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로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 세계 축구선수들의 사회공헌 #3 수비수, 골키퍼
2012. 4. 3. 11:01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킥오프가 있으면 90분 후의 경기 종료는 반드시 찾아온다. 야심차게 출발한 축구선수 사회공헌 특집 시리즈도 마지막 수비수, 골키퍼편까지 왔다. 필자들의 부족한 지식을 지적해주시고,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시는 소중한 독자분들의 열렬한 호응에 힘입어 마지막 글을 눈물을 머금고 써내려가보고자 한다.
크리스마스는 홍명보 자선축구와 함께
만약, 솔로인 한 남자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물론, 일과 학업등으로 열정적인 젊은 날을 보내겠지만, 크리스마스는 늘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는 그리 외롭지 않았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 홍명보 감독이 그를 위해 무려 9년 동안이나 자선축구를 개최해왔던 것이다. 매년 최고의 축구선수들이 모여 아이들을 위해 자선축구를 계속해온 그는 모든 축구팬들의 산타클로스다.
이제는 올림픽대표팀 감독으로 한국축구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는 홍명보 감독은 1997년, 사단법인 홍명보장학회를 설립했다. 그리고 이는 2004년 홍명보장학재단으로 다시 태어나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홍명보재단은 어린이 축구 교실 운영과 축구 꿈나무 장학금 지급, 그리고 그 외 다양한 활동들을 수행하고 있다. 홍명보 재단은 다른 레전드급 축구선수와도 함께 일을 진행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재단의 감사직을 맡고 있는 김병지를 들 수 있다. 철벽 수문장이 재단의 감사를 맡고 있으니, 재단의 활동내역에 빈틈이 생길 수가 없지 않겠는가.
작년 12월 18일에는 2002년 월드컵 4강 달성의 주역들과 여민지(여자 축구국가대표팀) 선수 등이 참가한 자선축구경기 개최를 통해 자신의 꿈을 펼쳐 나가는 청소년에 대한 지원과 스포츠를 통한 건강한 사회 확립이라는 모토로 ‘Share the Dream’ 자선 축구 경기를 개최했다. 이수근(개그맨)의 개인기와 홍명보감독의 세레모니 등으로 모든이들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축제가 한마당 펼쳐졌다. 차범근, 홍명보, 박지성 등 축구로 세상을 바꾸고 있는 한국 축구의 레전드들. 앞으로 그들이 써내려갈 또 다른 역사가 무척 기대된다.
피케, 여자친구가 있어 자선활동이 외롭지 않다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홍명보 자선축구를 TV로 시청하며 외로움을 달래던 우리의 솔로 친구. 그러던 그에게 드디어 여자친구가 생겼다. 그런데 이 여자친구가 장난이 아니다. 빼어난 미모와 뛰어난 가창력을 소유한 인기 여가수인 것이다. 게다가 아름다운 마음씨를 소유한 그녀는 직접 재단까지 설립해 자선활동을 활발히 해오고 있다. 이런 그녀를 위해 그가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아마 그녀가 벌이는 모든 자선사업에 함께하면서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제 2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이런 꿈 같은 이야기는 바르셀로나의 주전 수비수 피케의 실제 스토리이다. 피케는 26살의 비교적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의 클럽 FC바르셀로나에서 이미 주전 수비수 자리를 꿰차며 주가를 올려가고 있는 선수이다. 그는 널리 알려진대로 유명 여가수 샤키라의 남자친구인데, 10살이나 연상인 샤키라는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철저히 멘탈교육을 시키고 있는 듯 하다. 샤키라는 Barefoot Foundation이라는 재단을 통해 사회, 경제적 지원을 통해서 소외 청소년들의 교육을 위한 여건을 마련하고, 이들의 성장을 이끌어 낸다는 미션 하에 여러 자선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피케는 여자친구의 이런 활동에 아낌 없는 성원을 보내며 함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재단의 자선활동 참여에만 그치지 않은 피케는 재단과 그의 소속팀 FC 바르셀로나와 업무 협약을 성사시킨다. 그리고 바르셀로나 소속 동료 선수들을 동참시켜 축구 교실과 기금 모금 행사를 주도한다. 이쯤되면 그의 여자친구도 그가 자랑스럽지 않을까? 맨유시절 그 누구도 그가 지금의 대형선수로 성장하리라 예상하기 힘들었듯이, 이제 그가 샤키라를 뛰어넘는 자선활동가가 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을까. (그리고 덧붙여 얼른 우리 지성이형님도 아리따운 배필을 만나 함께 JS파운데이션을 알콩달콩 꾸려나가길 빈다)
그 리즈시절의 캡틴, 라데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 축구 선수 루카스 라데베 (출처 : 나무위키)
매년 크리스마스 때 나홀로 집에 대신 홍명보 자선경기를 시청하던 우리의 솔로남. 그러던 그의 인생에 혜성같이 등장한 여자친구. 하지만 그는 아름다운 사랑을 얼마 꽃 피우지도 못하고, 안타까운 사연으로 이별을 맞이한다. 그런 그는 이 시기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 그때가 내 청춘의 리즈시절이었지.”
리즈시절이라는 말이 인터넷을 휩쓴적이 있다. 리즈시절은 지금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2부리그 챔피언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리즈유나이티드의 화려했던 과거를 회상하면서 유행하게된 표현이다. (훈남으로 잘 알려진 앨런 스미스가 리즈유나이티드에서 맨체스터유나이티드로 이적한 후 이전 기량을 찾지 못하자, “스미스 리즈시절엔 엄청났었는데" 라고 팬들이 회상하면서 이 표현이 자주 쓰이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일종의 전성기를 뜻하는 말인데, 잘 알려진대로 리즈유나이티드는 그 “리즈시절”에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를 정도로 한때 세계적인 클럽의 반열에 올랐던 구단이다. 리오 퍼디난드, 비두카, 해리 키웰, 앨런 스미스, 우드게이트 등 지금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선수들이 한 팀에 있었으니 실로 엄청난 팀이었다.
하지만 리즈시절의 다른 선수들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선수가 있으니 바로 리즈의 캡틴이었던 “루카스 라데베"이다. 그는 현역 시절에 맨유의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모든 감독이 원하는 수비수”라는 극찬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선수였다. 그는 남아공의 전설적인 축구선수인데, 넬슨 만델라가 리즈를 방문해 그에게 “당신은 나의 영웅입니다”라고 말했던 일화는 굉장히 유명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그는, 어린 시절 남아공의 불안한 정국 속에서 갱에게 총상을 당한 적이 있고, 아내가 암으로 사망하는 등의 개인적 시련을 많이 겪었다. 하지만 우연히 골키퍼로 축구를 접하게 되면서, 자신의 불행을 넘어 타인과 사회에 대한 사랑으로 포용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리즈 시절 FIFA for SOS Children's Villages의 친선대사로서 자신이 기부를 했을 뿐 아니라 선수들과 팬으로부터 3,000권의 책을 기증받아 제3세계 도서관에 기부했던 바 있다. 또 정기적으로 고향을 방문하여 아동들의 계발 코칭과 유소년 축구 경기, 그리고 낙후된 지역을 되돌리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고 한다. 그리고 인종 차별 문제의 인식 확산과 해결에 공헌해 온 바를 인정받아 2000년 FIFA Fair Play Award를 수상했고, 심지어 EPL 10주년 기념 우수선수 수상에서 역대 최고의 커뮤니티 봉사활동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그는 현재 자신의 고향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AIDS 문제를 다루는 Starfish Greathearts Foundation에 자신이 주최한 자선경기의 수익금을 기부하고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종종 열리는 세계 올스타들의 기부 자선경기에는 늘 빠짐없이 출전해 언제나 등번호 2번을 배정받고 그라운드를 다시 누비는 라데베. 이따금 그가 리즈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인 앨런 로드를 찾을 때면 팬들은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며 그를 추억한다. 안타깝게도, 리즈 유나이티드는 다음 시즌에도 프리미어리그 승격에 실패할 것으로 보이지만, 언젠가 리즈 유나이티드가 승격되는 날이 오면 관중석에서 응원하고 있는 라데베를 꼭 알아 보시길 바란다.
로버트 그린, 공만 막는게 아니다.
크리스마스마다 홍명보 자선축구 경기와 함께 하던 그 남자. 여자친구와 잠시 불같은 사랑을 꽃피웠지만 결국 이별을 맞이한 그 남자. 아름다웠던 사랑을 청춘의 리즈 시절로 회상하던 그 남자. 결국 그는 이별의 슬픔을 잊기 위해 산악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이를 계기로 자선활동을 시작한다.
로버트 그린에게 이런 기구한 사연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미국전에서 골키퍼로서는 치욕적인 ‘알까기’를 당하며 많은 비난을 받았는데, 사실 대회 직전 여자친구와의 이별이 그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솔로들의 동정표를 얻은 바 있다. (물론 그의 에이전트는 그가 이별을 이미 극복했다며 이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로버트 그린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골문을 수년간 지켜왔던 그는 사실 조금은 엉뚱한 면이 있는 기부활동가다. 그린은 2008년 여름 AMREF(the African Medical and Research Foundation)의 대장암 연구 기금 마련을 위한 이벤트에 참가해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해발 5,896m)인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를 등반했다. 소속팀의 웨스트햄의 팬들에서부터 프로골퍼에까지 이르는 많은 사람들이 그린의 도전을 응원했고, 이는 성금 모금 운동으로 이어져 8,500파운드에 이르는 기금을 모금할 수 있었다.
또한 그는 수익금으로 호스피스를 지원하는 중고물품 판매 호스피스 스토어(Hospice Store)를 홍보하고 기금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호스피스는 병원에서 임종을 앞둔 사람을 돌봐주는 자원봉사자들을 지칭하는 말로서, 호스피스 스토어는 이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간병 서비스의 질도 높이고자 하는 목적에서 설립되었다고 한다.
이로써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 골키퍼 등 각 포지션별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축구선수들을 살펴보았다. 사실 총 3편에서 살펴본 축구 선수 외에도 엄청난 성과를 보이며 전세계를 누비는 축구선수들이 참 많이 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너무 많아 자칫 책 한두권 분량의 글이 나올법하여, 고민과 고민을 해가며 극히 일부의 선수들만을 추려 정리해보았다. 기회가 되면 또 다시 재미있는 축구 관련 포스팅으로 다시 찾아올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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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ISQ 변영진 · 김민수