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비즈니스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경제 섹터를 창조하는 B Lab
2013. 4. 18. 11:58
위엄돋는 아이스크림, Ben&Jerry's
한국에는 아직 수입되지 않아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위엄돋는 아이스크림으로 불리는 유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한 아이스크림 회사가 있는데 바로 Ben&Jerry's다. 하겐다즈나 베스킨라빈스와 같은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회사로, 스푼을 놓지 못하게 하는 중독성 있는 맛을 자랑한다. 그런데 맛도 맛이지만 Ben&Jerry's는 공정 무역 아이스크림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재료로 인조 호르몬 rBGH를 사용하지 않는 가족농에서 키운 소의 우유와 크림을, 공정 무역 제품의 설탕, 달걀, 초콜렛, 과일 등을 사용하며 재료의 질을 절대적으로 중요시 한다.
1978년 버몬트 주에서 문을 연 Ben&Jerry's는 30년 넘게 사회적으로 책임을 다하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현하고 있는 회사이다.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를 개선하는 사회적 미션, 자연적인 재료를 사용하고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프로덕트 미션,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가치를 중시하는 경제적 미션을 바탕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임팩트를 창출하고 있다. 1985년에는 사회 정의의 확산, 환경 보호, 지속가능한 음식 시스템 지원을 위해 Ben&Jerry's 재단을 설립하였는데, 지역을 위하는 풀뿌리 단체 등 비영리 기관 대상으로 다섯 개의 보조금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Ben&Jerry's는 유니레버에 인수된 후, 2012년 10월 전액 출자 자회사로서는 처음으로 B Corp 인증을 획득하였다. CEO Jostein Solheim은 세계가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필요로 하고 있고, 소비자들이 원하며 이것이 좋은 비즈니스이기에 기쁘다고 하였다. B Corp은 B Corporation을 가리키는 것으로 B Lab에서 B Corp 인증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B Corp은 무엇일까?
[B Corp 인증 받은 Ben&Jerry's와 세 가지 미션] 이미지 출처: http://www.benjerry.com/
새로운 경제 섹터를 창조하는 B Lab
B Corp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B Corp이라는 인증을 부여하는 비영리기관 B Lab에 대해 알아보자. 2006년 6월 Jay Coen Gilbert, Bart Houlahan, Andrew Kassoy는 공공 섹터의 목적에 영리 섹터의 단체를 결합하여 새로운 경제 섹터를 창조한다는 미션 하에 B Lab을 설립하였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맞닥뜨리는 큰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에 있어 정부, 비영리 섹터보다 기업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미국 GDP에서 77%를 차지하는 비즈니스를 적절하게 이용하면 사회적, 환경적 변화의 에이전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으며, 이를 위해 서로 관계 있는 세 가지 계획을 세웠다.
[새로운 경제 영역을 창조하고 있는, B Corp에 인증을 부여하는 비영리기관 B Lab] 이미지 출처: http://www.bcorporation.net/
하나는 B Lab이 제공하는 B 임팩트 평가를 받은 후, 사회적, 환경적 퍼포먼스의 기준을 만족한 지속가능한 기업에게 B Corp 인증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TransFair가 공정무역 커피를 인증하고, USGBC가 LEED 빌딩을 인증하는 것과 같이, B Lab에서 인증하는 B Corp 인증제를 통해 인증 B Corp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현재 15개국에서, 60개 이상의 산업군에서, 600개 이상의 기업이 B Corp 인증을 받았다. (인증 B Corp에 대한 설명은 아래에서 설명될 것)
두 번째로, 주주뿐만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하는 새로운 기업 형태인 Benefit Corporation 제정법을 통과시키는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전통적인 기업에서는 의사 결정을 할 때, 주주들의 재무적인 이익을 가장 우선시하여 운영한다. 기업이 신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주주들은 임원이나 근로자를 상대로 민사 사건 소송을 걸 수 있다. 반면 Benefit Corporation은 재무적 이익에 한정되었던 신탁 의무를 재정의하는데, 사회적 이익, 종업원과 공급자에 대한 배려, 환경적 임팩트 등 비재무적 이익에 대해서도 포함하고 있다.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비즈니스를 통해 해결하려는 기업가와 투자자들이 Benefit Corporation을 설립할 수 있도록 법적 인프라스트럭처를 형성하는 움직임으로, 2010년 Maryland주를 시작으로 현재 12개 주에서 Benefit Corporation 제정법이 통과되었고, 20개 이상의 주에서 진행 중이다.
[Benefit Corporation 제정법 통과 진행 상황] 이미지 출처: http://www.bcorporation.net/
마지막으로 임팩트 투자자들이 회사 및 펀드의 사회적, 환경적 임팩트를 평가할 수 있는 임팩트 등급 평가 시스템인 GIIRS(Global Impact Investing Rating System) Ratings & Analytics를 제공한다. B Corp 인증 받을 때 사용되는 B 임팩트 평가와 동일한 평가 체계이기도 한데, 평가는 거버넌스, 근로자, 지역 커뮤니티, 환경, 임팩트 비즈니스 모델로 분류하여 실시한다. 중소기업을 위해 디자인 되었으며, 회사의 크기, 섹터, 지역에 따라 40개의 평가 버전이 있다. 평가 툴을 개발하고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는 독립적인 거버넌스로 Standards Advisory Councils(SAC)가 있는데 Emerging Market과 Develpoed Market 두 조직으로 분류되며, 2년 마다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한다. 재무적 위험 및 수익을 분석하는 것과 같이 임팩트를 엄격하게 분석함으로써, 앞으로 임팩트 투자 영역을 활성화시키고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가을에 런칭된 이후, 30개국의 53개 펀드와 409개 회사가 서비스를 제공 받았으며, 21개 기관의 투자자들이 GIIRS가 평가한 투자에 대해 선호도를 나타내었다.
B Lab의 공동설립자 Houlahan은 기업이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세계 대기업들과 직접 같이 일함으로써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B Lab이 택한 접근 방법인데, 이미 사회적 및 환경적인 가치를 앞세우는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중소기업에 집중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기업과 사회적기업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은 가장 혁신적인 수단이 될 수 있는데, 이것을 증명해 보임으로써 나머지 회사들의 움직임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B Corp이 시장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하게 되면, 전통 기업들도 이 움직임에 동참하여 새로운 경제 섹터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B Lab의 공동 설립자들. Jay Coen Gilbert, Bart Houlahan, and Andrew Kassoy(왼쪽부터)] 이미지 출처: http://goo.gl/He2bS
Certified B Corp vs Benefit Corporation
그렇다면 새로운 경제 섹터를 창조하겠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진 B Lab이 인증하는 인증 B Corp은 무엇일까? 인증 B Corp과 Benefit Corporation 두 개념이 나와 혼동이 올 수도 있는데 차이점을 명확히 짚으며 살펴보자. B Corporation은 줄여서 B Corp으로도 쓰는데 이것은 B Lab에서 인증한 Certified B Corp으로 전 세계 어디서나 인증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소셜벤처 딜라이트는 동북아시아에서 최초로 B Corp 인증을 받았다(아, 최근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Ben&Jerry's, Patagonia 등과 함께 인증 B Corp 커뮤니티 중 상위 10% 안에 들었다고 한다). 인증 절차로 B Lab에서 제공하는 B 임팩트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200점 만점에서 8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한편 Benefit Corporation은 줄여서 Benefit Corp라고 쓰기도 하는데, 이는 새로운 기업 형태로 회사의 법적인 상태를 나타낸다. S Corps, C Corps, LLCs와 같이 법인 조직의 한 형태인 것으로, Benefit Corporation 제정법이 통과된 주에서만 법인 조직으로 설립 가능하다. 의사 결정할 때 비재무적 이익을 고려한다는 신탁 의무에 대한 재정의가 이루어져야 하고, 제3기관의 기준에 따른 전반적인 사회적 및 환경적 퍼포먼스에 대한 연간 레포트를 발간해야 한다. 따라서 Benefit Corp는 기업의 법적인 형태로, B Lab의 인증을 받을 필요 없다.
Certified B Corp
Benefit Corporation과의 비교를 통해 인증 B Corp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보았다. B Corp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하였듯, B 임팩트 평가 후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그 후 기업의 구조와 법인 상태를 결정하고, "Declaration of Interdependence and Term" 양식에 싸인하여 공식화하는 절차를 걸친다.
인증 B Corp이 되기 위해서는
1) 회사는 반드시 명확한 사회적 혹은 환경적 미션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2) 주주뿐만 아니라 근로자, 지역, 환경의 이익을 고려하는 신탁 의무를 법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3) 사회적 및 환경적 임팩트에 대한 입증된 레포트를 발행해야 한다.
인증 B Corp이 되면 B Corp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점 중 몇 가지만 뽑아 보았다.
Attract Investors
Good Capital에서 Better World Books에 투자하였고, Tech Coast Angels에서 Bikestation에 투자하는 등 실제 인증 B Corp이 투자를 받은 다양한 사례가 있다. 또한 인증 B Corp는 GIIRS 평가를 무료로 받을 수 있고, 이는 투자자들에게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강력한 툴이다.
Generate Press
B Lab은 인증 B Corp가 각종 유명 언론에 노출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Bloomberg Businessweek에서 선정한 2012년 America's Most Promising Social Entrepreneurs의 31%가 인증 B Corps들의 대표들이었다. Inc.Magazine에서 선정하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리스트인 Inc. 500/5000에 26개의 인증 B Corp이 포함되었다. 또한 2011년에는 161개의 인증 B Corp이 265회 다양한 미디어에서 소개되었다. 2012년에는 훨씬 증가하였는데 189개의 인증 B Corp이 465회 언론에 노출되었다.
Save Money and Access Services
80개 이상의 서비스 파트너십을 통해 B Corps는 다양한 기술, 탈랜트, 전문가들에게 접근할 수 있었으며, 5백만 달러 넘게 절약할 수 있었다. Rally Software의 CEO인 Ryan Martens는 이렇게 말하였다.
"B Lab의 서비스 파트너 할인은 CSR efforts를 키울 수 있도록 기업에게 펀딩을 제공했다. 우리는 아직 여행의 반밖에 오지 않았지만, 우리가 받은 혜택이 없었다면 이 궤도의 반밖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NetSuite에서 ERP 소프트웨어 기부 받았고 실행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GIIRS 평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받았으며, 국내 잡지 광고에 실리는 등 총 55,000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다."
Attract and Engage Talent
HBR에 따르면, 세계 50%의 노동자들은 더 큰 목적의 일을 하고 싶어한다. Hewitt Associates에 따르면, 인게지이먼트가 높은 직원들이 많은 회사는 일반 회사보다 20% 더 높은 성과를 보였다. 따라서 B Corp 인증 받는 것은 직원들에게 그들의 회사가 그들만의 길을 걷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며,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골을 세팅하는 툴을 제공해준다.
Participate in Ad Campaign
50회 이상의 전면 광고 등을 통해 5백만 명의 의식 있는 소비자들에게 노출되었다. 이 캠페인을 통해 70개 이상의 B Corps가 소개되었으며, 이 캠페인을 본 96%의 소비자들은 소개된 B Corps를 접해보고 싶다고 응답하였다.
[Ad Campaign] 이미지 출처: http://www.bcorporation.net/
Partner with Peers
2012년 10월 3~5일, B Corp 커뮤니티의 28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집합적인 성공과 세계적 움직임의 성장을 축하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Half Moon Bay에서 모였다. 이들의 움직임은 비즈니스 영역에서 성공을 재정의하는 물꼬를 틀었다. 앞으로 더 포괄적이고 지속가능한 새로운 경제를 창조하고, 그 다음 리더 세대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인증 B Corp의 우수성
또한 B 임팩트 평가 결과를 통해 인증 B Corp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인증 B Corp은 다른 지속가능한 기업보다 B 임팩트 평가 점수가 25% 높았다. 인증 B Corp의 평균 점수는 105점이었고, 그 외 지속가능한 기업의 점수는 84점이었다. 근로자, 지역, 거버넌스, 환경 모든 부문에서 인증 B Corp은 높은 성적을 보였다.
B Corps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하지만 B Corp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B Lab's Attempt to Create a New Sector of the Economy Based on Social Enterprise: A Study of the Social, Environmental and Financial Effectiveness of Benefit Corporations에서는 B Corps에 대한 세 가지 비판점을 언급하였다.
첫 번째, B Corp은 주주들을 위해 이윤을 분배할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사회적 및 환경적 임팩트 또한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데, 이러한 듀얼 어젠다는 갈등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기업은 투자자, 매니저, 채권자, 정책 입안자 등에게 혼란을 가져다줄 수 있다. 또한 만약 헌장에 명시된 사회적 및 환경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에는 임원이 개인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답을 명확히 할 수 없다. 이러한 점이 해결되어야 주주와 이해관계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비주주집단 이익고려법의 등장은 기업법의 영역에서 상당히 새로운 현상인데, 이와 관련한 어떤 소송 사건이 없기 때문에 법정에서 비주주집단 이익고려법이 어떻게 해석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비주주집단 이익고려법은 인증 B Corp와 Benefit Corp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고려할 수 있는 법적인 기반을 마련해주므로 밀접히 관련이 있으나, 이에 필요한 법적인 기반을 제공해줄지는 지켜보아야 한다.
세 번째, 대부분의 주에서 비주주집단 이익고려법을 제정하였지만, 17개의 주에서는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B Lab이 요구하는 기준에 대한 헌장 수정이 불가하다. 따라서 B Lab이 의도하던 것과 달리 B Corp은 법적으로 사회적 및 환경적 임팩트 창출한다는 것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지기 어렵다. 결국 이것은 B Corp 외의 다른 지속가능한 기업과의 구별점을 찾기 어렵게 만든다.
We're Building a Cathedral
[성당을 짓는, 새로운 경제 섹터를 짓고 있는 B Corps] 이미지 출처: http://www.bcorporation.net/
지혜와 깨우침을 얻으려 지구를 여행한 한 여행자가 여행을 하던 도중, 어떤 한 마을에 들어섰는데 엄청난 소음과 먼지 속에 휘둘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노동자에게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물었다. 노동자는 퉁명스럽게 "보다시피 돌을 부수고 있잖아."라고 말하였다. 여행자는 다른 노동자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였고, 그 노동자는 "보다시피 돈을 벌고 있잖아."라고 대답하였다. 여행자는 돌 부수기를 잠깐 멈춘 다른 노동자에게 한 번 더 물었다. 그 노동자는 인자하게 웃으며 반짝이는 눈빛으로 대답하였다. "보다시피 지금 우리는 성당을 짓고 있어."
B Corps 커뮤니티는 다음 세대의 리더들을 위해, 그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성당을 짓고 있다. 공평성, 지속가능성, 장기성을 바탕으로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들에 접근하며, 비즈니스 영역에서 성공이라는 것을 재정의하고 있다.
위 글은 Ben&Jerry's 공식 홈페이지 http://www.benjerry.com/, B Corporation 공식 홈페이지 http://www.bcorporation.net, Benefit Corporation 인포메이션 센터 http://www.benefitcorp.net, Ashley Pileika의 논문 B Lab's Attempt to Create a New Sector of the Economy Based on Social Enterprise: A Study of the Social, Environmental and Financial Effectiveness of Benefit Corporations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작성자 : ISQ 오혜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