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시대, 장애 이슈의 사회적 기업
2013. 4. 19. 2:46
장애,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되다.
장애인을 고용하거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장애인들이 모여 힘들게 일하는 작업장이나 영세한 사회적 기업이니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물론 장애인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고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의 고약한(?) 담장들을 낮추는 일들은 절대적으로 옳고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만 오늘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라는 사회 문제가 사회적 기업이라는 테마를 만났을 때,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이슈를 하나 던지려고 합니다.
저희 임팩트스퀘어 구성원들은 평소 장애 이슈를 미션으로 삼는 사회적 기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장애를 어떤 신체적, 사회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관점이 아닌, 또 다른 능력이 강화된다는 관점을 견지한다면 좋은 사회적 기업이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장애인들이 잘 하는 일을 비즈니스로 만들어야지, 장애인들이 하기 힘든 일을 명분만 가지고 사업을 한다면 경쟁력을 얻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정부 사업이나 자선 사업은 장애라는 이슈에 경계를 가지지 않고 접근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것이 기업이라는 수단과 만났을 때는 비교우위의 경쟁력을 포착하고 그것을 조직화할 수 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논리이지요. 그래서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종종 좋은 예로 언급하는 것이 '어둠 속의 대화'의 엔비전스입니다. 사회적 기업 엔비전스는 제조, 포장, 가공 작업에 장애인을 투입하여 일자리를 제공하던 많은 사회적기업과는 달리 시각장애인이 가지는 강점을 전시 서비스에 입혀, 전시 관람자들에게 유의미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다녀온 분들 10분 중 10분은 적극 추천하시는 전시니, 안 다녀오신 분들은 2호선 신촌역에 있는 어둠 속의 대화 전시장에 친구들, 연인, 가족분들과 함께 들러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아, 이게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기업이야!"라고 할 만큼 창조적인 아이템은 더 없을까요? 요즘 새 정부가 '창조경제', '창조경제, 하는데 이런 창조경제 시대에 어울릴만한 장애 이슈의 사회적 기업 하나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앞서 얘기했듯, 창조적인 사회적 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주장한 '장애인이 가진 강점을 잘 활용한' 회사 사례입니다. 먼저 다음 TED 영상(한글 자막을 보시려면 이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을 보시죠.
자폐와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의 만남, Specialisterne
여기서 이야기할 사례는 자폐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여기 테드 영상에서는 자폐적인 성향의 특성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자폐적 성향의 가장 큰 특징은 언어보다는 세상을 그림으로 인지하고, 세밀한 디테일에 강하며 패턴적인 현상에 집착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자폐를 가진 사람들의 능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사회적 기업 모델로 운영하고 있는 회사가 덴마크의 스페셜리스터네(Specialisterne)입니다.
스페셜리스터네 홈페이지 화면 www.specialisterne.com
이 회사 이름의 영어 의미는 말 그대로 스페셜리스트입니다. 직원이 모두 자폐 성향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고, 이들은 소프트웨어 관련 회사들로부터 일감을 받아 프로그램 테스트를 하거나 대량의 데이터 입력 작업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자폐 성향의 직원들에게 일정한 소프트웨어 관련 교육과 직업 교육을 제공하고 이들이 일할 수 있게하는 것은 여타의 장애인 고용형 사회적 기업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가 개발되는 과정을 조금만 뜯어보면 이 회사가 얼마나 뛰어난지 알아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소프트웨어가 개발되어 사용자들이 사용하기 전까지는 다양한 형태의 테스트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당연히 처음 개발된 소프트웨어는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최대한 줄여 사용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소프트웨어 회사의 기본이죠. 그렇다면 이 오류들을 잡아내는 방법은 크게 보면 프로그램 언어들로 작성된 문서에서 직접 오류들을 찾아내거나 사용자가 사용하는 과정에서 잘못 작동하는 것을 찾아내 코드를 수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방대한 코드로 이루어진 문서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숨막히게 많은 글자들의 조합일 뿐이지만, 특정 패턴으로 반복되는 프로그래밍 언어는 자폐인들에게는 하나의 반복적인 그림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들면, 우리가 HTML 문서를 작성할 때, <html>로 시작해서 </html>로 닫는 것처럼, 자폐적 성향이 있다면 이 패턴이 누구보다 더 잘 보이는 것이지요. 그리고 방대한 데이터들을 오류없이 일정한 패턴대로 입력하는 일도 체력이 허락한다면 자폐적 성향에서는 지루한 일이 아닌게 되죠. 이렇게 스페셜리스터네는 자폐 성향을 십분 활용하여 소프트웨어 관련 아웃소싱 비즈니스를 개척했고, 자폐인들을 안정적으로 고용하고 사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장애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예는 아닐 것입니다. 그래도 스페셜리스터네의 예를 통해 꼭 던지고 싶은 화두, "장애의 강점을 활용하는 사회적 기업을 창조해보자"는 메세지가 잘 전달되었길 바랍니다. 그리고 유사한 일본 회사 카이엔(Kaien, www.kaien-lab.com)도 있으니 장애인의 날을 맞아 한번쯤 찾아보고 고민을 이어가길 바랍니다.
카이엔 홈페이지 화면 www.kaien-lab.com
작성자 : ISQ 박동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