트, 스틸, 자동차 산업, 전자제품, 소비재 등 여러 산업군에서 혁신을 이뤄낼 잠재력을 갖고 있다.  

  • [Mitigation] Canatu

Canatu는 특허기술인 ‘Direct Dry Printing’을 사용해 전자장비, 휴대폰, 홈 디바이스의 터치스크린에 쓰이는 투명 전도성 필름을 만드는 기업이다. 기존에는 투명 전극을 만들기 위해 ITO(indium tin oxid) 금속 합금을 사용하였으나, 이는 희귀 소재로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재활용이 어렵고 독성이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Canatu의 특허기술을 활용한 투명 전극성 필름은 ITO 사용을 줄이면서, 분명히 차별화된 제품으로써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5. 음식 돌풍이 순환경제로 진출하다 

The Food Frenzy Makes Its Way into the Circular Economy 

GCT100 기업 뿐만 아니라 다른 혁신적인 기업들도 서로 다른 식품 생애 주기에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바이오에너지 등 가치 있는 부산물을 만들어내거나, 보다 덜 자원 집약적인 방법의 식품 생산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은 어떻게 식자재가 재배되고, 어떤 영양 성분이 식품 생산에 들어가며 음식 찌꺼기에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식품이 포장되고 고객에게 최종적으로 전달(deliver)되는 방식 등에 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주로 전반적인 식품 가치 사슬(food value chain)에 주목한다.

  • [Mitigation] Avantium

Avantium은 산업용 설탕으로 만든 플라스틱인 PEF를 제조/생산하는 기업으로, 산화를 방지하는 기능이 탁월하여, 식품 포장재로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말 미쓰이 물산과 협력하여 도쿄 올림픽에서 사용될 맥주 플라스틱 용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최근 벨기에에서 BASF와 함께 FDCA1및 PEF2의 대량 생산을 위해 합작투자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 [Mitigation] Impossible Foods

Impossible Foods자원 집약적인 육류산업에 대항하여 모조고기를 만드는 기업이다. 이른바 푸드테크 분야의 대표 기업이다. 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해 고기 맛을 살린 패티와 인공치즈를 만들어 유명세를 탔다. 푸드테크는 가축업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문제,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6. 소비자 접점에서 기술 수용도를 높여주는 재무 솔루션 

Financing Solutions Accelerate Technology Adoption at the Customer End 

고객들이 직접 클린 테크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어서 자본 배분은 매우 중요하다. 또, 이러한 고객들은 장기적으로는 비용이 적게 들지만 초기 투자금이 많이 드는 모델이 아닌 ‘Pay as you save, Pay for service’를 선호한다.

  • [Mitigation] Renovate America

Renovate America는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설비 관련 융자 프로그램인 PACE Program3을 연계한 자체 프로그램인 HERO™ Program을 통해 에너지 효율 개선 공사(태양광에너지 및 수도 설비 등)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건물 및 주택 소유주들은 보다 적은 부담으로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할 수 있으며, 에너지요금 절약 및 건물 환경 개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HERO 프로그램의 지원 대상 사업은 태양광 패널 & 인버터 설치, 가정용 태양광 밧데리, 창문, 채광창, 문, 지붕, 송수관, 환풍구, 바닥/벽/ attic 단열, 고효율 온수기, 인조잔디, 관개시스템, 빗물 저수 시스템, 고효율 수도 및 화장실 등이 있다.  

위대한 돌파를 향한 도전을 허락하라 Big Challenge, not easy but Possible

기후 변화 아젠다를 강력하게 이끌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인 빌 게이츠는 기후 변화를 주제로 한 Ted Talk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서 필요한 여러 Challenge를 설명하며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매우 쉬운 것도 아니다(possible, but not easy)’라며 스치듯 언급하였다.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 말이지만 그 표현을 조금만 바꿔보면, ‘쉽지 않다. 하지만 가능한 일이다 not easy but Possible’ 라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의 말을 조금 더 빌리자면, 인류 사회가 지금까지 이뤄온 여러가지 기적들 - 산업혁명, 인터넷 혁명 등 - 은 데드라인이 없어 단지 더욱 윤택한 삶을 좀 더 일찍 누릴 것인가, 아닐 것 인가의 문제였다면 기후 변화와 관련해 우리가 극복해야 할 여러 도전들, 그래서 이뤄낼 기적들은 2050년이든, 2020년이든, 우리가 정해 놓은 특정 시기까지 반드시 “이뤄내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다. 우리는 이 문제에 관하여 분명히 큰 돌파구가 필요하다.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2010년 ‘탄소 배출 제로를 향한 혁신(Innovating to zero)’을 외치던 빌 게이츠는 파리협정 합의가 이루어진 COP21에서 초기 단계 에너지 기업이 시장에서 실제로 혁신을 실현할 수 있도록 클린 에너지 스타트업과 연구에 투자하기 위해 ‘에너지 돌파구 연합(The Breakthrough Coalition)’의 발족을 공식 발표했다. 비즈니스의 힘이란 이런 것 아닐까. ‘어렵지만 불가능하지 않은 일’에 기꺼이 달려들어 실체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는 종국에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내는 것 말이다. 저탄소 시대를 맞이하며 기업과 비즈니스가 가져다 줄 진짜 변화를 기대하며 - 그리고 제 46회 지구의 날과 파리협정 서명식을 축하하며 - 글을 마친다.

 작성자 : ISQ

Reference

  1. 프란디카르복시산(furandicarboxylic acid, FDCA): 화학물질의 일종

  2. 폴리에틸렌 퓨라노에이트(polyethylenefuranoate, PEF): 산업용 설탕으로 만든 플라스틱

  3. PACE: 청정 에너지 부동산 평가(property assessed clean energy, PACE): 미국 지방정부가 주택에너지 성능 개선비용을 지원하고, 이 비용을 수 십 년(보통 5~25년이라고 함)에 걸쳐 건물 소유주 재산세에 부과하여 상환하는 프로그램이다. 주택소유주는 초기 비용 부담이 적으며 재산세에 연동되어 부과되기 때문에, 주택을 팔 경우 구입자에 상환 의무가 넘어가는 등 여러가지 장점을 갖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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