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이제는 how가 아닌 what을 고민할 때: 2013 깐느광고제 Grand Prix 수상작 소개

2013. 9. 13. 13:11

“광고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예술이다(Advertising is the greatest art of the 20th century)"

 20세기 최고의 미디어 이론가라 불린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의 말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광고가 가진 파급력과 매력은 가히 그것이 본래 가지고 있었던 경계를 뛰어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재미있는 CM송은 수십 수백개의 UCC로 재탄생하기도 하고, 광고 카피에 나온 한 마디가 유행어가 되어 전국민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하는 요즘, 아마도 광고는 ‘단언컨대’ 가장 임팩트 있는 예술 중 한 갈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광고는 ‘부’를 ‘성공’으로, ‘성공’을 ‘행복’으로 둔갑시켜 버려 우리 사회의 가치에 혼란을 일으키는 장본인으로 지목되어 비판을 받기도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불필요한 소비와 허영을 일삼게 하는 주범으로 몰려 비난을 받기도 하고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혹시 여러분은, 이러한 흐름에 따라 이제는 광고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이제 광고는 광고만이 가질 수 있는 상상력과 영향력으로 조금씩 세상을 바꾸어나가는 흐름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고, 세상은 그러한 광고의 변화를 서서히 알아차리고 있습니다. 이 놀라운 변화는 뉴욕 페스티벌클리오광고제와 함께 세계 3대 국제 광고제로 꼽히는 ‘깐느 국제광고제(Canne Lion)’의 올해 수상작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이번 테마캐스트에서는 이 수상작들을 함께 살펴보며 광고의 변화와 광고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모습들을 직접 확인해볼까 합니다.

 

바보같이 죽는 방법 DUMB WAYS TO DIE

황당한 가사와 쓸데없이(?) 좋은 멜로디가 인상적인 이 광고의 정체는?

바보같이 죽는 방법(Dumb Ways To Die)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제목에다가 익살스러우면서도 엽기적인 애니메이션이라 놀라셨나요? 그렇다면 이 광고가 Film, Integrated, Direct, PR, Radio 5개 부문에서 Grand Prix를 수상하며 깐느 광고제의 60년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이른바 ‘역대급’ 광고라는 사실에는 더 놀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상 말미에서도 나오다시피, 이 광고는 호주 멜버른 지하철 공사의 광고로 지하철 관련 사건 사고 발생률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익 캠페인 광고입니다. 바보같이 죽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바보같이 죽는 방법이 바로 철도 근처에서의 부주의로 죽는 것이라는 내용의 노래가 메인이 되는 이 광고는, 앞서 언급한 깐느 광고제 그랑프리 5관왕 외에도 단일 캠페인으로 총 28개의 Canne Lions 수상, 28개국 iTunes 인기차트 등극, 각국 750개 미디어 노출 등 다양한 기록을 세운, 소위 말해 가장 '대박난' 공익 캠페인 광고인데요, 광고로서의 화려한 기록과 성과보다도 더 주목할 만한 점은 본 광고 이후 실제 사고 발생률이 21%나 감소했다는 사실입니다.

귀엽고 끔찍한(?) 애니메이션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효과적으로 끌었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대단한 광고이지만, 광고만이 가질 수 있는 파급력으로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위하는 데에 앞장섰다는 점이 이 광고를 보다 더 빛나게 만들어주지 않나 싶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아름답습니다

(You Are More Beautiful Than You Think)

2012년 모바일 설문조사기관 ‘두잇서베이’의 대한민국 남녀 4,9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 응답자의 34%가 자신의 외모를 ‘잘생겼다’고 평가한 반면에 여성 응답자의 경우 28%만이 자신의 외모가 ‘예쁘다’고 평가하였다고 합니다. 열 명의 사람들 중 자신의 외모를 예쁘거나 잘생겼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네 명도 안 된다는 사실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특히 여성들의 자기 외모에 대한 비하는 가볍게는 자신감 상실부터 심하게는 섭식 장애와 우울증을 초래하는 지경에 이르기 때문에 개인의 정신건강 상에 있어 심각한 위험 요소라 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현상이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그것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지를 감동적인 방식으로 우리에게 보여주는 광고가 있습니다. 바로 2013 깐느 국제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Dove의 Real Beauty Sketches입니다.

'진정한 아름다움(Real Beauty)'에 대한 캠페인을 2004년부터 지속해오고 있는 Dove의 2013년도 캠페인

몽타주 전문가에게 본인이 본인을 묘사하여 그리게 한 자신의 초상화와 다른 사람들이 본인을 묘사하여 그리게 한 자신의 초상화를 비교하여 보여주는 본 캠페인은, 사람들은 당신을 당신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아름다운 사람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여성들에게 일깨워주고 그들의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시켜주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동일인물에 대해서 왼쪽은 본인의 묘사, 오른쪽은 낯선 사람의 묘사.훨씬 아름답고 자신감 넘치며 행복해보이는 오른쪽의 모습들. 이미지 출처

눈물짓는 여성들의 환한 미소처럼 우리의 마음 역시 환해지는 기분을 느껴보시면서, 강력한 파급력과 참신한 스토리텔링 방식의 매력으로 우리 사회를 밝게 바꾸어나가는 광고의 또 다른 힘을 확인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지금, 초인을 만나러 갑니다 

Meet The Superhumans

패럴림픽(Paralympic)이라 불리는 장애인 올림픽에 대해서 한 번도 안 들어본 분은 그리 많지 않겠지만, 정확히 아는 분 또한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패럴림픽은 모든 장애인을 대상으로 비슷한 장애를 가진 선수들끼리 경쟁할 수 있도록 6개의 장애영역을 구분하고 종목에 따라 장애 정도를 구별하여 경기를 치르는 세계 장애인 올림픽으로 올림픽 폐막 이후 올림픽 개최국에서 열립니다. 그런데 일반 올림픽 종목과는 다소 다른 생소한 종목과 룰 등으로 인하여 그리 높은 시청률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 방송사 입장에서 패럴림픽을 중계하기 위해서는 피해갈 수 없는 고민이라면 고민이었는데요.

이에 대해 작년 올림픽 개최국이었던 영국의 방송사 Channel 4는 다음과 같은 TV 프로모션 영상을 내보내었고, 2012년 패럴림픽 사상 최초의 티켓 매진 역대 최고의 시청률이라는 기록과 더불어 2013 깐느 국제광고제 Film 부문 그랑프리 수상이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Channel 4 TV Promotion for Paralympics - Meet the Superhumans)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이 선수들이야말로 가히 평범한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인(Superhuman)이라 불릴만 하지 않을까요? Channel 4는 진솔하고 군더더기 없는 영상 광고만으로 시청자로 하여금 초인과도 같은 장애인 선수들의 노력에 시선을 돌리게 만들었습니다. 화려한 올림픽이 끝난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에게 그 화려함보다도 더 눈부신 장애인 선수들의 의지를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Channel 4의 Meet The Superhumans, 보이지 않는 곳을 밝힐 수 있는 광고만이 가진 힘으로 세상을 밝혀나가는 또 하나의 광고였다 할 수 있겠습니다.

 

스마트한 도시를 위한 스마트한 아이디어 - IBM

광고의 홍수 속에 빠져 사는 오늘날, 우리는 길을 걸으며 가끔 광고가 광고인지도 모른 채 지나치곤 합니다. TV는 멍하니 보고 있으면 저절로 광고가 나와 우리 눈에 들어온다지만, 옥외광고(Outdoors)의 경우에는 여간 시선을 잡아 끌지 않고서는 그저 벽에 지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지요. 어쩌다 간혹 한 번 재미있거나 기발한 옥외광고를 보게 되어도 그 때 뿐, 두 번째부터는 쓸데없는 벽 장식이려니 하며 슥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맥도날드 라지사이즈 커피 프로모션용 인터렉티브 옥외광고 이미지 출처

그런 사람들에게 다가가고자 IBM은 정말 ‘쓸모있는’ 광고를 만들었습니다. 벤치가 되어주는 옥외광고, 비를 피할 수 있는 옥외광고, 무거운 짐을 끌고 올라갈 수 있는 옥외광고를 게재한 IBM은 자신들이 만드는 광고의 아주 작은 부분을 변화시킴으로써 사람들의 실생활에 있어서의 편의를 도모하고, 우리 사회를 보다 스마트하고 편리하게 바꾸어가는 데에 기여한 셈이지요. 자신들의 기술로 사회를 보다 편리하게 변화시켜나가겠다는 데에 대한 훌륭한 메타포임은 물론이거니와, 당장 오늘 같이 짐도 많고 비오는 날에는 꼭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실용적인 본 옥외광고는 광고가 사소한 부분에서도 얼마든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으니, 2013 깐느 국제광고제 Outdoor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할 만하다 하겠지요?

앉을 수 있고, 비를 피할 수 있고, 짐을 끌고 올라갈 수 있는 광고 이미지 출처

나는 죽어서도 팬으로 남겠다 Immortal Fans

얼마 전 크로아티아전에서 아쉽게 패배하긴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축구가 명실상부 대표적인 국민 스포츠 중 하나라는 데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비단 한국 뿐만이 아니라, 단일 종목으로는 세계 3대 메가 스포츠 이벤트에 꼽히는 월드컵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축구에 대한 관심은 가히 국경을 초월할 정도라 할 수 있을 텐데요. 그렇다면, 정책적으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사용될 만큼 사람들의 열정을 사로잡을 수 있는 파워를 가진 스포츠, 그 중에서도 바로 축구가 광고와 만나 임팩트 있는 변화를 창출해낸 사례를 한번 만나보실까요?

"당신의 심장은 언제까지나 Sport Club Recife를 향해 뛰고 있을 것입니다."

그 주인공은 브라질 페르남부쿠 주 헤시피(Recife)의 축구 클럽 Sport Club Recife‘불멸의 팬(Immortal Fans)’ 캠페인입니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의 국민답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축구 클럽의 팬이길 자처하며 거의 종교와도 같은 수준으로 축구 클럽을 사랑하는 Sport Club Recife의 팬들에게 광고대행사 오길비(Ogilvy)는 “죽어서도 Recife의 팬으로 남는 법”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바로 장기기증 카드를 만들어 사후 장기기증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사람들과 함께 영원히 팬으로 남는 것이었습니다.

여느 나라나 마찬가지이지만, 장기기증에 가족의 동의가 필요해 장기기증자가 현저히 부족하던 브라질에서는 이 캠페인을 통해 5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장기기증 카드를 신청하게 되었고, 그 해 장기기증 서약이 54% 이상의 증가를 보이며 역사상 최고의 기록을 세우게 되었으며, 심지어 Recife 지역에서는 심장 및 각막 기증을 기다리는 환자가 ‘0명’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대성공을 거둔 끝에 2013 깐느 국제광고제에서 Promotion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하게 된 ‘불멸의 팬(Immortal Fans)’ 캠페인은, 장기기증이라는 쉽지 않은 이슈에 대한 사람들의 발걸음을 한 발짝 떼게 만든 또 하나의 대단한 광고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광고, 이제는 how가 아닌 what을 고민할 때

2013년 깐느 세미나에서 빌 클린턴(Bill Clinton) 전 미국 대통령은 “앞으로 20여년 간 커뮤니케이터들이 사회적으로 갖는 영향력은 매우 커질 것입니다. 그 영향력으로 사람들을 어떻게 움직여 좋은 세상을 만들어갈지 생각하는 것이 커뮤니케이터의 과제입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상품과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대표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광고, 광고 역시 그것이 가진 힘에 대한 책임을 질 때가 온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책임을 다할 때 오히려 광고가 가진 힘이 더욱 더 커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가 하면, 근대 광고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광고전략가 데이비드 오길비(David Ogilvy)“광고에서 어떻게 말할 것인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말할 것인가이다(What you say in advertising is more important than how you say it).”라는 말을 했다고 하지요. 그의 말처럼, 광고가 더 화려하고 과장된 방식으로 소비자의 눈을 이끌고자 고군분투하던 시대는 이제 지나가고, 그것이 진실로 말하고자 하는 가치와 메시지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노력해야하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광고는 이제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요? 이에 대해서는 “광고는 다른 사람들도 우리와 생각이 같다고 증명하는 기술”이라고 했던 작가 피터 유스티노브(Peter Ustinov)의 말을 빌어 여러분께 질문을 드리며 이번 테마캐스트를 마무리해보고자 합니다. 광고, 이제는 사람들에게 어떤 생각을 공유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할지, 우리가 광고와 함께 나누어야할 가치와 생각은 무엇일지, 함께 고민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작성자 : ISQ 백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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